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U - 텐데...(Inst.)
013. 오해 上
"아으..... 머리야...."
긴 잠에서 깨어났다. 잔뜩 눈이 부신 햇볕 때문에 깼으므로 시간은 정오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부신 눈을 비비며 이불을 더 끌어올려 아예 머리 끝까지 덮어버렸다.
눈부신 햇볕을 피하기 위해서는 커튼을 치면 되는데, 커튼을 치러 일어나 걸어가는 일은 이젠 잠에서 아주 깨어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래서어... 아직은 좋아할라구.
..아직은 그래두... 민현선배 좋아할라구우."
"....."
"선배가... 좋아서,"
"그만해. 알겠으니까."
"...아직은 내가.. 선배 좋아해서."
"알겠으니까 그만하라고."
기억을 더듬는다. 사실 더듬을 것도 없이 너무 다 명확해서 떠올려 본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미안한데 옹성우가 나를 업고 온 것도, 옹성우가 내게 한 말도, 내가 옹성우에게 한 말도 다 기억이 난다.
그래서 더 미안한데 옹성우 얼굴을 도저히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맨정신으로 주고받은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던 정신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취기를 빌려서 전한 진심이었고, 그건 옹성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후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다만, 옹성우의 얼굴을 마주하기가 너무, 너무나도 부끄러울 뿐이다.
제 등에서 나를 떼어내 침대에 눕힌 옹성우는 내 양말을 벗겨주었다. 옷은 좀 불편해도 어쩔 수가 없다. 하며 중얼대는 것도 난 들었다.
이불을 덮어준 옹성우는 흐트러진 내 머리칼을 정리해주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처음부터 불을 켜지는 않았다.
눈은 감고 있었는데 정신은 살짝 취한 것 말고는 괜찮았다. 옹성우는 내가 잠든 줄 알았겠지만, 나는 잠든 적이 없었다.
옹성우가 나가고 나서 한참을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옹성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곱씹어 보았던 것이다.
나는 옹성우에게 왜 나를 피하냐고 물었다. 그 말에 옹성우는 나를 향한 마음을 접을 시간은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마음은 내가 접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은 민현선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에 대해 옹성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물론 나 또한 입을 더 열지 않았다.
그 대화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꾸만 떠올라 안 그래도 아픈 머리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누나, 놀러가자."
머리가 아픈 아침은 오래가지 않았다. 간만에 여유가 좀 있는 주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똑똑,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하고 묻는 내 말에 방문이 빼꼼히 열렸다. 노크의 주인은 다니엘이었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채로 무슨 일이야? 하고 물었더니 누나, 놀러가자. 했다.
나는 이불을 끌어내려 천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디로? 다니엘은 롯데월드. 내 표 생겼다. 했다. 야심찬 미소는 자연스레 따라 붙었다.
하기사 집에 있으면 민현선배가 되었든 옹성우가 되었든 누군가를 만나긴 만날 것 같았다.
불편하고 어색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르고 또 골라 뱉어야 하는 두 사람을 마주치느니 몸은 좀 피곤하더라도 밖에서 노는 게 낫겠다 싶었다.
"누나 한 시간만."
"응. 게임하구 있을게."
나를 향한 다니엘의 말에서 언제부턴가 반말의 지분율이 아주아주 높아지기 시작했다. '시작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지금은 뱉는 말의 대부분이 반말이다.
뭐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 차이야 좀 난다손 치더라도 어차피 이번 학기만 끝나면 학교 안에서 선후배 관계도 많이 옅어질 건데, 굳이 존댓말 따박따박 할 필요 있겠나 싶은 거다.
그리고 내 스스로 다니엘은 좋은 동생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다니엘의 반말이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나도 전보다 더 편하게 다니엘을 대하고 있었다.
내가 씻고 나오는 동안, 다니엘은 거실에 있는 VR 게임기를 가지고 혼자 재밌게 놀았다. 나는 써본 적이 없는데 성운오빠와 다니엘이 몇 번 갖고 노는 걸 본 적이 있다.
