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재환이 널 집 앞까지 데려다 주며 친절하게 잘 자라는 말까지 해주었었어.
다 털어놓더니 바로 태도가 바뀌고 너를 챙겨주기 시작한 거야.
복잡한 심정을 털어내보려 세수를 하고 나오니, 재환의 문자가 와 있었어.
[미안해.]
왜 계속 미안해하는 걸까.
재환은 왜 너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걸까.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침대에 몸을 뉘었어.
생각이 많으니 잠도 잘 오지 않아.
자꾸 낮에 재환이 말해준 이야기들만 떠오르니까.
.
.
.
재환의 말을 모두 들은 너는 한숨을 쉬며 벽에 몸을 기대었어.
재환은 아무 말없이 네 손만 꼭 잡고 있었지.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가기 시작했어.
"열두 번이야."
"....."
"너를 죽인, 아니 너를 죽음으로 안내한 횟수."
이젠 화까지 나기 시작한 너야.
제발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하라며 재환에게 버럭 했지.
"네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내가 살던 곳인 이상한 나라가 있다면, 다른 세상도 있을 거란 생각, 안 해봤어?"
"있을 리가 없잖아."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말문이 막혀버려 입을 꾹 다물어버렸어.
"이 세상도 존재하는데 다른 세상도 존재해야지 안 그래?"
"....."
"여기선 차원이라고 부르던데..."
너는 다시 멍해진 채 재환을 봐.
내내 진지하던 재환도 네 표정을 보고 다시 개구지게 웃어 보여.
"그 다른 차원들에 있는 너를 죽이고 온 거라고 내가."
"다른 차원에도 내가 있어?"
"그럼, 이상한 나라에선 '체셔' 이곳에선 '이재환'인 나처럼 말이야. 하긴 뭐, 이제 남은 건 너뿐인걸.."
너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에 손을 얹어.
재환이 웃는 모습을 보면 더 머리가 아파져서, 그냥 시선을 피해버리고 계속하라는 듯 손을 휙휙 저어
"다른 차원에선 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거야. 서로를 모른 채 말이지."
"그렇겠지.."
"그런데 말이야."
재환이 네 이마에 올려진 네 손을 잡아내리고 자신을 보게 만들어.
다시 진지한 표정이야.
"앨리스는 그게 가능했거든."
"뭐?"
"다른 차원에 있는 자신과 원래의 자신을 바꿔치기 하는 게"
.
.
.
몇십 분째 침대에 누워 그 일만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서 터질 지경이야.
이상한 나라의 실존, 앨리스의 능력, 그리고 너
그런 너에게 나타난 체셔고양이.
'죄인' 앨리스, '집행자' '길잡이' 체셔
자신의 의무를 버리고 죄인을 지키겠다는 집행자
더이상 생각하기 싫어진 너는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해.
하지만 눈을 감아도 재환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고 암호닉분들 어디가셨어여/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