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장동우, 01ㅡ두 보스와 애첩의 상관관계 下
[인피니트/조직물/야동엘] 간병인 장동우 02 |
김명수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장난감. 드디어 그 장난감을 쥐었다. 호원은 동우를 향해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이제부터,"
니가 내 간병인이야. 호원은 미친개 같은 눈빛으로 동우에게 말했다.
[야동] 간병인 장동우 02 두 보스와 애첩의 상관관계 下
동우의 하얀 손이 호원의 피로 붉게 물든 붕대 끝을 잡았다. 이미 엉킬대로 엉겨 붙은 피딱지들이 붕대에 달라붙어 통 떨어지려 들지를 않았다. 얼마나 출혈이 심했으면. 동우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가위를 들어 붕대를 한 조각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하얀 동우의 손 마디가 호원의 피로 물들어 갈 때 쯤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상처에 휴지로 몇 번 제 손을 닦곤 구급 상자를 뒤적였다. 생각보다 많이 벌어진 상처에 봉합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동우였다.
"마취제.. 없..어?"
구급 상자를 뒤적여 겨우 봉합용 실바늘을 찾아낸 동우가 존댓말을 써야 할 지 반말을 써야 할 지 한참을 고민하다 이윽고 호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꽤나 고통스러운 모양인지 미간을 잔뜩 좁히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호원이 어렴풋이 들려오는 동우의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어색해 미칠 것만 같은 이 상황. 호원은 몇 초간 동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그냥 해. 답해오는 호원에 동우는 한숨을 한 번 푹 내쉬곤 바늘을 들었다. 점차 호원의 어깨로 향하는 동우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침착하자. 자칫하면 엄한 곳을 꿰맬 수도 있단 생각에 동우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해. 이윽고 아까 전보다 떨림이 줄어든 동우의 손, 정확히는 그 손에 쥐어든 바늘이 호원의 살결을 관통하기 시작했다.
"… 으윽."
날카롭게 파고드는 바늘이 꽤나 아픈 모양인지 호원이 옅은 신음을 흘렸다. 마취제도 없이 생살을 뚫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의사인 자신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우는 최대한 호원이 아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실을 꿰매었다. 그렇게 몇 분간의 숨막히는 정적이 끝나고, 동우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은 듯 깊이 숨을 내쉬며 봉합이 끝난 호원의 어깨를 새 붕대로 돌돌 동여맸다. 이번에는 피가 새지 않도록 아까 전보다 더 꽉 조인 후 호원의 피로 물든 제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 동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호원을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정적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동우는.
무어라 제게 말을 꺼내려는 듯 천천히 열리는 호원의 입술을 불안하게 지켜보았다. 호원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그것이 너무도 두려웠다. 어렸을 적, 그리고 또한 여렸을 적 호원을 버리고 떠났던 자신이였기에 동우는 호원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으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아마 자신을 때리고 욕할 지도 모른다. 동우는 호원이 자신으로 하여금 얻은 상처들을 제 앞에 각인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게 형 탓이라고. 내가 망가진 이유는 장동우 너 때문이라고. 그럼 난 무어라 말해 주어야 할까. 그저 한없이 미안하다고 말 하는 수 밖엔 없었다. 변명할 수 조차 없는 명백한 사실이니까. 동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여전히 호원의 피로 적신 제 손을 꼼지락거리며 그렇게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허나 그런 동우의 우려와는 다르게, 호원은 치기어린 원망 대신 붉게 물든 동우의 손을 힐끗 쳐다보더니 어디론가 턱짓을 해 보였다. 호원의 턱짓을 따라가자 이윽고 제 눈 앞에 보이는 화장실에 동우는 영문을 모른 채 아무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 다시 호원에게로 향하는 동우의 떨리는 시선.
"일단 손부터 씻어야 할 거 아냐." "아아…."
그제서야 호원의 말뜻을 알아차린 동우가 비척비척 화장실로 향했다. 상처 봉합에 온 정신을 쏟았던 탓인지 한 쪽 다리를 뻗자 그대로 동우의 몸이 휘청였다. 다시 숨을 고르곤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지만 여전히 동우의 두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물론 호원은 그런 동우를 결코 잡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생각보다 좁지 않은 화장실 내부에까지 다다른 동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고리를 살짝 움직여 보았다. 철컥 하고 조용하게 잠기는 문고리에 그제서야 온 힘이 풀려 버린 동우가 문에 기댄 채 쭉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동우는 두근두근 떨리는 제 왼 심장을 움켜 쥔 채 가빠지는 호흡을 겨우 추스렀다.
눈물이 흘렀다. 아주 천천히, 한 방울 한 방울씩.
한 손으로는 여전히 떨리고 있는 제 심장 부근을, 다른 한 손으로는 지끈거리는 제 머리를 쥐어 잡고 동우는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지금 제가 처한 이 상황이 동우는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토록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그러나 언젠가는 마주쳐야만 했던 호원과의 재회. 아무리 지난 상처를 모두 묻어 버리고 한층 굳건해진 동우였다지만 이런 상황 앞에서는 어린애마냥 불안하기 그지없었더랬다.
"무서워……."
