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 츤데레ツンデレ 17 |
"남우현!" "아 깜짝이야 야! 씨발 노크!!"
양 손에 가득 짐을 들어쥔 성열과 명수가 병실 문을 벌컥 열어 제끼자 우현은 갑자기 뭐라도 들킨 것 마냥 호들갑스럽게 핸드폰을 제 등 뒤로 숨기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야, 저 새끼 죄 진 거 있나. 환히 웃으며 반겨줄 줄 알았는데 되려 성을 내는 우현의 태도에 성열과 명수는 괜히 뻘쭘해져 주섬주섬 겉옷을 벗곤 한아름 사온 물건들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목배게, 담요 같은 생활 용품에서부터 엄청난 양의 과자, 사탕들까지. 고작 이틀 입원인 우현에게는 다소 과분한 선물이나 다름 없었다. 족히 십만 원 어치는 되 보이는 물건들에 우현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제서야 뿌듯해진 성열이 우현의 다친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돈 좀 썼다 우리?
"뭐냐 이게 다? 쪼잔한 줄 알았더니" "그래도 친구 다쳤는데, 요 이틀 간은 호강 시켜줘야지"
성열의 멘탈 제대로 박힌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아진 우현이 봉지를 뒤적였다. 헐 이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데! 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꽉 채워진 봉지를 보자니 문득 좋은 친구를 두었다는 것에 자랑스러워졌다. 우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사탕 봉지들을 꺼내다, 갑자기 손에 잡히는 이상한 물건에 이건 뭐지? 하고 꺼내 보였다.
"아기 신발..?" "헉! 아익 야 내놔!"
다름아닌 아까 전 명수가 성열의 손에서 집어 담았던 분홍 색 아기 신발이였다. 깜짝 놀란 성열이 재빨리 우현의 손에서 아기 신발을 빼앗아 제 가방 안에 넣자 눈치 빠른 우현이 몇 초 간 생각하다 문득 알아차린 모양인지 음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얼레~ 둘이 애도 낳을 심산이다 아주" "무, 뭐래냐?" "좋겠다? 벌써부터 노후 보장이나 하고"
조만간 요 둘 좀 놀려야겠다, 싶어진 우현이였다. 잔뜩 당황해선 얼굴이 빨개진 성열의 등을 명수가 몇 번 토닥이자 우현이 이젠 대놓고 연애냐며 마구 쌍욕을 싸질렀지만. 그런 우현은 아랑곳 않고 명수는 아까 전 우현의 미심쩍은 행동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자세히 말하자면, 아까 전 자신들이 등장했을 때 깜짝 놀라며 핸드폰을 뒤로 숨겼던 우현의 태도 말이다.
"그나저나 너 뭐 숨기는 거 있냐?" "없어 임마."
"근데 왜 그래? 핸드폰은 왜 숨겨?" "내가 언제!" "왜. 혹시 김성규랑 문자 하냐?" "어, 어?"
갑자기 반격해오는 명수에 당황한 우현이 마구 손사레를 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명수는 우현의 핸드폰을 빠르게 채갔다. 야 미친! 아 씨발! 야! 병실 침대에서 뺏기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는 우현은 가볍게 밀친 채 명수는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그리고 지어 보이는 승리의 웃음.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던 것이다. 결국 통화 내역부터 문자 내용까지 모두 확인하고 나서야 우현에게 다시 핸드폰을 건넨 명수가 옆의 성열과 귓속말을 하며 낄낄 웃었다. 아까 전 성열과는 반대로, 이번엔 우현의 얼굴이 잔뜩 빨개지기 시작했다.
"니가 놀릴 입장은 아닌데 남우현?" "남의 핸드폰은 왜 보는데 아!"
"뭐? 내일도 와~?" "아 이성열 닥쳐!"
전세 역전. 잔뜩 신이 난 성열이 계속해서 문자 내용을 중얼거리며 우현을 약올렸다.
"아오 새끼가.."
우현은 가만히 핸드폰을 꼭 쥔 채 속으로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다, 갑자기 지잉 하고 울리는 진동에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했다. 이야~ 남우현 동물적 감각! 옆에서 여전히 놀려대는 성열과 명수를 한 번 흘겨 준 우현이 성규에게서 도착한 문자를 보고 실실 웃으며 문자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성열아, 쟤 진짜 웃는 거 봐 병신같다" "닥쳐라. 문자 다 보내면 죽여버릴거야"
"근데 뭐, 병신같긴 한데 웃는 게 보긴 좋다. 근데 김성규가 그렇게 좋냐?" "어."
그것만은 인정해야 할 사실이였다. 제가 생각해도 김성규 앞 남우현은 병신이나 나름 없었으니. 완전 팔불출이라며 옆에서 소란을 피워대는 명수와 성열은 고사하고 우현은 또다시 고심하며 키패드를 한 자 한 자 누르기 시작했다. 결국 전송 버튼까지 모두 누르고 나서야 힘이 쭉 빠진 듯 침대 위로 벌러덩 눕는 우현이였다. 그런 우현의 입에 사탕을 하나 까서 물어 준 성열이 마치 연애 상담이라도 하려는 듯 진지하게 병실 앞 판자를 두 번 두드렸다. 탁 탁.
"왜." "큼. 그래도 우리가 연애 쪽에서는 선배 아니냐. 모르는 거 있음 물어봐"
"니네 없어도 잘만 꼬시니까 걱정 마라" "김성규는 다르다매. 너 한 달 전에도 그런 말 했었거든?"
