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김종인"
"응? 왜?"
"이거 어쩔 거야"
이제 더워지는 날씨에 여름옷을 입고 화장대에 앉았는데, 옆에서 태연하게 옷 매무새 정리하고 있는 사람 부를 수 밖에 없더라
이제야 여름인데 목에는 단풍을 울긋불긋 들여놓은게, 한숨밖에 안나와서 목 들이밀면서 이거 어쩔거냐고 하니까 능글맞게 웃으면서 왜. 예쁜데. 하는거야
꾹꾹 참고 다시 옷장 여는데, 옆에서 넥타이 들고 징징대길래 잘 걸렸다. 생각하면서 확 넥타이 조이니까 켁켁대면서 풀더니 오히려 자기가 툴툴대더라
애써 무시하고 최대한 목 가릴 수 있는 옷으로 고르고 있는데, 옆에서 괜찮은데, 왜. 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인상 확 쓰니까 억울한지 자기도 단추 몇개 풀고 목덜미 보여주면서 자기만 했냐고, 이거는 뭐냐고. 따지듯이 말하는데 대답도 안해주고 얼굴 밀쳐냈어
"여보 내가 미안해, 응?"
"...떨어져요, 더워요"
"...그럼 이제 목에 안하면 되겠다, 그치"
"...야"
"....오늘 늦어도 부장이 봐준대"
내가 아무말 없이 계속 옷만 고르고 있으니까 슬슬 눈치보다 뒤에서 안아오더니 미안하다고 하는데, 덥다고 떨어지라고 해놓고도 나도 모르게 픽 웃었어
자기도 웃으면서 목덜미에 붉은 자국들 위로 뽀뽀 몇번 하더니 손이 슬쩍 단추 위로 올라오는거야
그러면서 귓가에 이제 목에 안하면 되겠다, 그치. 하는데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놀래서 급하게 손목잡고 야. 하는데도 가볍게 뿌리치곤 단추 몇개 풀더니 귓볼 한번 물고는 오늘 늦어도 부장이 봐준대. 하는데 순간 확 끓어서 뒤로 확 차버렸어
아프게 제대로 맞았는지 바로 발목잡고 떨어지는데, 인상쓰면서 미쳤나봐. 하니까 삐쳤는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보더니 머리 정리하더라
...진짜, 결혼하고 나서 저런사람이였나. 몇번을 느꼈는지 몰라
그 순간에도 고개 절래절래 흔들면서 옷 입을만한거 골라서 아무렇지 않게 갈아입는데,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는거야 ...여기서 보고 있을 사람이 한 명밖에 더 있나
나가요.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라는데 꿈쩍하는 소리도 안들리길래 안 나가? 하면서 소리 빽 지르고서야 문 열었다 닫히는 소리 들리더라
내가 어쩌자고, 덜컥 도장을 찍어서. 진짜 한 번 더 생각해봤어야 하는건데. 혼자 신세한탄하면서 옷갈아입는데 뒤에서 허, 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안 나갔어? 놀래서 뒤돌아 보니까 다시 말해보라는 표정으로 팔짱끼고 나 보고 있는데 당황해서 아무말 안하고 휙 뒤돌아버리니까 어쭈, 하면서 슬금슬금 오더라
"그래서, 괜히 결혼 하셨습니까?"
".....아니, 그게...."
"...어떡해요, 이제 한달도 안지났는데"
"........."
