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일어나야지"
"...싫어어-"
"알았어요, 더 자"
나는 아직 꿈 속인데, 벌써 아침인지 옆에서 살짝 흔들면서 깨우는데, 냉정하게 몸 돌려서 오히려 눈을 더 꼭 감았어
자기도 덜 깼는지 잠긴 목소리로 머리 넘겨주면서 대답하더니 뽀뽀 쪽 소리나게 해주더라
여름인데도 이불까지 꼭꼭 덮어주는데, 그냥 요즘따라 부쩍 피곤해진 몸에 베개에 얼굴만 묻었어
얼마나 더 잔건지, 슬며시 눈 뜨니까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나더라. 머리 대충 묶고 부엌으로 가니까 나보고 큭큭대면서 못생겨졌어. 하고 식탁에 앉히는거야
멀뚱멀뚱 앉아서 멍하니 뒷모습만 보다, 갑자기 내가 왜 여기 이러고 있나. 싶어서 정신차리고 내가 하겠다고 징징대니까 헛웃음지으셨어
나한테 짜증이란 짜증은 다 부려놓고는. 툴툴대면서도 간 보라고 후후 불어서 아, 하고 먹여주는데, 얌전히 받아먹고 생각해봐도 나는 짜증낸 기억이 없는데...
내 표정 읽었는지 억울한 목소리로 내가, 어. 늦을것 같아서 먼저 준비해라고 깨웠더니 발길질까지 했어, 어? 알아? 하면서 그릇 건네주는거야
미안해져서 그냥 어색하게 웃으니까 ...다음부턴 그냥 먼저 가야겠다. 하고 자기 허리에 손 얹으면서 혼내는 표정으로 보는데, 앞치마때문에 전혀 무섭지 않았어ㅋㅋㅋㅋ
오히려 내가 더 웃으니까 이게 아닌데..하는 표정으로 내 어깨 꾹 밀면서 밥 먹을 준비나 하라고 하더라
"...아..먹기 싫다..."
"...자기 입맛 없어?"
"아니, 아니에요...그냥 아침이라 그런가봐"
"...그래? 먹기 싫어도 조금이라도 먹어야지.."
"응, 알아요.. 잘 먹겠습니다!"
속이 그리 좋지 못해서 식탁에 앉아 멍하게 그릇들 보면서 아..먹기 싫다..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 들었는지 숟가락 들다말고 나 보면서 입맛없냐고 묻는거야
사실대로 말하면 나보다 더 오버할게 뻔해서, 웃으면서 아니라고. 그냥 아침이라 그런거라고 하니까 내 손에 수저 쥐어주더니 먹기 싫어도 먹어야 된다고 말하더라
일부러 잘 먹겠습니다! 하고는 보란듯이 조금은 꾸역꾸역 밥 먹으니까 물 건네주면서 천천히 먹어, 천천히. 하고 웃으셨어
씻고, 화장하고. 나가기전에 확인도 하고. 버릇처럼 엘리베이터 타서 넥타이 정리랑 머리 정리 집중해서 해주니까 푸스스 웃길래 왜 웃냐고 하니까 그냥 머리에 손만 올리더라
무슨 의미지?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니까 뽀뽀하더니 그냥. 하고 한번 더 싱긋 웃는거야
뭐야아... 괜히 부끄러워져서 떨어지니까 내 어깨에 손 감싸면서 왜, 아무도 안보는데...하고 한번 더 뽀뽀 하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어
"......어......"
"아유, 내가 눈치가 없었네...먼저 가"
"아니에요! 타세요!"
"...아유, 내가 좋은 순간 망쳐서 어떡해, 새댁"
"..아, 아..아니에요!"