민현선배야 공부하느라 바쁘고, 옹성우는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으니 당연히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여튼, 롯데월드라... 가본 지가 언제더라. 생각이 안 날 정도로 가물가물한데 이렇게 예고 없이 가게 될 줄이야. 어쩐지 조금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다니엘. 누나 준비 다 했어."
"....헉."
"왜? 이상해?"
"...아, 아니.. 그기 아이고..."
"어색한가..."
롯데월드라. 조금 꾸며주어야 할 것 같아서 고데기로 머리에 힘도 주고, 치마도 입었다. 치마를 입어본 지는 또 언제더라...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손이 가지 않으니, 아마 민현선배와 따로 밥 먹은 날 후로는 안 입었지 않았나 싶다.
다니엘은 한참 그렇게 나를 훑더니, 내가 출발하자고 말하자 재빠르게 게임기를 껐다. 누나 아인 줄 알았다. 하는 소리가 나직히 들렸다.
나와 다니엘은 신발장에서 나란히 신발을 갈아신고 집에서 나왔다. 집에서 잠실까지는 삼십분 정도. 쨍하니 맑은 햇살이 딱 놀기 좋은 날씨였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아- 오랜만에 오니까 좋긴 한데 힘들다."
"벌써?"
"야. 너도 누나 나이 되어 봐. 한 달, 한 달이 다르다니까?"
"성운이형도 그런 말은 안 하는데."
"얌마... 누나가 힘들다면 힘든 거지."
"업어주요?"
"아니. 절대."
정색하며 팔을 엑스자로 겹쳐 가슴 위에 올렸더니 하하하, 하며 소리내어 웃는 다니엘이다. 안 잡아먹고로. 하는데 어젯밤 내가 업힌 옹성우의 등짝이 생각나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누군가에게 업힌다는 건 참 위험한 일이다. 앞으로는 아무리 취해도 업힐 만큼 취하지는 말아야지. 또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다니엘과 나는 실내에서 두어 개의 놀이기구를 탄 후, 아무래도 밖에 나가야 재밌는 게 많다며 입을 모았다.
나가서 혼을 담아 놀기 전에 배부터 채우자며 온 곳은 햄버거 가게. 세트를 하나씩 시켜놓고 또 한 번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내 축제 때 춤 추기로 했다, 누나."
"진짜로? 어디서?"
"김재화이 친구가 댄동인데, 한 명 더 필요하대서 갔더니 센터를 시켜가."
"헐. 센터?"
"응. 그래가 요즘 연습하는데.. 그날 누나 시간 되나?"
"언젠데?"
"한 보름 남았다. 저녁이고."
"누나 알바 없는 날이면 갈게."
"없을 걸?"
"그래? 나중에 누나한테 장소랑 시간 정확하게 알려줘."
"응."
응. 하며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는 다니엘이다. 말 잘 듣는 강아지 같다.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줄까 하다가 그것까지는 좀 아닌 것 같아서 관뒀다.
주문한 햄버거 세트가 나오고, 우리는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햄버거를 먹었다.
"근데 내가 꼭 가야 되는 거야?"
"응. 와야 된다."
"왜?"
"무대 꼭 봐야제."
"...뭐 굳이..."
"응. 굳이. 봐야제."
"...알겠다...."
뭐 좀 탐탁지 않긴 했지만 일단 간다고 했다. 다니엘의 표정은 단호하고 굳건했다. 안 간다고 하면 왜 못 오는지 철저히 조사한 후 그 원인을 뿌리채 뽑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와 다니엘은 감자튀김 하나까지 말끔히 입에 넣은 후, 상쾌하게 콜라를 마셨다.