"어차피 평생 나랑 살아야 하잖아"
옆에 서서 어차피 평생 나랑 살아야 하잖아. 하고 어깨 들썩이는데 찰나에 얄미움이 확 느껴지는거야. 째려보니까 아무것도 모른다는듯이 그냥 한번 더 어깨만 들썩이더라
앞이 캄캄하다, 앞이 캄캄해. 일부러 들으라는듯이 말하니까 상관없다는듯이 나는 밝아서, 괜찮아. 하는데, 와, 진짜 한 대 쥐어박고 싶을정도였어
옷 정리 다하고 빤히 보니까 그저 씨익 웃는데, 진짜 머리라도 한 대 쥐어박을 기세로 손 올리고 다가가니까 자기 발 더 들면서 해보라는듯이 큭큭 웃더라
이씨. 치사하게 키로 저러는거 있어? 그 때만큼은 체격차이나는게 싫어서 울상되니까 무슨 심보인지 머리 대주면서 자, 한 대 때려. 하는거야
그런데 막상 또 그러니까 때릴수가 없어서 손 내리니까 푸스스 웃으면서 씩씩대고 있는 나 안더니 어휴, 이거 다 클 때까지 어떻게 데리고 살아. 하더라
나 다, 다 컸거든요.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하니까 아기 보듯이 그래요? 다 컸어요? 하면서 내 머리에 손 올리더니 근데 키는 왜 이렇게 작아. 하는데, 진짜. 뭐하는거야
"....여자치고 그렇게 작은 키 아닌데"
"아닌데, 작은데"
"...자기가 큰 거예요"
"내가 큰 거야? 그렇구나"
티격태격, 말씨름 하다 말고 이게 뭐하는거야. 괜히 부끄러워져서 품 확 밀어내니까 웃으면서 나랑 눈 마주치더니 왜 얼굴이 빨개졌어, 부끄러워? 하시더라
내가 말 안하고 계속 눈 피하니까 짓궂게 계속 묻는데, 그냥 그대로 거실로 나가서 짐 챙기니까 알았어, 안할게. 하고 신발장에서 내 단화 미리 꺼내놓은거야
구두 신고 싶은데... 그래도 아직 편한 것 보다는 예뻐보이고 싶은 나이라 신발장에 있는 높은 구두 보고 있으니까 안 돼. 하고 단호하게 말하더니 직접 신겨주더라
내가 신고 현관 나와서도 괜히 신발코 부딪히면서 입 삐죽거리니까 높은거 신으면 허리 더 아프다? 하고 작게 말하는데, 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어
아직 아픈 허리여서 아침에도 징징거렸는데. 내 입을 막을 거리가 될 줄이야.
내가 긁어놓은 차는 전 날 바로 수리 맡긴 터라,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걸어가는 동안에도 아파오는 허리지만, 일부러 입 꾹 다물고 아프다는 소리 안꺼냈어
"...누구 덕분에 내가 버스를 타고 출근하네"
"........"
"...누가 보면 되게 환경적인 사람인 줄 알겠어"
"....아아..."
"어, 왜 이렇게 팔이 무겁지?"
휴대폰으로 버스 올 시간 확인하고, 시간도 확인하더니 헛웃음 흘리면서 누구 덕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고 하는데, 아무말 못하겠더라
내가 아무말 없으니까 나랑 눈 마주치면서 누가 보면 되게 환경적인 사람인 줄 알겠어. 하는데 그냥 웃으면서 한 쪽 팔 끌어 안고 흔들거리니까 모르는척하는거야
....자기야...잘못했어요... 내가 작게 말하니까 입꼬리 움찔거리면서도 아, 더운데. 하면서 팔에서 나 떼어놓으려고 하더라
괜히 오기 생겨서 더 붙으니까 타이밍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딱 버스가 오는데, 그제서야 나 보면서 버스비는 자기가 내지? 하고 씨익 웃으셨어
결국엔 버스비 내가 내고, 자리 없는 버스에 서서 가는데 되게 기분 묘했어
둘 다 정장 입어서는, 앉지도 못하고 불편하게 출근하는게 내 나이또래한테는 맞는 일인것 같으면서도 남편은 영 어색한지 나랑 눈 마주칠때마다 어색하게 웃더라
정신없는 와중에 대화를 나눌순 없는 상황이라, 멍하게 사람 머리 사이로 창밖만 보는데,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내가 휘청 한거야
"어딜 보고 있었어, 그렇게 재미있어?"