남편도 당황하고 나도 당황해서. 얼른 서로 떨어지는데 아주머니도 당황하셨는지 엘리베이터 문 닫힘 버튼 누르시려 하길래, 내가 먼저 타라고 했어
아주머니는 타셔서 우리 둘 번갈아 보시더니 웃으면서 좋은 시간 망쳐서 어떡하냐고 하시는데, 순간 얼굴이 달아올라서 아니라고 하면서 손 내저었어
나한테 웃으시면서 결혼한지 얼마나 됐냐고 물으시는데, 내가 거의 두 달이라고 하니까 의미심장한 미소 지으면서 남편 한번 슬쩍 보더니 잘해줘? 하시는거야
뭐, 뭘 잘해주냐는 거지... 순간 당황하긴해서 멈칫. 하니까 아무말 없던 남편도 답 기다리는지 슬쩍 나 보는데, 웃으면서 잘해준다고 하니까 좋을때야, 하고 나 툭 치시더라
어머, 벌써 다 왔네. 새댁, 잘가. 1층에 도착하자 아주머니가 기다렸다는듯이 내리시는데, 내리시자마자 남편이 슬쩍 옆으로 오는거야
아무말없이 내 어깨만 감싸는데, 아무래도 뭔가 마음에 안들어하는 눈치라 왜 그러냐고하니까 나 내려다보면서 왜 고민해. 하더라
그게...고민한게 아니고... 그냥 대답 얼버무리니까 진짜 고민했다고 생각했는지 내 어깨에 올려뒀던 손 내리면서 입 삐죽이곤 ...내가 뭘 못해줬다고. 하는거야
"그런거 아니라니까"
"...요즘 자기 좀 예민해서 내가 얼마나 신경 썼는데..."
"...아니라니까아..."
"...밤에도 피곤하다고 다 피하질 않..."
"못하는 말이 없어!"
주차장에 자기 차 찾아가면서도 계속 툴툴 거리길래 긴 다리에 빠른걸음 겨우겨우 쫓아가면서 아니라고 계속 달래는데도 듣지도 않는것 같더라
갑자기 우뚝 멈춰서서 나 보고 내가 예민해서 얼마나 신경 썼냐고 억울함, 서운함 가득 묻어나게 얘기하는데 나도 울상되서 아니라니까..하고 말끝 늘였어
그런데도 안 끝났다는듯이 밤에도 피곤하다고 다 피하질 않냐고 하는데, 급하게 말 막고 팔뚝때리면서 못하는 말이 없다고 하니까 나 한번 뚱하게 보곤 차 타버리는거야
피한건 맞는데, 몸이 피곤한데 어떡해...저녁먹고 바로 잠들어도 다음 날 아침 늦게 일어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피곤해서, 받아줄 힘도 없더라
그래도 내가 풀어줘야 하는 입장이라 그런말도 꾹 참고 챙겨주는것도 다 알고, 고맙다고, 아까는 그냥 당황해서 그랬다고. 혼자 쫑알대니까 나 한번 보더니 그냥 차 시동거셨어
"...삐쳤어요?"
"...그런거 아니야"
"...그럼 왜 그러는데..."
와, 나 다시는 기분나쁘다고 말 안하고 그러면 안되겠어. 입장이 달라지니까 얼마나 답답한지 이해가 가더라. 나, 되게 미운짓 했었구나.
나도 모르게 달래다, 달래다 답답한 마음에 울먹이는 말투로 말하니까 당황해서 나 진짜 기분 나쁜거 아니야. 여보, 왜 그래요.. 나 그렇게 속 좁은놈 아니야. 하셨어
그럼 왜 그러는데... 손 꼼지락대면서 물으니까 한숨쉬더니 신호걸리니까 갑자기 내 허벅지에 손 얹으면서 ..내가 너무 짐승같아서 그래. 하는거야
놀래서 쳐다보니까 아무말 없이 어루만지길래 반사적으로 손목 잡으니까 자기도 당황했는지 아, 아.. 하고 운전대 잡더니 작게 ...욕구불만인가...하더라
아무리 작게 말해도 다 들리는말에 더워져서 에어컨 더 세게 트니까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면서 한손으로 내 머리 헝크리더니 농담이야. 하는거야
"...진짜? 진짜 농담이예요?"
"....솔직하게 말해?"
"........."
"....아니..."
