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식 호그와트가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관 입니다. 해리포터와 유사성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돌아가면서 카테고리 선택 중입니다. 이번 편은 '세븐틴'입니다.
*지루함 주의....
*노래 있습니다.
음양학당(陰陽學黨) ; 신수대결 (3)
월요일 시간표는 여주와 승관과 성연의 시간표가 많이 겹치지 않았다. 마지막 교시가 되어서야 둘을 만날 수 있었는데 여주에겐 정말로 다행이었다. 아, 성연과 승관 따로따로 만나는 경우는 좀 있었긴 했다. 그렇지만 여주에게 제일 고역인 건, 승관과 성연 콤비로 만났을 때라 월요일 시간표는 감지덕지였다. 그러나, 감지덕지는 감지덕지고 그래도 최소한의 노력은 해봐야 되지 않습니까?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승관과 성연의 자리를 피해서 앉으려고 몰래 들어와서 앉으려 했지만, 여주 레이더망 같은 게 있는 건지 승관과 성연은 뒤로 휙 돌아보며 여주에게 소리쳤다. 여주님! 여기예요! 얼마나 크게 얘기했으면 교실 안의 모든 학생이 여주 쪽으로 바라보았다. 여주는 짜증난 표정으로 책으로 얼굴을 가려 성연 옆에 후다닥 앉았다.
"...."
"...."
앉고 책을 내리자마자 눈이 마주친건 자신의 바로 앞자리에 있는 한 남학생이었다. 승관의 옆에 있는 걸로 봐서는 승관의 친구인 것 같은데.... 남학생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여주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평소 같았으면 이렇게 생각했겠지만 음양 세계에 오면서 워낙 이런식의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들을 많이 받아본 여주라서 그런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놀란 것은 한 가지, 남학생의 외모였다.
남의 얼굴을 평가하는 짓은 잘못된 거지만 눈앞의 남학생의 얼굴은 '와, 잘생겼다'의 수준이 아니었다. 꼭 '아름답다'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건 여주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잘생겨도 별 감흥없던 여주였지만 이 남학생은 여주도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외모였다. 와, 저렇게 생기면 무슨 기분이지. 여주는 남학생의 시선을 받아내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여주님, 얘는 저랑 초등학당부터 징하게 붙어 다닌 최한솔이예요!"
"입학식 끝나고 몸살 걸려서 오늘 첫 등교래요. 오늘 처음 봤죠? 저도 오늘 처음 만났어요. 아까 퇴마론 수업도 저희랑 같이 들었대요"
승관은 여주 앞에 앉는 남학생을 '최한솔'이라고 소개했다. 여주 옆의 성연은 추가적으로 한솔에 대한 설명을 했다. 별로 궁금하진 않았지만. 승관은 한솔을 팔꿈치로 툭치며 말했다. 뭐해, 인마. 인사 안하고. 승관의 말에 '아, 맞다'라고 첫마디를 뗀 한솔은 고개를 꾸벅 숙여 여주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 안녕. 여주는 어색하게 인사를 받아들였다. 둘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승관은 묻지도 않은 한솔의 프로필을 읊었다.
"아, 얘 속성은 '목(木)'이고, 신수는 호랑이예요. 예... 어릴 때부터 함께 커온 친구지만 속성도, 신수도 완전 반대죠.... 그런데 어떻게 오랜 친구가 됐냐고요?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 전이죠. 저희는 음양 초등학당 1학년 때, 같은 반...."
"아까 퇴마론 수업 때, 주술 잘 봤어요, 누나"
"아, 여주님. 저 없는 사이에 퇴마론 시간에 대단한 걸 하셨다면서요? 학교가 되게 시끄럽던데!"
승관의 말처럼 승관과 오랜 친구인 한솔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프로필을 읊고 있는 승관의 말을 끊고선 자신의 할 말을 했다. 여주는 감탄했다. 한솔의 승관 말 끊기 기술이 부러웠다.그렇지만 승관은 자신의 말이 끊겼다는 자각은 없는 것인지 여주와 한솔의 대화에 바로 참여했다. 바로 뒤이어 성연도 참여해 퇴마론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몽땅 털어놓았다.
이 대화의 주제는 여주였지만 여주의 대화 참여도는 0. 000001.... 그냥 0%라고 하겠다. 아까 한솔의 칭찬에 감사 인사 이후에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들의 대화만 듣고 있는 여주였다. .... 듣고 있으면 다행이었다.
"그래서 여주님이 막 용을 불러가지고선 교실을 막 뒤집어 놓으셨다니까?"
"임진아 선생님 제자 중에 제일 빠르게 주술 성공한 거래"
"미친, 나 왜 2교시 퇴마론 아니냐. 여주님의 멋있는 장면을 놓치다니...! 아, 최한솔, 배성연 눈알 진짜 부럽다...."