".......아니요"
"...내가 늙는다, 늙어"
어쩌면 넘어졌을지도 모를 순간에 옆에 있던 남편이 먼저 꽉 잡아주곤 한숨쉬면서 내가 본 방향 한번 보더니 차분하면서도 혼내는 말투로 어딜 보고 있냐고 하는데,
괜히 기 죽어서 아니요...하니까 사람들 많은 틈에서도 자기 앞에 나 세워두고는 내 허리앞에 손 살짝 두르더니 자기가 늙는다고 중얼거리셨어
원래 내가 버스에서나 어디에서 균형을 잘 못잡는 탓에 몇번이고 회사 가는 동안에 휘청거렸는데, 그 때마다 반사적으로 먼저 잡아주더라
그럴때마다 꼬박꼬박 고맙다고 하는데, 일부러 그러는건지 괜히 먼산만 보고, 잡아 줄 때도 티 안내면서도 힘은 꽉 주고 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답답함이 풀리는 것 같아서 숨 깊게 내쉬니까 옆에서 버스도 불안해서 못태우겠네. 하고 불만인지, 불안인지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거야
그냥 얼굴보고 민망한듯이 웃으니까 자기도 나보고 못말린다는듯이 웃고 시계 한번 보더니 오사원, 오늘도 지각. 하고 먼저 가버리더라
같이가요! 조금 크게 소리내면서 총총총 쫒아가니까 일부러 느리게 걷고 있던 걸음 내 보폭에 맞춰걸으면서 팔짱끼게 만들었어
"거봐, 신발 낮은거 신어야 잘 쫒아오지"
"...자기가 느리게 걸으면 되지"
"...어, 그건 생각 못했는데"
회사에서는 저 장난기 어디다 두고 다닌대.
엘리베이터에서도 서로 웃으면서 장난만치다 부서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표정 바뀌어서는 오사원. 열심히 해요. 하고 들어가버리는거야
주말 내내 아기 같은 모습만 보다 갑자기 부장이라고 티내니까 적응안되서 못들어가고 멍하니 있는데 다시 나와서 아, 뽀뽀. 하고 자기가 뽀뽀하고 다시 들어가더라
내가 자리에 앉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중인격도 아니고. 하고 중얼거리니까 수정이가 누가? 누가 이중인격인데? 하면서 끼어드는거야. 하여간 귀는 밝아서.
더운 날씨에 비해 옷이 갑갑한 탓에 단추 두어개 풀고 머리도 한쪽으로 넘겨서 얼굴에 부채질하면서 누구겠냐. 하니까 어디 빤히 보더니 갑자기 내 머리 넘겨주는거야
"왜, 더운데...야, 오늘 왜 이렇게 덥냐?"
"니가 더운짓을 한게 아니라?"
"뭐?"
"...다 보여 바보야. 뭐 했는지 티 좀 안내고 다녀주라"
"....아, 맞다...근데 이쪽엔 별로 없었는데"
"...얼굴선 근처에 떡하니 하나 있거든"
"...아, 진짜..김종인...."
수정이 말에 내가 놀래서 아 맞다..하고 머리 괜히 한번 쓸었어
그런데 내 기억에 이쪽에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서 수정이한테 물으니까 자기 얼굴선 밑 가르키면서 하나 있다고 말해주는데,
울상되서 아 진짜, 김종인...하니까 눈 동그래져서 부장님 그렇게 불러? 와...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대. 하고 묻는거야
그냥 애 하나거든. 내가 피곤하다는듯이 얘기하니까 큭큭 웃으면서 그래도 결혼하니까 좋지? 하는데, 아직까진...하면서 말 끝 흐리니까 내 팔뚝 치면서 지도 좋으면서. 하더라
덥기도 하고, 갑갑하기도 하고. 머리 묶고 싶은데 울긋붉긋한 자국들 보일까봐 머리카락으로 꼭꼭 목 감싸놓고 일 했어
생각보다 금방 정리하고 파일로 보내도 되는거, 괜히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똑똑, 문 두드리니까 들어오세요. 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리더라
진지하게 서류도 보고, 컴퓨터도 보고. 일하고 있길래 조심조심 조용히 들어가서 문 닫으니까 문 닫는 소리에 고개 드는데, 나인거 보니까 인상 살짝 풀리더니 슬쩍 웃으셨어
왜 왔어요, 오사원. 입꼬리 살짝 올라가면서도 말투는 담담하게 말하는데, 내가 서류 보여주니까 입꼬리도 내리고 표정굳어서 찬찬히 보시더라
"오사원. 요즘 잘한다고 칭찬해줬는데, 괜히 했나봐요"
"...네?"
"왜 이렇게 엉망진창입니까"
"......"
"제가 이거 말한거 아니였잖아요"
"......"