작게 아니..하는데, 출근길에 왜 저러는거야. 진짜. 다시 에어컨 세게 틀어놓고 더불어서 손으로 부채질까지 하니까 옆에서 ...그래도 어쩌겠어, 자기 피곤한데. 하더라
괜히 미안해져서 옆모습만 보니까 시선 느꼈는지 씩 웃으면서 그러면 나 운전못하는데.. 하면서도 잘만 운전해서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어
내가 내려서 아무말도 못하니까 자기가 먼저 내 손 잡아 흔들더니 괜찮아, 나는 뽀뽀 한번만 해줘도 돼. 하는데, 그제서야 눈치챘어. ...결국 바라던건 이거였네.
허, 순간 헛웃음나서 손도 빼내고 째려보니까 자기는 당당하다는듯이 오히려 볼 톡톡치더라
뭐야, 진짜.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얼른 쪽! 소리나게 해주니까 좋은지 부서 올라가서도 한참 표정관리 하다 들어갔어
내가 뭘 그렇게 안해줬다고 뽀뽀한번에 저렇게 좋아하나. 나도 웃으면서 자리에 앉으니까 수정이가 뭐가, 이번엔 또 뭐가 그렇게 좋은데. 하고 비아냥거리더라
그냥- 하고 웃으니까 어휴, 미쳤네. 미쳤어. 하고는 고개 절래절래 흔드는거야
"..너는 결혼하고 안그러나 보자"
"...나는 천천히 할거거든-"
"...그래라"
"야, 진짜거든"
"...야, 근데 너 감기약 있냐"
회사 오니까 갑자기 몰려오는 감기기운에 수정이한테 감기약 있냐고 물으니까 어, 있을텐데..하고 가방 뒤적거리더라
나 요즘 몸 상태가 말이 아닌가봐. 피곤해 죽겠고, 여름감기도 오려고 하고...속도 안좋고...어후, 병원가봐야겠다. 그치?
약 찾는다고 가방을 쏟아붇고, 난리를 치는 수정이한테 말하는데, 애가 약 내 손에 올려놓으려다 갑자기 멈칫. 하고 야, 야. 너 약 안먹는게 낫겠다. 하는거야
왜..나 진짜 몸 안좋단 말이야. 억지로 수정이 손에서 감기약 뺏으려니까 수정이가 약 다시 가방에 넣으면서 눈치보더니 작게 입모양으로 너, 임신 아니야? 하더라
...임신? 순간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당황했어. 자연스럽게 생길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런 가정을 할 생각조차도 못했으니까. 그럴틈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멍하게 수정이 얼굴만 보다 급하게 달력 찾아서 보는데, 어...어? 날짜를 한번 확인하고, 두번 확인하고. 멍하게 있으니까 수정이가 등짝 치면서 정신차려라고 했어
"...야, 야..."
"...병원에 가 보는게 나을까..."
"....왜, 진짜...진짜 임신이야?"
"....아, 미치겠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너무 딱 떨어지는 날짜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서 미치겠다..하고 달력만 보고 있으니까 수정이가 등짝 한번 더 치더니 기쁜일이지, 바보야! 하더라
그러면서 자기가 더 신나서는 당장 병원가보라는데, 일단 확신이 안들어서 수정이한테 조용히해라고 눈치줬어
그래도 호들갑을 떨면서 너 이번달에 그거 했어? 하는데 내가 고개 흔드니까 야, 그럼 맞네! 하고 크게 말하는거야
조용히 해라고! 결국엔 오히려 내가 등짝치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주변 눈치보면서 아아...하고 병원은 산부인과로! 하면서 끝까지 들떠서 깐족대더라
오전 내내 신경쓰여서 제대로 일도 못하다, 넷이서 같이 나가서 안 넘어가는 밥 억지로 먹고.
수정이가 밥 먹으면서도 계속 몰래 문자로 병원가보라고 하는데, 혹시나 아니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남편한테는 감기약 산다 해놓고 몰래 임테기 샀어
오후에도 내내 어쩌면 이제 더 하지도 못할 일 손에도 안잡혀서 하지도 못하고. 화장실가서 확인해보자니, 회사에서는 뭔가 아닌것 같고.
가방안에 꽁꽁 숨겨둔채로 퇴근시간까지 기다리다 같이 차타고 집에가는데 남편이 내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나봐. ...이럴땐 눈치빠른게 싫네
"왜, 자기야"
"..응? ..뭐가?"
