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운까지도 없어 텅빈 서 안.
누군가가 끼익, 하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택ㅇ..어라? 아무도 없네?
껌껌한 서 안이라 아무것도 안보일텐데도 너무 자연스레 들어오는 한 사람.
택운을 찾는 걸 보아하니, 택운과 원래 아는 사이인 듯 싶다.
에이... 뭐야. 왜 없어.
서에 비밀도 많을텐데 서 문도 안잠그고 어딜 간거야.
어둠 속에서 툴툴거리던 한 사람이 택운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음... 어디보자, 어디가 한상혁 자리인거지..?
상혁의 자리에 있는 스탠드를 켠 한 사람.
이민혁이다.
흠.. 수면제. 수면제가 어딨나.
서랍을 한참동안 뒤적뒤적거리던 민혁.
그러나 상혁의 서랍 속에는 수면제가 없다.
정택운이 뒷처리를 안했다...? 왜?
상혁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민혁이 곰곰히 생각을 했다.
정택운 성격에 뒷처리를 안할 인간이 아니다.
상혁이 수면제를 먹고 쓰러졌는데, 수면제가 없다..?
그렇다면 그가 먹인 수면제는 어디에 있었으며, 어떻게 먹인건가.
만약 먹였다면.. 정택운이 혐의에서 백퍼센트 벗어날 거란 보장은 없는데.
민혁이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정택운은 또다른 수를 썼을것이다.
상혁이 진술을 했을 때, 아무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것.
그 수를 읽어내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민혁의 머리는 택운을 읽어내지 못했다.
좋아, 그 장치는 해놨다 치고.
왜 하필 한상혁이지...?
학연이 납치된 것에서 주목을 벗어나게 하려 한것일까?
아니면.. 한상혁이 무언가를 알아낸 것인가?
둘 중에 무엇이 되었든, 차학연 사건과 한상혁 사건이 이어져 있다는 건데.
골치아프겠군, 민혁이 어둠 속에서 스탠드 하나 켠 채 혼잣말을 이어갔다.
습관적으로 톡, 톡 책상을 건드리기 시작한 민혁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허..아직도 하고 있어?
핸드폰에는 재환이 학연을 강간하고 있는 게 마치 생중계하는 화면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이재환 얘는 내 동생이지만 참 정력 좋아.
민혁이 입술을 핥았다.
슬슬.. 이재환 약올리러 가볼까?
제 동생의 특성상, 약을 올려 열이 받게 하면 할수록 자신의 먹잇감을 죽이진 않는다.
나름 피해자를 살리기 위한 수법이라고 자기 자신에게 변명은 했지만,
결국 민혁도 재환이 학연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재환에게 가는 도중 민혁이 은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광아-
- 뭐야, 왜 전화했어. 바쁜데.
에이, 하나도 안바쁘면서 맨날 튕겨.
- 야 너, 의사한테 그게 할 말이야?
나도 바쁜데 틈틈히 전화하잖아. 응?
- 어휴, 예예. 검사님이 오죽 바쁘시겠어요.
톡톡 쏘아붙이는 은광의 목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은 민혁이
재환의 아파트 앞에 다달았다.
알았어, 이따 찾아갈게.
- 한상혁 보러?
자꾸 그런다 서은광.
- ..알았어.
이따봐, 지금은 봐야할 게 있어서.
- 뭔데?
응, 뭐.. 장난감을 뺏기지 않으려 하는 다섯살짜리 어린아이 달래기랄까?
- 뭐야 그게. 진짜 할일 없나봐?
이 달래기 잘끝내면 할일 없겠지?
은광이 수화기 너머로 뭐라는거야,라며 웃어댔다.
가볍게 통화를 끝낸 민혁이 입술을 핥았다.
음..근데 난.
장난감을 살리려고 가는 걸까, 장난감을 같이 괴롭히려고 가는걸까.
나도 모르겠네-
어깨를 으쓱인 민혁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민혁이 바라본 핸드폰 속에서는 재환이 기절한 학연을 침대에 눕혔다.
엘리베이터가 닫혔다.
홍빈이 한쪽 어깨를 부여잡고 회사 안으로 들어섰다.
커피를 들고 온 홍빈을 발견한 다른 직원들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커피를 가져갔고,
홍빈은 작게 끙끙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어..홍빈씨, 어디 아파요?
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근데 왜 어깨를 잡고 있어요..
정말, 괜찮아요.
원식에게 가라는 듯 손을 휘적거린 홍빈이 어깨에서 손을 떼고 조금씩 옷을 벗겼다.