성연의 장대한 설명에 진심으로 부럽다고 말하는 승관이었고 성연과 한솔은 그런 승관의 모습에 킬킬대며 웃었다. 여주는 속으로 승관이 징그럽다고 생각하였다. 아, 그 일을 장대하게 설명하는 성연도 징그럽기는 매한가지였고. 여주에게 이런 류의 애정은 참 부담스럽고 징그러웠다. .... 절대 승관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처음 받아 본 애정에 낯설어서 그런거다. 그런거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해야 승관의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징그러워, 부승관군"
".... 여주님"
아, 정신 건강에 큰 타격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야, 그러면 나 집에서 돈 좀 갖고 올게. '양지의 거리' 입구에서 만나"
"어, 오케이"
"여주님도 가실거죠? 오늘은 꼭 '보보씨의 잡다한 상점'에 가봐요!"
"안 돼, 못 가"
마지막 교시가 끝나고 나서면서 '양지의 거리'에 놀러가자는 말이 나왔고 한솔은 집에서 돈을 가져오겠다며 빠르게 학교를 나섰다. 성연은 웃으면서 여주에게도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여주는 웃는 성연의 얼굴을 보며 아무런 표정이 없는 채로 거절했다. 그에 성연은 눈썹이 축 처진 채 이유를 물었고 승관도 물기 촉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네...? 왜죠...?"
"역시 지난 주에 그 사건에 대한 화가 아직 덜 풀리신 거죠....?"
하지만 여주는 신경 안 쓴다는 듯이 책을 챙겨 홈베이스로 향했다. 여주도 마이웨이였지만 승관과 성연도 마이웨이였기 때문에 대답 않는 여주 뒤를 졸졸졸 쫓아와 2학년 홈베이스까지 따라갔다. 둘은 그냥 따라오는 게 아니라 '왜요?' '저희가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리세요?' 등등, 1초에 한 마디씩 하면서 따라왔다. 여주는 졸졸졸 따라오는 둘이 짜증이 나 뒤를 휙 돌아보며 둘을 째려보고 말했다.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간다고 했잖아. 나 특별 수업 있어"
"아, 특별 수업 있으셨어요? 그렇다면 진작 말씀 해주시지!"
"특별 수업....?"
여주의 해명 아닌 해명에 승관은 코를 찡긋거리며 실실 웃었다. 성연은 승관 옆에서 '특별 수업'이라는 단어에 꽂힌 건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주절주절대는 승관의 입을 막을 정도로 크게 손뼉을 치며 무언가 알아냈다는 듯이 여주에게 말했다.
"혹시 사방신이랑 같이 하는! .... 그, 특별 수업이요?"
"어"
여주는 이틀 밖에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더러워진 사물함을 정리하며 대충 대답했다. 그러자 성연과 승관은 바로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주는 뒤를 돌아서 정리를 하고 있던 터라 성연과 승관의 표정을 알 턱이 없었다. 솔직히 알아도 여주에겐 의미 없는 표정이긴 했지만. 승관과 성연은 서로 만담을 주고 받듯이 말하였다.
사방신 완전 무섭다지 않았어? 친해지고 싶어서 말이라도 걸면 완전 정색하면서 엉덩이에 불 쏴준다던데. 성연이 말했다. 헐, 진짜? 핵무섭.... 난 저번에 사방신 네 명이 식당 가는 거 봤는데 다 무섭게 생겼어. 특히 누나들.... 아, 거기에 백호 형이 제일 무섭긴 한데.... 승관이 말했다. 승관의 말에 성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나'들'이 아닐걸? 한 명은 우리랑 동갑이야"
"알아. 현무가 1학년이잖아"
".... 근데?"
"무서우면 누나야"
승관의 발언에 여주는 승관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심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방신 얘기에 동조하면서 얘기하던 성연도 승관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는지 혀를 찼다. 승관은 여주는 그렇다치고 성연까지 당황스러운 반응을 하는 탓에 '왜! 뭐!'하며 도리어 화를 냈다.
"솔직히 집안 배경보면 성격은 안 봐도 뻔할텐데,"
"...."
"신수도 사방신이고, 외관도 무섭게 생긴 사람들 밖에 없잖아! 무서워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
"아까 너도 들었잖아? 친한 척하면 엉덩이에 불을 쏴준다니까?"
"...."
"너도 무섭다며!"
"에이. 누가 무서워하는 것 가지고 그러냐"
성연은 억울함에 펄쩍 날뛰고 있는 승관을 보며 여전히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치우지 못했다. 승관은 성연의 말에 '그럼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으로 여주와 성연을 번갈아보며 쳐다보았다. 아무리 무섭다지만 그래도 동갑에게 '누나'라고 부르는 건 좀.... 성연은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입 밖으로 내뱉었다간 변명 아닌 변명이 들려올거라는 게 분명했으니까. 이 대화 주제로 가다간 승관의 찡찡거림이 지속될 것 같아 성연은 화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여주님, 그거 아세요?"
"뭘"
"사방신들은 원래부터 자기들끼리 밖에 안 다닌 데요!"
여주는 성연의 말에 어쩌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다시 사물함 정리에 집중했다. 성연은 걱정같은 충고를 여주에게 날렸다.
"그러니까 약간 왕따 같은 느낌이 들어도 슬퍼하시면 안 돼요....!"
"일신이 사방신보다 한참 위니까 절대 쫄지 마세요! 여주님이 짱이십니다! 왕따 그런 거 전혀 신경쓰지 마시고 수업에만 쭉 집중하세요!"
