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는 이따금씩, 아니 사실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제 집으로 상혁을 불렀다. 그 하얗고 말쑥한 얼굴로 상혁이 고개를 빠끔히 들이미는 날엔 그야말로 성재 처의 억장이 무너지고 세상이 무너지는 날이었지만은 성재는 이미 그런 제 처에게 질린지 오래였다. 상혁과 저를 올망졸망 물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성재 처에게 뭐해, 나가지 않고. 하고 핀잔을 주면 성재 처는 여전히 물기 어린 눈으로 방을 나섰고, 그런 성재 처를 보며 상혁은 경박스럽게 웃으며 자연스레 성재의 어깨에 기대왔다. 그럴때면 괜스레 발가락 끝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에 성재는,
"끼 떨지말어. 이 녀ㄴ아."
하고 핀잔을 주곤했다. 에이. 섭섭게 왜그러우. 상혁은 야살스레 미소지으며 성재의 목을 쓸었다. 그 다음의 수순은 대개 비슷했다. 곧장 이불 위로 상혁을 눕히고서, 옷을 하나하나 벗기고, 상혁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 몸을 훑어내었다. 그러고 있노라면 상혁은 언제나 간지럽다며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곤 했다. 그에 개의치않고 성재는 끊임없이 상혁의 몸 이곳저곳에 제 흔적을 남기었다. 은밀한 그 곳 까지도.
그 다음의 수순은 정사의 끝이었다. 얼마가지않아 절정에 달한 둘은 동시에 파정했고, 여전히 가쁜 숨을 내쉬며 흥분에 젖은 눈으로 상혁은 성재를 바라보았다. 그런 상혁의 시선을 느낀 성재가 따라서 상혁을 바라보다가, 먼저 시선을 거두고서 상혁의 몸 위에서 일어나 휴지를 꺼내든다. 그러면 여전히 훤한 나신을 드러낸 체로 상혁은 그 모양새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불 위를 눅눅하게 적신 정액을 닦은 성재는 제 겉옷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어 입에 문다. 그러면서 옷을 입는다. 그맘때쯤이면 상혁은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일어나 엉금엉금, 성재의 곁으로 다가와 묻곤했다.
"오늘은 돈 들고왔지?"
그러면 성재는 짜증이 확 치밀어올라서,
"몰러 이녀ㄴ아."
그러면 상혁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아니, 도대체 돈은 언제쯤 들고오는 것이여? 있긴한거여?"
하고 쏘아붙였다. 마침 옷을 번드르르하게 차려입은 성재는 퍽-하고 소리나게 상혁의 뒷통수를 후려갈기며 '그놈의 돈. 더러워서 못해먹겄네. 너 이제 우리집 찾아오지 말어.' 했다. 그러면 상혁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에이. 섭섭게 왜이러우. 돈달라는 소리 안할테니께, 그런 소리 하덜덜말어."
했다. 그러면 그제서야 성재는 한 풀 꺾여서는, 천천히 자리에 누웠다. 에이. 망할녀ㄴ 같으니라고. 성재의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상혁은 서글서글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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