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약간 백현이 위주의 시점입니다.)
上 |
"백현아! 미안! 내가 좀 늦었..." "박찬열" "어,어?"" "너 지금이 몇신줄 알아?" "...미안해... 내가 늦고싶어서 늦은게 아니라! 갑자기 응급환자가 오는 바람에..." "너 오늘 당직 아니라며." "오늘 당직인 선배가 집에 일이 있다고 해서...미안해 백현아." "연락이라도 해주면 좋잖아. 내가 이 추운날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데!" "휴대폰 충전시키는걸 깜빡해서... 많이 춥지? 얼른 안에 들어가자!" "됐어! ... 나 집에 갈래." "에이. 왜그래~ 백현아 화났어? 응? 다음부턴 진짜 안 늦을게! 약속!" "너 이번이 도대체 몇번짼줄 알아?" "......" "매번 늦어놓고 미안하는 말이면 다 되는줄 알았지?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데!" "백현아 내가 진짜 사정이 있어서..." "사정? 너네 병원은 의사가 너밖에 없데? 그깟 환자가 나보다 더 중요하지 너한테는?" "백현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이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는거 아니야?" "이해? 아, 미안하네 그정도도 이해 못 해줘서. 그럼 넌 이해심 없는 사람이랑 왜 만나?" "백현아..." "그냥 헤어지자."
찬열과 백현이 사귄지 올해로 3년. 백현이는 3년동안 큰 싸움이건 작은 싸움이건 저의 마음에 들지않으면 헤어지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기 일쑤였고 누가 잘못했든 그런 백현을 찬열이 어르고 달래며 싹싹 비는 것으로 항상 싸움은 마무리 지어졌다. 백현의 성격이 원래 살갑지 못해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잘 아는 찬열은 항상 저를 굽혀가며 백현을 상전 모시듯 대했고 한번 쯤은 화를 낼 법도 한데 항상 백현이가 뭐라고 항상 좋아한다 사랑한다 헌신하는 찬열이 때문에 백현이는 이런 연애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주지는 않고 받기만하는 연애. 힘든일은 항상 찬열이가 알아서 다 해주었고, 매번 먼저 화를 내도 잘못한거 하나없는 찬열이가 사과를 했고,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선물이라고 늘 말해주던 찬열이였다. 오늘도 사실 얼마전 자격증을 따고 의사가 된 찬열이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늦은것이었고 어떻게보면 그냥 몇번 툴툴거리다가 넘길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백현은 또 습관처럼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었고 평소처럼 찬열이 무릎이라도 꿇을기세로 자신에게 빌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달랐다.
"...그래"
고개를 숙이고 보도위의 눈을 발로 톡톡 건들이며 찬열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백현의 발이 찬열의 대답에 멈칫했고 이내 벙찐 표정으로 찬열을 올려다 봤다. 지금 내가 잘 못 들은건가?
"뭐라고?" "...헤어져 주겠다고." "....." "난... 더이상 널 이해 못 하겠다."
백현을 빤히 쳐다보던 찬열은 뒤를 돌아 왔던길을 되돌아 갔고 그런 찬열의 뒷모습을 백현은 멍한 표정으로 쳐더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못가 찬열이 멈추고 다시 뒤를 돌아 백현이 쪽으로 걸어왔고 백현은 박찬열이 그럼 그렇지. 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 버리던지 팔던지 알아서 해."
