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Does The Fox Say?
W.LIGHTER
"성운아, 이걸 살까. 아님 저거를 살까?"
성운의 주인은 꽤 심도 있는 얼굴을 해왔다. 워낙에 세제 냄새에 민감하게 군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고민을 할 줄 누가 알았나. 성운의 미간이 짙게 찌푸려졌다. 주인, 내가 봤을 때는 거기서 거기야. 브랜드만 다르지 엄연히 플로럴 계열이라는 건 두 개 다 똑같은데 뭘 저리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장을 볼 때면 저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남들은 한시간 정도면 다 끝내고도 남을 일을 자신과 제 주인은 두어시간을 더 헤매고 나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요즘 시대가 얼마나 좋아졌는데 굳이 귀찮게 장을 봐서 힘들게 짐까지 드는 일을 번거롭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것보다 마음 같아선 귀찮아서 오고 싶지 않은 마트를 혼자서 낑낑대면서 올 주인 때문에 성운이 매번 같이 와야 하는게 큰 문제였다.
"우리 앞으로 인터넷으로 시키자. 그럼 배달까지 다 해줘."
"싫어. 그러면 정성이 없잖아. 뭐든 직접 보고 사야 마음이 편해."
"주인아, 너 되게 쓸데없는 거에 신경 쓰고 다니는 거 알아?"
하성운, 너 말 그렇게 할거야?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성운을 째려보던 그녀는 또다시 눈꼬리를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성운과 자신의 주인은 극과 극이었다. 자석에도 N극과 S극이 있는 것처럼 귀찮은 건 딱 질색인 성운과 하나씩 꼼꼼하게 따져야 속이 편한 제 주인이 있었고 자칭타칭 계산적인 그와 반비례로 그녀는 감수성이 짙었다. 특히나 죄수들에게 무기한으로 징역을 선고하는 검사인 그녀는 이상하게 성운의 앞에서 만큼은 속절없이 울고 웃고에 한 끝차이로 행해지는 어린 아이 같았다. 나는 네가 예민하니까 세제도 신경 쓰고 있는 거고 먹는 것도 잘 먹일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데.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손에서 놓지 못한 두 개의 세제를 보던 성운은 작게 웃었다.
"알았어. 내가 미안해. 또 울고 그러지 마."
"너 진짜 말 예쁘게 안 하면 혼날 줄 알아."
"퍽이나 잘도 혼내겠어. 툭하면 울어대면서."
우선 세제는 두 개 다 사자. 나는 모두 다 좋으니까 그 때, 그 때마다 바꿔 쓰면 돼지. 그녀의 머리카락이 조만간 성운의 손으로 인해 이리저리 헝크러지고 있었다. 성의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다정하게 협상의 제안을 꺼내는 그로 인해 토끼를 키우고 있는 주인이자 동거인인 그녀는 다시금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나 주인이 우는 거 싫어하는 건 진짜야. 울지마, 울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내가 우는 게 다 너 때문인데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옆 칸에 있는 휴지를 한껏 안아든 덕에 그녀의 얼굴 대신 휴지묶음에 가려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 때문에 울어?"
"그럼 내가 누구 때문에 울어."
성운은 몸은 적응을 빨리 하는 생물이었다. 적응을 빨리 하면 할수록 사는데에 지장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제 믿음 때문이기도 했고 동물도 아닌 것이, 인간도 아닌 몸으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했던지라 지금의 제 주인을 만난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세상에 누가 되었든 간에 제 사정을 알고 받아 들여주는 인간들도 얼마 없을테니까 이것보다 좋을 건 없었다. 근데 제 주인은 이상한 부분에서만 유독 똑 부러지게 행동했다. 지금처럼 그녀의 덩치보다도 큰 물건들을 옮겨대는 걸 성운이 받아 들자 나는 너 없으면 못 살겠다, 같은 말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닥 멍청이 같지도 않은 듯했다.
"왜 그러고 서 있어?"