성연의 말에 승관도 뒤이어 성연의 말을 보조했고 가만히 둘의 말을 듣고 있던 여주는 사물함 정리를 다 끝내고 사물함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쾅'하는 소리에 놀라 승관과 성연은 하던 말을 멈추고 몸을 움찔했다. 여주는 뒤를 돌아 그 둘을 쳐다봤다. 계속 듣자하니 솔직히 승관과 성연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전날에 봤던 사방신들의 모습이 승관과 성연의 말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얘넨 무얼 보고 이러나 싶었다. 무섭기는 커녕, 그냥 바보 같은 사람들이었다. 여주 기억 속에는 말이다.
"쓸데없는 걱정하지마"
"허얼, 여주님 멋있어...."
"역시, 여주님. 일신에게 선택 받은 자는 다르네요.... 멋있으세요!"
전자는 승관이고, 후자는 성연이었다. 굳이 설명하기 귀찮아 일러둔 건데 여주는 둘에 대한 이해를 포기했다. 뭐가 멋있다는 건지. 여주는 둘을 지나쳐 특별 수업실로 향하였다. 뒤에서는 서울로 자식을 보내는 부모님 마냥 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응원하고 있었다. '역시 여주 님은 그런 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이에요! 화이팅!', '여주님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 아, 두번째요! 첫 번째는 저희 부모님! 쨌든 무사히 돌아오세요!' 등등.... 초등학교 때도 할머니한테 저런 응원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정말 징그럽고 쪽팔린다고 생각하는 여주였다.
"누가 들으면 우리가 무슨 악의 소굴인 줄 알겠네"
"...."
"정의의 사도님, 악의 소굴에서 열심히 배우고 가세요"
누군가가 라디오의 전원을 갑작스럽게 꺼버린 듯, 소리치던 승관과 성연의 목소리가 끊겼다. 둘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전에, 자신의 옆을 지나치며 비아냥 거리면서 지나가는 지훈에 여주는 당황스러워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별 말 하지 않았는데 자신에게 그러니 심기가 거슬린 여주였다. 그래서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조그만게 걸음은 어찌나 빠른지 자신보다 훨씬 앞에 가는 지훈을 보며 동글동글한 뒤통수만 힘껏 째려보기만 했다.
쪼그만한 게 거, 성격 되게 나쁘네. 자기가 할 말이 아니라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여주였다. 하교 준비를 하는 많은 학생을 지나쳐 특별 수업실로 향하는 길엔 점점 학생을을 보기 힘들어졌다.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 지훈과 여주는, 여주가 뒤에 있는 이상 여주가 지훈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일부러 따라잡는다거나, 뒤로 바짝 붙기는 싫었다. 그래서 일정거리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은 여주였으나 어쩌다보니 지훈을 따라잡게 되었고, 특별 수업실에 동시에 도착해버렸다. 여주도 지훈도, 같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탐탁치는 않았지만 지훈은 문고리를 잡았고 여주는 지훈 옆에서 문 열기를 기다렸다.
"주수(做水)!"
"화장패(火障牌)"
문을 열자마자 느닷없이 거센 물줄기가 날라왔다. 언뜻 봐서는 물줄기가 아니라 창끝이 날라오는 것 같았다. 놀란 여주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긴장한 채로 있었지만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떴다.
여주의 눈앞에는 새의 모양인 불꽃이 지훈의 앞에 있었고 그걸로 그 거센 물줄기를 막았던 건지 물줄기는 아무 데도 없었다. 그리고 그 새는 바로 사라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안을 보니 여주와 지훈을 제외한 사방신 세 명이 이미 와 있었고 지훈이 문을 열자마자 바로 물줄기를 만들어 빠른 속도로 적을 공격하는 주술을 시연이 지훈에게 보냈던 것이었다. 여주는 놀라였지만 지훈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에이... 노잼"
"미쳤냐?"
".... 아!"
지훈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의도한건지 아닌건지 모르겠지만 지훈이 문을 바로 닫는 바람에 뒤따라 들어오던 여주는 문에 얼굴을 박을 뻔했다. 문 틈에 낄 뻔했다. 다행히 여주는 손으로 세게 닫히는 문을 빠르게 잡았다. 저 새끼, 일부러 저랬다. 여주는 지훈의 뒷모습을 보고 욕설을 한 번 중얼거렸다.
"헐! 뒤에 여주 언니 있으셨어요...? 죄송해요!"
지훈이 들어올 때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은 시연은 지훈 뒤에 여주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눈을 크게 뜨며 두 손을 싹싹 빌며 사과하였다. 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예빈은 슬금슬금 시연에게 다가가더니 헤드락을 걸었다.
"너 인마, 우리 여주 맞았으면 어쩔 뻔 했어?"
자신을 생각해주는 건 무척이나 고마웠으나 여주가 듣기에는 헤드락을 걸고 싶어서 일부러 자신을 들먹이는 것처럼 들렸다. 헤드락에 걸린 시연은 억울한 건지 아니면 숨이 막혀 힘이 들어서 그런지 소리를 꽥꽥 질렀다. 아까 전에 언니가 지훈 오빠 골탕 먹이고 싶다고 저한테 시킨 거잖아요! 여주는 자리에 앉았다. 센터 자리가 심히 부담스러웠다. 여주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딴 짓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예빈은 헤드락을 풀지 않았고 시연은 괴로워하며 동호를 찾았다. 오빤 그만 먹고 이 헤드락 좀 풀어요!
