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형! 형! 나와서 이것 좀 들어요! 형! ”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뛰어내려오는 남자 둘이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홍빈과 상혁과 차례로 눈을 맞추고선 다가와 빵! 하며 자신의 품에 넣는 남자였다. 그리고선 돌아가는 길에 여자를 업고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재환을 바라보며 헐, 여자! 하며 다시 뛰어올라갔다. 재환은 눈을 질끈 감고 우는 시늉을 하며 도와달랬더니, 저러고 있어. 하며 혼자 터덜터덜 힘겹게 걸어갔다. 홍빈은 재환이 밝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상혁에게 웃었다. 그러자 상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저런 사람들 곁에 있으면 안 밝아지는 게 이상하죠, 하고 웃어 보였다.
올라갔던 남자가 빵을 내려놓은 건지 빵이 아닌 과자를 한 품 가득 안고 입에 빵을 물고 다시 쿵쾅쿵쾅 내려왔다. 뒤에 따라오는 남자는 꽤나 피곤해 보였다. 빵을 입에 물고 있는 남자가 다가와 다 어디서 만났어? 이 여자도 같이 만난 거야? 세명밖에 없어? 하며 여자를 업은 재환을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물어보기만 했다.
“ 몰라, 이 여자 나 보더니 살려달라고 하고 쓰러졌어. 침대가 몇 층에 있지? ”
“ 이층 안쪽에… ”
“ 택운아, 이거 먹었어? ”
힘들어하는 재환은 보이지도 않는 건지 몇 번 질문만 하고 다시 의자에 앉아 이거 먹어봤냐, 저거 먹어봤냐. 하며 과자를 잔뜩 뜯어놓는 남자였다. 생각보다 좀 까무잡잡했다. 옆에 있는 남자가 좀 하얀 편이라 그런지 몰라도. 쫑알쫑알 말하는 그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으며 과자를 입에 넣는 남자였고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는 남자 둘이 더 나와 누구야? 하고 물었다.네 명밖에 없구나. 나름 이 생활에 적응한 건지 옷차림도 멀쩡하고 우리처럼 야위어있지도 않았다. 아마도 안에 생활은 나름 괜찮은 듯 보였다. 재환이 여자를 침대에 재워두고내려온 건지 청남방 셔츠를 살짝 걷으며 내려오다 멀뚱멀뚱 서있는 홍빈과 상혁을 바라보고선 빵 터져 왜 서있느냐며 열심히 과자를 먹는 남자 옆에 앉히고선 자신도 의자를 끌고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
“ 안녕! ”
“ 네? 아, 안녕하세요… ”
“ 난 차학연이야, 스물넷! 너네는 이름이 뭐야? ”
“ 이 홍빈이요, 스물 하나요. ”
“ 전 한상혁이요, 열아홉. ”
“ 헐, 완전히 아기다! 아기! ”
열아홉이라는 말에 나랑 다섯 살 차이야, 운아! 하며 옆에 있는 남자를 마구 쳤다. 그래, 나랑도 다섯 살 차이야. 하며 자신을 때리는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그 모습에 상혁이 헤헤, 하며 해맑게 웃었고 그런 모습을 보며 한번 더 귀여워, 하며 방긋 웃어 보이는 학연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옆에 앉은 남자는 씩 웃어 보였고 다른 걸 가지러가는 건지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전기도 꺼지려고 하는 그 어두운 곳에서 좀비 울음소리를 들으며 사탕 봉지에게 말을 걸고 언제 죽을까, 언제쯤 죽을까 하고생각하던 내가 이런 밝은 분위기에 끼여있으니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괜찮았다. 무채색, 아무런 색깔 없기만 하던 내가 여러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며 묻는 그 색깔에 염색되듯 점차 나도 색을 띄게 되는 게.
“ 홍빈아, 이거 먹어봤어? 안 먹어 봤지, 먹어봐 진짜 맛있어! ”
“ 네! ”
무채색이던 나를 처음으로 변하게 해준 재환이 고마웠다.
