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8.
사장실로 곧바로 올라가 사장님이라기보다는 이제 형에 가까워신 사이인 그를 불렀다.
"형. 오랜만입니다"
"어이구. 빨리도 얼굴 비추신다. 군대 전역하고 휴가 좀 줬더니 쭉 쉬실려고? 안불러도 재깍재깍 나와야지, 쯧"
"어유, 오랜만에 쉬다보니까 정신이 잠깐 나갔었나봐요. 한번 쉬니까 이상하게 계속 쉬고싶데?"
"자랑이다 자랑. 노래불러서 먹고사는 놈이.. 아무튼, 지금부터 빡세게 해서 내년 2월쯤. 그러니까 3개월 뒤에 무조건 앨범하나 낼꺼니까 그렇게 알아."
"네에네에"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친 형이 결국 먼저 부른거였고, 여행다니는 동안 틈틈히 써두는 노래가 많은걸 아는 형은 3개월뒤에 앨범을 낼 수 있게 이미 모든걸 다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문제는 내가 연락이 없었다는점. 역시 성격하나는 굉장히 급하신 분이었다.세상 좀 천천히 살아도 될텐데 뭘..
원체 급하신 성격에 아마 올해 내려던 내 앨범도 참을인자 새겨가며 3개월 뒤로 연장하셨다고 오는내내 매니저를 통해 들은 잔소리에서 얻은 정보였다.
그래, 얼마 안남은 올해 안에 앨범을 낸다고해도 성공할 수 있게 추진하는 형이 이를 부득부득 가는걸 보니 내가 많이 잘못하긴 했구나..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우웅"
"어? 아가 깼어?"
약간은 소란스웠다 생각했는데 차안에선 그렇게 깨워도 안일어나던 아기는 둘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눈을 비비며 눈을 뜨려하더니 다시 내 품에 고개를 묻었다.
하.. 아기가 원래 이렇게 잠이 많았나.. 아침엔 일찍 일어나더니 왜이렇게 잠이 많은건지..
아기를 깨우기도 뭐한 상황에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고 있는데 날 보느라 아기를 못본 형이 그제서야 아기에게 관심을 가졌다.
"니 얘기 먼저 하느라고 애기를 못봤는데, 누구? 누구랑 좀 닮은거 같은데.. 니 애는 아니지?"
"형. 내 결혼식 주례나 보고 얘기해요. 결혼도 안했는데 무슨. 홍비누나요. 누나 외국나가서 일주일만 맡아달래요."
"으음. 야 근데 어째 니가 안고있어서 그런가. 니가 아빠같아보인다?"
"형도 안고있으면 아빠 같거든요?"
"아니아니, 니 얼굴이 아빠같이 늙었단 소리가 아니라. 너랑 좀 닮은 것 같단말이지.."
"칭찬이죠? 그리고 아가랑 나랑 닮은데가 어딨다고 그러신데?"
"음..그렇지? 내가 요즘 눈이 좀 침침한가보다.. 암튼, 빨리 회의부터 가자. 준비 다됬어"
"네. 먼저 가계세요. 바로 갈게요"
회의가 시끄럽진 않을텐데. 그렇다고 자는 아기를 데려갈 수도 없고.. 어떡하지..
일단 아기를 안고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어? 효신이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와서 길 다 잊은거야? 회의장 저쪽인데?"
"어? 형 왠일이예요? 녹음하러 오신거예요?"
"응 그렇지 뭐. 너 앨범준비하러 하도 안온다고 형 화 많이 났든데. 설마, 그 애기 때문에 앨범준비하러 못온거 아니지?"
대책연구 중 만난 시경이 형은 신의 한수였다. 형이라면 아마 조카 몇번쯤은 돌본 기억이 있을꺼다 분명히.
"형 입담 많이 느셨네요.. 내 애 아니거든요. 홍비누나가 맡기고 간 아가요. 형 지금 할 일 없죠 그죠?"
"음. 30분 정도 녹음 쉬는시간이라 괜찮아 왜?"
"잘됬다. 그럼 나 회의 끝날때까지만 아가 좀 맡아줘요. 부탁해요 형 땡큐?"
"응?"
"집에 아무도 없어서 일단 데리고 나오긴 했는데 회의장에 아가 데려가면 좀 그렇잖아요. 약간 시끄럽기도 하고. 사장실에도 못 놔두고. 부탁 좀 해요?"
"어유.. 알았어 알았어. 대신 30분만이야? 30분만에 회의 빨리 끝내고 와야한다?"
알았다고 말하며 형 품에 얼른 아기를 안겨주고 얼른 회의장으로 뛰어갔다. 아기 나 없는사이에 깨서 울진 않겠지..
매니저, 사장님을 비롯한 여러 작곡가들과 스텝들이 먼저 자리에 앉아있었고 내가 마지막으로 회의장의 문을 닫으며 회의는 진행되었다.
".. 그래서 이번에 효신씨 앨범컨셉은 이런 느낌으로 갈 예정이긴 한데, 뭐 다른 의견 없어요 효신씨?"
"네? 아..네 죄송해요. 뭐라고 하셨는지 잘.."
