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스엠중학교의 학생들은 거의 같은 재단에 속한 스엠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찬열과 백현도 그대로 스엠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벌써 2학년이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찰싹 달라붙어 하교하는 찬열과 백현이다.
같은 학년의 학생들은 벌써 5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보았던 광경에 저마다 의심미를 품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얼굴을 붉힌 채 힐끔힐끔 곁눈질하는 여학생들.
"휘익~ 오늘도 붙어가냐~"
"너네 진짜 사귀지?!"
"야야, 너무 가까운거 아니야?"
아예 대놓고 휘파람까지 불며 놀려대는 남학생들.
찬백은 부정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찰싹 붙고는 익살스럽게 대응하면서 넘겨버리니 이젠 진짜로 사귀길 바라며 두사람의 관계발전을 응원하는 무리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언제 한번은 한 여학생이 찬백 앞에 수줍게 나타나더니 진짜 사귀냐며 물었다.
찬백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씨익 웃음을 지었다.
백현이 찬열에게 팔짱을 낀 채 앓는 소리를 내며 앵겨대었다.
찬열도 백현의 장난에 맞장구를 치니 여학생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대박~~~~~! 외치더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 일로 뼈가 생기고 살이 더해져 빠르게 소문이 퍼져나가니 찬백은 그날로 공식커플이 되고,
선생님들 귀에까지 들어가며 교무실로 소환당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교무실에서 사정설명을 하고나서야 풀린 찬백은 몰아붙이는 여선생님들때문에 기가 다 빨렸는지 얼굴이 헬쓱해졌다.
상황을 마무리 되었으나 학생들사이에서는 여전히 공식커플로 불려지며 어느순간부터는 암묵적으로 찬백에게는 고백하지말자는 규칙까지 생겨나고 말았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존재하는 법.
대중적인 반응에 눌려 조용히 뒤에서 두사람을 아니꼽게 보는 시선도 꽤 많았다.
대부분 찬열과 백현을 짝사랑 중인 여학생이나 그들의 인기를 시기질투하는 남학생들이었다.
가끔 몰래 전달되는 러브레터 사이에 껴있는 협박 편지를 받았던 두사람이었기에 그림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찬백은 그저 귀여운 장난으로 여기며 서로 편지를 보여주며 웃고는 했다.
"야, 이거봐. 너보고 고블린이래 고블린."
백현의 방에서 침대에 누워 찬열이 편지를 훑다가 킥킥 웃었다.
침대에 기대있던 백현은 내가 어딜 봐서 고블린이야?! 하며 발끈하다 백현의 손에 든 다른 편지를 읽고 역시 낄낄낄 웃었다.
"그러는 넌 요다에, 도비에, 당나귀. 귀란 귀는 다모아놨네."
"평범하네. 니가 하는말에 비하면 귀여운데? 근데 넌 고블린....킥킥. 이건 혁명이다."
"... 얘 눈이 고자네. 고블린도 따지고보면 너과잖아?"
백현이 컴퓨터로 달려가더니 고블린을 검색했다.
고블린의 이미지를 확대시켜놓고 찬열에게 보여주었다.
백현의 손가락이 정확히 모니터의 한곳을 가리키며 힘주어 말했다.
"이 뾰족귀! 니 트레이드 마크! 이렇게보니 얼굴도 좀 비슷한거 같기도하고..."
고블린에서 벗어나기위해 애를 쓰는 백현을 보며 찬열이 속으로 웃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백현의 뒤로 선 찬열은 백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어쭈, 이거 안치워? 백현이 팔짱을 끼며 찬열을 째렸다.
찬열은 꿋꿋하게 손을 올린 채 백현을 살살 약올리기 시작했다.
"모른척하는거냐? 딱보면 이유를 몰라? 키때문이잖아. 우쭈쭈, 우리 배쿄니. 맘마먹으까?"
"... 나 작은키 아니거든?"
"오구오구, 그럼그럼. 안작지~ 전혀 안작지~"
"얼씨구저절씨구, 잘도노네. 근데 노잼."
찬열이 백현을 계속해서 놀려대니 백현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점차 말이 없어지는 백현이지만 눈치가 부족했던 찬열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백현이 찬열의 손을 탁 쳐내고는 벌떡 일어났다.
"오냐, 나 작다. 너 옆에 있으면 더 작게 보일테니 우린 여기까지다! 헤어져!!"
말을 마치고 씨익 웃어보인 백현이 멍한 찬열의 등을 떠밀어 방 밖으로 내쫓고는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
얼떨결에 쫓겨난 찬열이 정신차리고 문고리를 돌렸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찬열이 그제야 백현에게 사과하며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단단히 삐진듯 문은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