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방법으로 네 앞에 등장하고, 다짜고짜 슬프냐고 물어오는 남자애를 보며 너는 멍하니 입만 벌리고 서있어.
그에 남자애는 네 눈앞에 자기 손을 휙휙 휘둘러
그제야 너도 정신을 차리고 말을 더듬으며 남자애의 정체를 물어.
그러자 남자애는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손가락으로 자기가 입고 있는 교복에 달린 명찰을 가리켜.
그 손가락을 따라가보니 [이재환]이라는 하얀 명찰이 달려있어.
이제 보니 같은 학교에다가 같은 학년이더라는 거지.
너는 또 입을 벌리고 재환이라는 남자아이를 쳐다봐
"학생?"
재환이 고개를 끄덕여.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는 채로 말이야.
"평범한 학생은 아니지?"
그 말에 재환이 그냥 너를 보기만 해. 웃음은 꼭 지은 채로.
너는 당황해서 재환의 눈을 피해버렸고, 그 모습에 재환이 소리 내어 웃었어.
"슬플 땐 눈물 대신 한숨이 나온다며."
"어?"
재환은 또 아무 말없이 미소만 지어.
"그런데 너는 어딜 가도 이렇구나."
"무슨 소리야?"
"음... 지금은 그냥 흘려들어버려도 될 이야기."
그리고 입을 꾹 다물어버려서 너는 더 이상 재환에게 그 말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없었어.
"그건 어떻게 한 건데?"
"무엇을 말하는 거야?"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거."
네 질문에 재환이 "아!"라고 하더니 또 사라졌어. 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었고, 네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네 옆에서 재환이 나타났어.
"이거 말하는 거야?"
너는 깜짝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찍으며 넘어져버렸고, 재환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네 손을 잡아 일으켜줬어.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지 마."
"벌써 일곱 번째야. 그 말도."
"대체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냥 이것도 흘려들어."
정말 웃는 낯에 침 뱉기라는 걸 해보고 싶은 심정이였지만, 참고 다시 질문을 해.
"대체 그건 무슨 마술이야?"
"마술? 마술은 아닐걸?"
"... 지금까지 네가 한 모든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짜증이 난 네 표정에도 재환은 재밌다는 듯 웃기만 해.
너는 곧 답답해서 터져버릴 지경이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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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바람이 쌩쌩 부는 거리에 마주 보고 서있기만 30분 째였지.
몸은 추웠지만 너는 분노 때문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있었고, 네 앞에 서있는 재환은 여전히 싱글벙글.
그리고 몇 분간의 정적을 깨는 재환이 제 두손을 맞부딪히는 소리.
"이거면 알 수 있으려나?"
"뭘 알 수 있는데."
재환이 잠시 너를 보고는 한숨을 쉬더니 다시 웃으며 말해.
"정말, 지금까지 본 너 중에서 제일 바보 같아."
"뭐?"
"아까는 슬퍼서 한숨 쉰 게 아니었구나."
"뭐라는 거야.."
"내 이름은 이재환이야."
너의 말을 철저히 무시하고 제 할 말만을 한 재환이 너에게 악수를 청하며 제 이름을 말했어.
너는 얼떨결에 재환의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눴지.
"아니, 네 이름은 알고 있는..."
"그리고 네가 알만한 내 다른 이름은"
네 손을 잡은 재환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가.
"내 이름은 '체셔'야."
체셔는 재환이였습니다.ㅎㅎ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해서 쓰고있지만 등장인물만 같고 내용은 아예 다를거에요.
아마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