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19.
집으로 올라와서 욕조에 물을 받고 아기와 같이 들어갔다. 아. 오리 인형과 같이 셋이서 함께였구나.
마트에서 재미로 사본 입욕제를 떨어트리니 금세 보글보글 거품이 일어났다. 아기는 신기한지 공이 사라지면서 거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입까지 벌리고서 쳐다봤다.
"눙? 눙응 차가었는데.."
"이건 따뜻하지? 이건 거품이란거야. 보글보글"
"앙"
"어? 아가아가. 안되 아건 먹는거 아냐!"
흰 눈과 색깔이 똑같아 또다시 거품을 눈이라고 부르는걸 고쳐주자, 이건도 먹을 수 있다란 생각이 들었는지 아기는 입을벌려 거품을 삼키려헀다.
다급히 아기를 잡아끌어 먹는게 아니라고 설명하자 아기는 시무룩해졌지만 금세 잊고 다시 장난을 쳤다.
"아가. 형 봐봐요"
"웅?"
"아직도 얼굴은 얼어있네."
시간이 조금 지난 것 같은데도 아기를 돌려보니 얼굴은 빨갰지만 그 홍조가 뜨거움에 일어난 홍조가 아님을 알아채고 두 손으로 아기의 볼을 감싸쥐었다.
아기의 볼을 보들보들 거품과도 같았다.
"따뜻하지?"
"우웅"
손으로 감싸쥐고있어 살짝 눌린 볼과 톡 튀어나온 입술이 물 위에 떠다니는 둥실이랑 똑같다 그냥.
한참 볼을 감싸쥐고있다 이제 어느정도 따뜻해진 것 같아서 손을 놨다. 눈을 뜨는 아기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기는 갑자기 일어서려고 하더니 얼굴을 쭉 내밀었다.
얼굴을 뻗다 미끄러져 얼른 잡아줬더니 아기는 해맑게 웃으면서 내 눈앞까지 오더니 입술에 뭔가가 닿았다 떨어졌다.
'쪽'
"...음?"
"헤헹"
아기는 내 눈앞에서 눈꼬리까지 접어보이며 말갛게 웃었다. 지금..음..그러니까 지금..?
"아가 형한테 뭐..뭐한거예요?"
"뽀뽀!"
"그..그래. 뽀..뽀. 근데 왜? 왜 했어요?"
"엉아가 너어무 조아서여! 엉마능 맹날 비니보면 비니 좋다고 뽀뽀 해줘여! 긍데 비니능 엉아가 조으니까 엉아항테 뽀뽀한거에여!"
아기는 말갛게 웃으면 날 바라봤다. 당황스러웠지만 아기는 내가 왜 당황하는지 몰랐다. 감정표현이 서투른 어른과 숨기는 방법을 모르는 아기.
당황스러운 어른과 궁금한 아기가 욕조에 같이 있었다. 아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웃으며 말했다.
"헤에.. 엉아 부끄러꾸나?"
"응?"
"엉아 .지금 부끄러찌?'
"아..아니야 뭘. 부끄럽긴?'
"앙아. 지긍 시기랑 표정이 또가튼데? 시기는 그게 부끄러웅거라 그래쪄"
아기가 이렇게 말을 잘 했던가.. 내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잇는 아기에 당황하긴했다.
아기에게 부끄럽단 감정을 느낀단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부끄러웠던건 아마 아기가 입을 맞춰서가 아니라 너무 급작스러운 아기의 행동에 당황스러워서, 그리고 욕실안의 공기가 너무 후덥지근해서 얼굴이 빨개진 게 아기에게 부끄럽단 얼굴로 보인 것일것이다.
"아니거든요"
"우우웅. 망능데 왜?'
"아냐. 그런거 아니고. 음..다른거야. 아가가 조금만 더 크면 알 수 있는거.지금은모르는거야"
"웅.. 비니 알 수 잉능데..뭥데여?"
"음..놀란거?"
