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3.
화장실로 들어간지 10분. 눈물자국은 어찌어찌 지워졌는데. 얼굴에 물을 묻히니 반은 얼굴에. 반은 옷에 묻는게 다반사였다.
결국 옷이 다 물에 적셔져 어쩔 수 없이 옷까지 갈아입혀야 했다.
"아가. 이대로 나가면 감기걸리니까 옷갈아입고 나가자"
"네"
순순히 따라오는 아기를 흘끔보곤 캐리어를 열어 아기가 입을 바지와 맨투맨을 꺼내 아기에게 입히곤 아까 벗어놨던 패딩을 찾아 돌아와보니,
언제 꺼낸건지 아기는 자신의 머리에 꼭 맞는 스냅백을 쓰고선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엉아. 이거이거, 비니가 제일 좋아하는거"
아기는 해사하게 웃으며 나에게 스냅백을 자랑해 보였고, 처음으로 아기가 귀엽다 생각하고 웃으면서 아기에게 패딩을 입혀주었다.
나도 대충 옷을 입고 아기의 손을잡고 드디어 현관문을 나섰다.
집앞마트에 도착해 카트를 꺼내서 여느 애기들처럼 카트에 실어줬더니 아기는 뭐가그리 신나는지 카트위에 일어서서 한참을 방방 뛰어다녔다.
"아가 다쳐. 얼른 앉자, 응?"
"우우웅"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아기는 그 좁은 카트를 이제는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유명한 부모님을 둔 아기. 아기는 아마 엄마와 함께 마트를 와봤을리가 만무했다. 아마 오늘이 처음일 게 분명했고 이 카트 또한 처음보는 신기한 물건이리라.
"아가 이런데 처음와보지."
"웅"
"그럼 아가가 타고있는것도 모르겠네?"
"아니 알아여"
"오. 뭔데?"
모른다고 대답할 줄 알았던 아기는 의외로 자신있게 내게 대답했다.
"붕붕카"
"음..그래 붕붕카. 이제 붕붕카 출발할테니깐 앉아주세요"
역시 아기답게 새로이 붙여진 붕붕카를 타고 아기와 나는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집 앞 마트라 공백기에 자주 돌아다녀 이제는 별로 눈치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 내 카트에 싣고다니는 이 아기에게는 관심의 눈길이 가나보다.
햄 시식 코너로 가 햄을하나 콕 찍어 혹시 아기가 뜨거울까 후후 불어가며 아기 입에 넣어줬더니 아기는 엄지손가락을 들며 햄을 더달라고 손을 뻗었다.
"아가. 이제 이거 집에가서 많이 먹을까?"
"네!"
"그래, 아줌마 이거 하나 주세요"
"그래요. 아유 아들인가? 아기가 참 이쁘다"
아주머니는 인심좋게 햄을 꺼내 카트에 담아주며 나에게 질문했다.
"아, 아니요 삼촌이예요 삼촌."
"아, 그래요? 어쩐지, 아빠치고는 조금밖에 안 닮아서 엄마를 더 닮은 줄 알았지"
아주머니는 대수롭지 않은 듯 아기와 나를 닮았다고 말하며 아기에게 햄을 찍은 이쑤시개를 하나 건넸다.
"아가 삼촌이랑 재밌가 놀다가렴"
"어? 산촌 아니고 엉안데?"
"아. 아기가 아직 말을 잘 못해서,, 하하"
이 나이에 형이라 불리는 나는 내가 괜히 머쓱해져서 감사하다 인사하고는 얼른 아기를 데리고 다른곳으로 향했다.
저녁찬거리는 이정도면 되겠다 싶어 아기가 제일 좋아한다는 과자랑 사탕을 사러 카트를 끌고 스낵코너로 향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가는 곳마다 아주머니들은 자꾸 아기를 내 아들로 착각하셨다.
한분한분 삼촌이라고 정정하면 아, 어쩐지 조금 닮았다고 그러시고... 그렇게 아기랑 내가 닮은걸까..
"아가, 형아 봐봐"
"웅?"
나와 같은 방향을 보고있던 아기는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누가봐도 큰 눈에, 오밀조밀하게 붙어있는 코와 입술. 하얀 피부.. 는 좀 닮았나. 그래도 누가봐도 남인게 딱 티가 안나나..
나한테 안보이는 뭐라도 남의 눈엔 보이는걸까.
"엉아엉아 나 저거여 저거"
"응, 아가 뭔데?"
"저거 사주세여"
아기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카트를 끌고다녔다. 그래 뭐, 신경쓰지 말자. 지금 아기 신경쓰기도 바빠 죽겠는데..
아기가 한껏빠진 붕붕카 시승식을 무사히 마치고 아기가 집까지 끌고가자는걸 겨우겨우 사탕하나 쥐어주고 손을 꼭 잡은 채 마트를 빠져나왔다.
이제 집에가서 저녁하고. 아기와 보내는 첫날밤을 준비해야 한다.
-Fin-
연홍차입니다^^ 댓글 너무 감사드려요ㅠㅠㅠㅠㅠ 이제 첫날밤을 준비해야하는 햇님과 콩잏ㅎㅎㅎ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댓글과 신알신. 항상 너무 잘 보고있습니다 사랑합니다 독자님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