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아 내가 이거 줄게~ 이거 짱 맛있다?"
싱그러운 봄내음에 소녀감성이라도 돋은건지 차를 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퇴근을 하는데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 길 한쪽에서 들리는 작고 귀여운 목소리에 찬열을 저도 모르게 시선을 옮겼다.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지 노란색과 초록색이 배색된 귀여운 유치원복을 입은 꼬마아이가 동네를 떠돌아 다니던 강아지에게 먹이려는건지 한 손에 초콜릿을 든 것을 보고 재빨리 꼬마아이를 안아 들었다.
"애기야 멍멍이는 초콜릿 먹으면 아야 해요~"
갑자기 낯선 사람이 저를 안아 올리자 놀란건지 한동안 찬열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꼬마아이는 이내 손에 쥔 초콜릿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아야 해요? 백희는 이거 먹어도 아야 안 하는데?"
"이름이 백희야?"
"네. 변백희."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고는 주먹 쥔 손가락을 하나씩 펴가며 숫자를 세어가다가 이내 손가락 일곱개를 펴보이고 일곱살이라는 백희를 보며 찬열을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름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고 진짜 공주님이네~"
"우리 아빠도 백희가 공주님이랬어요."
"그랬어? 오빠 이름은 박찬열이야."
제 입으로 오빠라고 말하기가 좀 뭐했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결혼도 안한 20대 인데. 찬열의 이름을 몇번 웅얼거리던 백희는 발음이 어려운지 이내 찬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포기하고 강아지에게 초코릿을 줄꺼라며 내려달라는 듯이 다리를 동동 굴렀다.
"백희야 그럼 우리 저기 슈퍼에서 젤리 사다가 그거 줄까?"
"젤리?"
"응. 젤리."
잠시 고민하는 듯 찬열의 넥타이를 만지작 거리던 백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랬는데... 그 말에 찬열은 자기가 전형적인 유괴범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 같아 머쓱하게 백희를 내려놓았다.
"오빠 나쁜 사람 아니야~ 대신 이거 초코는 멍멍이 주면 안돼. 알겠지?"
고개를 끄덕이던 백희가 강아지를 쓰다듬어주며 장난치는 것을 옆에 쭈그리고 앉아 지켜보던 찬열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재빨리 슈퍼로 뛰어가 대충 눈에 보이는 젤리와 과자를 사고 그새 백희가 없어졌을까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다시 백희의 옆에 앉아 젤리를 건냈다.
"짠!"
"어? 이거 내가 제일 제일 좋아하는 건데!"
"진짜? 오빠도 이거 제일 제일 좋아하는데!"
백희의 말을 따라하며 웃던 찬열은 강아지와 저의 입에 젤리를 번갈아 가며 넣던 백희가 갑자기 손을 뻗어 제 얼굴 앞에 젤리를 들이대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이거 나 주는거야? 그 말에 백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왠지 밀려드는 기쁨에 젤리를 받아먹고는 백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생각했다. 진짜 귀엽다.. 나도 얼른 결혼이나 할까.
"변백희!"
같이 과자도 먹으며 강아지와 놀기를 몇분이 지났을까, 멀리서 들려오는 백희의 이름에 찬열의 고개가 먼저 돌아갔고 거기에는 백희의 오빠로 추정되는 한 소년이 눈에는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빠르게 자신들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변백희!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진짜 혼날래? 유치원 끝났으면 기다리고 있어야지 마음대로 가는거 아니랬잖아!"
저를 부르는 것도 못 듣고 강아지에만 집중하던 백희를 안아든 소년은 화를 내듯이 소리를 지르며 백희를 타박했지만 백희는 강아지에만 정신이 팔려 내려달라고 팔을 내젔는 모습을 보고 찬열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학생. 너무 화내지마- 별 일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제서야 찬열의 존재를 인식한듯 찬열에게로 시선을 옮긴 소년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찬열을 위아래로 훑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내 백희를 더 끌어안으며 찬열을 노려보았다.
"당신 누구야?"
"어? 아니 난 그냥 애기가 혼자 돌아다니길래 귀여워서.."
"애한테 과자는 왜 사줘? 당신 우리 백희 유괴하려고 했어?"
경찰에 신고하려는 듯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보이는 소년의 모습에 찬열은 당황해 재빨리 백현의 손을 잡으며 백희에게 물었다. 백희야 오빠 나쁜사람 아니지? 그말에 강아지에서 눈을 돌려 찬열을 쳐다본 백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속 손에 쥐고있어 조금은 까매진 젤리를 소년에게 보이며 말했다. 오빠가 이것도 사줬어. 백희가 제일 좋아하는 젤리.
그제서야 표정을 살짝 푼 소년이 백희의 손에서 젤리를 집어다가 바닥에 버리며 말했다. 이거 지지야. 집에가서 새거 줄게.
"근데 학생."
"학생 아닌데."
"...근데 왜 자꾸 반말이야?"
"뭐. 딱 봐도 나랑 나이차이 별로 안 나 보이는데.. 그리고 반말은 그쪽이 먼저 했거든?"
"내가 아무리 동안이라고는 하지만.. 나 정장입고 있는거 안보여? 요즘 학생들은 교복대신 정장입고 다니나?'
"학생 아니라니까! 나도 직장인이야!"
씩씩거리며 저를 쳐다보는 소년의 모습에 살짝 놀라 눈을 크게 떠보이며 다시 한번 소년을 제대로 보았다. 어깨까지밖에 안 오는 키. 앳된 얼굴. 캐주얼 차림의 옷. 영락없는 학생의 모습에 찬열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에이. 어른 놀리면 못 써요- 딱 봐도 중학생인데? 많아봐야 고등학생?"
"참나.. 올해로 26살 먹은 사람한테 그게 할 말인가?"
소년의 말에 찬열은 놀라서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스물여섯? 나랑 1살 차이밖에 안 난다고? 찬열의 저도 모르게 백현의 뽀얀 볼을 잡고 흔들었다.
"말도 안 돼... 이렇게 귀여운데?'
"아! 왜 꼬집어!"
"동생이랑 나이차이 되게 많이 나네.."
"....."
찬열의 손을 떼어내려고 하던 백현이 찬열의 말에 멈칫하더니 이내 찬열의 손을 확 떼어내고 새침하게 말했다.
"내 딸이야."
작가의 말 |
원래 이렇게 상중하로 나눠서 길게쓰는건 잘 못하는데 쓰다보니까 내용이 좀 길어질 것 같아서 일단 끊어서 올려요! 이것도 제가 톡으로 했던 주제에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하트해요!!!!!! 그나저나 표지 정하는거 어렵네요 ㅠㅠ 어떤 표지 제일 좋아하시나요 ㅠㅠ 오타지적과 피드백은 항상 감사히 받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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