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26.
아기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더니 아예 잠이 푹 들어버렸는지 고개를 숙이고 미동이 없었다. 차를 갓길에다 대고 아기가 자기 편하게 시트를 뒤로 제껴주었다.
아기 시트를 제끼자마자 전화가 왔고, 발신인을 확인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누님 도착하셨어요?"
"응. 방금. 한 한시간? 정도 걸릴꺼야. 집에 있지?"
"아. 지금 집에 들어가는 중이예요."
"그래. 도착하면 전화할게"
"네."
어차피 누님이 도착하려면 조금 걸릴테니 아기를 조금 재우다 가도 괜찮겠단 생각에 아기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아기를 바라봤다.
이제 진짜 갈 시간인데.. 아기는 맨날 자는 모습만 보여주네.. 짧은시간동안 아기의 여러가지 모습을 봤지만 아쉽고 섭섭했다. 내일이면 정말 아기를 못보는 거구나..
누님과의 전화통화 때문이었을까. 아가와의 이별이 더욱더 실감이 나는 듯 했다. 아기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옷도 약간 정리해주며 시간을 보내는데 아기는 살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웅"
"아가 깼어?'
"웅. 엉아 긍데 여기 어지야?'
"차 안이야. 아가 또 코 자고있어서 형이 잠깐 차 세운거야."
"우웅."
"아가, 아가 있잖아. 엄마가 왔대."
"엉마?"
아기는 화색이 돌며 날 쳐다보더니 이내 입술을 삐죽였다. 난 아기 입술을 잡고 늘어지며 아기에게 장난을 쳤다.
"아가. 아가 입이 왜 이렇게 나왔어? 아가 그러고있으니까 둥실이 같다."
"우웅. 으으응"
"알았어 알았어. 아가 엄마 오는거 싫어요? 왜 표정이 울꺼같지?'
"엉마.. 엉마 너어무 보고시펀능데.. 쪼끔만, 쪼끔만 엉아랑 더 가치있고 시퍼서여. 비니능 엉아가 너무 조아.. 엉아, 나, 나 하루만 더 있으명 앙데여?"
아기는 나를 본 채로 답했다. 일주일도 채 되지않았던 시간동안 우리는 이렇게나 정이 들었던 것일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나도 널 보내고싶지않다고, 아가랑 평생살고싶단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보내야 되는게 맞는 얘기이기에, 조금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안돼요. 아가 엄마한테도 가서 그럼 안돼. 엄마가 슬퍼할꺼야"
"흐이..징짜..? 징짜 앙데는 거에여?"
"응. 이제 집에가자. 집에가서 엄마 기다리자, 알았지?"
"시러어.. 시러 가기 시러여.."
고개를 돌려 그대로 차를 몰아 집으로 갔다. 도착해서 문을 열때까지 아기는 꿈쩍도 않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아기를 안아서 집으로 올라갔다. 아기는 조용히 내게 안겨있었다. 집에와서 아기를 내려주자 아기는 신발을 벗고 쪼를르 달려가 소파위로 기어올라갔다. 내려오지 않겠다는 심보인것만 같아 웃음이 나려했지만 꾹 참고서 옷방으로 향했다. 아기가 처음에 가져왔던 짐 그대로, 처음의 상태로 돌려놨다. 아기가 썼던 스냅백, 목욕할 때 항상 가지고가던 오리인형, 옷가지들을 챙기고나서 거실로 나왔다. 소파위에 앉아있던 아기는 자신의 캐리어를 보자 눈이 동그래졌다.
"엉아. 엉아 그거 비니 껀데여?"
"응. 이제 엄마오면 이 가방이랑 같이 가야지."
"아니, 아니 비니 안 가꺼에여"
"아냐, 아가 가야돼. 이제부터 형이 아가 부를때 아가 아니고 빈이라고 부를꺼야."
"아니, 아니 하지마여. 비니꺼 그거 주세여"
아기는 손을 쭉 뻗고는 가방을 달라고 했다. 내가 아기를 보고 서있기만 하자 아기는 소파밑을 한번 내려다보고 눈을 꾹 감고 소파밑으로 내려오려고 했다. 아기는 보지도 않고 소파 밑으로 발을 뻗고 있었고, 닫지 않는 발이 야속했던지 뛰어내리려고까지 했다.
