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14.
변기커버를 내리고 아기를 앉혀놓은 뒤 욕조로 가서 물을 받았다. 수영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만히 보다 아기는 갑자기 날 부르며 팔을 쭉 뻗었다.
"응? 아가 왜. 내려줄까?"
"웅웅! 내려주세여"
아기를 내려주자마자 어딘가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다시 쪼르르 달려와선 나를 끌고갔다.
물 받아지는거 계속 봐야되는데..
"아가 왜그래 응?"
"빤니빤니!"
아기는 내 손을 끌고 자기딴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아장아장 뛰어가더니 옷방에 있던 자신의 캐리어를 가리켰다.
"저거"
"응? 아가 가방? 가방 열어달라고?'
"웅!"
캐리어를 열자 아기는 캐리어안을 헤집더니 고무로 된 오리인형을 꺼냈다. 아마 욕실에서 쓸 모양으로 가져온 것 같았다.
"아가. 이 오리랑 같이 어푸어푸 할꺼예요?"
"웅! 비니랑 둥시리랑 가치 어푸어푸 하꺼예여"
"알았어 알았어. 얼른가자. 물 다 받아졌겠다."
아기는 한손엔 오리인형과 한손엔 내 손을 쥐고 욕실로 향했고, 어느새 다 받아진 물에 얼른 아기 옷을 벗기고 욕조에 담궈놨다. 아기는 물을 팡팡 내치며 좋아하더니 갑자기 멈추곤 날 물끄럼히 봤다.
"...가치"
"같이?'
"웅. 엉아도 가치"
"같이 어푸어푸 하자고?"
"웅!"
아기는 초롱초롱하게 날 쳐다보고 있었고, 부담스러워 피하기만 하다 결국은 마주친 그 눈빛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졌다 졌어...
옷을 벗고 욕조로 들어가자 아기는 그제야 방긋방긋 웃으며 물장난을 다시 치기 시작했다.
"아가.아까는 왜 혼자갔던거야?"
"시기..시기가 이써서.."
"식이? 식이가 누군데?'
"유치원에서 비니 계속 따라다니는 애얌"
"아..진짜? 아가 인기 많네?'
"헤헹. 군데 시기가 아니라 따른 애여써. 다 따른사람..그래서 막..막 무서워써"
"다음부턴 그렇게 막 따라가면 안되? 형이랑 같이가야 되는거야 알았지?"
"웅.."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아기는 반성하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아가. 아가는 아빠랑 이렇게 같이 어푸어푸해?"
"우우웅. 아빠능 비니가 깨어도 앙일어나. 엉마도, 맨날 비니는 홍자야"
한참 더워지는 공기에 편안해진건지 아기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봤고, 아기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지만 이번 질문에는 약간 달라진 느낌을 눈치챘다.
아기의 등만 보고있는탓에 아기의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웃고있진 않을것이다.
많이 외로웠나보구나.. 어쩌면 아기를 처음 돌보는탓에 원래 아기들이 다 저런것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우리아기는 조금 더 심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안아달라고 쭉 뻗었던 손, 나를 깨우던 그 몸짓, 아직까지 정확한 발음이 되지않는 말투까지.
아무도 자신만을 오롯이 바라봐주지 않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스스로 터득해야 했을 아기는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웠을까. 아무말도 하지않고 물장난도 치지않는 아기의 손을 바라보다 아기를 꼭 한번 안아주었다.
"어이구. 아가. 엄마가 깨워도 맨날 안 일어났어? 아빠도 빈이랑 같이 어푸어푸도 안하고?'
"우웅.."
"괜찮아. 형아가 다 해줄게. 엄마 아빠 올때까지 우리아가 해달라는거 다 해줄게"
"징짜?"
"그럼. 아가 뭐 하고싶어요?"
"움.. 코끼리 아저씨랑 사자 아저씨도 보구싶구. 노리덩산?도 가고시퍼여. 칫칫폭폭말고 따른거!"
"그래. 형이랑 있으면서 다 해보자 알았지? 이제 나가자 아가"
"넹"
욕조의 물을 빼고 아기와 내 몸을 헹군 뒤 얼른 수건으로 감싸고 나와서 옷을 입혔다.
조금 많이 늦은 점심을 먹고 아기와 놀면서 시간을 지내다보니 전화벨이 울렸다.
"어. 다 됬어?"
"그래. 다른거 다 미루고 니꺼 제일 먼저했어 임마. 얼른 찾으러 와"
"알았어. 간다"
전화를 끊고 소파에 올려준 아기를 보자 아기는 인형을 꼭 끌어안고 그 큰눈에 오롯이 나만을 담았다.
"엉아. 어지가?"
"응. 아가 우리. 아가 선물받으러갈까?"
"성물?"
"응. 아가 선물받으러가자"
"네네!"
아기는 소파위에서 폴짝폴짝 뛰며 선물이란 말에 좋아했고, 나는 웃으며 소파밑으로 아기를 내려줬다.
-Fin-
안녕하세요^^이틀만..인가요?ㅠㅠ 반갑습니다ㅠㅠ 음... 음... 그냥 사랑합니다 여러분들 모두다요ㅠㅠㅠ 내일도.. 오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ㅠㅠ 사랑해요!!
암호닉 몽쉘통통님. 달돌님. 요니별우니별님. 정모카님. 다 사랑합니다!!!! 저는 그럼 이만 답글쓰러 갈게욤!!ㅎㅎㅎ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