다니엘을 비웃었는데. 그 미련하기만한 늑대를 우습게 여긴 게 비단 몇 주 전이었는데 성운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가끔씩 제게 찾아오는 걸 보면 기분이 묘했다. 카트를 끌고 있는 제 옆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를 볼 때면 술을 먹었을 때보다 더 강하게 뛰어대는 심장 박동이 낯설었다. 바보 같은 것도 병인가. 옮기고 막 그럴 수 있나. 요근래에 바보들 사이에서 너무 오래 지낸 것 같았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저를 올려다 보는 그녀의 뒷머리가 아까 전 제 손에 의해 붕 뜬 모양까지 예뻐 보이지는 않을테니까. 내가 너 때문에 운다고 그래서 기분 나빴어? 나는 그 말이 아니라 그냥 네가…. 아니야, 울어. 뭐? 그냥 울어도 돼. 갑자기 왜 또 울라고 그래.
"아니, 너 우는 거 썩 나쁘진 않은 것 같아서."
좀 귀여울 것 같기도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린 성운의 귓가가 순간 새빨갛게 변하고 있었다. 성운아, 너 은근히 그런 쪽으로 좋아하는구나? 성운의 오른팔에 곱게 끼워져 있는 그녀의 팔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성운은 저를 놀리는 어투로 짓궂게 웃어보이는 제 주인의 붉은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자신을 놀리는 걸 특히나 기겁을 할 성운이, 그것도 자신의 귓볼만큼이나 빨간색으로 물든 그녀의 입술을 보느라 그는 아무래도 지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했더랬지.
"그래서, 뭐."
"그래서 뭐가 아니라 나름 심각한 이야기라고 이 멍청한 늑대야."
"결국 너도 네 주인을 좋아한다는 거 아니야?"
성운은 간만에 밖을 나온 다니엘과 함께 앉아있는 이 카페를 좋아했다. 한적하기도 하고 내려주는 커피도 맛있었다. 가격이 조금 비싼게 흠이었지만 그만큼 달고 예쁜 케익들은 맛있었으니까 시간이 날 때면 혼자서 사색에 빠지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을 거라 했었는데 역시 같이 오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감흥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주인과 왔을 때는 꽤 좋은 곳이라 생각했거늘 오늘은 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빨대만 잘근잘근 씹어대고 있는 강다니엘이라는 것부터 틀이 맞지 않았다.
"너, 네 일 아니라고 되게 대충 대답하는 거지."
"대충이 아니라 뻔히 답이 보이는 걸 갖다가 네가 고민하고 있으니까 내가 말해주는 거잖냐."
귀만 크면 뭐해. 남의 말은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하는데. 혀 끝을 차고 있는 다니엘의 모습을 보자니 꼭 예전 성운, 제가 다니엘에게 나름 형노릇을 했던 그 때의 자신의 모습이 기억이 났다. 너는 남의 연애사 볼 때는 답답하다고 하더니 이건 뭐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자신이 저렇게나 무신경하고 재수 없었나. 성운이 자꾸만 찌푸려지려는 제 미간 사이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다니엘을 쏘아보고 있자 그는 퍽이나 안정적으로 꼬은 다리를 까닥거리고 있었다.
"너는 다른 거 신경쓰지 말고 네 주인 주위에 다른 놈들이 있는지나 신경 써."
"주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있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나랑."
"야, 내가 왜 각인까지 하고선 지금 이렇게 너랑 마주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주인 곁에 있는 그 전남친인가 뭔가 하는 새끼 때문에 내가 이 좋은 날, 좋은 곳에서 너랑 단둘이 있는 거잖아. 다니엘은 어느 순간 당연하게 챙겨 입고 다니는 코트를 한 쪽으로 벗어두면서 한숨을 있는대로 내쉬고 있었다. 그는 코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안한다로 나뉘기 전에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는 게 편했고 나름 그렇게 입고 다니면 밖에서 잘생겼다는 소리도 들었다. 무엇보다 ㅇㅇ가 사준 옷들이 대부분 청자켓이나 후드티였기 때문에 앞으로 제 스타일은 그렇게 하고 다니리라, 스스로 정하기도 했었다. 근데 그 때 처음으로 마주한 민현의 옷들을 보면 괜한 위기감이 느껴졌다. 자신은 차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그러니 옷이라도 제법 어른스럽게 입고 다녀야 된다는 게 다니엘이 내린 답이었다.
