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찬종] Company people 03
w. 김민석(1,만두)
" ...네? "
경수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가득 담겨 또다시 경련을 일으킬 듯 움찔움찔, 미약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마 상사의 앞이라 정색을 할 수 없었던 경수의 입꼬리는 어색하게 올려져 흔히 말하는 썩소가 되어 있었고, 경수의 동글동글, 큼지막한 눈에는 '저 당황스러워요 팀장님' 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듯했다. 그런 경수의 반응에 멋쩍어진 백현이 경수에게 내밀었던 고개를 뒤로 쭉, 빼며 큼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 아니, 그러니까 그 잘난 상판대기 좀 얼른 보고 싶었다고요. "
" 제 잘난 상판대기요...? "
" 도경수 씨 합격시킨 상사가 워낙에 도경수 씨를 맘에 들어 하길래, 얼굴이 어떤가 좀 보려... "
아마 박찬열이 이 얘길 들었으면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쯧쯧, 찼겠지. 백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처럼 술술 얘기하는 저를 속으로 욕하며 능청스레 말을 이어나가다 흘끗, 경수의 얼굴을 보고선 말끝을 흐렸다. 도경수 씨? 잔뜩 힘을 준 머리에 대비되게 축 처져있는 경수를 보며 백현이 말을 멈췄다. 아무 말 없이 세미나실의 정적을 느끼며 긴장한 표정으로 경수의 동글동글한 머리통을 쳐다보던 백현이 불현듯 고개를 휙, 드는 경수에 움찔, 하며 경수의 표정을 살폈다.
" 그럼 전... "
" ... "
" 낙하산이라는 거네요. "
" ...아, 아니, 도경수 씨, 그게 아니라! "
" 이제 낙하산 얼굴 보셨으니 됐죠? 근처에 있을 테니 시간 되면 전화하세요. "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듯 눈에 물기를 머금고 얘기하던 경수가 벌떡, 일어나 쿵쾅쿵쾅 세미나실에서 빠져나갔다. 콰앙ㅡ! 성이 난 듯 요란하게 닫히는 문에 백현이 깜짝, 놀라며 아 거 참 성깔 넘치시네. 라며 중얼거렸다. 아니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변백현.
" 변백현 이 등신새끼... "
백현이 중얼중얼 저에게 욕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런 시발, 멍청한 변백현. 거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어? 어? 너 지금 우리 경수, 우리 경수한테 상처 준 거야 지금? 마치 저의 안에 또 다른 자아가 있다는 듯 백현은 그렇게 아무도 없는 텅 빈 세미나실에서 몇십 분 동안 오만가지 욕과 함께 중얼거렸다. 도경수 씨 낙하산 아닌데, 충분히 능력 있는 사람인데. 물론 경수는 듣지 못했지만.
*
휴. 경수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내쉬며 회사 앞 벤치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내가 낙하산이었다니. 내 능력으로 취직한 게 아니었다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끗 쳐다보든 말든 경수는 혼잣말을 중얼중얼, 마치 해고당한 남자같이 우울한 오로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 도경수! "
어렴풋이 들려오는 저를 부르는 소리에 경수가 축 처진 고개를 살짝, 들었다. 익숙한 인영이 멀리에서 저에게 뛰어와 어느새 코앞까지 온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야 도경수, 이제 회사 동료네? 종인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하자 경수가 맞장구를 쳐주려는 듯 힘없는 미소를 부들부들, 처량하게 지어 보였다.
" 몰골이 왜 그래, 설마 입사 첫날부터 해고당했다거나... "
" 그런 건 아닌데... "
" 그럼 뭐야, 말해봐. "
경수의 입이 열려 말해줄 때까지 추궁하겠다는 듯 아예 경수의 옆에 자리를 잡은 종인에 경수가 하아, 하며 또다시 큰 한숨을 내뱉다 이내 조근조근 말을 했다. 아니, 팀장이 어제 전화로 일곱 시까지 오라길래 머리에 왁스 칠까지 하고선 일곱 시 전에 세미나실에 얼른 갔거든? 근데...
