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11.
집에와서 저녁을 먹고 설거지까지 마친 뒤 코코아가 담긴 컵을 들고 거실로 나가니 내 다리에 찰싹 붙어있던 아기가 쪼르르 와서는 소파위에 앉아있는 날 보고 저도 올라오겠다고 버둥댔다. 결국 올라오지 못해서 거실바닥에 털썩 주저 앉더니 날보고 역시나 팔을 쭉 벌렸다.
아기의 행동패턴 하나는 기억했다. 안아달라는 저 패턴.
"아가 왜?"
"웅!"
"응? 뭐?"
"아나쥬세여"
알고 있었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무슨일이냐 물으면 아기는 당연한 듯이 팔을 더 쭉 뻗지만 다시한번 더 물으면 아기는 답답한듯이 저를 안아달라고 말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 코코아가 담긴 컵을 탁자에 내려놓고 아기를 안아들어 무릎에 앉혔다.
코코아가 적당히 식은 것 같아 아기의 입에 대주면 아침같이 아기는 쪽쪽 잘도 빨아 마셨다.
코코아 한잔까지 다 비우고 아기는 배를 통통 치면서 방긋방긋 웃었다.
"아가, 우리 내일은 놀이동산 갈까?"
"웅? 노리덩산?"
"응. 놀이동산이 어딘지 알아?"
"우우웅"
아기는 고개를 저으며 나를 초롱초롱하게 바라봤다.
"음.. 말도 있고, 기차도 있고, 재밌는데야. 아가 가고싶어요?"
"기차? 칮칮폭폭? 네네! 비니 가고시퍼여!"
"그래. 그럼 얼른 치카치카하고 어푸어푸하고 자자. 일찍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죠"
"네!"
아기는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을 가득 가진 채 고분고분 양치와 세수를 하고 얼른 침대에 누웠다.
꼭 감겨있는 눈꺼풀을 보며 아기를 토닥여주며 자장가를 불러주니 아기는 금새 잠이 들었다.
아기를 재우고 살금살금 거실로 다시 나와 예전 여행갈때 썼던 카메라를 꺼냈다.
인국이의 조언대로 일주일간 아기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는것도 괜찮겠단말에 생각났던 카메라였다.
아기가 나중에 집에갈때 쥐어줄 수 있게, 아기가 세살이었을때 만났던 사람들, 만났던 장소 만났던 시간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를 작동시켜보고 이상없음을 확인 한 뒤, 나도 아기 옆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어제와 똑같이 누군가 찌르는 느낌에 눈을 떴고, 이제는 익숙한 아기의 얼굴에 얼른 눈을 떴다.
"아가 지금 몇 시야? 너무 이른거 같은데. 아가 좀만 더 잘까?"
시계를 확인 해보니 8시. 혹시나해서 9시에 알람을 맟춰뒀는데 알람이 울리기 한시간이나 전이었다.
평일이니 9시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겠단 생각에 잠을 더 자기로 마음먹었다.
아기를 끌어안고는 좀만 더 자자며 토닥이니 아기는 처음엔 버둥거리다가 계속 토닥여주니 점점 잦아들고 내 품에서 꼬물꼬물 댔다.
꼬물대는게 간지러워 피식 웃음을 흘리곤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감았다 뜬것만 같은데 벌써 알람이 울려 일어나서 알람을 끄고 그새 다시 잠든 아기를 안아들어 깨워서 화장실로 데려갔다.
수건까지 두르고 아기를 씻기고서 얼른 어제 차렸던 밥상과 비슷하게 차려 아기를 먹이고 바쁘게 준비를 했다.
냉장고에서 조그만 주스에 빨대를 꽂아주니 쪽쪽 빨아마시면서 날 쫄래쫄래 따라오더니 설거지를 마치고 씻으러 들어가는 순간까지 빨빨거리며 따라왔다.
화장실까지 따라오려는 아기를 문 앞에 앉혀놓으니 씻고 나올때까지도 가만히 앉아있길래 귀여워서 아기를 데리고 옷방으로 들어갔다.
"아가 오늘 착하게 말 잘듣네? 놀이동산 가는게 그렇게 좋아요?"
"웅! 조아여!"
"알았어. 그럼 얼른 옷입고 놀이동산 가자?"
"네!"
활동하기 편하게 목티에 청바지. 맨투맨까지 입히고 패딩에.. 목티니까 목도리는 괜찮겠지.라 생각하고 입혀놓으니 아기는 스냅백까지 골라쓰고서 내가 옷을 다 입을때까지도 가만히 앉아서 칭얼대지 않고 날 기다려줬다.
"아가 이제 출발"
"출바알~!"
현관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신발을 신겨주고 손을 내미니 아기는 조그만한 손으로 내 손을 덥썩 잡고는 방방 뛰며 쫄래쫄래 날 따라왔다.
-Fin-
안녕하세요 연홍차입니다ㅠㅠㅠㅎㅎㅎ 항상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 댓글도 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 하나하나 다 잘 읽고 있어요ㅎㅎ 감사합니다!!! 사랑해요ㅠ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