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초등학교 졸업을 코앞에 둔 비글들은 요새들어 오전수업만 하고 하교했다.
6학년이 되어서는 종대와 백현이 같은 반이 되고 찬열만 반이 떨어져 항상 수업이 끝나면 찬열이 백현네 반에 건너와 셋이 함께 하교하곤 했다.
오늘도 역시 수업이 모두 마치고 찬열은 백현네 반으로 향했다.
그러나 청소당번이라 아직 끝나지 않은 백현이 한 손에 빗자루를 치켜들고 찬열을 맞이했다.
백현이 찬열을 보자마자 반갑게 부르자 찬열은 왠지모르게 흠칫했다.
몇년째 보는데도 그가 찬열에게 먼저 살갑게 대해준 적은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후다닥 달려와 자신의 손에 빗자루를 고이 쥐어주는 백현에 그럼그렇지 하면서 찬열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네반 청소를 왜 해야하는데?!"
"에이, 빨리 끝나면 너도 빨리갈 수 있잖아~"
익살스럽게 말하는 백현에 찬열은 말이나 못하면... 중얼거리고는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그러다 종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찬열이 다시 허리를 피고 백현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김종대는?"
"오늘 일있다면서 끝나자마자 달려가던데?"
백현은 빗자루질을 멈추지않고 대답하며 다급하게 교실을 뛰쳐나간 종대를 떠올렸다.
뭐 맛있는거라도 숨겨놨나?
찬열은 백현의 대답에 별 감흥없이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청소에 집중했다.
찬열이 거들어서 그런지 느낌상 아주 조금 일찍 청소를 끝내고 가방을 매고 학교를 나선 찬열과 백현은 고새를 못참고 장난을 쳤다.
백현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찬열을 쫓아가다가 멈추고는 배를 부여잡았다.
"나 배고파."
"나도 배고픈데 떡볶이 먹고 갈까?"
"떡볶이? 나 용돈 다 떨어졌는데..."
백현이 떡볶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였지만 저번에 딱지 사느라 이미 거덜난 용돈에 울쌍을 지었다.
찬열은 선뜻 자신이 사준다고 말했다.
모처럼 반가운 소리에 백현이 눈을 흘기며 뭐 잘못한거있냐? 했다.
하지만 사준다는거 거부할 일도 없고 신나서 찬열을 이끌고 분식집으로 향했다.
따끈따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볶이가 나오자마자 백현과 찬열은 신나게 입으로 쑤셔넣었다.
볼이 터져라 떡볶이를 집어넣는 백현에 찬열이 볼을 콕콕 찌르며 니가 햄스터냐? 하고 놀려대었다.
하지만 신경도 안쓰고 찬열이 말하는 동안에도 열심히 입에 떡볶이를 넣는 백현이 마지막 남을 떡까지 콕 집어 입에 넣자 찬열은 혀를 내둘렀다.
그제야 입안에 든 음식을 야금야금 씹어먹는 백현이 모든 것을 꿀꺽 삼키고는 물을 마시고 만족한 듯 배를 두드렸다.
몇개밖에 먹지못한 찬열이 포크를 입에 앙 물고 백현을 황망히 바라보았지만 백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좋냐?"
"아니. 너무 많이 먹었나봐."
"헐... 난 먹지도 못하고, 사준 보람도 없는거?"
찬열의 말에 백현은 킥킥 웃더니 그제야 아니야, 진짜 맛있었다하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분식집을 나온 백현이 종대 삐질텐데하고 걱정하자 찬열은 잠시 고민하더니 비밀로 하자는 말했다.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이 사실을 알면 찡찡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가 한번 찡찡대기 시작하면 왠만해선 그치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찡찡댈만한 요지를 주고싶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긴 미안했던지 백현과 찬열은 빵을 사서 종대에게 가져다주자고 정했다.
백현과 찬열, 종대의 집은 거의 앞이거나 옆옆집이라서 매일같이 놀러다니고 그래서 부모님들끼리도 친했다.
세 가족이 모두 모여 여행을 간적도 있고 세집을 거의 제집처럼 드나드는 비글라인은 어쩌면 가족보다 더욱 가까운 사이였다.
빵을 사기위해 들린 빵집에서 두사람은 우연히 종인을 만났다.
종인이 형들! 하며 쪼르르 달려와 백현에게 안기자 백현은 우쭈쭈- 내새끼하더니 엉덩이를 때리며 반겨주었다.
찬열은 어제도 봤으면서 뭐하는거냐며 눈을 흘겼다.
자라면서 찬열의 키가 백현과 비슷해지긴 했지만 종인도 쑥쑥 자라면서 두살이나 어린 주제에 백현과 찬열보다 컸다.
키도 큰게 작은거한테 안겨있으니 징그럽다면서 툴툴거리는 찬열에 백현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지금 시비거냐? 그렇게치면 너도 작은거거든?!"
"난 이제 커질거거든!"
"나도 아직 크고 있거든!"
"너보단 내가 더 클거거든!"
유치하게 -든,-든거리면서 싸우는 무늬만 형뿐인 백현과 찬열때문에 가게안에서 시선집중되자 부끄러워진 종인이 백현에게 떨어지고 두사람에게서 잠시 멀어졌다.
그런 종인을 눈치챈 백현이 너 지금 우리 창피해하는거야? 내가 언제 그렇게 키웠느냐며 하소연했다.
그에 따라 찬열도 눈물을 훔치는 척하며 여보, 우리 애가 머리 좀 컸다고 변했네요...하며 맞장구치니 주위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 종인의 얼굴은 더욱 굳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