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민] 싸이코 06
w. 김민석(1,만두)
동물의 주검이 발견된 현장에 무릎을 굽혀 앉은 민석이 유심히 살펴보다 이내 답답한 듯 작게 욕을 읊조리며 구부정한 자세를 폈다. 오는 곳마다 허탕이었다. 겨울이 되기 전 계속해서 내린 눈과 비로 핏자국은 물론 모든 증거가 자연에 지워져 버렸다. 이것이 노림수였을지, 범죄자를 도운 신의 행적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으나 이유가 어찌 됐건 민석을 포함한 강력계 팀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확실했다. 민석의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종인의 표정이 미약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세훈은 얼른 조사를 끝내고 서로 돌아가 다른 업무를 보고 싶었다. 싫었다. 저가 아는 사람이 저지른 일을, 종대가 저지른 일을 조사하는 것이, 용의자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는 저가, 싫었다.
" 근래에 원한 살만한 일 있었던 새끼 있냐? "
" ... "
" 없나 보네? 그럼 질문을 바꿔볼까? 아무도 원한 살만한 짓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딴 일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거지? "
민석의 날이 바짝 선 질문에 서늘한 공기가 더욱더 세훈을 옥죄여오는 것 같았다. 그 누구도 민석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서로의 눈치를 보며 현실을 피할 뿐이었다. 저의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경찰들을 노려보다시피 쳐다보던 민석이 이내 성큼성큼 일렬로 서 있는 무리를 지나쳐 앞장섰다.
" 발견된 곳 얼마 없지? 두 명씩 배치해놔. "
빠드득, 이를 갈며 또다시 잠복근무를 시작하자는 민석의 굳은 어투에 경찰들이 일제히 묵례를 하였다.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아래로 내리까는 세훈의 표정이 잔뜩 굳어있었다.
*
" 안 피곤해? 좀 자도 되는데. "
" 아냐, 괜찮아. 종인이 너라도 좀 자. "
옅은 불빛이 새어나오는 차 안, 유리 밖에 시선을 두던 종인이 흘끗, 세훈에게 곁눈질을 하며 혹여 첫 잠복근무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세훈에게 말을 건넸다. 허나 세훈에겐 이 상황에 잠이 온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혹여 종대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세훈은 이 사건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으나 종대가 저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 몰랐기 때문에, 두려웠다. 세훈의 속내를 가득 뒤덮어버린 불안함이 이제는 종인을 만난 것에 대한 의미 없는 후회심까지 들게 해줄 지경에 이르렀다. 지끈거려오는 머리에 세훈이 잠시 머리 좀 식히고 오겠다며 종인을 남겨둔 채 차에서 내려 어두컴컴한 골목길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니 세훈의 복잡한 속이 조금씩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가벼운 심호흡을 하던 세훈이 수명을 다해 깜빡이는 가로등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간 발견되었던 동물의 주검 중 두 구가 세훈의 눈앞에 있는 가로등 밑에서 발견되었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무참히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려줄 혈흔의 흔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순간 종대의 소름 끼치는 형상이 떠오른 세훈이 몸을 흠칫, 떨며 급히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샛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봉고차를 세훈이 벌컥, 열어 재꼈다. 많이 피곤했던 것일까, 세훈이 잠시 내렸다 온 사이 종인은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 ...그새 자네. "
" 내가 재웠으니까. "
...! 뒤에서 들려오는 소름 돋고 익숙한 음성에 세훈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새까만 모자를 푹 눌러쓴 익숙한 인영이 씨익, 세훈을 향해 미소 지었다.
" 오랜만이야, 오세훈. "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종대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사악해 보였다. 쿵쾅쿵쾅. 심장이 세차게 요동쳤다. 일 년이 넘도록 보지 못했던, 그리고 보기 싫었던 형상이 저의 눈앞에 나타나자 세훈은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차 안에 흐르는 적막에도 신경을 쓸 수 없었다. 무어라 말하고 싶었으나, 극심한 공포심에 세훈의 입이 굳게 닫혀 움찔움찔, 미약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 세훈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는 듯, 종대가 눈꼬리를 잔뜩 휘어가며 소리내어 웃었다. 여전하네, 겁 많은 건.
" 김민석 밑에서 일해본 소감이 어때? "
" 우리 형사님 나 때문에 화 많이 났지. 어쩌냐,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밝히질 않아서. "
우리 형사님만 더 힘들게. 저를 비아냥거리는 종대의 비웃음 섞인 음성에 세훈이 이내 싸악, 표정을 굳혔다. 모든 걸 알고 있을 거라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종대는 저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세훈은 종대에게 포박당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서에 신고할 수도, 종대를 잡아 민석에게 데려갈 수도 있었다. 그러기에 충분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세훈이 그러지 못한다는 건, 누구보다 종대가 더욱더 잘 아는 사실이었다. 세훈은 종대의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형 이런 사람이었어? "
" 이런 사람이라는 게 무슨 뜻일까. "
"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소름 돋아. 이런 목적이었으면 애초에 경찰이 되려 하지도, 협조하려 하지도 않았을 거야. "
" 낙하산치곤 열심히 하더만. "
" 이건 현 강력계 경찰로서의 경고야. 순순히 자백해. "
종대의 흥미로운 시선을 마주하며 굳은 음성으로 말하는 세훈에 종대가 피식, 입꼬리를 올려 잔뜩 미소를 짓다 이내 싸늘하게 표정을 굳히고선 냉소 섞인 어투로 말했다.
