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20.
늦게 잠을 자서 아기가 먼저 깨워도 못 일어날 것만 같았는데 왠일인지 아기보다 내가 더 먼저 일어나게 되었다.
시간도 9시를 넘겼고, 내 품 속에서 눈을 못뜨는 아기를 바라보며 아기를 살살 흔들어 깨웠다.
"아가. 아가 일어나야지. 오늘은 우리 어흥이 보러가기로 했잖아요."
"우웅. 츄어"
"응? 이불 다 덮고 있는데 춥다고?"
"흐응.. 비니 추어여"
아기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내 품을 파고들며 춥단말만 반복했다. 어제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왜...
품안에 안고있는 아기가 약간 따뜻한것도 같아서 얼른 아기 이마에 손을 대보니 이마와 맞닿은 손은 온기가 아니라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어젠 분명 아무렇지도 않았는데..가 아니라 눈사람을 만들고나서 집에 들어와 목욕을 할때, 열기때문에 발갰던 볼이 몸에서 열이올라 그랬던 것이었고,
코코아를 마시다 난 잔기침과 재채기도 코코아때문에 사레가 들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애초부터 증세가 뻔하게 있었는데 바보같이 다른이유와 착각을 해서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흐응.. 응 아파.. 엉아. 비니 아파.."
"응. 아가. 조금만. 조금만 참자. 착하지 아가."
옷을 입을 시간도, 입힐 정신도 없어서 입고있던 옷 그대로에 패딩만 걸치고 아기도 내 패딩을 하나 더 가져와 감싸서 안아들고 차키와 지갑만 챙겨서 얼른 병원으로 향했다.
어젯밤의 눈으로 길은 온통 눈밭이었고, 제설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않아 도로는 막히기만했다. 결국 차를 갓길에다 세우고 아기를 안아들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아기는 볼이 발갛게 물들어있었고, 아기를 감싼 패딩을 좀 더 여미고 얼른 병원을 찾았다. 번화가와 주택가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멀었던가...
걸어도 걸어도 건물은 찾아 볼 수가 없었고, 걸음을 더욱 더 빨리 해 도착을 했지만 왠만한 작은 병원은 길 때문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다반사였다.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를만큼 정신없이 걷다, 드디어 문이 열린 병원을 찾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진료준비를 하던 병원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환자에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진료실로 나와 아기를 데려갔다.
"아가가.. 어제 밖에서 놀다 집에 들어와서 샤워하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되게 열이 많이 나고요. 계속 아프다고 하고.. 어디가 아픈지는 말을 안해요. 선생님. 우리 아가. 심한거 아니죠?그렇죠?"
"많이 놀라셨겠네요. 이 날씨에 아기안고 이렇게 급하게 오시고. 앉아서 조금 진정하고 계세요"
머리가 하얗게 센 의사는 횡설수설하며 설명하는 내 모습을 보다 어깨를 두드려주고 잠시 진정하라며 진료실밖의 간호사에게 차 한잔을 부탁하곤 진료침대위에 아기를 눕혔다. 나는 옆자리에 앉아서 간호사가 주는 차를 받아 손에 쥐고있었다. 이것저것 살펴보던 의사는 링거를 처방하고 병원에 조그만 입원실이 있으니 그곳에서 링거를 다 맞은다음 처방해주는 약을 받아가라고 했다.
"아기가 면역력이 상당히 약합니다. 처음에 아기 태어났던 병원에서 조심하라고 그러지 않으셨나요?"
"아..제가 아빠가 아니라 잠시 데리고 있는 아가라서,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아무튼 면역력이 약해서 요즘같은 날씨에 찬바람을 조금만 많이 맞아도 또래 아이들보다 감기에 심하게 걸릴 확률이 큽니다.
이곳저곳 다니고 싶으신 마음은 알겠지만 조금만 자제해주시고, 특히 나갈때는 찬바람을 맞지않게 하는게 최우선입니다. 아시겠죠?"
"네..네 감사합니다."
입원실로 가서 링거를 꽂고 아기는 누워있었다. 링거를 꽂을때도 내 품에 안겨서 눈을 꼭 감고는 덜덜떠는게 느껴져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소리를 낼 힘도 없는채로 링거를 꽂고 누워있는 아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그리고 모든 일의 원인인 나는 아기에게 무슨말을 해야할까..
"아가. 아가 미안해. 어제 나가지 말껄.. 사진찍으러도 다니지말고 그냥. 그냥 따뜻하게 있을껄.. 미안해. 아가. 너무 미안해.."
