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권순영과 출판사 직원 이지훈
지훈은 넘겨받은 원고를 정확히 4번째 다시 검토중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기 짝이 없단 말이지...호시씨 본명이 뭐더라...요즈음 제가 담당하고 있는 작가의 신작 속 주인공의 이름이 드디어 밝혀졌다. 이지훈. 이거 내 이름이잖아. 밝혀진 이름을 보고 나니 그제서야 느껴지는 이상한 점들이 한 두개가 아니라서, 지훈은 소설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서점에서 우연히 본 사람을 한번이라도 다시 보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다 근처 카페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지훈이 기억하기론 이건 지훈과 호시가 각자의 직업으로 마주하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과 똑같았다. 호시가 저를 보자마자 어! 서점! 아니, 카페!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가 혼자 잔뜩 당황한 채 구구절절 이야기했던 내용과 똑같다는 말이다. 그것 뿐이면 우연이다 하고 넘기겠는데 뒤이어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 식성, 말투 등이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과 흡사했다. 진작에 본명이 뭐냐고 좀 물어볼 걸. 중얼거리던 지훈이 생소한 이름을 입에 담았다. 권..순영. 소설 속의 주인공 중 하나의 이름이었다. 그냥 소설이었으면 얼마나 이름 짓기 귀찮으셨으면 내 이름을 갖다놨을까 했겠지만 이 소설이 3번째 이야기까지 출판되는 동안 여자주인공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소설이기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남은 밀크티를 입에 털어넣은 지훈이 손목에 있는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궁금한 건 참을 수가 없다. 호시의 집으로 가기 위해 걷는 길의 풍경은 다시 한 번 그 소설의 구절을 떠올리게 해서 지훈은 안 그래도 빠른 편인 발걸음을 더 바삐 옮겼다. 덕분에 평소보다 금세 도착한 지훈이 휴대전화를 꺼내든다. 작가 호시. 통화 버튼을 누르자 마자 연결되는 전화에 지훈은 또 다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전화를 기다린 마냥.
여보세요.
-.....
여보세요? 이지훈 씨?
-..아. 네, 작가님,
응, 왜요?
-지금 집에 계세요?
집이요? 네, 있죠, 근데 왜,
-그럼 문 좀 열어주세요.
...어? 어어, 잠깐, 잠깐만요!
이어 들리는 둔탁한 소리들에 지훈은 소매 끝을 말아쥐었다. 열린 문 틈 사이로 보이는 호시는 왠일인지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한 손에 꼭 쥐고 있던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는 지훈에 호시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는 제 주머니에 급하게 핸드폰을 넣었다. 어쩐 일이에요, 지훈씨.
호시씨 본명이 어떻게 되세요.
..음, 갑자기요?
제가 근래에 신경 쓰이는 소설이 있어서 그래요.
....권순영, 인데,
권순영 씨.
왜요, 이지훈 씨.
눈동자를 마구 흔들 때는 언제고 본명을 부르는 지훈의 목소리에 순영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눈 앞에 지훈이 너무 귀여워 견딜 수가 없다. 소매 끝을 꾹 말아쥐고 있는 것도. 새빨개진 귀를 눈치채지 못한 채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할말이 있는건지 혀로 입술을 축이는 것도.
순영씨가 지금 쓰는 소설.
....
장르가 대체 뭐에요.
지훈의 물음에 순영은 결국 참았던 웃음을 흘렸다. 결국 하고 싶어했던 말이 그거였구나. 안경을 치켜올린 순영이 그런 지훈의 손목을 잡아온다.
지훈씨가 짐작하는 그대로인데.
지훈씨와 내가 주인공인데,
장르는 보나마나
로맨스,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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