"그리고 난 대학에 들어갈 거야."
"대학? 거기를 네가 갈 수 있어? 누가 보내준대냐."
"검정고시 보고 대학 들어가고 그러고 나면 직장도 얻을 거고, 그래야 ㅇㅇ랑 결혼도 하지."
성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결혼을 한다고? 응, 내가 요즘 느낀건데 인간들이 하는 결혼이 우리가 흔하게 겪는 각인이랑 비슷한 거래. 추운 겨울에도 얼음이 동동 떠있는 아메리카노의 뚜겅을 열어 그대로 원샷을 한 다니엘은 탁자에 놓인 성운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ㅇㅇ가 웨딩드레스 입은 거 상상하니까 되게 예쁠 것 같아. 막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아서 누가 잡아가면 어떡하지. 언제부터 우리들이 만나면 이런식의 얘기를 하는게 익숙해졌을까. 성운이 다니엘과 알아온 사이동안 그는 언제나 ㅇㅇ를 입에 담고 살았지만 성운은 최소한 그 말들에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지금은 문득 다니엘의 말에 생각해본 제 주인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성운, 저조차 미친놈처럼 웃게 만들었다.
"근데 너는 할 수 있겠냐. 그 전남친이 붙어 있다며."
"그러니까 그게 문제야. 그 새끼 때문에 요즘 잠도 못 자. 늑대로 변하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겠어."
"그러면서 너는 무슨 결혼을 생각해. 아직 ㅇㅇ씨는 마음도 못 정했는데."
괜찮아. 내가 우리 주인 없으면 죽거든. 한 번 정해진 마음을 가지고 다니엘의 성격상 돌아가는 건 틀림없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엔 있는 고민, 없는 고민 다 하는 놈이여도 정해진 것이 있으면 무조건 직진만 해대는 늑대가 다니엘이었다. 성운은 자신이나 다니엘이나 둘 중에 한 명도 평안한 나날들을 보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존재 자체도 어영부영 뚜렷한 게 없어서 답답해 죽겠는데 마음이 가는 상대도 이 모양, 이 꼴이라니. 어떻게 해야 이렇게 꼬일 수가 있을려나. 성운이 훤히 보이는 앞날에 동생인 다니엘을 걱정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때마침 문자 알람이 울리는 핸드폰에 시선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꺼냈다. ㅇㅇ가 나한테 반하게 할거야. 나한테 남은 길은 그것밖에 없어. 아니면 죽든가. 야, 너는 무슨 애가 그렇게 극단적이야.
"어? ㅇㅇ, 지금 일 끝났나 보다."
하성운이, 나 먼저 간다. 그래, 모 아니면 도라는 게 인생의 모토인 얘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냐. 성운은 코트 입을 시간도 아까운지 한 손에 제 윗옷들을 대충 잡아서 나가는 다니엘을 보다가 처음으로 제 주인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 앞자리에 다 마셔서 비어버린 아메리카노의 빈 컵만 있기엔 성운은 오늘따라 특히 그런 다니엘이 부러워서 죽을 것 같았으니까.
*
"구름이는 잘 만나고 왔어?"
"응, 그나저나 아직 다 안 나았는데 하루 더 쉬지 그랬어."
아직 완벽하게 낫지는 못해서 연신 나오는 기침소리에 그녀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오는 다니엘의 말투가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출근을 해야 돈도 벌고 우리 다니엘 맛있는 거라도 하나 더 사주지. ㅇㅇ는 자신이 뱉어놓고도 꺼낸 말 한마디가 부끄러웠다. 꼭 술 한잔을 거나하게 취하고 난 뒤면 자신의 부모님이 했던 말을 그대로 하고 있는 자신이 마치 다니엘의 부모가 된 것만 같았더랬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출근을 해서 일거리에 휩싸여 있어야 다른 생각들로 괜히 머리만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 한 선택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음이 힘든 것보다야 몸이 힘든게 백만배 더 나은 장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ㅇㅇ를 보는 다니엘의 얼굴이 왠지 좋아보이지 않는 듯했다.
