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 다들 고맙고 스릉흔드..♡
일본 단어 ツンデレ(츤데레) 에서 유래된 말로, 많은 사람들 앞에선 차가운 태도를 취하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만은 유독 태도가 바뀌는 캐릭터를 말한다
이별은 (feat. D.C) - Mad Clown (매드 클라운)
[인피니트/야동] 츤데레ツンデレ 15 |
"아, 짜증나게 얜 또 뭐야"
명수의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시끄럽게 울렸다. 액정에 남우현의 이름이 뜨는 것을 확인한 명수가 짜증 섞인 말투로 핸드폰을 쥐었다. 아까 전에도 그렇게 난리를 피워대서 결국 시키는 대로 했건만, 뭐가 맘에 안 들어서 또 전화질인지 모르겠다. 우현이야? 옆에서 묻는 성열에게 고개를 몇 번 끄덕여 주곤 이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누르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우현의 성화에 명수가 잠시 핸드폰을 제 귀에서 뗐다가 다시 갖다댔다. 목소리 하나는 존나 크네, 이러다 침 튀기겠다 아주. 여전히 단단히 화가 난 듯 뭐라 중얼거리는 우현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하던 명수가 결국 한참 후에야 느릿하게 대답했다.
[너 진짜 연락 한 거 맞아? 아 근데 왜 안 오냐고] 내가 어떻게 알아. 오기 싫은가 보지 [니가 김성규 곧 온다며]
아까 전 자신이 아픈 건 죽어도 김성규한테 알려야 되겠다며 저와 성열에게 한바탕 난리를 피웠었던 우현을 떠올리며 명수는 한숨을 푹 쉬다가 핸드폰을 고쳐 쥐었다. 대책 없는 새끼. 속으로 우현에 대한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갈 것 처럼 굴어놓곤 여태 병원에 가지 않은 성규를 원망하면서. 일단은 잔뜩 흥분한 우현을 가라앉히고자 명수가 하던 말을 마저 이었다.
안 온단 말도, 온단 말도 안 했어. [전화를 했으면 대답을 줬을 거 아냐 개놈아] 지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는데 내가 어떻게 듣냐고 [아, 그럼 다시 한 번 걸면 되잖아!]
왜 죄 없는 제게 이렇게까지 성화를 부리는 건지. 문득 김성규라는 존재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면서, 명수는 제 옆에 선 성열에게 머리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는 시늉을 해 보였다. 남우현 진짜 미쳤나봐. 끄덕끄덕. 명수의 행동을 알아차린 성열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서로간의 암묵적 싸인을 공유하다 명수는 다시 우현의 통화에 집중했다. 그리곤 한 번만 더 전화를 걸어 달라 조르는 우현에게 결국 알았다 답해 주고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우현이가 뭐래?" "전화 한 번 더 해달래. 김성규 아직 안 왔다고" "성규 형 안 왔대?" "그런가 봐."
결국 김성규랑 남우현 사이에서 우리 둘만 죽어라 놀아나는 거지 뭐. 별 수 없다는 듯 명수가 통화 내역을 뒤지다 김성규라 써 있는 버튼을 꾹 눌렀다. 성규와 우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명수는 그저 답답할 따름이였다. 그냥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결정 내리면 될 것을 굳이 늘상 미적지근하게 굴어대는 성규나, 싫다는 놈 계속해서 쫒아 다니면서 주위 사람들만 잔뜩 피해 주는 우현이나. 둘 다 바보가 따로 없다. 가끔 보면 존나 유치하단 말이야, 명수가 혀를 끌끌 내 저을 때 쯤 통화음이 끊기면서 성규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명수야] 가기 싫으면 싫다 말해요. 자꾸 애매하게 굴지 말고 […….] 병원 옥상으로 와요. 걔 지금 형 기다리고 있으니까 왠만해서는 가 줘
가뜩이나 아파서 찡찡대는데 좋아하는 사람 얼굴은 봐야지. 말하고 있으면서도 내심 긴장한 명수가 핸드폰을 꼭 쥐었다. … 알겠어. 이윽고 들려오는 성규의 작은 대답에 명수는 그럼 둘이 잘 해 보라는 말을 덧붙이며 핸드폰을 닫았다. 이제 확인까지 받아냈는데 설마 또 안 가는 건 아니겠지. 드디어 둘 사이가 좀 풀리겠구나 싶어 내심 뿌듯해진 명수가 제 옆에 가만히 서 있는 성열의 허리에 무심코 손을 감았다. 갑작스런 명수의 행동에 되려 깜짝 놀란 성열이 명수의 손을 재빨리 떼어냈지만 명수는 아랑곳 않고 감은 손을 더욱 꽉 감았다.
"사람 많은데 뭐 해!" "왜. 이대로 장 보면 되잖아" "너 좀 변했다?"
전혀. 내심 기분은 좋은지 짜증스레 반응하면서도 피식거리는 성열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은 채 명수가 반대편 손으로 카트기를 밀었다. 한참을 꼼지락거리다 결국 졌다는 듯 가만히 걷고 있는 성열을 향해 명수가 옅게 웃어 보였다. 곧이어 명수가 쥐었던 힘을 뺐지만 성열은 부러 명수의 손을 치우지 않았다. 일단 우현이가 좋아하는 걸로다가 다 사자. 아이처럼 재잘대는 성열의 말이 곧 허공에 흩어지고 둘은 꼭 붙어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차마 타지 못하고 올려다보기만 했었던 엘리베이터 앞에 다시금 섰다. 성규는 심호흡을 깊이 들이쉬고, 버튼을 꾹 눌렀다. 아까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1층에 닿아 있었던 모양인지 문은 곧장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 홀로 남은 성규가 자꾸만 차오르는 긴장감에 손바닥에 흥건한 땀을 옷깃에 닦았다. 한 손에 꼬옥 쥔 커피가 미세하게 떨려왔지만 애써 흔들리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곧 문이 열리자 성규는 천천히 엘리베이터를 나왔다.