***
“ 그래요, 이제 사람들이 많아졌으니까 소개 먼저 해야 되겠지? 난 차학연, 스물넷이야.”
“ 난 김원식, 스물한 살이고 음… 그래. ”
“ 노낙훈이야, 스물넷이고. ”
“ 아, 그냥 간단간단하게 말하면 안 돼? 하나하나 소개하지 말고, ”
“ 그래, 내가 한방에 정리해줄게. ”
처음에 학연이라 말 한 남자는 기억하라는 듯 거듭하여 제 이름을 말했고 그런 학연의 말을 가뿐히 무시한 채 한 번에 정리하자는 재환이었고 그 말에 그래! 하며 검지를 세우며 씩 웃더니랩하듯 빠르게 한 명 한 명 소개했다.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 외에도 세 명 정도가 더 있다며 웃었다. 엄청 많구나. 하는 홍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었고 그렇게 전부 시선이 그 여자에게로 쏠렸다. 낯선 분위기에서 잘 이끌려 다니며 잘 스며드는 상혁과 홍빈과는 다르게 원식의 옆에만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눈치만 보는 여자였다. 생판 모르는 여자가 옆에 다가와 앉으니 원식도 당황했는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얼굴과 대조되는 검은 생머리에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며칠간 뭔가를 먹지 못 했는지 잔뜩 말라서는 부러질 듯 여리여리했고 장정의 남자들 사이에 있어서 더욱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다.
“ 이름이랑 나이가? ”
“ 아… 박지은이에요. 나이는 이제 스무 살이고. ”
“ 오 상혁이만 누나라고 불러야 되네,그냥 호칭 편하게 이름 불러도 되죠? ”
“ 네, 말도 다 편하게 하세요. ”
“ 그래! ”
지은은 참으로 예뻤다. 비록 먹을 것을먹지 못 해 마르고 여러 흉터가 있어도. 멀쩡했던 옛날 혹시라도 길거리에서 만나면 예쁘다, 하고 느끼고 한번 더 돌아봐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볼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은의 웃음이 어딘가 좋게만 느껴지지 않아서 홍빈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똑같이 웃어주지 못 하고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계속 원식의 옆에만 붙어있는 것도 그랬고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그 모습이 사고를 칠 것만 같은 그런 모습이어서 괜히 의심이 갔다. 그리고선 정적이 흘렀다. 어색하게 눈치를 보는 우리를 바라보며 뭐라도 먹을까? 하고 물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방금 가져온 빵들과 택운이 조금 더 챙겨온 간식거리들을 먹은 뒤였기에 손을 저으며 괜찮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자리에 털썩 앉으며 그럼 뭐 하지, 하며 택운의 쪽을 바라봤고 택운은 말없이 학연과 눈을 마주했다. 그러다가 학연은 배시시 웃고선 손바닥을 한번 짝, 치고선 택운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 너희 아직 여기 구경 못 했지? 다 구경하러 가자! ”
“ 다 움직이긴 그러니까 그냥 몇 명만 돌아다니자. ”
“ 오, 낙훈이─ 그래, 그렇게 하는 게낫겠다. ”
“ 저, 저는! 원식이 오빠랑 갈게요… "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 말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눈을 잘 마주치지 않던 그녀가 고개를 바짝 들고 손까지 번쩍 들고 말하는 건 원식과 함께 돌아다닌다는 그런 말이었다. 갑작스러운 지은의 말에 놀란 것도 놀란 거지만 굳이 콕 집을 필요까진 없는데… 하며 약간은 떫은 듯 바라보는 재환이었다. 학연은 마냥 샐샐 웃으며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그 넓은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건 원식과 재환과 낙훈이 같이 가게 됐고 그 여자는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는 내내 원식의 옷 끝을 붙잡고 졸졸 쫓아다녔다. 지은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죽음의 문턱에 닿았을 무렵 구한 건 재환이었고 여기데려온 것도, 침대에 옮기고 정신을 차리게 한 것도 전부 재환인데 여기서 처음 만난 원식에게 그렇게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원식도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다.
