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단어 ツンデレ(츤데레) 에서 유래된 말로, 많은 사람들 앞에선 차가운 태도를 취하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만은 유독 태도가 바뀌는 캐릭터를 말한다
파랑새를 심는다 (feat. 서현아) - Fatdoo (팻두)
[인피니트/야동] 츤데레ツンデレ 16 |
병원을 온통 빨갛게 물들였던 노을이 지고 자욱한 어둠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했다. 옥상을 내려와서 병원 입구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둘 사이에는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잘 가 우리 성규" "으응…."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편해졌다는 것. 수줍음이 잔뜩 베인 우현의 인사에 낮게 대답하는 성규가 말꼬리를 살짝 흐렸다. 무언가 시원하지 않은 기분, 혹은 아쉬움 때문일까? 간략한 인사를 모두 마치고 나서도 막상 대답과는 다르게 성규는 쉬이 몸을 틀어 병원을 나서지 못했다.
"아, 맞다" "어?" "너 오늘 이렇게 굴어놓고 나중에 튕기기만 해."
제 딴에는 잔뜩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이는 우현의 모습이 성규의 눈에는 그리 웃겨 뵈지 않을 수 없었다. 피식. 성규의 입술 새로 실소가 새어 나왔다.
"너나 잘하셔."
꼭 어린아이 투정 같다. 성규가 입술 한 쪽 꼬리만 올려 비식 웃어 보이곤 우현을 향하던 몸을 반대로 틀었다.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썩 가벼워 보이진 않았다. 결국, 몇 걸음 걸어가다 말고 성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로 중간에서 뒤를 돌아 우현이 서 있었던 곳에 흘끔 시선을 두었다.
"… 치."
애석하게도 우현은 없었다. 잘 하라고 말해 뒀더니 금세 사라지고 난리야. 데려다주겠다는 말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예의상 가는 모습은 어느 정도 지켜봐 줄 줄 알았는데. 내심 서운해져 입술을 비죽이곤 가던 길을 다시 걸었다.
입술은 여전히 씰룩이면서도, 병원을 나서는 성규의 발걸음이 아까보다 눈에 띄게 가벼워 진 것 같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우현을 잔뜩 괴롭혔다. 평소 같았음 내지도 못했을 속도로 한참을 뛰어왔던 것 같다. 겨우 엘리베이터 앞까지 도착한 우현이 문이 열리자마자 쓰러지듯 들어가 안의 거울에 제 몸을 기댔다. 아직까지도 뜨거운 열이 제 아래서부터 위로 쭈삣하게 솟고 있는 것 같아 손으로 부채 모양을 해 제 얼굴에 바람을 부쳤다.
"으아, 죽겠다."
우현은 새빨개진 귀끝을 한참 동안 만지작 거리다 혼자뿐인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도대체 김성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제 몸이 달아오르는지 그 여파를 통 종잡을 수 없었다. 그저 역시 김성규다, 하는 생각뿐. 김성규 앞에선 마치 바보마냥 그 어떤 행동도 제 마음대로 행할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이였다. 제게 내밀었던 커피. 해사한 웃음. 옆에 쪼그려 앉는 자세. 그리고 노을을 등지고 조곤하게 들려오던 예쁜 목소리. 평소 같았음 저를 냉시하고도 남았을 김성규일 텐데 오늘따라 예의 친절한 것이 조금은 당황스러우면서도 그 기분은 끝내주게 좋다고, 우현은 생각했다.
허나 아직까지도 다루기가 영 어려웠다. 어느 날은 자신을 괄시하듯 노려보면서도 또 오늘 같은 날은 여우마냥 눈웃음을 살살 지어 보이는 성규였으니. 남자 후리기엔 일가견이 있다 나름 자부해 왔던 우현이라지만 김성규의 마음은 정말이지 감 잡을 수가 없을 만큼 복잡하고 또 어려웠다. 꼭 배배 꼬인 기집애들처럼. 좀 있으면 완전히 어두워질텐데 괜히 혼자 보냈나. 데려다 줄 걸. 이제야 드는 아쉬움에 우현이 입술을 축였다. 불규칙한 호흡을 겨우 고르며 숨을 몰아 쉴 무렵 3층에 다다른 엘리베이터 문이 경쾌한 음과 함께 열렸다.