제 앞에 펼쳐진 커다란 옥상 문을 성규는 쉬이 열지 못했다. 이 문을 열면 남우현이 있을까. 혹 남우현을 처음 마주하게 된다면, 뭐라고 말 해야 할까.
모진 말을 내뱉고 빗속에서 도망쳤던 그 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성규였다. 같은 학교라 자주 만날 건수는 있었지만 행여 화라도 나 있을까봐 먼저 찾아가지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었다. 그 때 그 말이 진심이 아니였다고, 홧김에 저도 모르게 했던 말이였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마음 속으로 접어 버렸다. 오늘은 말 할 수 있으려나. 깊게 숨을 몇 번 들이쉬고 성규는 눈을 꼭 감았다 떴다. 하나, 둘, 셋. 마음 속으로 숫자를 세곤 옥상 문고리를 잡았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리고, 갑자기 탁 트인 시야에 성규가 눈을 찡그렸다. 바깥 바람이 성규의 옷 속에 금세 스몄다.
"왔네."
겨우 초점을 맞춘 성규의 두 눈에 옥상 바닥에 홀로 앉아 있는 우현이 담겼다. 아무 겉옷도 갖춰 입지 않은 채 얇은 환자복 차림으로. 성규는 우현에게 천천히 다가가 제 손에 들었던 커피를 내밀었다. 아까 전 엘리베이터에서처럼, 아직까지도 미세하게 성규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뭐야?" "커피."
"왜?" "마셔."
성규가 내미는 커피를 얼떨결에 받아 든 우현이 성규의 얼굴을 찬찬히 훑었다. 한 번도 이런 걸 성규에게서 받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커피를 받아드는 손이 영 어색했다. 성규는 우현의 옆에 나란히 쪼그려 앉았다. 노을에 물든 우현의 얼굴이 빨갰다. 그리고 성규 역시도.
"너 담배 폈지" "귀신이네." "다음엔 피지 마."
난 담배가 제일 싫거든. 성규가 쪼그렸던 다리에 두 손을 두르곤 찬찬히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와 있었어?
"김명수한테 전화 받고 곧바로지 뭐" "응, 그렇구나" "두 번이나 전화하니까 그제서야 오고. 하튼 나 아픈 거엔 관심도 없지 김성규?"
우현이 짖굳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성규는 흠칫 놀랐지만 이내 반대편으로 고개를 홱 돌리곤 코를 훌쩍이며 답했다.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야말로 병원에서까지 쳐 자지 마" "나 잔 적 없는데?" "흥, 거짓말. 니 보호자한테 다 들었거든"
"보호자?" "그래. 아까 죽 사들고 오더만. 걔랑 하루종일 있으니까 좋던?"
순간 누군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던 우현이 제 뇌리에 스치는 한 사람에 눈썹을 찡그렸다. 아, 김기범. 내 말이 틀려? 따지듯 물어오는 성규를 보며 금세 찡그렸던 눈썹을 편 우현이 아까 전 제가 받아 들었던 커피를 다시 내밀었다.
"왜 다시 줘?" "김성규 코 훌쩍이니까."
거의 억지로 성규의 손에 커피를 쥐어 줬다. 의도치 않게 다시 커피를 받아든 성규가 쪼그려 앉은 채로 빨대를 홀짝였다. 따뜻하다. 금세 훌쩍이는 걸 멈춘 성규가 다 마신 커피를 제 옆에 내려다 놓았다. 커피를 다 마실 때 까지도, 둘은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서로에게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어떻게 말 해야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을지. 결국 노을을 등진 채 성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주 작게, 하지만 또렷하게 우현의 귀에 들려왔다.
"저번에 니가 그랬지." "응?" "나보고 개년이라고"
내가 저번에 너한테 역겹다고 했던 건…,
니가 나를 개년이라고 불렀던 거랑, 똑같은 의미야.
아무 말도 잇지 못하는 우현에게 몇 마디를 덧붙인 성규가, 먼저 옅게 웃어 보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긴 했을까. 내심 걱정이 됐지만 성규는 우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얼떨결에 성규의 말을 해석해야만 하는 꼴이 된 우현이, 당황스러운 얼굴을 해 보였다. 김성규, 나는….
"나는 니가 좋아서, 개년이라고 하는 거야" "알아."
"안다고?" "그래. 안다고"
어느 정도 성규의 말이 해석이 됐지만 우현은 아직까지도 성규의 말을 쉬이 믿지 못했다. 여전히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우현을 두고, 성규가 먼저 옷을 탈탈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갈래. 데려다 줘. 노을 빛에 싸인 성규의 입모양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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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에 있을 중간고사 공부를 슬슬 해야할 것 같아요..ㅎ.ㅎ연재 텀을 조금 늘릴 예정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자주 찾아 뵐 테니 앞으로도 츤데레 많이 기대해주세요~~♡ (다음편은 야동, 그리고 조만간 수열이 나올 예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