"...이상하게 불안해 하네"
"...불안한거 없어요"
불안한거 없다면서도 나도 모르게 입술 물어 뜯으니까 입술 상하게. 하면서 운전하면서도 한손으로 내 손 떼어내더라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 나보고 이상하다고 하는데, 아니라고 몇번을 말하고 저녁 같이먹고 남편이 설거지하는 틈에 혹시나 불량일까 두 개나 산 임테기로 확인했어
계속 왜 그랬을지 모를 불안감 안고 있었는데, 막상 두 개 다 선명하게 두 줄인거 보니까 뭔가 벅차오르는거야
....나도 이제 엄마가 되는건가...
늘 상상만 해왔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감정이였기에 더 기분이 오묘했던 것 같아
혼자 한참을 화장실에 있으니까 남편이 ...살아있어? 하고 문 두드리는데, 그 소리 듣고서야 정신차리고 나갔어. 임테기는 몰래 숨겨서 버렸어
당장 알려도 되지만, 그래도 워낙 아기 좋아라하고 원했던 사람이라 확실하게 병원갔다오고나서 말해주는게 낫겠다. 싶었거든
"맞지? 맞지?"
"....아마도.."
"거봐, 야, 너 아무생각없이 약먹었으면 어쩔뻔했어"
다음 날에도 계속 고개 갸우뚱거리는 남편한테 아니라고, 아무일없다고 몇번이고 일러두고 출근하니까 수정이가 기다렸다는듯이 나한테 물었어
아마도..하고 말끝을 흐리니까 자기가 더 좋아라 하면서 아무생각없이 약 먹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자기 촉 덕분이라고 막 쫑알대는데, 사실 하나도 안들리더라
그냥 머릿속에는 점심시간에 병원 가 볼 생각밖에 없었어. 마침 남편도 점심시간부터 외근이라 수정이랑 박대리님이랑 밥먹고, 회사 근처 산부인과로 갔어
테스트기로 확인했어도, 그래도 막상 산부인과 문 앞에 서니까 망설여 지더라. 조금 머뭇머뭇거리다 다른 사람이 오자 그제서야 들어갔어
혼자 앉아서 주위 둘러보는데, 다들 배가 산만큼 불러서 계시는데. 기분이 되게 이상해졌어. 괜히 내 배도 한번 쳐다보고. 나도 저렇게 되겠지.
멍하게 이런저런 생각하다, 내 이름 부르는 소리에 쭈뼛쭈뼛 눈치보면서 들어갔어
의사 선생님이 좋으셔서 생각보다 편하게 진료받고, 초음파 검사도 하는데, 그냥 검은색 흰색만 있을뿐인데도 너무 예뻐보이는거야
사진받고 나와서도 걸으면서 한참을 봤어. 괜히 배도 어루만져봤다가, 한번 더 초음파 사진을 봤다가. 어느새 이상함, 새로움 보다 행복감에 취해서 걸음도 조심조심 돌아갔어
...아가, 우리아가.
"병원 잘 갔다 왔어?"
"...응"
"웃는거 보니까 맞네, 그건 사진?"
"...어, 예쁘다 진짜"
"나도 볼래!"
"야아, 안 돼"
사진을 잡아끄는 수정이한테 안된다고 이르니까 왜, 나도 아기 좋아하는데! 하고 툴툴거리는데, 그래도 안된다 했어
...니가 먼저 보면 안되거든. 사진을 가방안에 넣으면서 말하니까 수정이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지더니 안 봐! 안본다고! 지랄을 한다! 하고 일하는데 집중하더라
그러던지, 말던지. 평소처럼 신경안쓰고 일하려는데, 수정이가 갑자기 아...하고 나 보더니 내 배 보면서 어떡하냐...콩알만할때부터 욕들어서..하는거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나도 멍하게 배 보고 있으니까 수정이가 미안해, 니네 엄마란 사람이 나를 좀 화나게 만들어. 하고 내 배 보면서 말하더라
뭐야, 진짜... 그래도 수정이가 처음으로 내 몸을 사랑스럽게 보고 있었어
"...퇴근은 같이 한다며"
"..미안해, 늦어지네..집에가서 쉬고 있어요"
"밤 늦게 와요?"