"나 공부할거야. 공부해서 돈 많이 벌어 올게."
"응?"
"내가 돈 벌어오면 네가 이렇게 아픈데 굳이 회사까지 갈 필요는 없을 거 아냐."
다니엘이 돈을 벌어온다니.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 정확하게 따져보면 다니엘은 돈을 벌기엔 아직 부족했다. 반인반수가 대한민국에 등본이 있을리가 만무했고 신분이 정확하지 않은 그가 어디에 가서 돈을 벌 군번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언제 어느 시점에 늑대로 변할지도 모르는 다니엘을 사회 생활을 하라고 떠밀다시피 하는 건 ㅇㅇ, 제가 더 싫었다. 사회는 냉혹했다. 동물원이 망하고 나서 하루에 수십번씩 면접을 보러 다닌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생활이 더 낫겠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그나마 제 수중에 돈이 들어온다는 것 뿐이지 매번 입에 거친 욕짓거리를 담고 다니는 건 변함이 없었다. 그런 곳에 그를 보내야 한다니, 이건 곧 죽어도 싫었다.
"안돼."
"나 할 수 있어. 걱정 안해도 돼."
"너는 늑대가 밖에서 사람처럼 돈을 번다는 게 믿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차분히 달래면 될 걸 구태여 이다지도 쏘아붙일 필요는 없었는데. ㅇㅇ의 눈이 다니엘을 보지 못했다. 그저 제 주인이 고생할까 걱정해서 꺼낸 아이의 말을 비꼬면서까지 짓밟을 건 또 뭐야. 진짜 ㅇㅇㅇ, 정말 못났다. 과한 보호라 생각해도 좋았고 아직 그를 믿지 못한다고 생각해도 괜찮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다니엘이 그나마 완벽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줄 수는 없는 환경이지만 그래도 제 안에서 편히 쉴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일의 강도가 좀 높을 뿐이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제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 개도 없었다지만 돈은 나름 제 분야에서 잘 받고 다니는 편이기에 밥 한 그릇이 늘었다고 ㅇㅇ에게 부담이 되는 일은 없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아니야, ㅇㅇ야. 옳고 그름의 기준을 세우고 따지는 건 사람들이야. 자연은 그러라고 한 적이 없어. 단지, 다니엘은 영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네 앞에 있는 내가 반인반수인데 이것도 너에겐 믿을 수 없는 일이야?"
"아니, 다니엘. 내 말의 뜻이 그게 아니잖아."
"나는 너에게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게 더 싫어."
소파 위에 털썩 앉던 다니엘의 고개가 숙여졌다. 이러자고 꺼낸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주인과 싸우자고 한 일이 아니었거늘 왜 항상 일이 이따구로 흘러가는 거야. 다니엘이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윗옷을 꽤나 거칠게 벗으며 가까스로 고개를 들자 제 앞으로 다가온 그녀의 얼굴이 어두웠다. 아직 그녀의 사랑을 받지도 못했고 심지어 그는 완벽한 외길사랑을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그러한 사랑을 받기도 전에 자신은 미움을 먼저 받을 듯싶었다. 안 그래도 지금 다니엘, 자신은 ㅇㅇ를 또다시 슬프게 만들지 않았던가.
"다니엘, 너는 네가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해?"
"……."
"나는 네가 그렇게 말하면 너무 슬픈데."
밥도 못하는 내가 너 때문에 하루의 끼니를 매일 챙겨먹고 일한다는 핑계로 던져둔 집안일을 해주는 네가 있어서 나는 매일 깨끗한 곳에서 잠을 자. ㅇㅇ는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그의 무릎팍에 놓인 손을 천천히 잡아왔다. 나 솔직히 이런 하루 일과나 속에 쌓인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었어. 일하고 오면 반겨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거 다 네가 해주고 있잖아. 나는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하루 하루가 소중해. 집안 사이로 그녀 목소리만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왜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ㅇㅇ에게 있어 다니엘은 소중한 존재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그러는지 더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ㅇㅇ는 다니엘의 허벅지에 제 얼굴을 가만히 묻고 있었다.
