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17.
아기는 공원에 도착해 발을 딛는 그 순간부터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여기서 찰칵. 저기서 찰칵. 쉴 틈 없이 눌려지는 셔터소리와 아기의 다음 행선지를 말하는 목소리가 겹쳐져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역시 아기들 체력은 따라 갈 수가 없는 경지였다.. 근데, 생각해보니 몇 일새 아기가 항상 이 시간에 자던 것 같았는데.. 30분 정도가 흐르고 나서야 그저께, 어제 모두 아기가 이 시간쯤에 자는걸 생각해냈다.
"아가. 안졸려? 아가 어제도, 어제 어제도 이 시간에 자지 않았어?"
"웅? 앙졸링데? 비니 앙졸려여"
"진짜?"
"웅웅!"
아기가 눈을 살살 비비며 말을 하긴 했지만 워낙 붕붕 뜨는 기분에 잠이 그렇게 오진 않는가보다. 오늘 좀 일찍 재우면 되겠지 뭐.
"엉아! 여기여기!"
"그래그래. 아가 천천히가 다칠라"
공원에서 아기의 찍사가 되는동안 우리의 추억거리는 점점 쌓여갔다. 조금만 더 일찍 깨달을 껄.. 이제 3일밖에 안남았는데.. 생각해보니 시간이 정말 짧았다. 늦은만큼 조금만더 많이 아기를 담고 싶었다. 우리는 같이 셀카처럼 찍기도 했고, 타이머도 맞춰놓고 찍었으며, 역시나 가장 많은건 아기의 독사진이었다.
이리저리 넘겨봐도 잘못나온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부모님 끼를 물려받았나, 포즈 한개를 가르쳐줬더니 아주 그냥 요리조리 변형해서 포즈를 잡는데, 모델 뺨친다 그냥.
"우리아가, 포즈도 잘 잡고. 티비 나와도 되겠다."
"비니 이뽀?'
"응. 우리아가 너무 이뻐!"
"히힝"
사진을 찍으러 공원을 한 두바퀴는 돌아다닌 끝에 이제 가자란 말에 순순히 따라왔다. 아가.. 많이 피곤했나보다. 이렇게 쉽게 고집이 꺾인 일이 별로 없었는데..
아기를 안아들고 차로 가자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동안 금세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차에다 얼른 태웠다. 여기서 마트까지 10분? 정도밖에 안되는데..
30분정도만 차에서 재우다 가기로 결정하고 히터를 적절하게 맞춰놓은뒤,아기는 내 무릎을 베고 눕힌다음 외투를 벗어서 덮고 토닥여줬다.
아기를 토닥여주다 미동도 않고자는 아기를 바라봤다. 눈을 뜨고 있어도 이쁜데 감고있으니까 더 귀엽네..
처진 듯 해도 약간 올라간 눈꼬리와 길게 쭉 뻗은 속눈썹. 통통한 볼에 조막만한 입술까지... 누님과 형님 두분 다 잘생겨서 그런지 아기는 부모의 좋은 모습만을 쏙 빼닮은것 같았다. 볼을 톡톡 건들여보다 코를 또 살살 만져보기도 하고 조그만한 손을 잡아보기도 하며 장난을 치다 아기가 깰 수도 있겠단 생각에 손을 거두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다. 노래가 한 10곡 쯤 돌아갔을까... 아기가 뒤척이길래 이어폰을 빼고 쳐다보니 아기는 손으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가 깼어?"
"엉아 여기 어지야?"
"빵빵이 안. 아가 이제 깼으니까 출발해볼까?"
"웅?"
아직 잠이 덜 깬건지 비몽사몽인 채로 날 올려다보며 질문하는 모습에 볼을 살짝 꼬집어주곤 안전벨트를 채워놓고 운전석으로 갔다.
히터덕분에 시동은 켜져있어 얼른 페달을 밟았다.
"자. 빵빵이 출발한다?"
"웅!"
운전석으로 가자 이제 좀 상황파악이 되는건지 움직이는 차 안에서 아기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어두운 길을 10분정도 달리자 환한 마트빛이 보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기와 내려서 손을잡고 마트안으로 들어갔다.
"아가 이제 빵빵이 말고 붕붕카 탈차례!"
"우아아아!"
아기는 다시보는 붕붕카를 신나게 반겼고 얼른 팔을 쭉 뻗었다. 올려주자 저번처럼 뛰진않고 대신 날 등지고 주저앉아서는 한팔을 쭉 펴며 출발을 외쳤다.
"추바알!"
"그래 출발!"
햄버거 재료를 사고 찬거리도 좀 사고. 마지막으로 아기 간식을 사러갔다.
"아가 무슨 까까 좋아해요?"
"움.. 비니는 코코아 만 나는거 조아해여"
"코코아? 초코?"
"쪼꼬? 그거!"
"그래 그럼 초코사갈까?"
"웅!"
마침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와 초콜릿이 무한세일이었다. 얼른 골라담고 과자도 몇개 고른다음 카트에 담고 유제품코너로 가서 치즈와 우유등을 샀다.
"웅? 엉아 저거! 저거 사쥬셰여!"
"음? 뭔데?'
"저거저거!"
아기가 가르킨 곳에 있던 우유는 단지처럼 생긴 바나나우유였다. 음.. 어디서 많이 봤는데 말이야...
"아가 저게 뭔데?"
"하겨니 아저찌가 가르쳐준거! 뚠..뚱바?"
"음? 아아 뚱바"
예전에 군대도 들어가기 전 빅스애들이 연습생 시절에 몇번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학연이가 건넨 바나나우유였다. 저거 이름이 뚱바였구나..
나도 아기덕분에 모르던 걸 많이 알고가는 기분이었다.
한 팩 집어다가 카트에 넣고 이제 다 된것 같아 계산대로 가져갔다.모두 계산하고 봉지에 가득가득담아보니 두 봉지나 나온 견적이었다.
카트에 실어놓으니 아기와 앉은키가 비슷해 언뜻보면 봉지 세 개가 카트에 나란히 실린 것 같았다.
"아가 다시 출발?"
"웅! 추바알!"
아기는 똑같은 발음으로 출발을 외치며 차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짐들을 트렁크에 싣고서 집으로 출발했다.
-Fin-
안녕하세요^^ ㅎㅎㅎㅎㅎ 저희 지역에 전례없던 폭설이 내리는 관계로 요즘 야자를 하지않아서ㅠㅠㅠㅠㅠㅠ 기쁜마음으로 학교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닭ㅋㅋㅋㅋㅋ
내일은 할 수도 있고 안할수도 있어서 언제 올지는 모르겠어요ㅠㅠ 늦게라도 오겠습니다!!ㅎㅎㅎ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ㅠㅠ 사랑해요!!!
암호닉 몽쉘통통님. 달돌님. 요니별우니별님. 정모카님.달나무님 사랑합니당!!!!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