"먹고 있는 사람한테 그만 먹으라는 말 하는 거 아니야. 시연아"
동호는 시연의 외침에 정색하며 말했다. 시연은 동호의 말에 단념한 표정을 지으며 알아서 예빈의 헤드락에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했다. 동호는 그 옆에서 평화롭게 빵만 열심히 먹고 있었다. 교실 풍경을 둘러본 여주는 승관과 성연의 말이 다시 한번 생각이 났다. 그리고 코웃음을 쳤다. 무서운 건 다 얼어 죽었냐?
"아, 지훈오빠는 왜 같이 들어오고 그래요!"
"문을 연 사람이 나여서 다행인 줄 알아"
교실 뒤에 있는 책장에서 책을 하나 꺼내오던 지훈은 시연의 뜬금없는 불평에 어이가 없었는지 시연을 보며 썩소를 지었다. 그리곤 자신의 자리를 앉기 전, 시연에게 다가가 시연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주먹으로 콩 쥐어박았다. 안 그래도 예빈에게 헤드락이 걸려있는데 지훈마저 머리를 때리니 시연은 짜증나 소리쳤다. 아, 왜 때려요...! 지훈은 시연이 소리치든 말든 아주 올곧은 시선으로 여주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기본 주술도 모르는 음양인이 문 열었으면 어쩔 뻔했어"
덕분에 여주의 표정은 썩어있다고 해야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지훈의 말은 명백히 여주를 비꼬는 말이었다.
특별 수업이 시작되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 시간에 치지 않던 종이 쳤고, 선생님이 들어왔다. 볼살이 통통하고 눈이 동그래서 '햄스터'를 연상케 하는 여선생님이었다. 햄스터를 닮은 선생님은 자신을 '오혜린'이라고 소개했다. 선생님이 들어오자 당연하다는 듯이 책상 서랍 속 책 한 권을 꺼내는 사방신이었다.
멍하게 선생님만 쳐다보던 여주를 동호가 쿡쿡 찔렀고 서랍을 확인하라는 뜻으로 쿡쿡 찌르던 손으로 서랍 쪽을 가르켰다. 동호의 뜻을 알아먹은 여주는 서랍 속에 손을 넣었고 서랍 속에 손을 넣자마자 느껴지는 책의 느낌에 바로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여주는 작게 목을 끄덕이며 고맙단 인사를 하고 다시 앞으로 바라보았다. 특별 수업은 사방신과 일신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어서 자신의 신수 이름이 적혀진, 각자 다른 교과서를 들고 있었다. 여주는 책을 내려다보았다. 갈색 표지의 좀 낡은 것 같은 교과서의 제목은 '일신'이라고 크게 쓰여 있었다. 혜린은 자신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수업을 시작하였다.
"여러분들은 음양세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수를 가지고 있는 음양인들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음양인들보다 더 깨끗한 마음가짐, 몸가짐을 해야겠죠?"
"...."
"특히, 일신이면 더더욱 중요하죠"
혜린의 말에 여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예빈 외 두 명의 사방신들은 혜린의 말을 들으며 고개만 끄덕끄덕 거렸고 지훈은 여주와 똑같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여주는 보지 못했지만. 혜린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해야 하는 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설명이 5분이 되고, 10분이 될 때, 예빈은 손을 들며 소리쳤다.
저희 작년에도 이거 들었는데요! 지루했던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혜린은 웃으면서 '동호는 3년 동안 첫 수업마다 들었으니까 손 내리세요'라고 말하였다. 예빈은 입술을 쭉 내밀며 손을 내렸다. 그 옆에서 동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표정은 이미 해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예빈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혜린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선생님, 그러지 마시고 주술 한 개만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 안 그래도 여주가 이번 주 목요일에 신수 대결하는데 아는 주술이 없데요!"
예빈이 자신을 팔았다고 생각한 여주는 고개를 확 돌려 예빈을 쳐다보았다. 예빈은 여주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지, 무시를 하는 건지 혜린에게 여주 핑계를 대며 계속 졸라댔다. 옆에서 지훈은 여주만 들릴 크기로 '풉'하며 비웃어댔다. 여주의 상태를 만화화 했다면 여주 이마에는 빠직 마크가 하나 달려져 있을 것이다. 그와 별개로 예빈은 혜린에게서 주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말을 결국 받아내었다. 동호, 예빈, 시연은 환호했다. 혜린은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알려주었다.
"아직 현무와 일신에게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원체 영력이 강하니 정규 수업 주술보다 수준 높은 공격 주술을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혜린의 말에 의욕이 불타오르는 건지 시연은 열정이 넘치는 모습으로 대답했고 혜린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지금 가르쳐 드릴 주술은 '화(火)'와 '수(水)'에 기초하는 주술로 '오행' 그 자체의 모습으로 형성하는 보통의 주술들과는 다르게 무기를 형상화하는 주술입니다. 구체적인 무기 모습을 떠올려야 하고 영력을 담으면 담을수록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에 수준이 조금 높은 주술이죠"
혜린의 설명에 다들 눈이 반짝거렸다.