몇 걸음 걸어가다 이내 보이는 병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누군가의 형체가 우현의 눈에 담겼다. 아, 씨발 김기범. 그 형체의 원천이 기범이라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우현은 낮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흥, 거짓말. 니 보호자한테 다 들었거든 보호자? 그래. 아까 죽 사들고 오더만. 걔랑 하루종일 있으니까 좋던?
아까 전 옥상에서 들었던 성규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씨발 김기범 니 따위가. 그런 우현의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여전히 병실 문 옆에 쪼그린 채 통 미동도 없는 기범에 우현이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섰다. 위에서 아래로 기범을 내려다보는 우현의 눈빛이 썩 곱진 않았다. 눈을 꼭 감고 무릎 사이에 제 얼굴을 묻고 있는 기범을 여전히 노려보면서 우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야.
"얘기 좀 하자." "……." "김기범."
"안 자고 있는 거 다 알아." "… 알면 모른 척 하고 지나가." "아, 씨발 할 말 있다고."
기범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곤 아래서부터 위로 느릿하게 우현을 올려다보았다. 불안정하게 우현을 쳐다보고 있는 기범의 초점이 흐렸다. 눈 주변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눈물 자국 역시도 기범의 상태를 잘 말해주는 듯 했다. 울었어? 물어 오는 우현에 기범이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었다. 물론 행동과는 다르게 당장이라도 눈물이 새나올 듯 입술을 잔뜩 비죽이고 있었지만. 이윽고 기범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아주 천천히, 병실 복도를 울렸다.
"… 누구랑 있다 왔는지 알아." "……." "그러니까, 모른 척 해 달라고"
비참해지니까. 말을 끝으로 기범이 다시 눈을 꼭 감고 무릎 새로 얼굴을 묻었다. 그런 기범 앞에서, 우현은 그 어느 말도 할 수 없었다. 기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내심 앞으로 쭉 걸림돌이 될 것 같단 이중적인 생각이 들어 우현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복도, 얇은 옷 차림으로 쭈그리고 앉아 있는 김기범, 그리고 그 앞에 가만히 서 있는 남우현 자신. 우현은 말없이 병실로 들어가 담요 하나를 챙겨 나와 미세하게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기범의 위에 담요를 둘러 주었다.
앵간하면 일찍 집에 가라. 낮게 읊즈리곤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후에도 몇 시간 동안 기범은 자세를 바꾼다거나 자리를 뜨지 않았고, 또한 병실 문 역시도 열리지 않았다.
"호야." "네?"
잠시만 기다리라며 호원을 연습실 바닥에 앉혀 놓곤 이리저리 씨디들을 뒤적이던 동우가 그 중 하나를 꺼내 호원에게 내밀었다. 읽어봐. 씨디 케이스 위에 적혀진 알아보기 힘든 노래 제목에 호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 도대체 누가 썼길래 이렇게 악필인가 싶을 정도로 정체 불명인 글씨를 한참 동안 노려 보다가, 한참 후에야 글씨를 다 읽었다는 듯 호원이 낮게 그 위로 쓰여진 글씨를 중얼거렸다.
오마리온의 O. 오마리온이라면 호원 역시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Ice box같은 노래는 옛날에 직접 샘플링하기도 했었으니까. 자신의 mp3 애청곡을 이렇게 동우에게서 건네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호원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동우를 올려다 보았다.
"그 노래 알아?" "네. 좋아해요" "어 진짜? 이야.."
나도 좋아해. 방긋방긋 거리며 제게 대답해 오는 동우의 모습에 호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도 좋아한다니. 순간적으로 확 뻗쳐 오는 이상한 기분에 호원이 재빨리 동우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 호원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동우가 여전히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CD를 재생했다. 이윽고 들려오는 끈적한 노래에, 호원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연습실 중간에 가만히 선 채 동우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CD를 재생하자마자 쪼르르 호원이 있는 쪽으로 뛰어온 동우가 호원의 옆에 서더니 씩 웃어 보였다. 춰 봐요, 호원아.
"… 네?" "나 호야가 춤 추는 거 보고 싶었거든."