" 뭐? 변백현이? "
" 그렇다니까. "
아까의 일을 회상하던 경수가 또다시 눈물을 떨구려는 듯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종인을 바라봤다. 그런 경수의 시선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마주하던 종인이 답답한 듯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에이씨, 하고 백현의 욕을 중얼거렸다. 기어코 일 냈구나. 머리를 벅벅 긁던 종인이 저를 바라보는 경수의 눈을 쳐다보다 이내 경수의 어깨를 토닥, 토닥 하며 다독여줬다.
" 변백현이 장난친 거야. "
" 그게 어떻게 장난이야. "
" 그런 게 있어. "
꼴에 자존심은. 회사 입구를 쳐다보며 중얼거리던 종인이 이내 경수에게 다시 눈을 맞추며 속삭였다. 좀만 더 쉬다가 바로 회사 들어와. 너 낙하산 아니니까 그렇게 처져있지 말고, 알겠지? 종인의 올곧은 눈빛에 경수가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경수를 보던 종인이 살풋 웃으며 경수의 어깨에 올려져 있던 손을 떼 회사로 급히 들어갔다. 경수는 종인의 바쁜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이내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변백현 병신아! "
종인이 팀장실의 문을 쾅, 요란하게 열며 백현의 이름을 팀장실이 울릴 듯 쩌렁쩌렁하게 불렀다. 그러나 저의 앞으로 드리우는 그림자에 종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 이내 종인이 아 뭐야, 나와 새끼야. 하며 저의 앞을 가로막은 인영을 밀치려 했다.
" 나오라고? 너 지금 그런 말이 나와? "
" 왜 또 시비야. 그럼 뭐라 그럴까, 비켜 주세요, 찬열느님? "
" 비켜 주세요, 오빠. "
" 닥쳐. "
아침부터 제정신이 아니구나. 종인이 혀를 쯧, 차며 키만 멀대같이 큰 찬열을 밀쳐내려는데 찬열이 종인의 얄팍한 손목을 덥석, 움켜쥐고선 종인에게 눈을 부라렸다. 순간 종인이 잔뜩 겁을 먹으며 불쌍한 표정으로 찬열에게 애원조로 말했다. 아 좀 나와봐! 너 안 그래도 눈 큰데 그렇게 뜨면 더 무섭단 말이야!
" 왜 연락 안 했어. "
" 뭐가? "
" 왜 몰래 먼저 회사로 갔냐고, 개새끼야. "
내가 너희 집 앞에서 클랙슨을 얼마나 울려댔는지 알아? 찬열의 분노 섞인 말에 흠칫, 하던 종인이 이내 우리 경수 보러, 이 개새끼야. 라며 질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라렸다. 아 씨발, 그놈의 도경수! 찬열이 종인의 손목을 놓으며 찬열 자신의 이마를 턱, 짚자 그 틈에 종인이 찬열을 빠르게 지나쳐 변백현에게 다가갔다.
" 야 박찬열, 변백현 왜 이러고 있냐? "
차가운 유리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고선 중얼거리는 백현에 종인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찬열에게 물었다. 도경수한테 실수했단다. 별 관심 없다는 듯 어느새 종인에게 다가와 종인의 머리에 손을 얹은 찬열이 종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런 건 귓속말로 해줄 필요 없거든? 귀찮은 손짓으로 찬열의 손을 치운 종인이 예고 없이 백현의 등을 짝, 하고 내리쳤다.