"아니, 얼마 안걸릴거야. ..그래도 저녁은 같이 못먹겠다"
"..오늘은 빨리 와야하는데"
"..그래요? 자기 뭐 준비해 둔거 있어? 어제랑 오늘 되게 이상하네"
"...응, 있어요"
"...나 고생했다고 상주는거야?"
"....아마도?"
"와, 나 기대할거야. 금방갈게"
응, 응. 나도 사랑해요. 퇴근은 같이 한다 했었는데, 일이 늦어진다고 먼저 집에 가 있으라고 하더라
사실 서운하기도 했고, 빨리 알려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행복감에 취해서 평소에 잘 안하던 전화기에 대고 뽀뽀까지 저지르고 뭐가 좋은지 웃으면서 버스를 탔어
버스를 탈때도 조심조심. 집에 도착할때도 조심조심. 나도 모르게 천천히, 조심조심 행동하고 있더라
울렁거리는 속이지만 그래도 억지로 밥 먹고, 씻고 TV도보고, 책도보고. 괜히 배도 한번 만져보고. 예전에 사뒀던 아기신발 손가락에 끼워보기도 하고.
혼자 텅 빈 집이지만 그래도 평소 기다릴때보다는 훨씬 기분좋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러다 잠이 들었나봐
정신차려보니 쇼파에서 불편하게 잠들었는지 온 몸이 뻐근한데,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가 넘어가는거야. 뭐야, 이사람. 빨리 온다면서.
너무 늦어지는 시간에 갑자기 확 서운해지더라
괜히 우울해지는 기분에 어둡게 해놓고 무릎만 끌어안아서 멀뚱멀뚱 시계만 보는데, 그러기를 몇분. 현관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어
근데 비밀번호를 몇번이고 틀리는거야. 순간 갑자기 무서워지는 기분에 현관문 앞에 섰다가 망설이는데, 자기야아, 나 왔어요.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더라
"...술 마셨어요?"
"으응, 쪼금?"
"...조금이 아닌데...못살아, 진짜..."
"자기야아 어디가아-"
"...몰라, 김종인"
"쓰읍, 남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아.."
문 열어주자마자 나한테 확 안겨오는데, 겨를없이 무작정 집 안으로 끙끙대며 들였어. 집에 들어오니까 내 목에 자기 머리 부비적거리는데, 그제서야 술 냄새가 느껴지더라
놀래서 술마셨냐고 하니까 애교 부리면서 쪼금? 하고 손가락으로 표현하는데, 못살아 진짜.
앞뒤 분간도 못하고 애교부리면서 내 양 볼에 뽀뽀 쪽쪽 하더니 안아오는데, 뭔가 미워져서 밀어내고 냅다 침실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웠어
얼른 쫓아오더니 옆에 눕는데, 내가 몸 틀어서 등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뒤에서 안아오더라
안 그래도 여름이라 얇은 옷 속으로 손이 슬금슬금 들어오더니 선물이 뭐야아..하는데 내가 급하게 쳐 내고 안된다고 했어
그러니까 뒤에서 목에 뽀뽀해대더니 요즘 예민하고...자기이...조금 미운데에, 그래도 내가 많이 좋아해요.. 하고 조금 가라 앉았으면서도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하더라
그 말에 내가 아무말도 못하는데, 그 틈에 다시 옷 속에 손 넣으면서 내가아, 많이 사랑해. 하는거야
...결국엔 내가 거실로 남편 쫓아냈어. 외롭지 말라고 잠옷이랑 이불이랑 베개랑 같이.
"...자기야아"
"......"
"...여보오"
"......"
"....내가 미안해..."
