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5.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9시만 되면 떠지는 눈이었는데 어제가 원체 피곤한 하루였는지 세상모르고 잤던듯 싶었다.
뭔가가 볼을 찌르는 느낌에 실눈을 뜨니 왜 쪼그만한 아기 하나가 날 보고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해 비몽사몽한 채로 아기를 보니 순간 귀신인가 싶어 눈이 크게 떠졌다.
"와아 엉아 일어났다. 엉아 일어나여. 엉아 비니 신신해여"
"아..아 맞다.."
어제 누님이 맡기고 갔던 아기. 아.. 귀신인 줄 알았네. 깜짝 놀래라.
들었던 고개를 다시 베개로 내려 놓으면서 다시 눈을 감으려 할 때, 아기는 재빨리 내 머리와 베개사이에 손을 집어넣으며 내 얼굴을 그 작은 손으로 감쌌다.
"어어. 기산기산. 엉아 얼릉!"
손으로 꼭 감싸쥐어오는 아기의 손과 그 손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에 그만 웃음이 나 눈을 떴다.
"그래그래. 일어나자"
"헤헤"
아기는 얼른 날 따라웃으며 손을 뗐다. 정신을 차려 시계를 바라보니 8시 20분.
어차피 40분 뒤 기상이었으니 40분 일찍 일어 난 셈 치지뭐.
아. 애기부터 씻겨야겠다. 샤워...? 시켜야 하나?
"아가. 우리 수영할까?"
"웅?"
"수영. 어푸어푸?"
"웅! 비니 물 조아해여!"
일단 거실로 나가 TV채널을 돌리다 보이는 펭귄에 아기는 뽀로로라며 좋아하더니 내 손에 있던 리모컨을 뺏어갔다.
얼씨구. 하루 지났는데 이제 내가 많이 편해진 모양이다.
아무튼. 뽀로로라는 펭귄에 푹 빠진 애기를 놔두고 욕실로 가 욕조에 물을 받고 온도까지 적절하게 맞춘 뒤 아기에게 갔다.
"아가. 어푸어푸 하자."
"우우웅"
"응? 왜?"
"뽀로로 아직 안 끈나써"
"허..."
역시 아기는 아기인가보다. 눈을 못떼더니 가자는 내 말에 반항도 한다. 어젠 손도 못 씻어서 혼날까봐 엉엉 울더니. 하루하루가 다르네.
..근데, 내가 이상한건지 모르겠는데, 아가. 이제 엔딩송 나오는데...?
"아가. 다 끝난거야. 물 식어요. 얼른가자"
"우우웅"
"안되 아가. 얼른요"
"시러여 시러"
"에휴.. 그래그래. 저거 끝나면 가는거야?"
"웅"
결국 엔딩송이 끝날때까지 기다리기로 하다.. 엔딩송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아기를 무작정 뒤에서 들어올려 안았다.
"아가 얼른"
"흐잉. 시러.. 아직 안 끈나써여"
"쓰읍. 형아 화낸다?"
발버둥을 치다 화낸단 소리 한마디에 축 처져서는 몸을 늘어뜨렸다.
아.. 아기 보기가 이렇게 힘들었던가.. 앞으로 6일을 어떻게 버티냐 진짜...
"아가 어푸어푸 좋아한다면서. 왜이렇게 울상이예요"
"흥. 엉아 미어여"
"허...."
옷을 다 벗기고 욕조에 담가놨더니 살짝 좋아하는 기색이 비쳤지만 엔딩송을 끝까지 못보게 한게 못내 한이엇는지 입은 삐죽 튀어나와있었다.
근데. 아기라 그런가 그 모습이 약간은 귀여운거다.
"아가. 화 많이났어?"
"웅. 비니 화나써여"
"그래 그럼 화 났으니까 코코아 안마시겠구나?"
"구게 먼데여?"
"있어요. 어엄청 맛있는거. 아가 좋아하는 사탕보다 더 맛있는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기한테는 아기수법으로 대응을 해야한다. 왜 이렇게 늦게도 깨달았는지..
고개까지 돌리고서 물에는 던져놔서 몸은 어찌저찌 됬는데 양치를 거부하니.. 결국 코코아라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다행히도 지난번에 인국이가 와서 놔두고간 핫초코 믹스를 생각해낸 내 자신에게 감탄했다.
"움... 비니 화 풀으면 징짜 그거 주꺼에여?"
"당연하지. 아가 그럼 화풀고 치카치카 할꺼야?"
"움.. 웅 내가 욘서해 주께여"
아기는 새침한 얼굴로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더니 황송스럽게도 아. 하고 입을 벌렸다.
어유. 네네... 우리 아기 착하네.. 그래.. 착하다.
"어유. 우리 아가 참 착하다."
"히힝"
입을 벌리고 조심스럽게 양치를 시켜주자 아기는 간지러웠는지 웃으며 치약을 삼켰다.
"어어. 아가. 그거 퉤 하는건데?'
"웅?"
"퉤. 형아 따라해봐. 퉤"
근데 이 누님은 아기를 무슨 숟가락질 교육만 시키셨나.. 아님 이 나이때에 원래 다 숟가락질만 잘 하는건가...?
아무튼 삼켜도 괜찮은 유아용 치약이라지만.. 뭐든지 많이 먹으면 않좋은 법이다. 치약 뱉는 시늉을 하자 그걸 뱉는데... 왜 욕조에...
아가... 아직 몸이 담겨져 있는데 거품을 거기다 뱉으면..
"아...아가 거기다 뱉으면.. 에휴.."
"웅?"
"아니다. 아가 이제 어푸어푸 그만하고 나오자"
"웅? 우웅"
"코코아 안줄꺼예요"
"..."
말없이 팔을 뻗는 아기 덕분에 결국 욕조에 마개를 빼고 아기를 안은 다음 물이 다 빠지자 샤워기로 대충 헹구고 수납장에서 큰 수건을 꺼냈다.
아.. 상의는 벗을껄 그랬다.. 다 젖었네..
수건으로 아기를 감싸니 나한텐 하반신밖에 못덮는 수건인데.. 아기는 온 몸을 감싸고도 약간은 질질 끌렸다.
새삼 아기가 이렇게 작았구나..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Fin-
안녕하세요 연홍차입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왔죠 ㅎㅎㅎㅎㅎ 오늘은 컴퓨터로 들어올 시간이 얼마 없을것 같아 이렇게 이른아침에 글 써놓고 갑니다^^ㅎㅎㅎㅎ
항상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글을 썼었는데 오늘은 시작하면서 글을 쓰네요ㅠㅠㅠㅠ 기뻐라ㅠㅠㅠㅎㅎㅎ 독자님들도 오늘하루 즐겁게!! 재밌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