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같은 중학교에 올라간 찬열과 백현이었지만 두사람은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반편성 운이 없을까 싶다가도 학교에서의 시간 외에는 항상 붙어있는 두사람이라 가끔 같은 반이 아닌게 다행인가 싶기도 했다.
초등학교에서처럼 역시나 중학교에서도 찬백콤비는 유명했다.
종대가 떠났어도 비글은 두마리나 있다.
여전히 떳다하면 소음을 만들어내는 두사람이었다.
또 시끄러운 것도 시끄러운 거지만 무엇보다 두사람의 얼굴을 날이 가면 갈수록 빛이 나고 있었다.
특히 중학교 2학년 폭풍성장을 겪으면서 엄청나게 커버린 찬열은 전교에서 알아주는 인물이었다.
백현도 초등학교때보다는 많이 자랐지만 백현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한 찬열이 옆에 있어 딱히 컸다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귀여운 얼굴과 중학생이 되면서 생긴 익살스러운 재간까지 더해져 누나들과 동년생들에게는 인기가 꽤 있는 편이었다.
3학년이 되어서는 얼굴마담이라며 반장까지 떠맡은 찬열은 이리저리 치이며 정신없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점심시간까지 심부름을 시키려고 불러대는 담임때문에 백현과 점심을 먹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반장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옥상에서 싸온 도시락은 먹거나 백현이 배고파 도시락을 일찍 까먹었을때면 매점에서 빵을 사먹곤 했다.
하지만 일에 치이면서부터 이제는 밥은 커녕 얼굴조차 제대로 보질 못하니 찬열의 불만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또 얼떨결에 혼자 밥먹게 되버린 백현에게 미안한 마음에 하루 편할 날이 없다.
하지만 찬열은 알까?
혼자 밥먹게 된 백현은 전혀 아무렇지않게 다른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오히려 그동안 못해왔던 점심축구를 하면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는 사실을...
사실 백현은 찬열이 반장되고 나서부터 느낄 수 있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신나게 축구 한판 뛰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교실로 올라가던 백현은 계단에서 우연히 찬열을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두사람은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찬열이 무언가를 가득 들고 있는 상태라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백현을 보았다.
백현이 도와줄까? 하고 다가가려는 순간 찬열에 가려져 안보이던 작은 형체가 옆으로 튀어나왔다.
"찬열아, 이러다 늦겠어. 얼른 가자~"
"어,어... 변백, 이따보자!"
자신보다도 한참 작은 여자아이가 찬열을 보채자 찬열이 급히 백현에게 인사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백현도 얼떨결에 인사를 건네고 바쁘게 내려가는 두사람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그리고 순간 내려가던 여자아이가 백현을 돌아봐 시선이 마주쳤다.
기분탓일까? 냉랭하게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은 시선에 백현은 약간 소름이 돋았다.
머리를 긁적이다 종소리가 들려오자 백현은 허겁지겁 반으로 달려갔다.
"아깐 미안."
"엉? 뭐가?"
하교길, 신발을 갈아신던 도중 갑자기 사과를 하는 찬열에 백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찬열이 아까 계단에서의 일을 사과하자 백현은 너털스럽게 웃어넘겼다.
그러다 아까 그 여자애의 시선이 떠올라 그애는 누구냐고 물었다.
그 여자아이는 찬열의 반의 부반장이며 그때 담임의 심부름으로 함께 교구를 옮기던 중이었다고 한다.
찬열의 설명에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착각이었나보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비온다."
"헐... 나 우산 없는데..."
"훗, 난 가져왔지롱"
건물을 나서려다 찬열이 밖을 보고 백현을 멈춰세웠다.
백현이 밖을 확인하고 주륵주륵 내리는 비에 인상을 찡그렸다.
찬열이 태연하게 우산을 꺼내들자 백현은 물끄러미 찬열을 바라보았다.
왜? 찬열이 우산을 피며 묻자 백현이 팔짱을 끼며 눈을 흘겼다.
"너 가만보면 엄청 꼼꼼해. 여자애들보다 더."
"누가 옆에서 덜렁되니까 자연스레 생긴 버릇이지."
"뭐? 그거 내 얘기냐? 난 말이야 꼼꼼하기까지 하면 너무 완벽해지니 신이 살짝 능력을 빼주신 것 뿐이라구"
"... 비맞고갈래?"
"아잉~ 차뇨리오빠, 배큐니랑 가치가요오."
찬열이 정색하며 돌아서자 백현이 잽싸게 찬열의 옆에 붙었다.
익살스럽게 애교까지 부리는 백현에 찬열은 토하는 시늉을 하면서도 우산을 백현쪽으로 살짝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