" 네가 나 잡아가. "
범인이 네 앞에 있는데, 왜 못 잡아가?
" 경찰의 경고? 지랄하지 마. 주제도 모르고 설치긴 존나 설치네, 낙하산 년. "
여전히 냉소를 지으며 세훈을 깎아내리는 종대에도 세훈은, 어느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쉴 새 없이 떨리는 저의 주먹 쥔 손을 애써 무시하는 수밖에. 저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하는 세훈에 종대가 흥미를 잃은 듯 가만히 괴고 있던 손을 풀며 세훈에게 씨익,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 네가 어디까지 숨기면서 경찰 행세할 수 있나 보자. "
" 네 애인, 약물 맞고 잠든 거니까 일어나면 기억 못 할 거야. 언제 잠들었냐고 물으면 대충 둘러대. 알았지 세훈아? "
" 아차, 돌아가기 전에 블랙박스 기록 다 삭제해놔. 난 네가 삭제하지 않고 김민석에게 넘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
넌 그럴 용기가 없으니까.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세훈에게 속삭이듯 말하던 종대가 이내 차 문을 열며 세훈에게 입 모양을 벙긋거렸다. 잘 있어. 텅, 하는 닫히는 소리와 함께 종대의 서늘한 온기가 차 안에서 사라졌다. 몸이 굳어버린 세훈은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그저 잔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무척이나 원망스럽고, 모욕적이었다. 어느새 세훈의 빛을 잃은 눈망울에 온도 높은 무언가가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볼을 타고 흐르려는 그것에 세훈이 고개를 치켜들며 얼룩덜룩, 빛바랜 차의 천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천장이 마치 잔뜩 더럽혀진 세훈을 닮은 듯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눈물을 꾹 참아내던 세훈의 옆에서 잔뜩 잠겨버린 중저음의 음성이 적막을 타고 들려왔다.
" ...아, 나도 모르게 잠들었었나 보네. 미안해, 안 피곤했어? "
급격히 피곤해진 저의 눈을 꾹꾹, 누르던 종인이 이내 미안한 마음이 가득 담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세훈의 어깨에 따스한 손을 얹었다. 순간 저에게 전달되오는 종인의 체온에 애써 눈물을 참아내던 세훈이 이내 눈가에 맺혀 사라질 생각을 안 하던 눈물줄기를 힘없이 떨궈버렸다. 차게 식은 세훈의 푹 패인 볼을 타고 뜨거운 물줄기가 안쓰러운 모양새로 애처로이 흘러내렸다. 아무 말 없는 세훈의 안색을 가만히 살피던 종인이 이내 깜짝 놀라며 세훈의 볼을 양손으로 감싸며 물었다.
" 세훈아, 갑자기 왜 그래, 왜 울어, 응? 힘들어서 그래? "
끝까지 못난 내 걱정만 하는구나. 여전히 온기 가득한 손으로 저를 감싸며 걱정스레 묻는 종인에 세훈이 터져 나오는 눈물을 힘겹게 삼키며 도리질을 쳤다. 하나도 안 힘들어, 안 힘들어 절대, 네가 있는데 뭐가 힘들어. 세훈이 한 어절 한 어절, 힘겹게 끊어 말하며 잔뜩 붉어진 눈으로 종인을 쳐다봤다. 세훈의 울음기 섞인 음성에 세훈을 가만히 쳐다보는 종인의 눈동자가 작게 일렁였다. 이내 종인이 아무 말 없이 세훈을 꼬옥, 저의 품에 가뒀다. 훅 끼쳐오는 종인의 익숙한 향에 세훈이 결국 목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아, 차라리 내가 죽는다면 편할 텐데.
"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종인아, 미안해, 미안해... "
차라리,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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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학교는 잘 가셨는지요...... 개학해서 피곤해 주금 ㅇ<ㅡ<
저만 바쁜 게 아니겠지요.. 네.. 으앙. 제 사랑 독자님들도 힘내세요.
우리 모두 파이팅. 엑소가 컴백하는 그날까지 파이팅. 아자뵤.
브금이 자꾸 중간에 멈춰요......... 아.............. 너그러운 양해.. 부탁할게요..... 털썩..
하트 암호닉 하트
첫독자 떡덕후 초밥 감다팁 똥백 밍슈기 토수니 이층버스 복숭아 됴짱 쎄씨 열리 됴색크레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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