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 츤데레ツンデレ 16.5 | 인스티즈](http://img12.imageshack.us/img12/6107/70437638.jpg)
[인피니트/야동] 츤데레ツンデレ 16.5 |
"명수야, 잠깐만!"
아픈 우현을 위해 먹을 것을 이것저것 집어 담고 계산대로 향하던 도중 성열이 갑자기 식료품 코너와 계산대 사이의 길목에 위치해 있는 의류 코너에서 명수를 멈춰 세웠다.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모양인지 입가에는 잔뜩 웃음을 띄고, 성열은 다짜고짜 명수의 손을 덥석 잡더니 이내 의류 코너 옆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아기 용품 코너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영문도 모른 채 마냥 성열을 따라 끌려온 명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해 보였다. 갑자기 아기 용품은 왜?
"구경하고 싶어." "뭐?"
하긴 평소에도 어린 아기들을 많이 좋아라 하고 꽤나 귀여워 했던 성열이라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아기 용품을 구경하자고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였기 때문에 명수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금요일인지라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니는데, 교복 빼입은 사내 둘이서 이런 곳을 어슬렁 거리는 것도 좀 민망한 광경이고…. 여전히 제 손바닥 만한 아기 신발들을 만지작거리며 환히 웃고 있는 성열의 손목을 명수가 슬쩍 잡아 끌었다.
"왜?" "가자. 뭐 이런 걸 보고 그래"
그 새를 못 참고 가자며 징징대는 명수는 가볍게 무시한 채 성열은 다시 작고 예쁜 아기 신발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진짜 귀엽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는 사이 명수와 성열을 알아본 직원이 이 쪽으로 다가왔다. 당황한 명수가 얼른 가자며 성열을 재촉했지만 성열은 되려 그 직원에게 너무도 밝은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이모, 이 정도 사이즈는 주로 몇 살이 신는 거에요?
"주로 두 살 정도 될 때 많이들 신기세요. 꼬까옷에 이런 신발 신기면 아기들은 되게 귀엽거든요" "아아, 네에…. 진짜, 진짜 귀여울 것 같아요"
와 명수야. 두 살이래.. 딸랑 두 살이라니. 그럼 2011년도에 태어난 건가? 진짜 대박이다! 아기들이 신기한 듯 감탄을 금치 않으며 조잘거리는 성열을 명수는 살풋 웃으면서 마주했다. 맨날 클럽이나 돌아다니고 술이나 대판 퍼 마시는 철부지인 줄 알았더니, 지금 마주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가 따로 없다. 명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아까 전 그 직원이 아직도 주위에 있는지 살피다가, 이내 다른 옷가게 선반을 정리하고 있는 것을 보곤 안심하며 성열을 쿡 찔렀다. 한창 아기 신발들을 구경하다 제 옆구리가 찔리는 기분에 명수를 쳐다보자 명수가 성열의 귓가에 제 입술을 갖다대고, 조용하게 속삭였다.
"너도 애기야."
벙 찐 성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명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 성열이 새삼스레 귀엽게 느껴져, 명수는 크게 웃어 제끼며 성열의 손에 들린 작은 분홍 색 신발을 제 카트기에 담았다. 그렇게 귀여우면 하나 사. 여전히 귀끝이 빨개져선 입을 통 열지 못하는 성열의 손을 잡고 명수가 다시 카트기를 쥐었다. 얼른 와. 우현이 기다리겠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제 손이 잡히는 느낌에, 여전히 빨개진 얼굴을 식히지 못한 채 성열이 앞서 가는 명수를 총총 따라갔다.
병실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 우현의 얼굴이 썩 편해 보이진 않았다. 아까 전 기범과의 사투로 인해 힘도 마음도 쭉 빠져 버렸을 터. 분명 의도하고 저질렀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기범에게 드는 이 미안한 마음을 우현은 쉬이 떨치지 못했다. 다른 사내놈들 후려서 상처 주는 게 십칠 년 남우현 인생에서 그리 드문 일도 아니였거늘. 어째서 기범에게만 자꾸 이런 감정이 드는지 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때는 김기범을 정말로 좋아하긴 좋아했었나보다. 사람은 감정을 속이지 못한다는, 불현듯 주워 들었던 말에 수 백 번 공감하면서 우현은 침대 위에 대 자로 뻗어 버렸다. 이렇게 기범에게 미안해 하고 있는 이 와중에도 자꾸만 김성규 생각이 나는 것이 우스웠다. 지금쯤 제대로 집에는 들어갔는지, 혹 들어갔다면 뭘 하고 있을 지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였다.
전화를 해 볼까. 늘 제 번호는 수신차단 해놓거나 스팸으로 걸어놓았었던 성규였기에 살짝 불안한 감이 들었지만 결국 우현은 제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몇 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었지만 역시나 목록 중 김성규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 씨, 자존심 상하게. 우현은 자존감이라고는 하나도 비치지 않는 제 자신을 욕하면서도 결국 망설임 끝에 메시지 버튼을 눌렀다. 수신자 란엔 김성규의 번호 열 한 자리를 직접 꾹꾹 새겨 넣고, 한참을 생각하고 생각하다 이내 몇 자를 문자 란에 채워 넣었다.
[추운데잘들어갔냐? 데려다줄려 그랬는데 미안ㅋㅋ;;]
흠.. 마음에 안 들어. 뭔가가 찌질한 남자같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우현은 또 몇 분 가량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뒤에 몇 자를 지우곤 다시 문자를 새겨 넣었다.
[데려다줄려 그랬는ㄷ[[ㅁ이ㅏ검니ㅏㅣ시발이게아닌데]
이것도 아닌데. 이렇게 문자 보내기가 힘든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우현이 터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고 또다시 고뇌를 시작했다. 뭐라고 보내야 멋있어 보이려나. 아오 남우현 병신. 결국 우현은 문자를 모두 지우곤 짧게 몇 마디를 적어 미련없이 전송 버튼을 눌러 버렸다.
[내일도 와]
겨우 딱 네 글자를 보낸 것 뿐인데 괜시리 가슴이 쿵쾅거렸다. 학주 앞에 설 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다. 혹시 답장이 안 오는 건 아니겠지. 내심 차오르는 불안감은 애써 꾹꾹 눌러담은 채 우현이 핸드폰 액정을 켰다. 정말 안 오는 건 아닐까. 괜히 답장을 기대하는 제 자신이 바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때 쯤, 그런 우현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쾌한 문자음이 울렸다. 거의 동물적으로 문자음이 울리자마자 핸드폰을 꺼내든 우현이 이내 성규의 답장을 확인하곤, 샐샐 웃어 보였다.
[짐싸들고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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