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 왠지 모를 긴장감이 도는 기다란 복도는 침묵의 연속이었다. 복도에 붙어있는 간이 의자에 일렬로 정자세로 앉아있는 면접자 중, 유독 한 명이 안절부절못하며 꼭 주먹 쥔 양손은 허벅지에 얹어놓은 채 눈을 지그시 감고 계속해서 중얼중얼 거렸다. 이윽고 큰 문이 끼기긱ㅡ 하는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 108번부터 112번까지 들어오세요. "
의자의 끝에 안절부절못하며 앉아 있던 사내가 벌떡, 일어나 뻣뻣한 몸짓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내의 왼쪽 가슴께에는 입꼬리를 자연스럽게 올린 사진의 '112 도경수' 라는 명찰이 정갈하게 달려있었다.
[백도/찬종] Company people 00
w. 김민석(1,만두)
저의 앞에 놓여 있는 종이뭉떵이를 대충대충 넘기던 백현의 손짓이 어느새 멈춰져 있었다. 가운데에 앉아 엄청난 포스를 내뿜는 백현을 슬쩍, 쳐다보던 경수가 백현이 저를 쳐다보자 깜짝 놀라 다시 시선을 내렸다. 아, 시선 피하면 안 된다고 그랬는데. 경수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저를 자책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런 경수를 빤히 쳐다보던 백현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흥미로운 듯 조금은 업된 목소리로 경수에게 말했다.
" 112번? "
" ...아, 네, 네! "
얼빠진 경수의 대답에 백현의 양옆으로 둘씩 앉아있는 심사위원들이 혀를 쯧, 차며 종이에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나갔다. 아마도 저것은 감점을 위한 손짓이겠지. 경수는 또다시 울먹거리며 저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백현과 조심스레 눈을 맞췄다.
" 키가 몇이에요? "
" ...네? "
" 한 번 일어서 봐. "
입꼬리를 기분 좋게 말아 올리며 면접과는 관계없는 질문을 하는 백현에 백현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가 하하, 웃으며 백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 왜 찔러. 너 지금 장난해? 조용히 해, 박찬열. 서로 옥신각신하며 저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심사위원에 가운데에 앉아있던 면접 사원이 슬쩍 손을 들며 말을 꺼냈다. 저... 면접 안 봐요? 조심스러운 남자의 목소리에 백현이 순간 표정을 굳히며 그를 바라봤다.
" 당신은 탈락. "
...예!? 깜짝 놀라며 묻는 남자에 백현이 정색하며 들고 있던 볼펜으로 문을 가르켰다. 저쪽으로 나가 주시겠어요?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은 남자가 창피하고 부끄러운 듯 얼굴을 확, 붉히며 성큼성큼 나갔다. 면접실 안에는 조용한 정적만이 흘렀다. 이윽고 백현이 또다시 경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안 일어서요?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백현에 경수는 저까지 쫓아낼까 두려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경수를 쳐다보던 찬열이 푸핫, 웃으며 백현의 어깨를 퍽, 쳤다. 야, 너랑 똑같다. 찬열의 비아냥거리는 어투에도 백현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계속해서 경수에게 말을 건넸다.
" 보기 좋네. 가족 관계는 어떻게 돼요? "
" 혀, 형 하나 있습니다. "
백현이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그래요, 자리에 앉아요. 하며 인자한 목소리로 경수에게 말했다. 경수는 잔뜩 긴장한 나머지 어딘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면접의 상황을 느낄 수도 없었다. 면접은 경수에게 묻는 말이 끝나자마자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경수에게는 어떠한 질문도 오지 않았다. 백현의 면접과는 관계없는 물음을 끝으로.
" 수고하셨습니다, 결과 통보는 전화로 드릴 테니 다들 조심히 들어가세요. "
백현의 형식적인 멘트에 면접자들은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나갔다. 물론 경수도 함께. 면접자들이 우르르 나가자마자 찬열이 백현에게 얼굴을 확, 들이댔다. 너 지금 걔 편애한 거 맞지. 찬열의 추궁하는 듯한 목소리에 백현은 무미건조하게 어. 하고 대답했다.
" 미쳤어, 미쳤어. 어떻게 팀장이란 애가 대놓고 그런 짓을 해? "
찬열의 기가 막히는 듯한 목소리에 백현이 한쪽 입꼬리를 보기 좋게 말아 올리며 말했다. 112번은, 슈퍼 패스야.
" 예쁘니까. "
백현은 저를 쳐다보던 경수의 당황스러운 눈빛을 떠올리며 112번, 경수의 이력서 왼쪽 상단의 동글동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한 경수의 사진을 보며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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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민석(1,만두) 입니다.
우선 현재 연재 중인 첸민 싸이코를 열심히 봐주시던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 물론 연중한다는 건 아니고요... 사실 제가 한 곳에만 집중을 쏟지 못하는 성격이라
백도찬종 Company people 과 함께 동시 연재하려고 이렇게 쓰게 됐어요.
싸이코 뒤에 생각해놓은 내용과 현 내용과 잇는 것도 어떻게 이어야 할지 생각이 안 나서요.
어느 한 곳에도 소홀하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싸이코와 Company people 중 하나만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까요. 찡긋.
메인 커플링은 백도고, 서브 커플링은 찬종이에요.
물론 찬종도 백도만큼 비중이 클 테니 재밌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