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야! 내꺼란말야 그거!!"
"니꺼내꺼가 어딨냐? 먼저 집으면 장땡이지~"
"그런게 어딨어?! 내가 열심히 구워놓은거라고오!"
회상도 마쳤겠다 다시 고기에 집중한 백현이 불판에서 잘 익혀놓은 고기를 집어먹자 종대가 펄쩍 뛰었다.
내내 핏물 뚝뚝 흐르는 고기를 집어먹다 질렸는지 고기 몇점을 찜해두고 정성스레 익혀놓았는데 그걸 백현이 낼름 집어먹었으니 펄쩍 뛸만도 하다.
그러나 백현이 당당하게 나오자 종대가 울쌍을 지으며 찡찡거렸다.
백현은 듣는 척도 않하고 고기먹기 바쁘고 찬열도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굽고있으니 종대는 속만 탈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종대 앞으로 젓가락이 쑥 들어오더니 그의 밥 위에 고기가 내려앉았다.
종대가 활짝 웃으며 고기를 건네준 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종대의 표정은 다시 급격하게 굳어졌다.
"근데... 루한형. 이분은 누구세요?"
크리스가 종대에게 고기를 건네주는 모습을 본 백현이 크리스를 빤히 바라보더니 그제야 그에 대해 물었다.
루민도 그때야 크리스 소개를 안한 것을 알고서 아차했다.
너무도 자연스레 섞여있던 터라 잊고있었던 것이다.
찬열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지 놀란 눈으로 크리스를 보고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렸음에도 크리스는 태연하게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건넸다.
너무도 당당한 모습에 찬백이 과연 루한의 친구다 생각하며 얼떨떨하게 인사를 받았지만 종대는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짓고 크리스에게서 획 시선을 돌렸다.
크리스는 그런 종대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종대는 그후로도 크리스와는 별다른 말을 섞지않으려 했고 헤어지는 순간에도 인사없이 쌩하니 지나쳤다.
크리스는 머리를 긁적이다 루한에게 자신이 뭘 잘못했냐며 물었지만 그닥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김종대. 너 크리스형한테 왜그랬냐?"
루한의 무리와 헤어진 비글무리들은 함께 찬열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백현이 뒷자석에 여전히 무언가에 화난듯이 앉아있는 종대를 백미러로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뭘?"
"인사도 안받아주고 계속 노려보고 그랬잖아."
"나 싫어하는 것 같길래 알아서 피해준 것 뿐이야."
종대가 창에 턱을 괴고 대답했다.
백현은 종대의 대답에 다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싫어하다니? 고기까지 챙겨준 크리스가 종대를 싫어한다는 것에 백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찬열도 백현과 같은 생각이었다.
"흥, 지도 내스타일은 아니라고..."
종대가 새침하게 콧바람을 뀌며 중얼거렸다.
빠르게 바뀌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대가 인상을 더욱 찡그렸다.
그런 종대에 찬백은 눈을 마주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몇시간 전.
세곡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온 종대는 들뜬 기분으로 숨을 골랐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캬- 숨을 내쉰 종대는 그제야 주변이 둘러보았다.
무대 바로 옆에 붙어 무대를 지켜보는 새로운 얼굴에 의자에 앉아있던 종대는 덜컥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무대의 루한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여기 관계자 외에 출입금지인데 어떻게 들어왔어요?"
종대의 물음에 크리스가 큰 키로 그를 힐끔 내려보더니 다시 팔짱을 낀 채 루한을 주시했다.
무시를 당했다는 기분에 울컥한 종대지만 꾹 참고 다시 웃으며 얘기를 걸어보았다.
여전히 루한을 빤히 바라볼 뿐 자신에게는 눈길을 주지않지만 이것저것 얘기를 걸던 종대는 민석의 노래를 듣다 머뭇거리며 옆의 크리스에게 물었다.
"저... 제 무대는 어땠어요?"
"...ㅅ..."
"예?"
"ㅇ시... 내 스타일 아니야."
"..."
종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물론 극찬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단호하게 부정당한 충격은 적지않았다.
그래도 나름 모든이에게 먹히는 목소리라고 자부했는데 오늘 한순간에 바닥에 떨어진 자존심에 종대가 울먹거렸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터덜터덜 돌아가 의자에 앉은 종대는 아직 가시지않은 충격에 넋을 놓고 현실을 부정하며 중얼거렸다.
"내 목소리가 거부당하다니... 아니 그럴수도 있지만... 그래도 말도 안돼..."
민석의 독무대가 끝나고 종대가 다시 올라가야했지만 종대는 아직 정신차리지 못했다.
불러도 종대가 나오지 않자 객석이 술렁거렸고 크리스가 루한에게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망부석처럼 굳어 영문모를 소리를 하고 있는 종대를 발견했다.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뒤로 걸어가 어깨를 툭툭 쳤다.
그에 종대가 화들짝 놀라며 크리스를 올려다 보았다.
"왜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종대에 크리스는 어리둥절했지만 우선 무대쪽을 가리켰다.
그제야 무대에서 자신을 찾는 부름이 들려와 종대는 벌떡 일어나 헐레벌떡 무대로 뛰어나갔다.
달려가다 전기선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어정쩡하게 무대에 올라서자 뒷쪽에서 서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스틱을 꽉 쥐고 종대를 노려보던 백현은 짧게 한숨을 쉬고 다시 공연을 이어갔다.
종대는 괜히 무대 옆의 크리스를 째려보고 나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까의 일을 다시 떠올린 종대는 또 울컥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화가 치밀었다.
"아아아악! 진짜 너도 내스타일 아니라고!!!"
대뜸 창문을 열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덕분에 찬백은 깜짝 놀라 종대를 쳐다보았다.
익지도 않은 소고기를 쳐먹더니 저게 미쳤나... 미칠려면 곱게 미쳐!!! 백현이 참다못해 결국 소리를 꽥 지른다.
종대는 결국 또다시 백현에게 잔소리를 들으며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