"와, 무기래. 간지 쩐다."
예빈이 말했다.
"언니, 저. 이 주술 무조건 성공합니다. 기대해요."
"일학년 주제에?"
시연이 당찬 포부를 밝히며 예빈에게 말했지만 대답하는 건 '풉'하는 소리와 함께 비웃는 지훈이었다. 그 말에 시연은 발끈해 소리쳤다. 제가 성공하면 어쩔 거예요?! 내기 콜? 지훈은 그말에 세상에서 제일 얄미운 표정으로 '싫은데?'라고 대답했다. 시연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소리가 다 들리는 것 같았다.
"자자, 집중하고. 그럼 주술의 이름을 알려드릴게요"
혜린은 사방신을 다시 집중시켰고 칠판에 주술 이름을 한자와 함께 써내렷다. 칠판에는 '훼제무기(燬製武器)', '수주무기(水做武器)'라는 주술 이름과 그에 맞는 음양진이 그려져 있었다. 혜린은 분필을 내리고 다시 앞을 바라보아 '화'속성을 쓰려면 훼제무기, '수'속성을 쓰려면 수주무기를 외치면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공중에 무언가를 날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사방신과 여주의 책상 위에는 교과서와는 다른 파란 표지의 두꺼운 책 한 권, 노란 부적 두 장이 놓여 있었다. 혜린은 주술을 써서 모두에게 배포한 것이었다. 그저 제츠서 하나로 주술을 사용하는 모습에 진아의 퇴마론 시간 때 보았었지만 또 봐도 신기한지 감탄하는 여주였다.
"지금 여러분들 앞에 놓여져 있는 책은 무기 도감입니다. 형상화하기 쉬운 무기부터 형상화하기 어려운 무기까지 있는 책이죠."
두꺼운 두께에 놀라며 사방신과 여주는 책을 곧장 펴보았다. 혜린은 설명을 계속하였따.
"그 책에 있는 무기의 종류는 500가지가 넘습니다. 아직 여러분은 초보이니 웬만하면 6페이지에서 18페이지까지 있는 무기들이 좋을 것 같네요."
혜린의 말에 다들 6페이지에서 18페이지에 있는 무기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중 하나 고르란 말에 언제 투닥거리고 있었냐는 듯, 다들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여주도 열심히 무기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무기는 총도 있었고, 검도 있었다. 다른 것들도 있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무기들이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몰라 알아서 건너 뛰었다. 무기를 정하는 게 생각보다 막역해서 정하지 못하고 여주는 고민했다.
"고른 후에 속성을 선택해서 노란 부적에 음양진을 그려주세요"
문득 뒤 페이지들이 궁금해진 여주는 주위 눈치를 쓱 보더니 재빠르게 뒤 페이지로 넘겼다. 한 200페이지쯤으로 넘기니 확실히 종류, 크기, 모양이 다양했고 총에 새겨져 있던 문양들도 앞 페이지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많이 새겨져 있었다. 설렁설렁 보면서 대충 넘기다가 여주의 시선을 끄는 총이 하나 있었다.
다른 총들에 비교해서 화려함, 크기는 좀 뒤떨어져 보이는 총이었다. 화려한 무기들 사이에서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여주는 이 총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던 도중 혜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마음에 드는 무기를 정했나요."
여주는 혜린의 목소리에 아차 싶어서 얼른 혜린이 일러준 페이지에서 정하려고 돌아갔다. 빠르게 쭉 훑어보았지만 아까 그 총만큼 시선을 잡아끄는, 마음이 동하는 그런 무기는 없었다. 그리고 여주의 엄지는 이미 그 페이지에 끼워져 있었다.
"다 정한 것 같으니 한 명씩 무기를 만들도록 합시다."
순서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일신 순으로 정해졌고, 혜린은 예빈을 가리키며 물었다. 먼저, 청룡. 화와 수 중 어떤 주술을 사용할 거고 또, 어떤 무기를 선택했나요? 지목 받은 예빈은 자리에서 일어서, 자신이 선택한 주술과 무기를 말하였다.
"저는 '수'속성의 '수주무기'를 선택했고, 무기는 11페이지에 있는 검 입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진지한 분위기였다.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여주는 살짝 적응이 되질 않아 주위의 눈치를 또 한 번 살폈다. 예빈의 말에 다들 자신이 고른 무기가 있는 페이지에 손가락 하나를 끼워놓고 11 페이지로 넘어가서 예빈이 선택한 검을 확인했다. 예빈이 선택한 검은 손잡이 부분이 은색 빛의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칼날 부분의 크기가 꽤 커서 그런지 한 눈에 봐도 위협적으로 보였다. 책에 나와 있는 설명에 따르면 이 검은, 조선 시대 '이 원'이라는 청룡이 신수였던 명장이 어릴 때 썼던 검으로, '이 원'을 존경하는 예빈은 검을 보자마자 바로 결정을 내렸었다.
혜린은 예빈이 선택한 검을 확인하자 손가락에서 '딱'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곧바로 예빈의 앞에 사람 크기만 한 돌이 세워져 있었다. 이 돌은 혜린의 강한 영력이 담겨진 돌이었기 때문에 주술로 공격하지 않는 이상 절대 부서지지 않는 돌이었다. 혜린은 그 근처로 가 말하였다.