이제 나가자! 했더니 산책 가자는 주인의 말을 들은 양 안절부절 못하는 다니엘의 귀가 쫑긋, 움직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다니엘이 나를 이리저리 끌고 가준 덕분에 재밌는 걸 많이 탔다. 자이로드롭, 혜성특급, 아틀란티스 같은 롯데월드 간판 기구들을 섭렵하고,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화려하게 채우는 불꽃놀이도 보면서 츄러스를 먹으니 훌쩍 하루가 갔다.
하루쯤 이렇게 다니는 것, 참 별 일 아닌데 왜 난 여태까지 그렇게 어렵게 느꼈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니엘이 있어서, 다니엘이 나를 데려와 주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마워, 다니엘."
하늘을 꽉 채운 불꽃들을 보며 말했다. 다니엘은 뭐가요? 하고 물었다.
나는 그냥. 나 오늘 집에 있었으면 엄청 우울하고 심심했을 거거든. 하고 대답했다. 다니엘은 다행이네. 오늘 내랑 재밌었죠? 하고 물었다.
나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은 나를 보며 웃었다. 특유의 그 사람 좋은 웃음이었다. 무표정일 땐 제법 무게감이 있어도, 이렇게 한 번 웃을 때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다니엘은 뿌듯하다고 했다. 누나 그렇게 한 번씩 웃는 게 참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녀석에게 참 많이 고마웠던 것 같다.
집으로 오는 길. 저녁 날씨는 제법 쌀쌀해져 나는 좀 추워했고, 그걸 빠르게 캐치한 다니엘은 제 옷을 벗어 내게 걸쳐주었다.
나 맨날 네 옷 얻어 입어서 어떡하냐. 했더니, 그러면 다음에 좋은 데 또 가요. 하고 말해온다.
어디 갈 건데? 하고 물었더니 오락실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그럼, 없어서 못 가지. 했더니 저 아는 데에 오락실이 하나 생겼는데 가서 탕진잼 한 번 해야 된단다.
탕진잼이라는 말이 웃겨서 소리를 내어 웃었더니, 짐짓 표정을 굳히고 진지하게 나를 보는 다니엘이다.
"내 사실 좀 걱정했고로."
"뭐를?"
"누나 요즘 영 안 웃어서.
누난 웃는 게 예쁜 사람인데, 너무 안 웃으니까 좀 걱정됐다."
"....."
"누나 우리 도서관에서 민현이형이랑 같이 닭강정 먹은 날부터 그랬거든."
"...그랬...나?"
"굳이 무슨 일이냐고까지 물어볼 건 없는데,
그냥 누나 좀 웃었으면 해서."
"......"
"웃어요 누나. 웃는 게 예쁘니까."
웃어야지... 그치. 웃어야 하는데. 통 웃을 수가 없었다. 요새.
응. 알았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니 나를 향해 웃어 보이는 다니엘의 웃음이 참 순수하고 예뻐 보였다.
웃는 게 예쁜 건 나보다도 너인 것 같은데, 다니엘. 간지러운 말은 전해지지 못하고 그저 마음 속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아이스 카라멜마끼아또 하나요."
"5천원입.... 선배?"
"안녕, ○○가."
어쩐지 낯익은 목소리라 했더니 민현선배였다. 평범한 손님인 척 태연하게 아이스 카라멜마끼아또를 주문한 선배다.
나는 전에 선배에게 신세 진 게 생각났다. 클라우디 오면 맛있는 커피 한 잔 대접한다고 했는데, 이왕 선배가 왔으니 오늘을 그 날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가 내민 카드를 한사코 거부하고, 탈의실로 들어가 내 카드를 꺼내왔다. 아이스 카라멜마끼아또를 한 번 누르고 내 카드로 결제했다.
선배는 나 그러면 미안해서 못 오는데, 라고 했지만 오늘은 내가 대접하는 게 맞았다.
"열심히 만들었는데... 맛있을지 모르겠어요."
"○○가 만든 건데 당연히 맛있겠지.
고마워. 잘 마실게."
"한 번 드셔 보세요."