찬열이 다시 돌아와 사과를 할꺼라는 백현의 생각을 와장창 깨고 찬열은 백현의 손에 자신의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커플링을 백현의 손에 쥐어준 뒤 다시 뒤를 돌아 걸어갔다. 이게 아닌데... 백현은 한참동안 찬열이 사라진 자리만 멍하게 쳐다보며 움직일 수가 없었다. |
中 |
집에 들어와 침대 위에 누워 한참을 뒤척이던 백현이 괜히 찔끔찔끔 나오는 눈물을 손등으로 쓱 닦고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생각해보면 3년도 잘 버텨준거다. 백현의 친구들이 항상 백현을 보면 너같은 자식을 어떤 여자가 데려가냐며 평생 솔로로 살다 죽을꺼라며 놀려댈 정도로 백현은 누구에게 잘해주는 성격이 못 되었고 실제로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본 백현이었다. 그런데 그런 백현의 어디를 보고 콩깍지가 씌인건지 백현이 찬열이 레지던트로 있는 병원에 치료를 하러 가서 처음 만나고는 그때부터 매일 연락을하며 애정공세를 해오던 찬열이었다. 찬열의 애정공세는 무려 1년만에 결실을 맺었고 찬열은 지치지도 않는지 사귀고 난 이후에는 그 전보다 백현에게 헌신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찬열이는 3년간 저와의 약속에 늦은게 딱 3번밖에 안 되었다. 매일 백현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고 백현이 늦은날에도 아무 투정없이 그저 웃기만하던 찬열이었다. 자꾸만 밀려오는 후회감과 미안함에 눈물이 나왔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문자 한통 못 보내고 속앓이만 하는 백현이었다. 찬열의 연락으로 항상 반짝이던 휴대폰 액정이 이렇게 몇시간째 잠잠한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집안 곳곳 사소한 물건 하나하나에도 떠오르는 찬열의 생각에 백현은 눈을 질끈 감고 한 손엔 찬열의 커플링을 꼭 쥔채로 잠을 청했다. |
下 |
찬열과 백현이 헤어지고 3일째 되는 날. 3일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무언가를 하지도 못했던 백현이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멍하게 찬열이 놓고간 같이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를 바라보다가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옷을 몇개 걸쳐입고 나오니 생각보다 바람이 매서웠고 얇은 코트를 여미며 시내로 걸어나와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 보며 목적지없이 사람들 사이를 느리게 걸어다녔다. 한참을 걸어다니다가 보이는 많은 커플들의 모습에 괜히 눈물이 나올것같아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은 생각에 집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뒤를 확 돌았다. 그리고는 마주친 한 사람.
"....." "....."
한참을 멍하게 눈만 마주치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굳은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찬열의 옆을 지나쳤다.
"잠깐만."
찬열이 백현의 손목을 잡아챈건 순식간이었고 놀란 백현이 어깨를 움찔거리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야되는데 마음과는 달리 떨어지지 않는 발을 보며 가만히 서있는데 잠깐 얘기 좀 하자며 멋대로 옆에 있는 작은 카페로 끌고 들어가는 찬열이었다.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가는척 들어가 자리에 앉자 카페에 오면 항상 주문했던 아메리카노와 핫초코를 들고 맞은편에 앉아 핫초코를 건내주는 찬열이를 제대로 보자 그동안 면도도 안 한건지 턱 밑쪽이 거뭇거뭇했다. 몇분간의 정적을 깨고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신 찬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그래봤자 3일밖에 안 지났는데 뭘"
마음과는 달리 또 다시 차갑게 나가는 말에 테이블 아래에 있던 손으로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 바보 변백현.
"아.. 그런가.. 잘 지냈나보네.."
그 뒤로 작게 들려오는 난 잘 못지냈는데. 라는 찬열의 말에 살짝씩 떨고 있던 다리를 멈추고 찬열을 바라보았다. 백현의 시선에 머쓱하게 웃은 찬열은 목이 타는지 또 다시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신 뒤 말을 이어갔다.
"백현아" "....." "백현아" "...왜" "우리집에 네옷들이랑 물건들.. 와서 가져가."
미안하다며 다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던 찬열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나오자 백현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박찬열 진짜 나랑 헤어지고 싶구나.
"그냥 버려." "그걸 다 어떻게 버려.."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지 뭐가 문제야?" "...정리해서 너네집 앞에 가져다 놓을게."
또 다시 정적이 흐르고 백현은 왠지 모르게 드는 짜증에 다리를 다시 떨었다. 불편하다 불편해. 그러다가는 벌떡 일어나자 찬열은 자동적으로 백현을 올려다 봤다.
"더이상 할 얘기 없으면 나 갈래." "백현아 앉아봐." "싫어 나 바빠." "할 얘기 더 있어." "갈래." "변백현."
