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29. Fin
다른 초콜릿을 얼른 만들어 먹고 아기와 나는 거실에 엎드려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노란색 앨범이 놓여져 있었다.
"흠..."
"훙.."
앉아서 사진을 유심히 고르는 날 보며 똑같이 엎드려서 따라하는 아기를 흘끗보곤 다시 사진에 집중했다. 몇 분동안 가만히 사진을 보는 내가 지루했던지 아기는 내 팔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엉아아아앙. 비니 신신한데?"
"알았어 아가. 이것만 하고 놀아줄게 응?"
"치이..비니 삐지꺼야. 훙"
"알았어 알았어. 아가, 아가 이거봐봐. 이때 기억나?"
홱 돌린 몸을 다시 빙글 돌려 내 쪽을 본 아기는 사진을 보더니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웅웅! 우리 행버거 머근날!"
"응. 이건?'
"사랑이 온 날!'
"맞아. 우리 아가 똑똑하네?"
"헤헹"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사진을 한장한장 앨범에 붙이기 시작했다. 짧은시간동안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은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아이가 하루하루를 예쁘게 기억해 줬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꾹꾹 눌러 붙였다. 앨범을 거의 완성해 갈 때 쯤, 마지막으로 나온 사진을 집어들었다.
"어? 그거능 비니랑 엉아랑 공원 가쓸때!"
"응.. 그래.."
아기는 꽃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뒤로 비치는 햇살이 참 이뻤던 사진이었다. 한참을 넋을 놓고 사진을 바라보다, 고개를 낮춰 아기과 눈을 맞췄다.
"아가, 이거 한장만, 한장만 형 주면 안될까?'
"웅! 가지세요! 비니가 주께!"
내 질문에 아기는 팔을 쭉 펴며 긍정을 표했고, 나는 아기를 안아들어 내 무릎에 앉힌 뒤, 우리가 만든 앨범을 다시 찬찬히 구경했다.
이렇게 둘이서 새긴 추억을 간직하고 살겠지. 조금이라도 그 때와 비슷한 날씨, 거리를 거닐면 옛날엔 아가가 이랬었는데, 하며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아기도 그래주겠지. 옛날의 아가를, 옛날의 나를. 추억속에 집어 넣겠지..
"아가. 우리 코코아 마실까?"
"웅! 코코아! 이제 비니 잘 마셔여!"
"그래"
앨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코코아를 타서 아기에게 건네주니 이제는 제법 컵을 꼭 쥐고 마시는 아기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일주일사이에 조그맣던 키도 어느새 조금 더 커버린 것 같고. 발음도 더 좋아진 것 같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얼굴 구석구석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안 들어오는 곳이 없었다. 다 마신 코코아컵을 내려놓고 아기를 무릎에 앉혔다. 날 보고 있는 아기입가의 우윳자국을 닦아주곤 아기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풀렀다.
"웅? 왜왜? 그거 비니꺼 아니에여?"
"응. 아가꺼 맞아요"
"긍데 왜 빼여?"
아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달라고 두 손을 내밀었고, 난 웃으며 주머니에서 새로운 펜던트를 꺼내 갈아끼우고 아기의 두 손에 내려놨다.
"아가 이제, 엄마 번호야. 오늘까지는 형 전화번호였는데. 이제 아가는 집에 가야되니까. 혹시, 혹시 만약에 아가가 길에 혼자 있으면, 이 목걸이 다른사람한테 보여주면되. 울지말고. 울면 안되는거야 혼자 있어도?'
"움...웅! 아라써"
아기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목걸이를 다시 채운 뒤, 아기를 안아들고 화장실로 가 양치질을 마치고 침대에 뉘였다. 토닥이며 자장가를 불러주지만 아기는 감기는 눈꺼플을 애써 부릅뜨고 있었다.
"아가. 아가 이제 눈감고 코오 해야지"
"시룬데에..눈 감았다 뜨명. 뜨며능.. 엉아랑 빠빠이 해야 데자나여"
"그래도..그래도 눈 감고 코오 해야하는거예요. 얼른 눈 감고 코 하자?"
"흐잉.."
입꼬리가 쭉쭉 내려가는 아기에 한숨을 쉬며 한손으론 아기의 눈을 덮어주고 한손으론 계속 아기배를 토닥였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꼬꼬닭아 울지 마라. 우리 아가 잠을 깰라. "
한참을 조용조용 자장가를 불러줬을까. 찡찡거리던 아기는 겨우 잠이 들어 새근새근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밖으로 나와서 거실을 바라봤다. 아무렇게나 탁자위에 올려진 앨범을 집어들어 사진을 한번 더 본 뒤 옷방으로 들어가 천천히 아기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인형,옷, 앨범까지 다 넣고나니 처음 왔을때의 아기가방보다 더 무거워진 듯 했다. 지퍼를 닫으려다 생각난 물건에 부엌으로 달려가 가져온 아직 많이 남은 코코아믹스. 마지막으로 코코아까지 얹어놓고 드디어 지퍼를 닫고 침대로 향했다.