"회의시간에 뭘 들은겁니까"
끝까지 무표정으로 읽어내리시는데,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부장님 눈만 보고 있었어. 한 번도 일에 개인적인 감정 담은적 없는 사람이라, 결혼해도 무서운건 마찬가지야
그래도 요즘엔 내가 그 만큼 열심히 하기도 했고, 꽤 일이 손에 많이 익어서 칭찬 많이 받았는데, 이번엔 달랐어
서류 다 읽고나서 차분하게 내려놓더니 나랑 눈 마주치면서 살벌하게 얘기하는데, 그 특유의 분위기에 압도되서 눈도 못마주치고 고개만 숙였어
내가 고개 숙이니까 더 몰아붙이면서 조금 강도 센 말도 뱉어내는데, 버릇처럼 눈 감고 있으니까 고개 들라고 하더라
고개 들고 눈 마주치니까 회의 시간에 말 제대로 안 들은게 한 두번이냐, 도대체 집중을 어디다 하고 있는 거냐. 조금 더 큰소리로 말하는데, ...서러워질정도였어
그래도 백번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건 맞아서, 아무말 못하고 있다 그저 죄송합니다. 다시 해오겠습니다. 하는데 나도 모르게 서운해서 표정관리가 안됐나 봐
"오사원"
"....네...."
"오사원이 분명히 어린애 아니라 했어요"
"......."
"...내가 분명히 그런거 바라는거 아니라 했습니다"
나 가만히 보다 한숨쉬면서 말하는데, 아는데. 나도 아는데. 서운해 지는건 어쩔 수 없더라. 결국엔 끝까지 표정관리 못하고 서류 빼앗듯이 들고 나왔어
내가 잘못해놓고도 괜히 짜증나서 타자 빠르게 치는데, 옆에서 수정이가 눈치보다 야아, 사람들 다 너만 봐...하고 툭툭 치는거야
그 말에 주위 살짝 둘러보니까 진짜 다 나만 보고 있더라. 하긴, 여기서 나랑 부장님이랑 결혼한거 모르는 사람도 없고, 방금 부장실에서 난 큰소리 못들은 사람도 없겠지.
눈 마주친 선배한테 고개 살짝 숙이면서 죄송하다 하고 타자소리 줄여가면서 그저 아무생각 않고 문서 작성만 하는데, 벌써 점심시간인지 하나 둘 씩 나가는거야
수정이가 사람들이 점심 맛있게 드세요! 하고 나가든 말든, 여전히 타자만 치고 있는 나한테 야, 너 점심 안먹어? 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서운한 감정밖에 없었어
옆에서 박대리님도 나한테 징어씨, 몸 상해요...하는데 그제서야 눈치보고 있는 두 사람한테 미안해져서 괜찮다고, 맛있는거 둘이서 먹고 오라고 억지로 웃어보였어
혼자 남아서 문서 다시 작성하는데, 부장님이 와서 같이 점심먹자고 해줬으면 금방 풀렸을텐데. 이 사람은 뭘하고 있는건지, 코빼기도 안보이는거야
서운해, 진짜.
뭔가 울컥하는 감정에 엎드려서 손에 반지만 만지작 거리다, 밝은 사람이라도 만나면 기분 좀 풀릴까 싶어서 홍빈이한테 갈 생각으로 일어났는데 옆에 익숙한 모습이 보이더라
"...우리 오사원 어떡하지 진짜"
"........"
"...그래도 울지는 않았나 보네"
"........"
"가자, 밥도 안먹고 뭐해 혼자"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부장님이 수정이 자리에 앉아서 나 빤히 보고 있는데 먼저 와줬으면 좋겠다. 싶었으면서도 막상 보이니까 괜히 미운거야
부장님 손에 보이는 똑같은 반지 보니까 괜히 더 울컥해서 자기 부인을 사람들 다 들리게, 다 보이게 그래야했나. 싶고.
말도 안하고 다시 엎드리니까 내 머리 쓰다듬으면서 그래도 울지는 않았나 보네. 하는데 괜히 확 울어버릴걸. 하는 생각이 들고.
계속 속으로 엇나가고 있는데 내 손잡아 끌고 밥먹으러 가자고 하는거야. 고개 돌려서 부장님이랑 눈 한번 마주쳤다가 안먹어. 하니까 내 머리 다시 쓰다듬으셨어
주말에서 세끼 다 안 챙겨 먹었잖아. 몸 상해, 진짜. 가자, 내가 먹고싶은거 사줄게. 뭐 먹고싶어요?