대뜸 호원의 맞은 편 거울 앞에 털썩 앉더니 아예 방청객 마냥 박수를 치는 동우에 호원은 뒷머리를 긁적이기만 했다.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춰야 하나. 막상 동우 앞에서 제 춤 솜씨를 보이려니 민망함이 가득 밀려왔다. 괜히 가르쳐 달라고 했나. 멋쩍은 기분에 가만히 무대에 서 있다 한참 만에 호원이 다시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선배 먼저 춰 주시면 안 되요?" "응? 나?" "네. 일단 선배가 추는 거 보고."
호원이 조심스럽게 건넨 제안에 동우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그럼 호야가 여기 앉아 있어요. 동우는 제 엉덩이를 탈탈 털고 일어나 호원이 섰던 자리로 가서 섰다. 다시 씨디를 재생하자 흘러나오는 전주에 조금씩 박자를 타기 시작하다, 곧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보는 동우의 춤이다. 호원은 멍하니 동우의 춤 추는, -그러니까 동우의 말을 빌리자면 날아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 보며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예쁘다. 춤 추는 모습이.
늘 노래 중간에서 격하게 변질되고 마는 자신과는 확연히도 다른, 부드러우면서도 내면에 꽁꽁 강한 면모를 감추고 있는 동우의 유한 춤이 또다시 호원을 매료시켰다. 내심 날고 있다고 동우를 묘사했던 신수현 놈의 말에 다시금 동조하면서, 그렇게 말없이 리듬에 몸을 맡기는 동우를 바라보다 어느덧 노래는 끝자락에 닿았다. 어느새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동우가 가쁜 숨을 내쉬며 호원의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호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니에요" "나 안아 봐." "네?"
갑자기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안아 보란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생각하기도 전에 동우가 재촉하듯 한 번 더 호원을 채근해 왔다. 얼른. 곧 있으면 사라진단 말이야. 통 알 수 없는 동우의 말에 호원이 별 수 없이 동우의 어깨를 살짝 감쌌다. 그러자 호원의 품에 쏙 들어온 동우가 그대로 호원을 꼭 끌어안았다. 왼 쪽 심장 둘이 맞닿는 기분에 호원이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하자 동우가 호원의 등을 살살, 쓰다듬었다.
"느껴져?"
지금, 여기가 막 쿵쾅쿵쾅 거리고 있잖아. 동우는 호원을 더욱 꽉 끌어안으며 호원의 어깨팍에 제 얼굴을 기댄 채 입을 열었다. 동우의 쿵쿵대는 심장 소리가 제 가슴팍을 타고 느껴졌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상야릇한 기분에, 호원은 딱히 말을 덧붙이지 못하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희한하게도 저를 끌어안는 그 기분이 좋아서, 호원은 저도 모르게 동우의 어깨춤에 어쩡쩡하게 놓여 있던 제 손을 다시금 고쳐 둘렀다.
"어, 잠깐만…." "왜요?" "응.. 거긴 누르지 마."
호원이 동우의 어깻죽지를 두르자 갑자기 동우가 눈썹을 찡그려 보였다. 그래도 이 자세가 제일 편한데. 호원이 알겠다는 듯 어깨를 두르고 있던 팔을 다시 내리곤 동우의 허리를 둘렀다.
동우의 땀방울이 조금씩 호원의 셔츠로 새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서로의 몸을 두르고 있던 팔을 뗀 둘이, 각자를 향해 생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잘 느껴지네요." "정말? 그럼 다행이다"
"근데,"
혹시 어깨 다쳤어요? 내심 걱정스럽다는 듯 물어오는 호원에 동우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건 아닌데.."
그냥 요즘 어깻죽지가 자꾸 간질간질 거려서 말이야. 동우가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 날개가 나려나 봐요." "으응?"
"농담이에요. 이제 제 차례죠?"
이따 저 다 춤 추고 나면 제 심장소리도 들려 드릴게요. 호원이 옅게 웃으며 CD를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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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나고 조직물을 하나 쓸 생각이에요ㅎㅎ그리 길지는 않게 한 중편 정도...!!근데 조직물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시려나ㅜ내심 걱정되네요... 아무튼 그대들 열공하고 계신가요~~?ㅋㅋㅋ저는 연재 텀을 늦췄는데도 하루종일 바쁘네요..흑흑ㅠㅠ그래서 오늘도 이러ㅎ게 막장으로 검토도 안하고 올립니다...S2 아무튼 그대들 스릉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