이번에는 우현의 것보다 더 큰 알사탕을 까서 명수의 입에 물려 준 성열이 전문가 마냥 다리를 꼬았다. 얘가 지금 뭘 하려는 거야. 가뜩이나 문자 내용까지 들켜서 자존심은 죄다 상했던 터라 우현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성열을 흘겨 보았다. 그런 우현이 꼬시다는 듯 성열은 마지막으로 가장 큰 사탕을 제 입 속으로 탈탈 털어 넣었다. 그런 성열을 계속해서 흘겨 보다, 우현이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 내일 온대." "김성규가?" "그럼 누구겠냐."
완전히 성열과 명수에게 졌다는 듯 하나 둘 성규의 얘기를 털어놓는 우현에 성열과 명수는 신이 날 따름이였다. 연애 고수 남우현이라고 불렸었던 만큼 워낙 연애에서만큼은 빠삭했던 터라 단 한 번도 이렇게 연애 상담을 해 본 적이 없었던 우현이였기 때문이였다. 남우현이 이런 면도 있었나. 내심 성규 덕에 우현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성열은 피식 웃다 무릇 진지한 우현의 표정에 다시금 표정을 굳혔다.
"근데, 병원에서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어" "나랑 명수 때문에 그래? 자리 비워 줘?" "아니 그럼 더 좋긴 한데. 말도 잘 못 걸겠으니까.. 아 씨발! 짜증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른 애들 같았음 이런 생각 없이도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대할 수 있었을 텐데…. 유독 김성규에게만큼은 신중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결국 우현은 말을 마치곤 아까 전 성열과 명수가 사 왔던 담요를 덮고 눈을 싹 감아 버렸다. 그런 우현을 바라보며 한참을 놀려먹던 성열과 명수가, 이윽고 일어나서 자신들이 사 온 음료수들을 냉장고 안에 넣기 시작했다.
"아, 맥주도 샀어야 되는데." "병원이다 이성열?" "거 참. 알겠어 알겠어"
맥주는 죽어도 안 된다며 막아 오는 명수 때문에 결국 사지 못했던 성열이였다. 성열은 아쉬움에 입술을 축이다, 문득 갑자기 든 생각에 냉장고 앞을 정리 중인 명수의 등을 툭툭 쳤다. 명수야 명수야.
"왜?" "근데 호원이 왜 안오지?" "어, 그러게."
다름아닌 이호원이였다. 분명 명수의 말대로라면 지금쯤 오고도 남았을 텐데, 통 전화며 문자며 감감 무소식인 것이 상당히 신경 쓰였다. 결국 성열은 담요를 푹 눌러쓰고 있는 우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야 남우현, 일어나 봐. 하지만 여전히 단단히 삐진 모양인지 꿈쩍도 않는 우현이였다. 성열은 그런 우현을 보며 혀를 끌끌 차다가 한 번 더 우현의 머리통에 꿀밤을 맥였다. 아! 그제서야 아프단 듯 두르던 담요를 내리고 눈을 흘기는 우현에 성열이 제 핸드폰을 쑥 내밀었다.
"생각 중인 거 안 보이냐?" "생각은 개뿔. 호원이한테 전화나 해 봐. 통 안 오는게 이상하잖어"
"걔 안 와도 되는데." "죽으려고. 얼른 전화나 해"
에이씨. 한참 김성규 생각에 빠져 있었던 모양인지 우현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성열의 핸드폰을 확 채갔다. 통화 내역에서 호원의 이름을 꾹 누르곤 수화기를 건네 드는 우현의 모습이 썩 감흥 있어 뵈진 않았다. 귀찮게 진짜. 몇 번 통화 연결음이 울리다, 이윽고 소리가 끊기며 호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우현은 수화기를 왼 손으로 고쳐 쥐었다.
"야. 앵간히 안 올 텨? 성열이가 너 찾아" [뭐가.]
"왜 병원 안 오냐고" [아, 나 지금 병원인데] "엥? 근데 왜 안 와?"
통 알 수 없는 호원의 말에 답답해진 우현이 언성을 높였다. 아니, 날 보러 병원에 찾아왔음 병실로 와야지 여태 뭐 하느라 안 오는 거야? 아랫층에 예쁜 여자라도 있냐?
[너 보러 병원 온 거 아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나 말고 또 볼 일 있어?"
[아, 그게.. 어.] "뭔데?"
[선배 진찰 받으신대서.] "선배? 무슨 선배?"
우현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원의 태도가 영 미심쩍은 것이 말이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더듬거리는 말투며, 그리고 결론적으로 제 경험 상 호원은 누가 다친다고 해서 함께 따라와 줄 사람이 전혀 못 되었다. 그런데 선배 진찰이라 함은…,
우현이 슬쩍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알겠다. 무언가 해결책을 찾은 듯 한 기분이였다. 오늘 아침 함께 피웠던 맞담배에서 들었던 호원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 관심있는 사람이 하나 생겼다고 그랬지. 역시 눈치 백 단 남우현. 우현은 확신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병원 왔냐?
[… 미쳤냐.] "맞네 야. 전화로 욕도 안 하는 거 보니까 지금 옆에 있나 봐? 이호원 연하남 체질인지는 몰랐는데] [너 찾아오기만 해] "알겠어 알겠어. 선배랑 연애 열심히 하다 와라"
역시나 맞았다. 우현은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성열과 명수에게 승리의 표정을 지어 보이며 갓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호원이 뭐래? 묻는 성열은 단번에 무시한 채 우현은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났다. 대충 패딩 하나를 걸치곤 슬리퍼를 고쳐 신으며 나갈 채비 중인 우현에 성열과 명수는 당황스러울 따름이였다. 야 어디 가!
"이호원 첫사랑 얼굴이나 구경하러 갈란다. 곧 올게"
경쾌하게 답해준 우현이 병실 문고리를 잡고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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