아까 부장님은 어디간건지, 평소처럼 달래는데 그래도 기분은 풀리지 않았어
"...먹고 싶은거 없어"
"...그럼 뭐 그 자기 아는 동생 카페라도 갈까?"
"...안 가, 움직이기 싫어. ....허리아파"
"아직도 아파요?"
내가 달래는 말마다 미운짓하는 아기처럼 단호하게 없어. 싫어. 해대니까 점점 어쩔줄몰라하면서도 그래도 끝까지 말거는데,
내가 작게 허리아프다고 징징대는 말에 주위 한번 돌아보더니 자기 무릎에 앉혀서 허리 콩콩 만져주는거야
얌전히 어깨에 얼굴 기대고 있다가 옆으로 보이는 옆모습도 미워서 냅다 보이는 목덜미 아프게 세게 무니까 아으, 하면서 나 떼어내셨어
새침하게 다시 내 자리에 앉아버리니까 놀랬는지 목 부여잡곤 이건 또 뭐야, 남편 피 보고 싶어? 하는데 괜히 남편이라는 단어가 더 밉게 보이게 하는거야
그래, ...남편이잖아
한번 빤히 봤다가 입 꾹 다물고 일하는쳑 하니까 자기도 지쳤는지 한숨 한번 쉬었다, 내 몸돌려서 자기 보게 만들더니 조금 낮은 목소리로 여기 어디야. 하고 물었어
".....회사..."
"....내가 공과사는 구분하는 거랬죠"
"........"
"내가 없는 일로 뭐라한거야, 지금?"
"......"
"...말도 안하고. 나보고 어떡하라고"
조곤조곤 나한테 말하는데, 머리로는 내가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말하면서도 괜히 짜증나는거야
그냥 눈만 마주치다 ...미워..하고 키보드에 손 대니까 미워도 어떡해. 내가 회사 관둬? 아님 자기가 관둘래? 하는 목소리 들리는데, 그건 둘다 싫어서 고개 작게 도리질쳤어
나만 괜찮다고 하면 끝날일인데, 뭐가 그렇게 날이 선건지.
한참을 둘 다 말없이 있다, 결국 점심시간 끝난건지 사람들 부서로 돌아오기 시작하더라
수정이랑 박대리님도 들어와서 우리 둘 눈치 보는데, 내가 집에 가서 얘기하자고 작게 얘기하니까 내 손 끌고 휴게실로 가는거야
집에 가서 얘기하자니까요?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휴게실 들어와서 짜증내니까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러면, 싸움밖에 더 해? 하고 물으셨어
"...나 조금 있다 밖에 나가야 해요"
"....가요"
"...진짜 이럴래?"
시계 한번 보시더니 불안하게 조금 있다 밖에 나가야 한다고 하시는데, 내가 눈 피하면서 가라고 하니까 이마에 손 대시더니 인상쓰고 진짜 이럴래? 하는거야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서운함을 넘어서 감정이 복잡해져서 나도 모르게 울먹거리니까 달래주지도 않고 뭘 잘했다고 울어. 하더라
안듣던 모진말 들으니까 괜히 더 울컥하는데, 자존심 때문에 눈물 꾹꾹 참으면서 노려보니까 지친다는 말투로 ...나중에 얘기해, 나 진짜 나가야 돼. 하셨어
그래도 내가 아무말 없으니까 한숨 한번 쉬고 ...시간 맞춰서 앞에 있을게. 혼자가지는 말고. 하고 진짜 나가버리더라
나가는거 보고 나니까 뒤늦게 미안하다 할걸..싶더라. 속이 답답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들고 자리로 가서 멍하게 앉아있는데, 수정이가 옆에서 조심히 말거는거야
"...부부싸움은 집에 가서 하면 좋겠는데"
"....싸운거 아니야"
"웃기네, 커피? 잘 마시지도 못하는게 무슨"
"....술 마시고 싶은거 참고 있거든"
"....얘가, 얘가"
수정이한테 상황 설명해주니까 내 등짝 세게 때리면서 니가 잘못한거잖아! 하고 뭐라하더라
그러니까, 나도 아는데.... 말끝을 흐리니까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나 보면서 쓸데 없는 자존심이지. 하고 혀 끌끌 차는거야
맞는 말에 얼굴 감싸쥐고 아무말도 못하니까 나보고 이기적이라고, 부장님이 그만큼 맞춰줬음 된거지 뭘 더 바라냐고 막 뭐라하는데, 더 할말이 없어졌어
니가 사과 해. 이런거 길게 끌어서 뭐할건데. 수정이가 아무렇지 않게 답 내놓더니 지는 박대리님이 말 걸어도 들은 척도 안하는거야
"야, 부르시잖아"
"....누가?"