마른세수를 하며 저의 이름을 불러오는 찬열의 모습에 백현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찬열이를 빤히 보다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할 말 있으면 얼른해." "...나랑 있는게 그렇게 싫어?" "....."
아니라고 말하고싶은데 차마 떨어지지않는 입에 괜히 핫초코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백현아." "....." "너 아침 내가 안 챙겨주면 안 먹잖아. 아침 꼭 챙겨먹어. 정 바쁘면 냉장고 두번째 칸에 계란 있으니까 프라이라도 해서 먹고." "....." "요즘 날씨 추우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이제 다시 또 추워진다더라. 멋부린다고 얇게 입고 나와서 또 감기걸리지 말고.. 너 감기 잘 걸리잖아. 빨간 패딩이 제일 따뜻하니까 그거 입고 다녀. 옷장 맨 윗칸에 목도리 있으니까 그것도 꼭 하고 다니고. "....." "식탁 위에 있는 영양제도 하루 세번 꼭 챙겨 먹고, 신발끈 잘 묶고 다니고, 흰빨래랑 검은빨래 나눠서 세탁기에 넣고, 쇼파 위에서 과자 먹지 말고, 머리 감으면 그냥 돌아다니지 말고 드라이기로 꼭 말리고, 아침에 알람 끄고 다시 자지 말고..."
이것저것 늘어놓다가 목이 매이는지 눈가가 빨게져서 말을 멈추고 괜히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찬열의 모습에 덩달아 코 끝이 찡해져 고개를 숙여 손장난만 치는 백현이었다.
"베란다 문 잘 잠그고 자고..." "안 지킬꺼니까 그만해." "어?" "니가 말하는거 다 안 지킬꺼니까 그만 말하라고."
눈만 깜빡이며 백현을 보던 찬열이 힘없게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혹시나 그래도 나한테 조금은 미안해 하지는 않을까, 다시 잘해볼수 있지 않을까 해서 너 붙잡고 있던 거였는데..." "....." "너는 끝까지... 바쁜데 잡아둬서 미안하다. 먼저 갈게." "박찬열..." "백현아 잘 지내."
축쳐서 카페를 나가는 찬열의 뒷모습이 3일 전 헤어지고 걸어가는 찬열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눈 앞을 흐렸다. 카페 문이 닫히고 딸랑이는 종소리가 나자 그제서야 정신이 든 백현이 소매로 눈가를 문지르며 재빨리 카페를 나갔다.
"박찬열!"
닦아내도 차오르는 눈물때문에에 흐릿하게 보이지만 분명히 제가 사준 남색 코트를 세게 끌어 안았다.
"이 바보 멍청아!" "변백현.. 너 울어?" "니가 해주라고!" "어? 뭘?" "나 다 안 할꺼니까 니가 옆에서 다 챙겨주라고 바보야.."
길거리 한복판에서 아이처럼 엉엉울며 소리를 치는 백현에 사람들이 시선을 보내며 자기들끼리 수근거리지만 그런건 신경 안 쓰인다는듯 백현은 울기 바빴고 찬열을 처음보는 백현의 우는모습에 어쩔줄 몰라하며 눈물을 닦아줄 뿐이었다.
"내가 미안해 찬열아.." "응응. 알겠으니까 뚝 하자. 뚝!" "내가 막.. 맨날 막.. 못되게 굴고.." "못 되긴 뭐가 못 돼. 그런거 아니야 백현아. 그런 생각 하지마." "...그러면... 나랑 다시 만나줘 찬열아..."
아이처럼 우는 백현을 아이 달래듯이 달래는 찬열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작은 소리로 말하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은 놀랐다가 웃으며 말했다.
"백현아 내가 더 잘할게. 나랑 다시 사귀자." |
작가의 말 |
이건 뭐.......... 슬프지도 않고 달달하지도 않고;;;;;;; 연극보고 필받아서 썼는데 저의 똥손이 마음대로 안따라주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휴;; 안올리려다가 몇시간동안 고생한게 아까워서 올려요.......... 시간에 비해서 개인적으로 잘 안써진 글....... 아무래도 단편이다 보니까 제가 표현하고싶은 찬열이와 백현이의 성격이 잘....ㅠㅠ 흠.....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