" 아! 아이 씨발, 미친놈아! "
" 내가 너 언젠간 실수할 줄 알았어. "
백현이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종인에게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자 종인이 비아냥거리며 백현에게 말했다. 감히 우리 경수를 건드려? 어? 그런 종인에 백현은 다시 힘없이 상체를 천천히 테이블에 뉘었다. 나는 틀렸어, 나는 망했어, 경수가 나를 상대하려 하지 않을 거야... 중얼거리는 백현에 종인이 한숨을 푹, 내셨다. 얘나 쟤나, 똑같네 똑같아. 종인이 백현을 내려다보며 혀를 쯧쯧, 차자 찬열이 종인에게 다가와 종인의 풍성한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처럼? 찬열의 능글맞은 말에 종인이 피식, 웃었다. 넌 꼭 매를 벌지. 그런 찬열이 마냥 밉지는 않다는 듯 종인이 몸을 살짝 틀어 찬열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종인의 손길을 가만히 느끼던 찬열이 눈을 번쩍, 뜨더니 종인에게 말했다. 근데 김종인, 너 자꾸 우리 경수라고 할래?
" 그럼 경수가 우리 경수지, 뭐냐? "
" 아니, 왜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냐고, 네가 언제 나보고 우리 찬열이라 한 적 있어? 어? 씨발? "
또다시 눈을 부라리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찬열에 종인이 한숨을 푹, 내셨다. 왜 우린 항상 달달해지려고 하면 이러냐. 종인의 한탄에 찬열이 인상을 풀며 종인의 목에 고개를 파묻어 가만히 종인의 내음을 맡았다. 그게 우리 매력이야. 그 꼴을 어느새 일어나 지켜보던 백현이 난데없이 테이블에 있던 종이 뭉텅이를 둘에게 힘차게 던져버렸다. 퍽, 꽤 두께 있던 탓에 종이 뭉텅이는 찬열과 종인의 얼굴을 동시에 가격하고선 바닥으로 떨어졌다.
" 아, 미친. 아프잖아 미친놈아! "
" 사랑싸움은 나가서 해, 이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아. "
" 바퀴벌레? 너 말이 좀 심하다? "
" 느그르그, 으 쓰블르므. "
어금니를 꽉 물고 말하는 백현에 살짝 쫄은 찬열이 히스테리야, 히스테리. 라며 종인의 어깨를 감싸고 팀장실에서 빠져나갔다. 그 둘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백현이 다시 상체를 느릿느릿 테이블에 뉘었다. 경수야... 마치 상사병에 걸린 듯 경수의 이름을 작게 읊조리던 백현이 이내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 옆 자신의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인 휴대전화를 꿀꺽, 부들부들 떨리는 손짓으로 들어 올려 다이얼에 이미 눈에 익어버린 번호를 조심조심 입력해 전화 버튼을 꾹, 눌렀다. 뚜르르르르, 달칵. 짧게 울리던 신호음이 끊기자마자 경수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백현이 빠르게 말을 꺼냈다.
" 도경수 씨, 당장 팀장실 찾아서 오세요. "
우리 일대일로 오해 좀 풀읍시다. 백현이 뒷말은 애써 삼킨 채 도도하게 전화를 탁, 끊고선 고개를 살짝 들어 벽에 걸린 동그란 시계를 바라봤다. 신입 사원 오리엔테이션 시간까지는 어느새 삼십 분을 남겨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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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거 써놓고ㅜㅜㅜㅜㅜㅜㅜㅜ 올리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독자님들..... 보고 싶었습니다.. 털썩. 오랜만이에요!!!!!!!
백현이의 경수 앓이가 한층 더 깊어졌네요 (의심미)
아 그리고 저번에ㅜㅜ 텍파 만들어달라는 독자님 보고선 감동먹었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팬픽이 처음이라니. 영광이어라. 금스금스..
아니 근데 렉도 렉이지만 줄간격이 지멋대로네요
저는 140%로 통일하고 싶은데 뒷부분은 줄간격 바꾸는 게 안 먹혀요 ㅜㅜ
앞부분이랑 뒷부분의 간격이 조금 다르지만 양해해 주시고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지켜봐 주시는 모든 독자님, 사랑합니다.
백도 복숭아 맛있게 먹어주세요. 하트.
하트 암호닉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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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찾 됴레미 스폰지밥 앙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