"...너는 왜 그러는데"
"아아, 아까 다른 여자한테 덜컥 번호 준 사람?"
"...너나 화해해, 너나"
"야, 나는 상황이 다르지. 그 쪽은 니가 잘못한거고, 우리는 저 사람이 잘못한거고"
수정이가 저 사람이 잘못한거고. 하면서 박대리님 째려보니까 박대리님이 아니..원래 아는 사람이라니까, 수정아. 하고 둘러대시는데 수정이는 누구세요. 하더라
....지나 잘할것이지....두 사람 티격태격 하는 소리에 나도모르게 웃음지으면서 커피 한모금 마시는데 으..쓰다. 이걸 무슨맛으로 먹지.
커피 한모금 마시고, 인상쓰고. 마시고, 인상쓰고. 하고 있으니까 옆에서 수정이가 지랄한다, 지랄. 하면서 결국엔 컵 빼앗아 갔어
손은 계속 일하면서도 머리로는 지금보면 사과할 수 있을것 같은데.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어. 괜히 아무도 없는 부장실만 힐끔힐끔보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결국엔 사과도 못하고, 보고서도 못끝내고. 아무것도 해낸게 없는 오후가 지나고 퇴근할 시간인데, 혼자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는데 익숙한 층에 서는거야
"어, 제수씨! 왜 이렇게 오랜만이예요!"
"아주버님이 너무 바쁘셔서 그래요"
"..아니야, 김종인이 꽁꽁 숨겨놓아서 그래.."
"...그럼 다음에 몰래 식사 한번 하실래요?"
"...제수씨가 나 지켜줄수만 있으면요....김종인 무서워..."
아주버님이 엘리베이터 같이 타시더니 반갑게 오랜만이라고 하시는데, 내가 아주버님이 바빠서 그렇다고 하니까 부장님이 꽁꽁 숨겨둬서 그렇다고 시무룩해져서 말하셨어
내가 웃으면서 그럼 다음에 몰래 밥 먹자고 하니까 표정 밝아지져서 내가 지켜줄수 있으면 그러라고 하시는거야
부장님이랑 닮은 장난기에 큭큭대면서 알겠다고 대답하는데 어, 근데 걔 왜 같이 퇴근 안해요? 싸웠어요? 하고 묻는데, 괜히 뜨끔. 뭔가 찔리더라
아무 대답도 못하니까 당황하셨는지 내 눈치보면서 ...진짜예요? 아니, 나는 알고 한건 아닌데... 하고 쫑알쫑알 대셨어
그러면서 싸워도 김종인이 잘못했겠지. 하시는데, 내가 그 말에는 아니라고, 내가 잘못한거라고 답하니까 눈 동그래지셔서 제수씨가요? 하고 물으시더라
"...네...."
"...아아, 에이. 왜 이렇게 기죽어 있어요"
"......."
"..아, 나 말실수 한 것 같은데..."
내가 우울해지니까 어쩔줄몰라하시면서 말실수 한 것 같다고 중얼거리시는데, 내가 아니라고 손까지 내저으니까 ...걔 은근히 단순해요. 하고 사과하면 될거라 하시더라
고맙다고 하면서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뒤돌아서서 기다리고 있는 부장님 모습이 보이는거야
휴대폰만 보고 계시던데, 내가 다가가려고 하니까 옆에서 아주버님이 나 붙잡더니 웃으면서 ...내가 쟤 속 좀 끓게 해줄게요. 하고 일부러 붙어서 그쪽으로 갔어
내가 부장님! 하고 부르니까 남편도 움찔, 아주버님도 움찔하는거야. 옆에 있는 아주버님 보니까 민망하신지 그냥 웃기만 하시더라
나도 아주버님 보면서 웃음짓는데, 마주보면서 웃다가 앞에 보니까 남편이 마음에 안드는데 티는 못내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거야
속으로 큭큭대면서 일부러 아주버님한테 더 붙으면서 다가가니까 표정 안풀고 계속 우리 둘 사이만 보고 계셨어
"야, 너는 왜 와이프도 안챙기냐"
"........."
