바닥이 내려가면서 보이는 풍경은 내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넓은 사격장에서 사람들은 사격 연습을 하고 있었으며 투명하게 속이 보이는 통로로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남자의 뒤를 따라 오면서 본 장면은 잊혀지지가 않았다.
처음으로 보았던 층은 모두 사격장이었고 다른 한 층은 훈련장인지 두 명씩 한 방에 들어가 대련을 하고 있었다.
이 넓은 두 층을 지나 또 다시 한 층을 내려가니 그제서야 사무실 같은 곳이 나타났다.
남자는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드라마에 나오는 회장님처럼 책상 위의 인터폰 버튼을 누르고는 차를 부탁했다.
평범하게 생긴 사무실에 마주 앉은 채 김이 나는 찻잔을 손에 쥐었다.
"병원비는 이미 지불했고 병원도 다른 곳으로 옮겼어. 이제 그만 긴장 풀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사람을 붙여놔서 이미 알고 있어."
"..."
"태연한 척도 그만하도록해. 긴장도 풀고. 아까부터 그 손. 떨리는데."
남자의 말에 그제서야 손을 내려다 보았다.
덜덜 떨리는 손은 찻잔이 동아줄이라도 되는 듯 꼭 쥐고있었다.
찻잔에 담긴 물이 일렁였다.
".. 이제 난 뭘하죠.."
작게 중얼거리는 나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
"훈련은 내일부터. 들어오는 문은 오늘의 통로가 아닌 지금 나가는 통로로 들어오도록 해."
준형은 카드 하나를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들자 손 끝으로 문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로 나가라고...?
준형이 가리킨 곳으로 나가자 지금까지 보았던 회색톤이 아닌 온통 붉은 통로가 나왔다.
양 옆으로 많은 문들이 있었고 저 끝은 그저 벽이었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지만 낮선 이 길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저 직감대로, 발길대로 따라가니 어느새 내가 도착한 곳은 3층에 위치한 바(Bar)였다.
...이상하게.. 익숙하다..
'탕-'
머리가 울릴만큼 큰 총성에 귀를 막을 새도 없이 몸이 뒤로 넘어갔다.
컨테이너 천장을 향해 올라가는 시선, 그리고 급하게 나를 잡아오는 손길까지.
어지러운 눈 앞에 내 파란 머리칼까지 뒤덮여 눈 앞에 있는 얼굴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어지러운 눈을 질근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그제서야 모든게 맞춰졌다.
내 머리속에 뜨문뜨문 떠다니던 장면들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모르는 내 과거를 왜 다른 사람들이 알고있었는지.
내 눈앞에 있는 남자는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던 적군이었다.
"M11-171. 윤두준..."
내 목소리를 들은 대장이 내 팔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대장의 눈을 바라본 채 허벅지에 달린 총을 꺼내 2시 방향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으윽!"
어깻죽지를 부여잡은 동운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바닥으로 뱃지 조각들이 흩어졌다.
바닥에 주저 앉은 동운을 향해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기려하자 대장이 총을 쥔 내 손을 붙잡았다.
"너도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 대장."
손을 뿌리치려 팔에 힘을 주자 가슴을 빗겨맞은 부분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젠장"
옆에서 저벅거리는 소리에 힐금 본 요섭은 어느새 총을 내린채 그저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병신. 그래서 안돼."
"..."
요섭은 아무말 없이 눈을 감았다.
"됐어. 난 살아야겠으니까. 평소처럼 해. 난. 여기서 살아 나가야겠어."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내 총을 주워 어깨에 걸쳤다.
입구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옮기고 망원경에 눈을 맞췄다.
"기광. 지금 들어오는 생존자는 몇 명이야?"
-...24명. 선두 11명.-
"양요섭. 준비해."
요섭이 컨테이너를 빠져나가 입구로 걸어갔다.
아무런 경계없이 입구로 들어오는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피가 흩어지는 걸 본 다른 사람들이 당황하며 흩어져고 있었다.
천천히 총구를 옮기며 다른 사람들을 저격했다.
총에 맞아 비명조차도 못 지르고 죽었다. 오히려 도망가는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더 컸다.
여러차례 울렸던 총 소리가 멈추고 망원경에서 눈을 떼자 요섭과 눈이 마주쳤다.
총알을 채워 넣으며 입구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잠시 조용해지자 남은 사람들이 마저 들어오고있었다.
다시 총을 어깨에 걸치고 조준했다.
내 위치를 알아챈 사람들이 나에게 뛰어왔지만 요섭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방아쇠를 당기는데 뒤에서 대장이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대장의 말을 들으며 계속 사람들을 맞추었다. 몸이 뒤로 밀리며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고 다시 시선을 돌려 다른 사람들 찾았다.
"처음 만났을 때 너를 보고 놀랐어. 파란 머리색을 보고 놀랐고 네가 기억 하지 못하는 거에 놀랐다."
"기광. 얼마나 남았지."
-...하아. 세 명.-
잠시 숨을 고르며 뒤로 돌아 두준을 바라보았다.
"나는.. 나는 내가 잘 못 본 줄 았았어..."
두준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연달아 두번의 총성이 울렸다.
"됐어. 어차피 끝난 일인데. 그렇게 버려지는 게 일상인데 어쩌겠어."
온몸에 힘이 풀려 창물에 몸을 기댔다.
여전히 동운은 나를 보고 웃고있었다.
가슴께에서 흘러내린 피가 어느새 내 발을 적시다 못해 발 아래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미련이 참 많았는데... 아직까지도 버리지 못하네. 어떡하지 두준아..."
그리고 마지막 총성이 울리자마자 익숙한 휘슬 소리가 컨테이너 안에 울려퍼졌다.
"게임종료. 게임종료.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목표물 생존. 생존자는 24번 팀 전원생존. F24-1016, M24-320, M24-323. 3명입니다. 우승자는 F24-101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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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버전에서 이걸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네 진짜 ... 암튼 본편 끝났다. ㅎ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