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18.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길. 이상하게 하늘이 약간 밝더니 비가 올줄 알았던 날씨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내내 눈이 계속해서 내리더니 어느새 소복소복 쌓여있었다.
주차장에서 내려 짐을 꺼내고 아기를 내리니 아기는 자기도 봉지하나를 들겠다며 봉지를 잡고 낑낑댔다.
"아가. 이거 무거워. 안되. 아가 진짜 안되는데?"
"우우웅. 비니도 들래! 비니 힝 쎄여!"
"어유. 진짜.. 아가 고집 못말리겠네.."
결국 봉지를 뒤져서 뚱바 한팩을 뜯고 뚱바 하나를 쥐어줬다.
"이거 잘 들고 올라와? 알았지?"
"웅? 이거 빼명 엉아 앙 무거워져?"
"응. 아가가 그거 들어줘서 너무너무 가벼워졌네?'
봉지 두개를 번쩍 들어보이며 말하자 아기는 방긋 웃으며 칭찬해달라는 눈빛을 보였다.
봉지 한개를 놓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얼른 들어가자고 말했다. 아기는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두손으로 바나나우유를 쥐고 집으로 올라갔다.
집으로 올라가서 손을 씻고 햄버거를 만들 준비를 하는데 아기가 내 바짓가랑이를 또 잡고 늘어졌다.
"엉아엉아"
"응. 왜 아가?"
"바께,바께가 이상해. 하얘 너무 하얘"
"아. 아가 눈 처음보나?"
"눙?"
"응. 우리 햄버거 얼른 먹고 밖에 나가보자. 눈 보여줄게."
"웅웅!"
처음보는 하얀 눈에 아기는 신기해했고 이쁘다며 자랑을 해왔다. 나도 아기와 함께 눈을 맞을 생각에 기뻐서 얼른 햄버거를 만들어먹고 옷을 다시 단단히 입힌 뒤 밖을 나갔다.
아직도 새하얗게 내리는 눈은 차가웠지만 꽤나 포근했다.
"엉아. 이게 눙이야?"
"응. 지금 빈이가 보고있는것도, 빈이 발 밑에 있는것도. 눈이라는거야. 이쁘지?"
"헤에.. 웅. 너어무 이뻐!"
아기는 이쁘단 말만을 반복했고, 아름다운 광경에 아기는 감탄사만을 내뱉으며 눈을 바라보기만 급급했다.
"아가. 한번 만져봐, 이렇게"
"이러케..? 아차차"
"장갑 껴야지 장갑!"
맨손으로 눈을 만지자 날 따라하겠다고 꼈던 장갑을 벗어던지곤 눈을 한움큼 집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차가움에 눈을 다 털어냈다.
얼른 목에 둘러진 장갑을 다시 끼워주자 아기는 이제 차갑지 않다며 눈을 계속해서 만졌다.
난 뒤로 물러나서 가지고 왔던 카메라에 아기를 담았다.
아기는 눈을 들고 웃어보이기도 하며 뛰다가 앞으로 고꾸라져 눈 속에 폭 파묻히기도 했다.
"아가. 아가 괜찮아?'
"푸하. 헤헤헹. 비니능 괜차나여!"
눈과 추위에 아기의 얼굴은 빨갛게 얼어붙었지만 아기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이곳저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새겼다.
아기가 새긴 발자국을 따라 내 발자국도 같이 새겨갔다. 아기는 한참을 첫눈을 맞은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다 어느 한곳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셔터를 계속 누르다 아기가 멈춰서서 시선을 맞춘 그곳에 같이 머물렀다.
"엉아. 이거능 머야?'
"아아. 그거?그건 눈사람이란거야"
"눙사랑?"
"응. 눈사람. 아가도 한번 만들어볼까?"
"웅!"
눈을 굴리는 방법을 가르쳐주자 아기는 열심히 눈을 굴렸다. 한참 눈을 굴리고 나도 사진을 몇 장 담고 얼른 같이 눈을 굴렸다.