"제수씨, 다음에 밥 꼭 먹어요, 꼭"
"...네! 안녕히 가세요"
"네, 잘가요"
일부러 남편 앞에서 대화하니까 아무말없이 빤히 보고만 있더라
아주버님이 먼저 인사하고 나가시길래 내가 나가는 쪽으로 몸 조금 움직이면서 잘가라고 손 흔들어주고 있는데, 내 옷 잡아당기는 느낌이 나는거야
뭐지, 싶어서 돌아보니까 남편이 표정은 아까 그대로면서 손은 아기가 옷 잡아당기듯이 내 옷 끌어당기고 있더라. 웃음 꾹 참고 가까이가니까 작게 ...짜증나 하시는거야
진짜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하길래 괜히 눈치보게 되서 아무말도 못하고 시선도 어디 둬야할지 몰라서 신발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시선에 봉지가 보이더라
그냥 멀뚱멀뚱 보고 있으니까 봉지 흔들길래 받아들었어. 열어보니까 음료수며, 빵이며. 간단히 먹을거 있는데, 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배고프잖아. 하시더라
그거 보니까 갑자기 여러 생각이 드는거야. 마지막엔 수정이가 부장님이 그만큼 맞춰주는데 뭘 바라냐는 말이 머리에 스쳤어
"....내가 미안해...."
"........"
"...그래도 회사에는 잘 못해줘"
"........"
"....다른사람한테나, 자기한테나 똑같은 상사여야지"
"........"
"....너무 서운해하지말고"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까 봉지에서 음료수 꺼내더니 따주면서 담담하게 얘기하는데, 너무 미안해 지더라
어느 순간부터 너무 내 위주로만 생각하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나도 미안하다고 하고 싶은데, 진짜 쓸데없는 자존심인지 입이 안떨어져서 그냥 음료수만 다시 건넸어
내가 아직도 서운해하는줄 알았는지 음료수 받아들고 한숨쉬시는데, 그 와중에도 아무말 못하는 내가 너무 바보같더라
그냥 눈 꼭감고 말하려고 크게 숨 들이쉬는데 갑자기 뒤에서 안아오는거야. 놀래서 나오려던말이 다시 들어가는데, 여보 화풀어요..하면서 내 어깨에 고개 묻더라
갑자기 회사라 누가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 떨어지니까 내가 피했다는거에 순간 울상되더니 음료수 꼭 쥔 손 꼼지락 대셨어
내가 그거 보고 푸스스 웃으면서 안겨서 내가 많이 미안해요...그러면 안되는데, 서운해했어..하니까 떼어내서 내 손에 음료수 쥐어주더니 나 한번 보곤 자기도 웃더라
내 어깨 감싸는척하면서 목에 두르더니 조이는척하면서 혼 좀 나야 돼, 진짜. 하는데 내가 하지말라고 막 피해서 째려보니까 이마 꾹 밀어내는거야
내가 계속 째려보니까 금새 눈치보면서 손 잡아오는데, 덥거든. 하고 빼고 먼저 가버리니까 여보, 같이가야지! 하는 소리 뒤에서 들리더라
금방와서 내 어깨 감싸더니 ...아기 생기면 회사 그만두는거 맞지? 하길래 고개 끄덕이니까 약속했다. 하고 씨익 웃는데, ...불안불안한건...기분탓이겠지...
♡암호닉♡ 워더!...안되면 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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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하셨는데 오타가 있으셔도 일단 그대로 적어 놓을게요. 확인 꼭꼭 해주셔야 해요!
비회원분들은 댓글 보이는대로 추가 해드릴게요!
이시간에 오는 이유는 사실 |
어제 한번 썼다가 다시써서 그래요.... 마음에 안들어서 다시썼는데...확인도 제대로 못하고 올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 ...부디 재미있게 보시...는건 바라지도 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가볍게 가볍게 시간때울겸 읽어주시길! |
암호닉 정리했어요! http://instiz.net/writing/443798여기로 다시 신청해주세요! :)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습니다! 위 링크로 들어가셔서 해주세요!
오타나 표현 지적은 거침없이 박력넘치게 해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