"...술은 깼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미워도 남편이라고, 해장국 끓이고 있는데 언제깼는지 거실에서 슬금슬금 와서 눈치보더니 뒤에서 안으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내가 감정없는 목소리로 술은 깼냐고 하니까 당연히, 당연하지. 미안해, 아니..마시고 싶어서 마신게 아니라..하길래 갑자기 뒤 돌아봤어
내가 뒤 돌아서 째려보니까 내 눈 피하면서 ...미안해요...하는데 내가 잔말말고 다치니까 식탁에 앉아있어라 했어. ...얌전히 부은 얼굴로 쪼르르가서 앉아있더라
국 끓을 동안에 내가 식탁에 마주앉아서 빤히 보니까 끝까지 눈을 못마주치는거야. 미안하긴 했나보네. 한번 더 째려보고 초음파사진이랑, 아기신발이랑 챙겨서 다시 앉았어
"앞으로 이런식으로 늦게 올거예요?"
"..아니! 아니, 당연히 안그러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나 일 그만둘게요"
"....어?"
"...두 사람이나 기다리고 있었는데...늦게오고...미워"
일 그만두겠다는 말에 멍하게 나 보는데, 애써 시선 무시하고 사진이랑 신발 주면서 두 사람이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늦게오고, 밉다고 하니까 더 멍하게 나 보더라
뭔가 민망해지는 상황에 내가 국 끓어 넘치겠다..하고 자리 피하니까 그제서야 사진 들고 빤히 보는거야
그릇에 담으면서도 뭐하고 있나, 보는데 되게 표정없이 사진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
생각과 다른 반응에 괜히 내가 눈치보면서 그릇 내려놓는 소리내니까 고개 드는데, 우, 울어?
"...우, 울어요?"
"...아니야, 안 울어..."
"...아이, 왜, 왜그래요..."
당황스러워서 우냐고 묻는데 자존심때문인지 아니라고 하면서도 눈 꾹꾹 누르더라. 한 번도 우는건 본 적 없는데... 그냥 당황스러웠어, 이러면 무슨말을 해야하지..
일으켜세워서 토닥거리니까 내 어깨에 고개 묻고 나 꽉 안았다가 갑자기 힘 풀더라. 내가 꽉 안아주려다가 순간 아기때문에 그러는거 알고 그냥 더 토닥여줬어
...뭔가 이상한데
토닥이면서도 묘한 상황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데, 갑자기 나 떼어내서 뽀뽀 살짝 했다가 그대로 깊게 입 맞추더니 옷 위로 배 어루만져주더라
되게 나도, 아기도 사랑받는 기분이라서 입 맞추면서도 슬쩍 웃는데, 남편도 입술떼고 웃더니 여전히 눈물고인 눈으로 말했어
...내 아이의 엄마가 되어줘서 고마워.
암!!호!!닉!! |
컴티라면 Ctrl + F 를 이용하세요! :)
/ 타잔 / 노란우산 / 애니 / 성규 / 뭉이 / 윤아얌 / 빵야 / 뚱이 / 잡초 / 쪼르르르륵 / 펭귄 / 조니니 / 그린티라떼 / 아이스크림 / 앙쀼 / 바밤바 / 원주민 / 피글렛 / 둥이탬 / 망고 / 열릭 / 짱아 / 레몬라임 / 김종카이 / 올라프 / 하마 / 매실 / 도마뱀 / 빛 / 해물탕 / 두부 / 디즈니 / 비타민 / 코식이 / 자몽 / 여랴 / 자까X독자 / 스안 / 유자차 / 송이 / 또잉 / 차우 / 촛불 / 슘슘 / 청포도 / 요거트스무디 / 낯선이 / 갸또 / 음란면 / 콩이 / 고구마 / 알찬열매 / 모카 / 경숭어 / 시카고걸 / 거북이 / 낄룩이 / 찡찡종대 / yjin / 쪼꼬미 / 난장이 / 깜 / 오백도라면 / 얼룩말시디/ 롱이 / 됴꼼 / 쇼리 / 핫초코 / 아가야 / 알 / 헤헹 / 됴륵 / 엘르 / 케요 / 벚꽃 / 윤느님 / 테라피 / 스피커 / 가글 / 새싹이 / 종이나생일튜카해 / 요하 / 돼지갈비 / 쫑현 / 홍당무 / 둡뚜비 / 바이블 / 으갸갹 / 잘자요 / 설날 / 자외선차잔데 / 뱃살공주 / 눈두덩 / 모공 / 장마 / 빠난나 / 9 / 유후 / 붕붕붕 / 봄 / 카메라 / 모찌 / 큥부장 / 새힘이 / 스파게티 / 부장님 / 목젖성애자 / 박초롱 / 유유융 / 몬스터U / 솜사탕탕탕 / 쭈꾸미 / 'ㅅ' / 듀퐁 / 연 / 언어영역 / 꽁꽁이 / 라니 / 뿡뿡이 / 쇼다 / 츄파츕스 / 샤벨 / 됴로로 / 에이드 / 푸딩 / 딸둥이 / 뿌뿌몽구 / 인기쟁이 / 유자닌자 / 햇반 / 짜요짜요 / 바닐라초코 / 미역 / 개 / 오덜트 / 자나자나 / 엘사 / 김종내꺼들 / 배큥 / 뉸뉴냐 / 라이트 / 쥬스 / ♥코코볼♥ / 신혜성 / 초코송이 / 러블리수정이 / ♥쿠데타♥ / 두둠칫 / 알로에 / 복숭아 / 외계인가래떡 / 푸틴 / 크림치즈 / 센센세니 / 오셍 / 판다 / 종구 / 고기만두 / 토깽이 / 오리꽥꽥 / 홍시 / 부릉 / 설리 / 내손종 / 잉잉 / 죠스바 / 항항항 / 종구몽구 / 과일빙수 / 밤 / ♥글리소♥ / 산딸기 / 준짱맨 / 종인이뽀뽀 / 징어징어 / 오레오 / 시엔 / 빨강큥 / 세니다니 / 허거덕 / 독재자 / 루루 / 잉여인간 / 씽2 /한나두울세엣 / 잉잉잉잉 / 종대굿모닝 / 끼리 / 덕후 / 귀여워됴 / 백현렌즈 / 하늘하늘해 / 딸기소주 / 복어양 / 로운 / 스무디킹 / 됴뀽 / 알쏭 / 6살 / 니니종인 / 손톱 / 다우니 / XoXo / 여름눈 / 터진 호빵 / 찡찡 / 롱이 / 소희 / 어룡 / 치즈밥버거 / 미소천사 / 고고싱 / 토익 / 레고 / 우럭우럭 / 간단명료 / 오징어가부러워 / 시아 / ㅌ종인 / 잇치 / Jane / 양양 / 푸딩2 / 초콜릿사과 / 시나몬 / 워더 / 오리고기집 / 예헷 / 하바나 / 시하 / 나리 / 체리 / b아몬드d / 됴백 / 세둥이 / 코알라 / 결부 / 벼리 / 축구와세수 / 배뿌 / 웨하스 / 핑크파우더 / 별똥별 / 찹쌀떡♡ / 풍월 / 산들 / (((((((샤이니))))))) / 엄지공주 / 열두시 / 6002 / 울라프 / 대다 / 데자와 / 세젤빛 / 핫뚜 / 페톡 / 오덜트 / 뽑 / 견스야 / 루이 / 시계밥 / 이렌느 / 크리스워더 / 렌킨스 / 뽀으송 / 이방그탄조 / 별똥별 / 허허허 / 됴랑 / 아이크림 / |
+) 신청하셨는데 오타가 있으셔도 일단 그대로 적어 놓을게요. 확인 꼭꼭 해주셔야 해요!
비회원분들은 댓글 보이는대로 추가 해드릴게요!
아기 태명 좀 지어주세요!ㅠㅠ |
안녕하세요! 레밍이예요! :) 우리 오랜..오랜만인거 맞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안해요...ㅠㅠㅠㅠㅠㅠ사실 제가 요즘 좀 우울함이 더 커서....글이 잘 안써지더라..고요..ㅠㅠㅠㅠㅠㅠㅠ 더불어 글에대한 자신감이 뚝뚝... 제가 한번씩 진짜 아무것도 못해내고 혼자 우울해할때 있는데....그게 지금이네요...하... 와...드디어 아가다....아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기 태명 좀 지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암호닉 정리했어요! http://instiz.net/writing/443798여기로 다시 신청해주세요! :)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습니다! 위 링크로 들어가셔서 해주세요!
오타나 표현 지적은 거침없이 박력넘치게 해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