"그거 아라! 막막. 호랑이가 어흥! 하면 비니가 으앙! 하능거야!"
"그래.그런거야. 우리 아가 똑똑하네?"
"헤헹."
아기가 말한 놀람과 내가 느꼈던 놀람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뭐.. 본질적인것은 같으니..
아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거품도 거의 다 사그라져서 물을 빼고 헹군 뒤 욕실을 나왔다.
수건으로 감싸고 안아드니 아기는 또 볼에다 뽀뽀세례다.
"아가 오늘따라 왜이렇게 귀엽지?"
"비니능 월래 귀여워써!"
"알았어요 알았어. 우리아가 이제 코코아 마실까?'
"웅!"
코코아 한잔을 마시고 아기는 피곤했는지 눈을 살살 비비더니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양치를 시켜주는데도 꾸벅꾸벅 졸아서 겨우겨우 양치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무드등을 켜고 배를 토닥여주니 아기는 또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하아암"
아가 오늘 많이 돌아다녔는데. 잠도 많이 오지?"
"웅..비니 잠이 이따망킁 와여"
"그래. 얼른 자자. 자장자장"
"엉아.. 비니능..엉아가..지짜 우리 엉아여쓰면 조케써.."
응. 형도 아가가 진짜 내 아가였으면 좋겠다.. 아기는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할 말을 다하고 나서야 잠에 빠졌다.
오늘밤이 지나면 내일. 내일 하루만 더 자면 아기는 이제 엄마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틀. 아기와 함께 할 날이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괜히 감정적으로 변해서는 아기가 없던 옛날의 나와 현재. 그리고 다시 아기가 없어질 미래를 생각했다.
자동차를 빵빵이라고 부를 일도 없어지고 ,카트에 봉지대신 아기를 싣지 않아도 되며 사진기에 아기를 담을 일도 없어진다.
이렇게 욕조에서 뽀뽀를 받을 일도 없어지겠지.. 아기를 안을 수도 없을것이다. 아기는 떠나가버리니까..
최대한 아기와 많이 , 오래 있고 싶었다. 신기하기도 했다. 몇일전만해도 아기를 어떻게 보냐며 자신이 없다고 하던게 엊그제였는데 아직 이틀이나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아기가 없는 날을 걱정하는 내가 참 신기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이젠 손가락을 입에 물며 자고있는 아기가 보였다.
이제 이런 모습도 한번만 더 보면 볼 수 없겠지.. 이 모습마저 너무 사랑스러웠다. 얼른 아기가 깨지않게 휴대폰을 가져와 아기를 담았다.
예뻤다. 참 예뻐서 몇 일 뒤 아기를 보내기가 싫어졌다. 하지만 보내야 한다. 보내지 않으면 안 될 아기이기에..
과연 아기는 날 잘 보낼 수 있을까, 나도 아기를 잘 떠나보낼 수 있을까...
사랑이를 놓지 못했던, 정이 많던 아기를 생각하면서 오늘밤은 늦게늦게 잠이 들지 못했다.
-Fin-
안녕하세요!!!!! 연홍차입니다!!ㅋㅋㅋㅋㅋㅋ 오늘도!! 늦었네요..ㅠㅠㅠㅠㅠㅠ미안해요ㅠㅠㅠ 이것만 올리고 얼른 자야징!!ㅋㅋㅋ 요즘 정주행 하신다는 분들이 많이 보여서 너어무너무 기분이 좋습니다ㅠㅠㅠㅠ사랑해요 그대들 모두다ㅠㅠㅠㅠ ㅋㅋㅋ 댓글을 하나하나 다 달아드리지 못하는 점 너무 죄송해요ㅠㅠ 그래도 내가 진짜 사랑하고 있는거 알죠!!! 하튜♡♥♡♥♡♥♡♥♡♥♡♥♡♥ㅎㅎㅎ
암호닉몽쉘통통님. 달돌님. 요니별우니별님. 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 ㅋㅋㅋㅋㅋ 다들 모두 사랑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