"어어. 아가, 아가 다치잖아 그러면"
"이러명, 이러케 안하명 엉아 비니 안 보꺼자나"
"후...아가 진짜..."
아기는 기어코 소파에서 떨어졌고, 바닥에 닿기전 안은 덕분에 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 아기는 내려와서 캐리어의 지퍼를 열려고 낑낑댔다. 한숨을 쉬며 캐리어를 열어줬더니 아기는 옷을 다 헤집고 꺼내기 시작했다.
"아가, 아가 지금 뭐하는거야?"
"비니능, 안가꺼야. 비니능. 여기서 엉아랑 사꺼에여"
"아가. 아가 진짜 형한테 혼날래?"
갑작스런 큰소리에 어깨를 떨던 아기는 등을 돌린채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아가 그만해. 형 진짜 화낸다?"
"흐으...흐 엉아는 비니랑 살기 시러여?"
몇번이고 대답해 줄 수 있었다. 형도 아가랑 살고싶다고, 아가가 진짜 형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간절히 바랬는지도 모르곘다. 눈을뜨면 침대옆에서 아기가 날 바라보고 있어줬음 좋겠고, 둘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코코아를 마시고 싶고, 내 다리에 매달려있는 아기와 행복하게 설거지를 하고있는 내 자신을 수천번 수만번 상상했었다. 하지만 그건 다 허황된 꿈이었기에, 현실의 나는 이 여린 아기에게 가혹해지려한다.
"응.. 형은 빈이랑 같이 안 있었음 좋겠어. 엄마 오겠다. 빈아 정리하자."
"아냐,아냐 엉아 지긍 거진말 하고 잉능거야. 응?그치? 비니 말 맞지?"
"아냐. 진짜야."
"비니 보고 말해여 그럼! 왜 몬 말해여! 비니보고, 흐으. 비니보고, 말해여어.."
아기에게서 등을 돌리고 천천히 옷가지들을 가방안으로 집어넣었다. 옆에서 아기가 내 팔을 붙잡고 매달렸지만 이미 진이 빠질대로 다 빠진 아기는 내 옷깃만 쥐고있는 꼴이 되었을 뿐이다. 캐리어를 닫고 아기를 보자 아기는 고개를 숙인채 눈물만 떨구고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닿지 못했다.
푹숙인 아기의 정수리만 바라보다 들린 초인종소리에 현관으로 나가려고하면 아기는 가지말라며 바짓가랑이를 잡아끌었다. 또 다시 한숨과 함께 버둥거리는 아기를 안아들고 현관문을 열면, 5일만에 다시 얼굴을 보인 아가 엄마. 홍비누님이 서 계셨다.
"전화하신다면서?"
"전화해도 안 받길래. 집에 있는가 싶어서 왔지. 홍빈아 엄마야. 빈이 잘 지냈니?'
아기는 여전히 내게 안겨 등을 보인채 꿈쩍도 하지않았다.
-Fin-
연홍차입니다ㅠㅠㅠㅠㅠ드디어어어유ㅠㅠㅠㅠㅠ어어어유ㅠㅠㅠㅠㅠㅠ개학을 했네요...네....개학 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아가야는 조금 더 남았습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 하고 계시는 내 독자님들ㅠㅠㅠㅠㅠ 으엉 ㅠㅠㅠㅠㅠㅠㅠ 계속 질질 끄는거 같아서 빨리빨리 끝내고 싶었는데 아가콩이한테서 어찌나 묘사 할게 많던지..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ㅠㅠㅠㅠㅠ 우리 나중에 또 만나요~~ 안뇽~~ㅎㅎㅎ
암호닉몽쉘통통님. 달돌님. 요니별우니별님. 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하마님,천사천재님,정인님 우와...대박...대박 나 암호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많이있다ㅠㅜㅠㅠㅠㅠㅠㅠ기분좋다ㅠㅠㅠㅠ으엉 ㅠㅠㅠㅠ사랑해요ㅠㅜ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