실감이 나진 않았지만 실감을 해야했다. 내일이면 아기를 보낸단 것도, 아기 얼굴을 볼 수 없단것도. 전부 다 실감을 해야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기를 계속해서 토닥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든 것 같았다.
다음날,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아기손길도 없었는데 번쩍떠진 눈으로 아기를 내려다보면, 먼저깨서 날 보고있다가 제 딴에는 잽싸게 눈을 감는다고 감은게 나와 눈이 마주치고서 꼭 감는 것이었다.
"아가, 아가 일어나야지 아가?"
"비니 자여"
"자고 있으면 말 못하는데?"
조용하게 눈을 꾹 감고는 잔다며 웅얼거리다 내가 내뱉은 말에 조심히 손을 올려 입으로 가져가는 아기가 마냥 귀여워 피식 웃으며 아기를 끌어안았다.
그래. 아가 자나보네? 그럼 좀 더 잘까?"
"..."
고개를 끄덕거리는 아기를 토닥이며 품으로 더 가두니, 이미 잠이 다 달아났던건지 5분도 안되 몸을 꼼지락거리는 아기였다. 결국 10분째에 심심하다며 날 일으켜 세우는 아기모습에 화장실로 데려가 세수를 시켜야 했다. 아침을 먹고, 아기를 데려다줄 시간이 되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려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누구세여?"
"빈아 엄마왔어"
문을 열자 아기엄마가 모습을 비췄다. 어쩌다보니 잠시 나올 시간이 되서 자기가 왔다고 설명한 아기엄마는 시계를 보며 또 재촉하기에 바빴다.
"빈이 오늘은 엄마랑 약속했지? 얼른 가방 가져와. 집에 가야지"
"느에에.."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가는 아기를 바라보고 다시 아기엄마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차 한잔 하고가란 말이 나오지도 않게끔 시계에 시선을 맞춰 어쩔 수 없이 캐리어를 가져와야한다며 말하고 아기를 따라 옷방으로 들어갔다. 가방을 매고 있는 아기에게 모자를 씌워주고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캐리어와 아기손을 쥐고 몸을 돌려 아기엄마는 문을 나섰다.
복도까지 쫓아나와서 배웅을 하니 아기는 엄마손을 꼭 쥐고 잘 따라가다 복도 끝머리에서 엄마손을 살짝 놓더니 다시 내게로 쪼르르 달려와 팔을 쭉 폈다.
일주일새에 그 신호가 안아달라는 신호임을 알아차린 나는 얼른 아기를 안아올렸다. 안자마자 아기는 내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그리고나선 귓가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대더니 손을 동그랗게 말아서 같이 가져왔다.
"사랑해여 엉아"
아기는 조그맣게 속삭이곤 내 품에서 떨어졌다. 멀어지는 아기는 가끔씩 뒤돌아 내게 손을 흔들었고 나는 그럴때마다 웃으며 아기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창문으로까지 아기를 쫓다 결국 시야에서 사라진 아기에 아쉬운 한숨을 한껏 내뱉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아기는 갔지만 아직까지 일주일간의 아기가 생활하던 흔적이나 아기냄새가 짙게 배어있었다.
서랍에서 안쓰던 조그만 액자를 꺼내왔다. 아기사진을 끼워넣고 티비옆에 세워뒀다.
아... 아가 보고싶다.
-Fin-
안녕하세요!!ㅎㅎㅎㅎ 드디어....드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가야가 끝을 맺었습니다....끝이에요..진짜 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라고 하면 내가 서운하니까!!! 그러니까 다음주엔 번외편으로 독자님들 찾아뵐꺼예요ㅋㅋㅋㅋㅋㅋ 우리 쪼금만 더 보자 솔직히ㅠㅠㅠ이렇게 가기엔 아쉽잖아요 그쵸???그쵸????? 맞다고 해줄꺼죠????ㅠㅠㅠㅠㅠ 암튼 내가 많이 사랑해요ㅠㅠㅠ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ㅠㅠ
암호닉몽쉘통통님. 달돌님. 요니별우니별님. 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하마님,천사천재님,정인님 사랑합니다!!!!! 사랑햄햄햄햄!!!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