아기손을 꼭 붙잡고 말하자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살짝내려 날 바라보던 아기는 내 머리를 끌어당겨 안으면서 나를 토닥여줬다.
"갱차나여.. 비니. 한개두 앙아파.. 울지마여. 엉아 울지마아.."
아기의 어른스러운 태도에 그만 왈칵 더 눈물이 쏟아졌다. 아직까지 많이 아플텐데도 자신은 괜찮다며, 한개도 아프지 않다며 오히려 날 달래주는 이 아기는 도데체..
"형 안울어어. 주사 많이 안 아파? 아가 이런거 처음 해보지?"
"우우웅... 사실 옛날옛날에도 이런거 망이 마자써써. 그때는 막. 막 아야해서 울구 핸능데.. 오늘응 앙 울어써. 헤헤. 비니 잘해찌?"
어렸을때부터 병원을 자주다녔다는 아기의 말을 듣고 아무말도 할 수가 없어 그저 손만 붙잡고 있었다. 링거를 다 맞을때까지 기다리니 아기는 어느새 또 잠이 들어있었고 의사는 약을 꼭 먹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아기가 워낙 순해서 그러지 않을수도 있지만 아기들이 대부분 약 먹기 싫어하는거 아시죠? 약 안먹으면 안됩니다. 먹기 싫다고 그래도 꼭 먹이세요. 이 눈길에 아기 데리고 오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링거를 뺴고 아기를 안은뒤 의사선생님께 몇번이나 감사하단 말을 전한 뒤 이제야 조금씩 열기 시작하는 건물들을 보며 밑층에 있던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 봉지를 주머니에 넣고 아기를 고쳐안은 뒤 걸어갔다. 이제서야 눈을 치우기 시작하는 제설차를 보며 차로와서 아기를 옆에다 태운 뒤 얼른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와서 집이 후끈해질때까지 보일러를 돌린다음 침대에 아기를 다시 눕혔다.
밤새 뒤척이던게 꿈을 꾸다 그런건 줄 알았더니 잠을 설친것이었다. 아기는 집으로 오는 중에도 한두번 뒤척이더니 집에와서는 한번도 깨지않고 계속 잠만 잤다.
아기가 자고있는걸 확인하고 방에서 나와 죽을 끓일 준비를 했다. 어제 장을 본 덕분에 재료는 모두 있어서 죽을끓이고 간간히 아기한테로가서 상태를 확인했다.
머리를 짚어보니 그래도 열은 약간 내린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잠을자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나는 기침에 괴로운지 인상을 찡그리기도 했다.
한숨을 쉬며 아기의 머리를 한번 쓸어주고 미간도 손가락으로 살살 펴주기도 했다.
집으로 온 지 한 한시간 정도 됬을까. 깨지않는 아기만 보고있으니 어느새 땀에 폭 젖은 아기가 슬며시 눈을떴다.
"우웅."
"아가 깼어? 아직도 많이 아파?"
"우웅. 갱차나. 비니 이제 앙아파여."
말은 저렇게 해도 계속해서 해대는 기침에 아기를 앉힌뒤 등을 톡톡 두드려 줬다.
"아가 형이 죽 해놨어. 맘마먹고 얼른 약먹자?"
"망마? 히히. 비니 아가때 망마 망마 행눈데"
"그래. 맘마. 맘마먹고 약먹자 알았지?"
"우우웅.."
아기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에 화색을 내비췄지만 뒷말에 약간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모른척하고 죽을 쟁반에 받쳐와서 한숟갈을 떠 후후 불어주고 아기에게 떠먹여줬다.
아기는 반그릇정도를 비우더니 더이상 입을 벌리지않길래 그냥 그릇을 내려놓고 약봉지를 가져왔다.
-Fin-
안녕하세요!!!ㅎㅎㅎㅎ 오늘은 연속으로 왔습니다!!ㅋㅋㅋ 드디어 내일모레면 일.이주동안 학교를 가지않아도 됩니다!!!!! 짝짝짝ㅠㅠㅠㅠ
어쩌면..집에 있을때 글을 더 안써서 늦을지도 모..몰라여..;;;;;ㅋㅋㅋ 농담이고 더 많이, 자주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신 여러분들 모두 감사하고 항상 사랑합니다~~♡
암호닉 몽쉘통통님. 달돌님. 요니별우니별님. 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하마님,천사천재님 사랑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