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22.
집으로 올라와서 아기 신발을 벗기고 내려놓자 아기는 따뜻하다고 방방뛰며 거실로 갔다.
눈사람이 입었던 옷을 빨랫통에 넣고 거실로 갔더니 아기는 아직 옷도 벗지않고 소파위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엉아! 비니 이제 여기 올라가쑤 이써!"
"그랬어? 잘했네. 이제 내려와서 옷 벗자. 내려오세요"
"웅!"
자신감 넘치게 대답해놓고선 밑을 한번 보더니 아기는 날 다시 보며 울상을 지었다.
"엉아아.."
"아가 왜?"
"엉아..비니..무서어"
아기한테 소파높이가 그렇게 높았나...아니 처음부터 약간 높은 소파라고 들여놓긴 했지만.. 아기에게 무서울정도로 높을줄은 몰랐는데. 우리 아기가 겁이 많은가?
팔을 쭉 뻗는 아기를 보고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눌러 참으며 아기를 안아서 내려줬다.
"아가 무서웠어? 그랬어?"
"지베 잉능거능 잘 내려오능데..엉아 지베는 너무 높아여"
"높아? 많이 높아?"
"우웅.."
옷을 벗으면서도 계속 쫑알대는 아기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복만 입고있는 아기는 얼른 또 소파위로 기어올라갔고 나는 코코아를 타서 아기에게로 갔다.
"아가 코코아마시자"
"우아!"
매일 마시는 코코아가 지겹지도 않은지 아기는 쪽쪽 잘 빨아마셨다. 몇모금 마시더니 아기는 나도 마시라며 고개를 뒤로 제꼈다.
"엉아도 항모긍!"
"나도?"
"웅웅!"
아기가 저렇게 원하니.. 한번 마셔볼까. 한 모금 입에 갖다 댄 코코아는 무척 달았다.
어렸을때도 단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나로써는 지금 입에 퍼지는 이 달달함이 약간은 불쾌하단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엉아 어때? 마시찌? 그치?"
"음? 어..어. 맛있다. 너어무 맛있다. 아가가 줘서 더 맛있네?'
"어어? 그래도 다 마시지 마여! 비니 꺼!"
"알았어 알았어. 이제 빈이 마실차례다. 얼른 쭉쭉"
고개를 위로 홱 들어서 코코아를 넘기기도 전에 맛있냐며 확신에 가득찬 질문을 하는 아기덕분에 그 달달한걸 삼키고 나서 거짓말을 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의 아기에게 나머지 코코아를 모두 먹여주니 아기는 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해맑게 웃었다.
컵을 탁자에 올려놓는데 갑자기 코가 간질간질 했다.
"에-취"
"에치!"
"아가 형 따라한거지?"
"웅웅!"
내가 재채기를 하자 따라하던 아기는 날 가만히 보더니 자신을 내려달라며 찡찡댔다.
이번엔 또 무슨일일까. 궁금해하며 내려줬더니 아기는 쪼르르 침대가 있는 방으로 쏙 들어가 모습을 감추더니 한참뒤에 낑낑거리며 나타났다.
"아가. 아가 왜그래?"
"이거어어. 이거"
"이불?"
아기가 낑낑거리며 들고 나온건, 아니 들고 나왔다고도 할 수 없이 폭 파묻혀서 같이 운반 돼 온건, 다름아닌 이불이었다
"이불은 왜요, 아가?"
"츄우명 앙데! 츄우명 비니처럼 아야해서 에치도 하고 콜록콜로기도 해여!"
'아..아까 형이 에취해서 이거 가져온거야?'
"웅! 츄어서 그래! 엉아도 비니보고 츄어서 그런거라 그랬자나여!"
이불에 폭 파묻혀서 한다는 말이 내 걱정이었다. 추워서 감기걸리면 안되니까 이불을 덮고 있어야 한다..