"ㅇㅇ야, 내가 미안해."
"아니야. 네 입에서 그런 말 나오게 한 내가 잘못한 거지."
먼저 말을 건네준 다니엘의 말을 들은 ㅇㅇ는 속으로 크게 안도를 하고 있었다. 다니엘과 함께 하는 모든 날들이 좋지만은 않겠지만 크게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지금 엇갈리는 마음으로 서로를 다치게 하면 어쩌나 싶었던 그녀는 제 귓가를 어루만지고 있는 다니엘의 손이 간지러우면서도 그 손길에 마음이 놓였더랬다. 같이 추운 밖을 나갔다 온 건 똑같았는데 미처 한기가 가라앉지 않은 그녀의 귀가 순식간에 그의 손으로 인해 따뜻해지고 있었다. 네 손, 진짜 따뜻하구나. 그제서야 작게 미소를 띈 ㅇㅇ의 입술에 여느 때와 같이 다니엘이 짧게 입을 맞춰왔다. 분명히 썸을 타는 관계와 엇비슷한 자신과 그의 관계에서 이런 스킨십이 자연스러운 건 말이 되질 않았다. 그러나 모든 순간에서 ㅇㅇ, 자신을 배려해주는 다니엘의 행동을 거두고 싶지는 않았다.
"…딸?"
다니엘의 입술이 천천히 떼어지고 있었을까 ㅇㅇ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왜 지금에 와서야 하필이라는 말이 떠올랐을까. 너 문을 안 잠갔길래, 들어와 봤더니. 지금도 일을 쉬는 날이면 어머니를 대신해서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아버지가 오늘 온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대처를 하지 못했다. 분명 오늘 집에 올라가겠다는 아버지의 연락도 받았으면서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최소한 제가 현관문이라도 잠갔다면 이런 민망한(?) 장면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마주하진 않아도 되었을 것을. …아빠? ㅇㅇ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니엘은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아 두 눈동자만 굴리고 있었더랬다.
"아저씨?"
물론 그보다 앞서 그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조련사 중에서 꽤나 친근했던 그녀의 아버지를 친숙하게 불러오는 다니엘이었지만.
What Does The Fox Say?
Episode 9, fin
안녕하세요, 라이터입니다.
오늘도 잘 지내고 있었어요? 벌써 또 주말이 다 끝나가는데 월요일도 좋은 하루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인티가 많이 아파서 제가 올린 짤들이 보일지 모르겠어요ㅠㅠㅠ 안 보인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다시 수정해서 올리도록 할게욥
그리고 이번화는 유독 인티에서 노래가 자동재생이 되지 않아 먼저 위에다가 첨부했어요. 다들 별 탈 없이 보시기를 바랄게요ㅠㅠ
이번화에서는 성운이의 이야기가 아주 살짝코롬 나왔답니다. 성운이의 주인도 우리 독자님들로 생각을 해두었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름을 치환할 수가 없었어요. 다음에 확실히 성운이 이야기 풀어갈 때 치환해두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 우리 독자님들은 녜리의 주인도 되었다가 토깽이 셍언이의 주인님도 하시면 돼요!!!
아직 완결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두지는 않았지만 벌써 9화까지 왔으니 이젠 조금씩 준비를 해둬야 할 것 같아요. 이제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 예쁜 독자님들 감기 걸리시지 말고 설날에는 주머니 두둑하게 배도 두둑하게 잘 챙겨서 우리들 자주 오래 만나요~~*^^*
그럼 우리는 다음화에 또다시 만나는 걸로 약속을 하고 예쁜 댓글로 만나요(하트)
#암호닉 신청은 최신화에서 해주세요#
암호닉 챙겨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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