무서워 명수야. 문득 명수가 떠올랐다. 오늘 아침에도 환하게 웃어 주었던 그 해사한 얼굴이. 행여 자신의 흐느낌을 문 밖에서 호원이 듣기라도 할 까봐 동우는 소리내서 울지도 못하고 속으로 끅끅대기만 했다. 명수도 없는, 낯설기 그지없는 이 곳이 갑작스럽고 힘들었다. 동우는 한참을 문을 등지고 주저앉은 채 눈물만 흘렸다. 첫 번째 이유라면 현재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이 너무나도 당혹스러워서, 그리고 두 번째 이유라면 한 조직의 보스라 칭해지는 호원 앞에 선 한낱 간병인일 뿐인 제 모습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져서일 터. 손에서 나는 비릿한 피 냄새가 썩 좋진 않았지만 이미 풀려버린 다리는 일어날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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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몇 분이 흘렀을까. 한참이 지나서야 동우는 화장실 바닥에서 흐느끼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울에 비친 얼굴에 손바닥 모양의 핏자국들이 다분했다. 피 묻은 손으로 얼굴을 몇 번이나 무의식적으로 쓸었던 것일까. 동우는 거울 앞에 선 초라하기 그지없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옅게 웃었다. 동우의 웃음이 쓰다. 동우는 콸콸 흘러내리는 수도꼭지에 물을 묻혀 제 얼굴을 열심히 닦았다. 빨갛던 제 볼이 점차 희끗해지더니 이윽고 다시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제 손도 벅벅 닦아낸 동우가, 수건으로 여전히 지끈거리는 얼굴과 손을 닦아내곤 다시금 화장실 문 앞에 섰다.
이 문을 열면, 또다시 아까 전의 그 사무실과 그 가운데 위치한 호원이 있을 것이다.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였지만 이미 화장실 안에서 30여분을 버텨 왔기 때문에 더이상은 남아있을 수 없었다. 동우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천천히 잠궜던 문을 열었다. 조용히 나오고 싶었지만 끼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은 결코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동우는 천천히 닫은 문 앞에 선 채로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여러 소파들, 그 중에서도 맨 가운데 위치한 1인용 소파에 호원이 걸터앉아 있었다. 삐딱한 자세로, 그러나 애석하게도 오롯 시선만은 똑바로 동우를 향해 있었다. 정확히는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는 동우의 두 눈동자를.
"앉아."
여전히 동우를 향한 시선은 거두지 앉은 채 호원이 낮게 읊즈렸다. 어렸을 적과는 확연히 다른, 담배에 찌들어 낮고 걸걸한 목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동우는 말없이 호원의 옆 소파에 조용히 걸터앉았다. 마치 제가 그 자리에 앉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갓 탄 코코아가 탁자 위에 놓여져 있었다. 동우는 망설이다 제 앞에 놓여 있는 그 코코아 잔을 집어 들었다. 물론 선뜻 마시지는 못 했지만. 호원은 제 손에 든 쓴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마셨냈다. 금세 깨끗이 비워진 호원의 잔이 꽉 채워진 동우의 잔과는 심히 대조되었다. 다 마신 잔을 제 앞에 놓고 난 후 호원은 노골적으로 동우를 하나하나 훑어 보기 시작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 주면 좋으련만. 동우는 호원의 노골적인 시선을 모두 받아 낼 배짱과 역량이 충분하지 않았다. 말없이 약 5분 가량을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 호원을 애써 피한 채 동우는 제 신발코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동우의 앞 코코아 잔이 점차 차갑게 식어갈 때 까지도 둘 사이에는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호원의 지시대로 앉았음에도 무릇 정적만이 오가고 있는 것이 우스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 너는."
호원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그제서야 땅바닥을 향하고 있던 동우의 시선이 다시 호원을 향했다. 호원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 내심 불안한 동우였다. 앙다문 동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L의, 애첩이야?" "… 뭐?"
깜짝 놀란 듯 한 동우의 답문에도 여전히 호원은 태연했다. 호원은 제 생각을 확신한다는 듯 동우에게 더욱 파고들었다. 너 애첩 아냐? 보스 애첩.
"호원아. 무슨 소리야.." "이런 조직 세계에서 간병인 따위는 필요 없어."
그런데도 니가 간병인 행세를 하면서 L 옆에 붙어 있는 이유는 분명 넌 그 새끼랑 특별한 사이이기 때문일 테고. 호원은 섬뜩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동우의 눈동자와 마찬가지로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아진 두 손이 부득부득 떨리기 시작했다. 무서웠다.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호원에게서 풍겨지는 아우라는 자신의 말문을 모두 틀어 막아 버리는 힘이 있었다. 동우는, 호원의 앞에선 그저 갸날픈 여우 새끼 하나에 불과했다.
"나, 명수랑 그런 사이 아니야."
동우는 작지만 조곤하게 호원의 말을 받아쳤다. 정말 아니였다. 호원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대략적으로 호원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사이는 기필코 아니였다.
명수는, 그저.. 아니, 나는 명수의 안식처일 뿐이야. 동우의 말이 마음 속에서 맴돌고 또 맴돌았다. 동우의 두 다리마저도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동우는, 제 앞에서 미친 듯한 표정으로 살풋 웃고 있는 호원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나랑도 잘래?"
호원은 웃던 표정을 싹 굳혔다. 그래. 저 표정으로 하얀 나비를 서슴없이 짓밟았었다, 이호원은. 장동우 추락. 초점 없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던 동우의 두 눈동자에서 결국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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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쎈캐 호원이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어요ㅠㅠ~~!!안 그럼 멘붕이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용..ㅎㅎ..
요새 츤데레 간장우 둘 다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진짜 행복할 따름이에요ㅠㅠㅠㅠㄹ똥손인 저에게..
정말 사랑해요...ㅠㅠㅠㅠ이런 장르는 처음 써보는데 격려해주시고 재미있게 읽어주셔서..ㅠㅠㅠㅠㅠㅠㅠㅠ
그대들 댓글 보면 정말 힘이 불끈불끈ㄴㅇ난담니다..ㅠㅠㅠㅠㅠㅠ사랑한데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