둘이서 처음으로 완성한 눈사람은 약간은, 아니 조금 많이 울퉁불퉁했지만 아기와 내 눈엔 그 어떤 눈사람보다도 이뻐보였다.
"아가 이쁘다 그치?"
"웅. 우리 사랑이 너어무 이뻐여"
"눈사람 이름이 사랑이야?"
"웅. 사랑이니까 사랑받으꺼야"
"그래. 사랑많이 받겠다. 아 춥다. 아가 이제 그만 들어가자."
"사랑이 데려가야지!"
아기는 사랑이 옆에서서 사랑이를 꼭 안아주며 날 보고 데려가야 한다며 사랑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음.. 아가. 사랑이는 집에 못 데려가는데. 어떡하지?'
"왜? 앙데앙데. 사랑이 그럼 츄어. 앙데 데려가요. 웅?"
"음..곤란한데...사랑이 진짜 여기 있어야 안 춥데. 방금 형이 들었는데?"
"아냐아냐. 추딴 마리야! 사랑이 츄어여!"
아기는 내가 계속해서 사랑이를 데려갈 수 없다고 말하자 울음을 터뜨리며 사랑이를 더 꼭 끌어안았다.
자신도 추워서 덜덜 떨고 있으면서 사랑이는 더 추울것이라며 감싸안는 아기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아..이걸 어떻게 말하지.. 사실대로 말하자니 아기는 믿을 것 같지도 않고. 딱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다.
아기는 계속해서 사랑이를 끌어안고 얼른 집으로 가자며 사랑이를 끌고가려고 힘을 썼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않는 사랑이에 아기는 눈물자국을 얼굴에 죽죽 그리며 주저앉았다.
"흐잉..사랑아.. 여기 너무 추웅데.. 얼릉 지베 가치가자.. 비니랑 엉아랑 가치가서 살쟈.."
"휴..아가 그럼. 이렇게 하면 사랑이가 밖에있어도 조금 덜 춥지 않을까...?"
입고있던 외투와 목도리를 모두 빼서 사랑이에게 입혀주고 둘러주었다. 아기는 주저앉아서 내가 하는일을 지켜보더니 자신도 장갑을 벗어서 사랑이의 나뭇가지 손에 걸어주었다.
"사랑아. 내가 내일 꼭 올테니깡 잘 이써. 비니가 꼭 다시올게!"
아기는 사랑이를 한번 더 꼭 안아준 다음 먼저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아장아장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다 얼른 아기 옆으로 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안아올렸다.
"아가. 사랑이는 지금 정말 행복하데. 너무너무 따뜻해서. 그러니까, 사랑이 이제 따뜻하다니까 걱정하지말자. 응? 아가 착하지?"
"웅..사랑이. 이제 앙 추떼?"
"응. 너어무너무 따뜻하데. 아가가 사랑을 많이줘서. 아가 손 꽁꽁 얼었네.. 얼른 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에 씻자?"
"웅.."
따뜻한 여름날의 햇살을 보지못한 사랑이와. 하얀 세상을 처음 본 아기. 사랑이는 분명 따뜻한 햇살을 보진 못했지만 느꼈을것이다.
우리 아기가 사랑이에게 햇살의 따스함을 가르쳐줬으니.. 집으로 들어갈 때 마지막으로 본 사랑이는.
어쩌면 미소를 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Fin-
안녕하세요!! 연홍차입니다ㅠㅠㅠ 제가 지각왕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조금 일찍오도록 노력해 볼게요ㅠㅠ
정주행 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모든 글에 댓글을 적진 못하지만 제 사랑은 담뿍담뿍 퍼담아 드리고 있답니다!!!ㅎㅎㅎ 사랑해욧!!!
암호닉 몽쉘통통님. 달돌님. 요니별우니별님. 정모카님.달나무님 그리고 모든 분들 다 사랑하는거 알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