나는 다 만들어진 커피를 가지고 민현선배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갔다. 선배는 빨대로 한 모금 쭉 커피를 들이켰다.
맛을 음미하는 듯하더니 눈꼬리를 활짝 휘곤 맛있다. 하고 웃는 선배다.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껏 졸려 있던 가슴이 훅 하고 편해지는 걸 느꼈다. 맛있게 드세요, 선배. 라는 말을 남기곤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한참 동안 팔짱을 낀 채로 내 모든 행동을 주시하던 지성오빠가 입을 뗐다. 잠자코 있던 오빠는 선배와 나 사이에 흐른 분위기를 읽은 모양이다.
"아주 꿀이 떨어지시는데? ○○가 너 민현이 좋아해?"
"...네. 좋아해요."
"뭐어???!!!"
아니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좀 어이가 없는데... 지성오빠는 내게 가까이 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손을 한 번 씻고, 수건에 물기를 닦은 뒤 지성오빠와 눈을 맞췄다.
나는 왜 어이가 없어요? 하고 물었다. 지성오빠는 혀를 내어 아랫입술을 한 번 축이곤 말을 이었다.
"다니엘이 너 좋아하잖아.
오빠는 너 다니엘이랑 잘 되겠다고 생각했어."
"...다니엘은.. 너무 어려요. 아니에요."
"그래서 오히려 복병은 옹성우겠다 싶었는데. 황민현이라니. 너무 반전 아니야?"
"..뭐 반전까지야.. 사람 좋아지는 데 이유 있나요."
"민현이는? 어떻다는데?"
보시다시피. 나는 다섯 글자로 함축했다. 시선은 민현선배를 향해 가있었다. 민현선배는 책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열공 중이었다.
나는 카페에서 공부 잘 안 되던데. 역시 집중력이 남다른 사람은 어디에서나 열심히 할 수 있는 건가.
클라우디까지 와놓고 공부하는 모습이 서운하긴 한데, 또 그 모습이 그에게 너무 잘 어울려서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지성오빠는 내 시선이 닿는 쪽을 같이 바라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얼씨구. 짝사랑까지? 야... 아깝다, 아까워. ○○○ 젊음이 아깝다."
"왜요. 젊었을 때 짝사랑도 해보고 그러는 거죠."
"그러지 말고 이미 너 좋다고 하는 사람 찾아."
나 좋다고 하는 사람? 옹성우인가. 옹성우를 떠올리니 한숨부터 나왔다. 롯데월드 덕분에 잠시 접어둔 감정이 다시 피어오르려 했다.
안 돼요, 걔는. 했더니, 지성오빠는 왜 안 돼? 집안 괜찮지, 비주얼 좋지... 하면서 장점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알아요. 안다고요. 저도 알긴 아는데... 하고 생각만 할 뿐,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군대를 안 다녀와서 그런가? 2년 솔직히 금방인데."
"지금 누구 얘기하는 거예요? 옹성우 아니었어요?"
"아닌데. 다니엘 얘기하는 건데."
"다니엘이 왜요?"
"다니엘이 너 좋아하잖아.
.....헤엑?! 설마 옹성우도 널??!!!! 대애애애박."
아... 좀 잘못 걸려든 것 같다. 지성오빠의 입은 한 번 불이 붙으면 모터 돌아가듯 움직인다. 왠지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다.
내가 뭔가를 착각해도 단단히 착각한 채로 지성오빠에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말려들면 좀 피곤할 것 같은데. 어떻게 피해야 하지...
"아니 근데 왜 짝사랑을 하고 있어? 정신 나간 거야?
야, 정신차려. ○○○."
"...좋은 걸 어떡해요."
"너 그거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중에 땅 치고 후회하기 전에 다시 생각해."