회의는 생각보다 많이 지연되었고 벌써 30분을 훌쩍 넘겨서 1시간을 향해가고 있었다. 아기 생각에 안떨던 다리까지 떨게되었고 30초마다 한번씩은 시계를 보기도 했다.
이미 귀에는 아기 목소리밖에 재생되지 않았고 모든 말든은 다 차단 된 상태였다.
시경이형을 못믿는게 아니라 혹시라도 아기가 깨서 나도 없고 엄마도 없는 상황에 울고있는게 아닐까.. 불안했다.
형이 잘 보고있겠지. 마음을 다 잡아도 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오고가는지 전혀 감을 못잡았다.
"그만그만, 여기서 그만 합시다. 앨범 주인이 저렇게 집중을 못하는데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대충 컨셉방향은 정해졌고, 효신이가 써놓은 곡 점검도 안 했으니까 여기서 일단 마무리 짓고,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는걸로 하죠."
"네. 죄송합니다. 오늘 사정이 좀 있어서. 수고하셨습니다."
보다못한 사장님이 회의를 정리하고 그만이란 말이 들리자마자 의자에서 튕기듯이 일어나 얼른 회의장을 빠져나와 녹음실로 향했다.
회사에 식구들이 소규모다보니 가수별로 녹음실이 정해져 있어 얼른 시경이형 녹음실로 향했다.
문을열고 들어갔는데, 아기와 형이 있었다. 아기는 깨 있었고, 울고있을꺼란 예상 대신 방긋방긋 웃으면서 형과 놀고있었다.
"어? 엉아!"
"아가 언제 깼어, 형 없어서 안무서웠어?"
"우웅. 첨에 무서었는데 쩌기 아저찌가 사탄도 주고 비니랑 놀아줘써여"
"어유 그랬어?"
아기는 문 앞에 서있는 날 발견하고 형과 앉아있던 소파에서 뛰어내려와 날 향해 달려왔다. 팔을 뻗길래 얼른 안아들고는 이것저것 물어보니 아기는 막대사탕을 흔들며 말했다.아기가 울지는 않았다니 한편으론 다행이었지만 약간의 질투심과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이틀이지만 내가 안보이면 울기부터 했던 아기였는데 다른 사람이라도 경계를 하지 않고 오히려 날 버리고 함부러 막 따라갈 태세니.. 내가 맡기긴 했지만 혹시라도 이 상황이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끔찍했다.
"아가 그래도.. 만약에 저 아저씨말고 다른 아저씨가 맛있는거 준다 그래도 절대절대 따라가면 안되 알았지?"
"웅? 차칸 아저씬데?"
"음. 저 아저씨는 착한데 혹시나. 다른아저씨가 오면.. 맛있는거 준다그럼 절대 따라가면 안되 응?"
"웅?"
아기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 아직 이런걸 배우긴 약간 이른가.. 일주일간은 내가 계속 데리고 다닐껀데 뭘.. 내가 데리고 있는 사이 그런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을거란 생각에 아기코만 살짝 쥐었다 놓으며 장난을 쳤다.
"어유. 아가 알았어. 형이 그냥 데리고 다닐게요"
"우우웅"
"아. 형 감사했어요. 많이 늦었죠?"
이제서야 생각난 형을 보며 인사를 하자 이제서야 자길 보냐며 나나 이때까지 재밌게 놀아준게 누군데 너 오니까 바로 배신이냐며 아기도 밉지않게 째려보는 형에게 나중에 꼭 맛있는걸 사주겠노라 약속하고 아기와 회사 돌아다닐 준비를 했다.
"아. 효신아 오늘 인국이랑 빅스도 있다니까 한번 얼굴이나 보고 가. 그럼"
"오 진짜요? 왠일이래? 회사식구들이 다 모일때가 다 있고, 석훈이만 있음 딱인데. 훈이는 언제 제대 한대요?"
"... 너 나오고 두달 뒤에 나왔거든? 회사식구들한테 관심 좀 가져라 좀."
"아아. 그래도 인국이 드라마랑 빅스 애들 대다나다너? 이거 또 사장님이 지은거죠? 암튼 그건 아는데"
"드라마 끝난지 오래고 빅스애들은 정규 1집내서 1등했거든. 너 집에 tv나 휴대폰 없어?"
"아가 가자가자. 형 나 가요 나중에 봐"
몸을 돌려 문을열고 얼른 나왔다. 와.. 우리 회사 나 없어도 잘 돌아가는구만 뭘. 내가 이 소식도 들은지 몇일밖에 안됬는데. 도데체 몇 달 전 얘기야..
이제 뉴스 좀 보고 살아야지 원.
아기와 산책이라도 할 겸 아기를 내려주고 손을 꼭 쥐고서 둘이서 복도를 걸었다.
인국이네나 가볼까..
-Fin-
안녕하세요ㅠㅠ 일단 어제 못 와서 죄송합니다ㅠㅠ 그래도 댓글이랑 항상 다 잘 보고 있으니 계속 관심 부탁드려요^^ 벌써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네요.. 마무리 잘 하시고 우리는 또 만나는 걸로 ㅎㅎㅎ 잘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