“ 자, 일단 여기가 이층, 옷이랑 그런 거 있는 거야. 여기서 주로 자기가 알아서 사이즈 찾아서 입고 그래. ”
“ 저기 구석 쪽 가면 침대도 있고, 이리 와봐. ”
상혁에게 손을 뻗은 원식을 가로막으며 지은이 끼어들었다. 전부에게 손짓하는 거였을지 모르지만 상혁과 눈을 마주치고 그의 손목을 잡으려 했는데 다가가는 상혁을 뒤로 살짝 밀어내며 뻗은 원식의 손을 막아섰다. 그래놓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디요? 하고 방글방글 웃었다. 재환은 말없이 옆에 서서 그들을 바라봤다. 걸음을 멈추고 거의 끌려가다시피 걸어간 원식을 바라보던 상혁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낙훈에게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었다.
아무도 그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듯 보였다. 괜히 나만 예민하게 구는건가,하며 찜찜한 기분으로 고개를 돌리고 재환을 바라봤다. 재환이 살짝 웃으며 총 잘 쏘더라. 하며 말했다.
“ 그래도 다행이다, 못 쏘는 줄 알았어. ”
“ 의무적으로 배워야 된다고 해서요. ”
“ 그 좀비들이 다른 건 다 멀쩡해도 머리가 문제거든. 그래서 그걸 맞춰야 돼. ”
“ 머리요? ”
“ 응, 뇌를 관통하듯 총알을 맞춰야 그제야 멈추더라. 아까처럼 심장이나 그런 거 맞출 필요 없이 머리를 뚫어버려, 그냥. ”
그 외에도 많은 걸 설명했다. 후각이나 청각이 뛰어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과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나는 특유의 살냄새도 있다며 그걸 조심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불리한 이유가 사람들은 금방 지치기 마련이지만 좀비들은 하루 온종일을 뛰어도 지친다는 개념이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마주하면 당연하게도 사람이 같은 좀비가 될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을 들으며 한번 더 되새겼다. 내가 살아남기 힘들 거라는 사실을. 전력을 아끼려 최대한 불을 끄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오자 처음 보는 여자들과 함께 웃으며 대화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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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엔녕!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써왔어요 (찡긋)
전부 빨리 안 와도 된다고 하셨지만 아무래도 이제 곧 학교도 가야하고 그러다보니까
나중엔 글을 잘 못 올릴 것 같아서 지금 틈틈히 써놓는거에용!
오늘 분량 짱짱 길죠! 어때여! 좋죠! 저는 좋슴다! 사실 쓰다보니까 길어진건데
어차피 재미없는 내용들이니까 한편에 다 몰아넣어버리죠 뭐ㅎㅅㅎ..
맞다 커플링이 추가가 됐어요! 뒷부분을 쓰다보니까 아무래도 식이랑 혁이가 엮이는게 많아져서
그냥 에잇 모르겠다 랍혁으로 해버렷..! 하고 다시 추가해써옇.. 괜찮겠져?
아 그리고 어제 글 다시 읽어보면서 감동했던게 그동안 올린 글 조회수가 둄마 높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솔직히
글잡 쭈구리가 될 줄 알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조회수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안달려도 괜찮아여 그냥 글을 재밌게만 읽어주신다면..(감동)
저번편에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과 신알신 해주신 분들!
암호닉 망고님 갑대님 포근님 모카콩님 정모카님 까지 전부 내 사랑받아염!⊙▽⊙//♥
아 맞춤법이나 오타, 피드백 할 문제들이 있다면 보는 즉시 수정할께욤 마구마구 지적해주쉐여!
그럼 엔녕! 짜이찌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