대체 뭐가 그렇게 잘못 생각하는 거고, 뭐가 그렇게 후회하기 전에 다시 생각까지 해야 할 일인지.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뭘 그렇게 재고 따지고, 후회할까봐 노심초사해야 하느냐고. 그래,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성오빠가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솔직한 마음에서는 청개구리 심보가 생긴 게 사실이었다. 내가 좋다는데. 내가 괜찮다는데, 왜.
여튼 얼마 간을 그렇게 더 지성오빠와 입씨름을 하다가, 지성오빠가 아서라. 너 하고 싶은대로 해. 근데 또 나중에 힘들다 어쩐다 징징 짜기만 해라. 하는 말을 끝으로 투닥투닥이 끝났다.
더 이상 대꾸를 하지는 않았지만, '징징 안 짤 거거든요.'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건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왕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 좋아하기로 마음먹은 것, 다시 돌리기까지는 또 엄청난 에너지와 감정이 소모될 것이었다.
그러기가 싫어 고집을 부렸던 그 마음이 결국 또 보통 일은 아니었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이거 대숲에 올라온 글인데. 완전 민현이형이랑 ○○가 누나 이야기 같아서요.
이 여자 진짜 오해를 해도 어떻게 이렇게 오해를...]
구름이네 단톡방에 다니엘이 페이스북 링크를 하나 올렸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동운대학교 대나무숲에 등록된 글 하나가 떴다.
내용인즉, 아래와 같았다.
<동운대학교 대나무숲>
#38257번째 나뭇잎
To. 정외 12학번 HMH.
그래 너 똑똑했지. 잘생긴데다 집안도 괜찮았어. 매너도 좋고 성격도 괜찮아서 사겼지.
네가 좋았던 건 별 이유 아냐. 괜찮은 사람이다 싶었어. 너 정도면 내 수준에 나쁘지 않았고.
내 착각이 아니라면 우린 꽤 잘 만났어. 늘 날 챙기기보다 학점을 챙기기에 급급했지만, 네 미래를 잡으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다 싶었어.
그러던 네가 이상해진 건 지난 여름. 너가 원래 하고 있던 공부 좀 더해보겠다고 갑자기 통보된 이별.
나는 알겠단 말밖에 할 수 없었는데, 계속 느낌이 이상하더라. 네가 갑자기 나한테 헤어지자 할 이유가 없었던 거야.
헤어지긴 했는데 뭔가 이상해서 계속 지켜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여자 생겼더라.
너 살고 있다는 그 집까지 드나들고, 아침에는 같이 학교에 오는 것도 봤어.
가만히 있자니 열 받아서 안 되겠더라. 너한테 찾아가서 따졌더니 나보고 오해래. 그런 거 아니라며.
나 또 봤어. 너랑 그 여자. 그 집에서 같이 나오고, 같이 학교 오는 거. 수소문해서 알아봤더니 호텔경영 13학번? 예의상 실명거론은 안 할게.
다시 너랑 얘기 좀 하려고 했더니 카톡은 차단되어 있고, 전화는 절대 안 받고. 인스타는 비공개.
찾아가서 네 얼굴 보고 말해도 거짓말만 해대는 너한테 대고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그렇게 바람이 나고 나를 차버렸으면 내가 이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닐까 싶다.
나 솔직히 그 여자 머리채라도 잡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야. 근데 내가 얼마나 못났으면 네가 그랬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
너랑 다시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너랑 다시 만나고 싶은 것도 아닌데, 최소한 그 여자가 너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았으면 좋겠어서 대숲에 글 써본다.
억울하니? 그럼 연락해. 어차피 네 말 믿을 수 없겠지만 들어나 볼게. 어떤 변명을 하는지, 얼마나 구차한지.
행복해라. 인생 그렇게 살지 말고.
다니엘의 메세지 옆 숫자가 모두 없어짐과 동시에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민현선배'.
머리가 핑, 하고 도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바닥에 휴대폰을 떨구고 말았다.
뭐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 민현선배를 만나야 했다. 하지만 난... 너무 아득했다. 이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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