다행히 큰 화상은 아닌듯 싶었지만, 따끔거리고 피부가 빨개진 것이 어쨌든 치료는 해야할 것 같았다.
아... 진짜.. 미친놈...
헉, 홍빈씨! 어깨 왜그래요!
조용히 치료하려했건만. 홍빈이 입술을 깨물었다.
원식의 과도한 친절이 있을수록, 원식을 향한 홍빈의 의심은 깊어져만 갔다.
괜찮으니까, 조용히 하세요. 퇴근 안해요?
아..해야죠.
원식은 그런 홍빈의 내침에도 불구하고 기필코 홍빈에게 다가와 치료를 자청했다.
원식을 못말린 홍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원식에게 자신의 어깨를 맡겼다.
다행이예요, 화상 연고가 있어요 제가.
아니, 대체 그걸 왜 갖고 있는건데. 홍빈은 새삼 또다시 택운을 닮은 원식에게서 공포를 느꼈다.
호..호..됐다.
반창고까지 꼼꼼이 붙인 원식이 홍빈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저, 안되겠어요. 홍빈씨는 먼저 퇴근하세요. 홍빈씨 일은 제가 할게요.
아니, 제 일을 왜 원식씨ㄱ..
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일을 한다고 그러세요! 제가 할게요.
.....원식씨 퇴근하셔야죠.
괜찮...아, 맞다. 택운이형이 기다린댔는데.
뭐? 누구? 원식의 혼잣말을 들은 홍빈의 눈이 커졌다.
..네?
아, 아니예요. 까짓거 내일 만나지 뭐. 그나저나 어디서 다친거예요!
그냥, 뭐..커피 사오다가.
네가 아는 그 택운이형한테 다쳤다. 뒷말을 간신히 씹어삼킨 홍빈이 고개를 원식의 반대쪽으로 돌렸다.
안되겠다, 홍빈씨 진짜 가세요.
홍빈의 짐까지 손수 챙겨준 원식이 홍빈을 밖으로 떠밀었다.
아니, 왜..
홍빈의 자리에 앉은 원식이 흥얼흥얼 홍빈의 업무를 처리하며, 택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형!
- 어디야.
어..미안 형. 동료가 어깨를 다쳐서, 그 일 대신 해주느라.
- ..어깨를 다쳤다고?
응. 그래서 아마 늦을 듯 싶은데..
- 왜, 많이 아프대? 뭐.. 화상이라도 입었어?
응? 응. 화상. 어라.. 형이 어떻게 알아?
- 아, 아까 어깨에 커피흘린 사람이 있었거든.
아 그럼 형도 봤나보다. 응응, 그 사람이 내 동료야. 홍빈이라고, 되게 잘생겼어.
- 그래 보이더라.
진짜 잘생겼어, 완전 그림이야 그림. 와..나도 그런 얼굴로 살아보고 싶다.
- 뭐라는 거야. 그래서, 못 나온다고?
- 으, 응.. 아마.
괜찮아. 다음에 보지 뭐. 알았어. 나중에 보자.
- 응, 미안해 형! 다음엔 내가 쏠게!
그래.
얼마나 다급한지 바로 끊긴 전화.
택운은 킬킬거렸다.
그래, 그 그림.
그 이홍빈.
내꺼 이홍빈.
어깨에 화상자국까지. 딱 내꺼네. 역시. 내가 표시해두길 잘했네.
미친 뭐마냥 혼잣말을 중얼중얼거리던 택운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카페 문을 열고 나왔다.
저멀리서 풀이 죽은 채 회사건물을 나오는 홍빈이 보였다.
잘생긴 얼굴이어서 그런지, 지나가던 거리의 사람들이 흘긋흘긋 쳐다보고 갔다.
홍빈을 지켜보던 택운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근데, 그러면 뭐해. 다 못알아보잖아.
얼굴에다 화상을 입히면, 다 알아볼까?
이홍빈이 정택운 거라는 걸...?
택운이 홍빈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20편은 그냥 비투비 편이었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그냥 비투비도 출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음..벌써 20편이 넘어가네요 분량이 짧긴 해도 한편한편 쓸때마다 머리가 아파요ㅠㅠㅠ
소름돋게 한다는게 이렇게 머리아플줄이야..끄흑
택운이는 별그대의 이재경이라는 캐릭터를 상상하며 쓰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어.....이재경 얼굴에 정택운을 삽입한 후 행동하는 거랄...뭐라는거야 난또.
즐겁게 읽어주셔서 매일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 20편은 19편의 전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민혁이의 핸드폰과 이재환집의 CCTV가 연결되어 있어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는거죠!
이민혁이 더무서워...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