"먼저 무기의 작은 그림까지 놓치지 말고 자세히 머릿속에 그리세요. 그리고 그 무기에 자신의 영력을 담으시고 부적을 손에 꾸긴 채로 주술 이름을 외쳐요."
예빈은 심호흡을 가다듬고 노란 부적을 손에 쥐어 주술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부적을 쥐었던 예빈의 손에는 파란 빛이 퍼지더니 이내 도감과 똑같은 모양의 검이 예빈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혜린은 그 무기에 영력이 담겨졌는 지 확인하려면 돌을 베라고 하였다. 예빈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자리에서 나와 돌 앞에 섰다. 그리고 돌을 향해 검을 한 번 휘둘렀다. 검을 휘둘자마자 물로 된 칼날들이 여러 개 나왔고 칼날들은 돌을 향해 날아가 정확히 여섯 등분 하였다.
예빈은 수준 높은 주술이 한 번에 성공했다는 기쁨에 교실을 방방 뛰었다. 부서진 돌을 보며 혜린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박수를 예빈에게 아낌없이 보내었다. 예빈의 차례 다음은 동호였다.
동호는 '화'속성 주술인 '훼제무기'를 선택하였고 무기는 예빈처럼 검이었다. 그렇지만 모양은 예빈보다 훨씬 날씬했고 날렵해보였다. 예빈이 소환했던 검에 비해서는 수수한 검이었다. 안정적으로 무기를 소환한 동호에게도 혜린은 똑같이 돌을 만들어주었고 동호도 자리에서 나왔다. 그리고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쉬면서 직접적으로 돌을 베지는 않았지만 검으로 허공을 가르니 불꽃으로 된 칼날이 두 개가 돌을 향해 날라갔다. 두 칼 날은 엑스자 모양으로 결합하여 돌에 박혔고, 돌은 큼지막한 크기로 부서졌다.
혜린은 예빈에게 보여주었던 웃음을 동호에게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동호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역시 3학년이라서 그런가 깔끔하네, 동호"
"...."
혜린의 칭찬헤 동호가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아, 다른 사람이 보면 썩소로 보여 도망갔을 지도. 적어도 여주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같이 지낸 세월을 무시할 수는 없는지, 예빈은 단번에 그 모습이 동호가 쑥스러워 하고 있다는 얼굴임을 알아챘다. 예빈은 비웃으며 부끄럽지만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동호에게 말했다. 오빠, 칭찬 한 번 받은 거에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동호는 예빈을 향해 여전히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
"아, 오빠는 그럼 고래인가봐요?"
"...."
시연은 둘의 대화를 듣고 '어우, 노잼'하며 손을 들었다. 지훈오빠도 훼제무기를 선택한 것 같으니까 수주무기를 선택한 제가 먼저 해도 될까요? 순서대로 하면 좋잖아요! 시연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고 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연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8 페이지에 있는 무기를 선택했습니다.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자신의 무기를 소개했다.
시연이 선택한 무기는 활이었고 예빈과는 다른 느낌의 모양이었다. 예빈이 선택한 검은 고귀한 느낌에 왕실에서 사용할 것 같았다면 시연이 선택한 활은 투박한 느낌에 전장에서 사용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시연 역시 주술을 외치며 활을 형상화는 성공하였다. 활의 맨 위와 맨 아래는 뱀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조금 녹슬어 보였다. 활을 이리저리 살펴본 시연은 울상이 된 얼굴로 혜린에게 물었다.
".... 화살이 없는데, 저 이거 실패한 거죠?"
지훈은 놓치지 않고 비웃어주었다. 시연은 비웃는 지훈을 아니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혜린은 웃으며 활의 시위를 당겨보라고 하였다. 시연은 지훈을 향한 눈빛을 거두고 입꼬리가 축 처진 채로 시위를 당겨보았다. 그러자 바로 물로 이루어진 화살이 생겼다. 시연의 표정은 밝아졌다. 그리고 바로 지훈에게 겨누었다. .... 미쳤냐? 순간 몸을 움찔한 지훈을 보며 호탕하게 시연은 웃어댔다.
우리, 말 같은 거 조심합시다? 예? 안 그러면 확! 시연은 활을 당기는 제스쳐를 취하며 지훈에게 겁을 줬고 지훈은 다시 몸을 움찔거렸다. 지훈의 쫄았던 모습이 마음에 든 시연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걸어나왔다. 그리고 이번엔 지훈이 아니라 돌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그리고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빠른 속도로 돌에 박혔고, 박힌 화살은 스르륵하며 없어졌다.
".... 설마, 끝....?"
"끝인가 본데?"
".... 안 부서졌잖아"
동호의 말에 시연은 크게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은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금이 크게 가 있었다. 지훈은 그 모습에 아까 전보다 훨씬 크게 비웃었다. 푸하하하! 1학년 주제에 가능할거라 생각했냐? 시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속으론 참을 인자를 백 번 정도 외치고 있었다. 오빠라서 콱 쥐어박지는 못하겠으니 말이다. 혜린은 축쳐진 시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직 1학년이니까 열심히 수련하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
"1학년인데 이 정도면 꽤 큰 성과인걸요?"