이불과 아기를 같이 안아들고 거실로 가서 소파위에 나와 아기를 같이 이불로 감쌌다. 아기는 포근한지 등을 보이고 있던 몸을 틀어서 내게 안겼고,
나도 아기를 안고 그대로 소파위에 누워버렸다. 걷어놓은 커튼. 집안으로 들어오는 적당한 양의 햇살. 나른한 오후의 풍경에 우리는 그렇게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
품속에서 꼬물꼬물대는게 느껴져 실눈을 떴다. 아가구나.. 집안이 어두운 걸 깨닫고는 저녁쯤 됬겠거니..생각했다.
아까 마지막으로 본 게 세시 반이었는데... 지금은 몇 시 쯤 됬으려나. 한참 머리를 굴리다 이제는 내 코와 볼을 톡톡 건드리는 아기의 손길에 푸스스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 엉아 깼어여?'
"그럼. 아가가 깨우는데 얼른 일어나야지. 그치 아가?'
"웅! 마자!"
"아가 근데 지금 몇시지?'
"며 씨징?"
내 말을 따라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아기를 품에 가둬서 일으킨다음 소파에 앉았다.
티비위로 보이는 시계의 시침은 7을 가리키고 있었고, 분침은..이제 막 1에 머무르려던 참이었다.
7시..음..5분.. 7시?...7시? 낮잠을 많이 자는 성격이 아니라 한 두어시간 정도 잤구나 싶었더니 세,네시간 정도를 잤던 것이다.
아가 약은.. 음.. 아까 먹었던게 점심약이었으니 저녁먹고 먹이면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엉아.. 비니 배고파여"
"응. 배고파? 그래 밥 먹자 밥."
"죠아죠아!"
소파에서 내려와 아기와 부엌으로 갔다. 반찬들을 뒤져보다 별로 먹을만한 반찬이 없어 보였다. 반찬 좀 해야 되는데.. 아가 뭐 먹이지..
계속해서 부엌을 뒤지다 찬장에서 파스타면이 나왔다. 이럴때 내가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수도없이 든다.
눈을 반짝 빛내며 내 다리 옆에 찰싹 붙어있는 아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가!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
"스빠게티?"
"응. 스파게티"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면과, 냉장고를 뒤지다 결국 모습을 보이지 않는 소스에 아기를 안고 얼른 내려가서 사온 소스를 옆에 두고 면을 삶기 시작했다.
완성된 스파게티면과 소스를 접시에 담아 테이블로 가져가자 아기는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눈을 반짝이며 나와 접시를 번갈아 봤다.
그릇을 다 옮기고 마지막으로 아기까지 옮겨주자 아기는 포크를 쥐고 대답했다.
"자 머께 쓰니당!"
"아가 많이 먹어?"
"웅웅!"
아기는 그 기세 그대로 포크로 스파게티를 찍었다.
-Fin-
안녕하세요ㅠㅠ 연홍차예요ㅠㅠ 역시 학생은 학교를 가야하나 봅니다.. 학교 안가니까 먼지쌓인 책상이 날 반기고.. 몇달..? 몇 주..라고 합시다...암튼 먼지쌓인 책상을 치우고 얼른 써내려 간 22편입니다...ㅠㅠ 다...다음주에 새학기 시작인데.. 그 전에 과연 몇 편이나 더 올릴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ㅠㅠ 그냥 잊고 계셨다가 한번씩 쪽지함 봐주세요..그럼 나일꺼야. 아..아마도?ㅎㅎㅎㅎㅎ휴ㅠ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ㅠ 오늘도 귀여운 아가콩이로 힐링하세욤~사랑해요!!!♡
암호닉은 더더 사랑하는거 알죠????ㅎㅎㅎㅎ저는 언제나 열려있답니다ㅠㅠ 암호닉 신청 많이 많이 해주세욤ㅠㅠ♡ 내 사랑 줄게ㅠㅠㅎㅎㅎㅎ
암호닉몽쉘통통님. 달돌님. 요니별우니별님. 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하마님,천사천재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