혜린의 위로를 들은 시연은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저, 입술 깨무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집에 가서 이 주술만 백 번 연습하겠구만.... 하여튼. 연습 벌레. 예빈은 시연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연은 예빈의 시선도 알아 채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이거 집에서 백 번 연습해야지. 예빈의 생각이 딱 맞아 떨어졌다.
시연 다음은 지훈이었다.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속성은 생략하고 자신의 무기를 말하였다. 그리고 지훈의 무기를 확인하자마자 다들 예상했다는 분위기였다. 지훈은 '총'을 선택하였다. 지훈이 고른 총은 기관총 종류였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총의 화려함을 더했다. 사실, 지훈이 고른 이 총은 지훈의 가문에서 선조 대대로 한 번씩 사용해봤다는 총이었다. 지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훈은 아주 쉽게 총을 형상화하였다. 웩. 재수없어. 시연의 속마음이었다. 지금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지훈이 주술 같은 걸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언제나 지훈은 모든 걸 여유롭게 해내니까 말이다.
지훈은 손에 들린 총을 보더니 조용하게 혀를 한 번 찼다. 그러곤 자세를 잡고 돌을 향해 쐈다. 총구에서는 총알 크기의 몸 전체가 불로 된 주작이 날아 돌을 향해 직진했다. 주작은 돌을 관통했고 돌은 산산조각이 나면서 무너져 내렸다. 돌의 갈라진 조각이 많으면 많을 수록 파괴력이 높다는 증거였고 그 말은 즉슨, 그 파괴력을 선보인 음양인의 영력이 강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교실에선 지훈의 영력이 가장 강하다라는 게 증명이 된 셈이다.
"역시 주작은 강하네요. 이렇게 돌이 산산이 조각나다니"
"아닙니다"
"장래가 정말 기대되는 학생이에요"
"감사합니다"
혜린의 칭찬의 말에 지훈은 보기 힘든 눈웃음을 보여주었다. 여주는 그 모습에 '가식 쩐다'라고 작게 말하였다. 작게 맗였는데도 지훈은 그걸 들었는지 여주를 째려보았다. 여주는 그 시선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마주 보았다. 그러다 여주는 자신이 아직 무기를 선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지훈을 보는 걸 관두고 시선을 다시 책에다 박았다. 급해 보이는 여주의 모습에 혜린은 곁으로 와선 여주의 펴놓은 책을 보았다.
"음, 형상화하기 힘든 총이긴 한데, 일신이 하고 싶다면 시도 해봐도 좋아요"
".... 정말요?"
"그럼요. 하고 싶은 거 해봐야죠."
"감사합니다...."
"속성도 '토'라서 주술 선택도 힘들었죠? 제 추천은 훼제무기인데. 어때요?"
"네, 그걸로 할게요"
여주는 혜린의 제안을 받아들여-사실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부적에 칠판에 그려져 있는 음양진을 똑같이 빠르게 그렸다. 그 모습에 지훈은 혀를 두어번 찼다. 하지만 상대해줄 시간이 없으니 여주는 무시하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 총을 외우기 위해 뚫어져라 쳐다봤다. 총의 사진 밑의 설명에는 총의 종류와 크기, 만든 사람이 '김 형안'이라는 것밖에 정보가 없었다. 그렇게 막 화려하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눈길이 갔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래도 아까부터 꽤 오래 쳐다보고 있던 탓에 모양의 대부분을 외운 여주는 노란 부적을 쥐어 눈을 감고 머릿속에 총을 그려나갔다. 얼추 완성된 총 모양에 자신의 영력을 담았다. 사실, '영력을 담는다'는 것 자체가 연습이 필요한 건데 여주는 직감적으로 아는건지 묻지 않고 바로 주술을 실행했다.
"훼제무기"
주술을 외친 다음, 감았던 눈을 떴다. 자신의 손을 보니 책에 있던 총이 손안에 걸려 있었다. 형상화하는 것은 성공이었다.수형환격을 했을 때도 신기했지만 이것도 신기했다. 나한테 이런 힘이 있었구나. 여주는 손에 들린 총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더 눈길이 가야한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보니 더 마음이 가는 여주다. 여주는 손을 뻗어 돌을 겨냥했다. 총을 한 번도 쏴 본 적이 없지만서도, 돌의 크기는 커서그런지 조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영력을 담는 것만 집중했다. 여주는 총을 상상해서 영력을 담았던 것과 같이 감으로 영력을 담고, 총을 쐈다.
노란빛의 동그란 작은 구슬 모양이 빠르게 나아갔고 그 빛은 돌에 박혔다. 시연의 화살처럼 사라지는가 싶더니 흔적도 없이 돌속으로 노란빛이 들어갔다. .... 실패했구나. 여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을 위로했다. 어차피 오늘 처음으로 주술 배운 날인 데다가 수준 높은 주술을 내가 바로 해낼 리가 없지. 총을 형상화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야. 여주는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여주 학생이 고른 무기가 워낙...."
"왁! 깜짝이야!"
"예빈이, 네 목소리에 더 놀랐어...."
여주가 총을 쏘고 돌에 아무런 반응이 없자, 혜린은 시연에게 했던 것처럼 위로해주려 입을 열었으나 갑자기 돌 전체에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깜짝 놀란 예빈은 소리를 빽 질렀고, 그 소리에 더 놀란 동호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시연은 입을 벌린 채, 감탄하고 있었다. 우와.... 언니 영력 진짜 짱이네요. 어떻게 돌을 불태우지? 지훈은 언짢은 얼굴로 활활 타고 있는 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머지 사방신과 혜린은 여주를 향해 박수쳤다. 여주는 멋쩍은지 뒷머리만 긁적대고 있었다. 여주를 향해 흐리멍텅한 표정으로 박수치던 시연이 다시 돌로 시선을 옮겼고, 뭔가 불안함에 모두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 저기, 뭔가 위험한 것 같지 않아요? 저만 그렇게 느껴지나요?"
시연의 말에 모두 박수 치던 손을 내려두고 불에 타고 있는 돌을 바라보았다. 불이 점점 커지는 것 같지 않아....? 동호가 말했다. 그리고 예빈이 동조하려고 입을 여는 그 순간, 불이 확 퍼져 교실 주위의 것들.... 그러니까, 칠판, 책상, 바닥 등등 교실에 있는 것들에 불이 붙었다.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라 혜린도 재빨리 대응 하지 못했다. 눈 깜짝할 새, 교실이 모조리 타고 있었다.
"수하(水河)!"
혜린은 교실 전체에 불이 붙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물을 만들어내는 주술을 사용했다. 교실 사방에는 불을 진압하기 위한 물이 왕창 쏟아졌다. 동호와 지훈은 혜린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결계를 쳐서 물에 젖는 걸 피했고 예빈과 시연은 혜린에 합세하여 같이 물을 쏟아내었다. 불은 신속하게 진압되었다. 결계를 치고 있던 지훈은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지 넋을 놓은 표정이었다.
아니, 자세히 보면 무엇에 대한 불만이 있는 표정이었다. 불이 꺼진 후의 교실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절반 넘게 타버렸다. 불이 시작된, 돌이 있던 자리에는 검은 재만이 남아 있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교실은 숙연해졌다. 여주는 다른 아이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돌이 부서진 게 아니라 돌을 불태워버렸다. 거기다가 교실 반을 태워버릴 정도로 큰 불길을 만들어내었고,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부어서야 불은 없어졌다. 여주의 영력은 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강했던 것이었다. 숙연해진 분위기에 특별 수업이 끝났다는 종이 쳤고 혜린은 웃어보이며 급하게 수업을 끝냈다.
".... 다들 특별 수업 고생 많았고, 오늘 이 느낌 까먹지 말고 주술 연습장에서 열심히 연습하세요. 그럼, 내일 봐요, 여러분들"
혜린은 여주를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고 교실을 나섰다. 혜린이 나서자마자 백호, 시연, 예빈은 여주의 옆으로 와 여주를 칭찬하기 바빴다. 갑자기 소란스러줘진 탓에 여주는 혼잡했던 머리가 더 혼잡해졌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교실을 나서기 위해 열심히 떠들어대는 세 명을 피해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기 위해 문에 손을 뻗은 동시에 지훈의 손과 마주쳤다. 여주는 멈칫했고 지훈은 그런 거 없이 곧장 문을 벌컥 열어 교실을 나섰다.
".... 진짜 재수 없네"
지훈이 흘리듯이 한 말은 여주의 귀에 정확하게 들어왔다. 여주는 지훈이 사라질 때까지 교실 안에서 지훈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어제, 오늘 지훈의 목소리, 표정, 분위기에서 여주는 느낄 수 있었다. 지훈은 이제껏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과는 달랐다. 자신을 싫어하는 건 같았지만 이유가 달랐다. 여주는 지훈이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가 그들과 똑같은 게 아니란 것을 확신했다.
- 다음 편에 계속
여주를 싫어하는 지훈이의 모습.... 내가 다 마음이 아프다 (but 여주는 괜찮은게 함정)
+애들이 선택한 무기(다 게임 무기 주의)
예빈(왼쪽에서 세번째 검) 동호(왼쪽에서 두번째 검)
지훈(어쩌다 저격총..... 저런 무늬의 기관총 모양으로 생각해주세여...)
시연(제일 왼쪽 꺼. 이 사진은 왜 시위가 없을깟)
여주 (왜 여주만 그래픽이 아니냐구여...? ㅎ 그래픽 총의 모습을 못 구했...)
인물정리 들어감돠
1학년 - 부승관, 배성연, 박시연, 최한솔《 new!
2학년 - 김여주, 전원우, 김민경, 정은우, 이지훈, 강예빈
3학년 - 황민현, 김종현, 강동호
신수 - 권순영, 김예원
+일주일에 한 번도 못 올 수 있을지도....ㄸㄹㄹ....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
+뒷부분 수정을 좀 했는데 내용상 별 차이는 없긴합니다만 오타 몇 개를 수정한 게 아니라 문장을 추가한 것들이 있어서 혹시나 싶어서 신작 수정 알림을 보내봅니다
++ 1/24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