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문
빨리
찬열이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 때마침 울리는 휴대폰을 열어보니 왠일로 백현이에게 카톡이 두개가 연달아 와있었다. 데이트를 하려고 불러내는건가 싶어 대충 ㅇ 두개를 보내고 겉옷을 챙겨입은 뒤 빠른 발걸음으로 학교 후문으로 가니 아니 이게 웬걸. 얼굴 여기저기엔 생채기를 달고 옷은 운동장에서 굴러다닌 듯 더럽혀진채 후문에 기대어 앉아 저를 기다리고있는 백현이었다.
"야! 너 왜이래!"
"아 시끄러워.. 머리울려 좀 조용히 좀해."
머리가 아픈건지 몸이 아픈건지 인상을쓰면 말하는 백현이의 앞에 마주보고 앉아 이곳저곳 살펴보니 피 사이로 보이는 옅은 멍자국들에 찬열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너 맞았어?"
"이씨.. 맞은거 아니거든! 내가 어디가서 맞고다닐 애로 보이냐?"
찬열은 백현이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작은 체구에 귀여운 얼굴로 호감형인 백현은 그의 외모와는 반대로 누군가 자신을 귀여워하거나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걸 싫어했고 싸움도 곧 잘하여 외모만보고 얕잡아 보는 녀석들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내리기 일쑤였다.
"그럼 왜 이러는데."
"일단 뒤 좀 돌아봐."
백현의 말에 어떨결에 엉거주춤 뒤를 도니 뒤에서 찬열의 목을 끌어안고 등에 붙어오는 백현이었다.
"...뭐하냐?"
"나 발목 다쳤어. 업어줘."
찬열이 껌뻑죽는 미소를 슬쩍 보여주며 말하자 찬열은 궁시렁거리면서 자세를 고쳐잡고 백현이를 등에 업은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쌈닭 변백현이 왜 이렇게 피떡이 된건데?"
"야! 피떡 된거 아니거든? 걔네는 아예 반 죽어서 병원에 실려갔어!"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진짜야!"
살짝 놀리는 투로 말하자 금새 어린아이처럼 허풍을 늘어놓으며 땡깡을 부리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은 슬쩍 미소가 지어졌다. 남들에겐 성질 더러운 변백현이겠이만 이런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는게 또 애인의 특권 아니겠는가.
"내가 학교에서 나와서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옆학교 교복입은 세명이 와서는 삥을 뜯으려고 하는거야! 내가 누군줄알고.. 그래서 내가 먼저 선빵 날렸지."
"고작 세명한테 당한거야? 와, 변백현 많이 죽었네-"
"아니거든! 닥치고 끝까지 들어보라고! 그래서 그 세명을 반 죽여놓고 있었다? 근데 걔네 패거리들이 골목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나봐. 한..30명 되려나?"
"30명? 구라 치지말고 제대로 말해."
"아.. 알았어 20명. 갑자기 막 몰려와서는 한꺼번에 달려드는거야. 나는 한명인데.."
"그래서 20 대 1 로 싸워서 이렇게 됐다고?"
"23 대 1"
자신의 말을 정정해주는 백현의 말에 찬열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었다. 백현이 말하는 23명이면.. 한 8명 정도 되려나?
"참고로 말하지만 내가 더 많이 때렸어."
"알았어~"
"진짜라니까?"
"알았다니까?"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말하는 찬열의 행동에 백현은 찬열의 뒷통수를 살짝 노려보며 작게 궁시렁거렸다.
"그나저나 이시간에 학교는 왜 갔는데?"
"어?"
"아까 학교 끝나고 나랑 집에 갔잖아."
"아... 그,그냥."
"그냥?"
"갑자기 야자하고 싶어서!"
그말에 찬열이 빵터져서 크게 웃자 민망한듯 백현이 찬열의 목을 좀 더 세게 조였다.
"왜,왜웃어! 진짜야!"
"백현아 구라를 치려면 좀 생각을 하고 치던가. 변백현이 야자? 차라리 키가 180이라고 해라."
"죽을래? 진짜 갑자기 공부하고 싶어서.."
"진짜로 왜 갔는데."
"......"
"왜 말 안 해줘?"
"그냥 갔어, 그냥..."
"음... 말 안 해주니까 더 수상한데?"
"수,수상하긴 뭘 수상해!"
"말까지 더듬고... 아 진짜 뭔데."
"...말 안 해줄꺼야."
"진짜?"
"응."
백현의 말에 한참 말이 없던 찬열이 이내 발걸음을 멈추더니 길 한복판에 백현을 내려놓았다.
"뭐야!"
"말 안 해주면 여기 놓고 갈꺼야."
"뭐? 아 빨리 다시 업어줘!"
"나 진짜 간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궁금한데!"
"음.. 별로 안 궁금했는데 변백현이 자꾸 과민반응하니까 더 궁금해지잖아-"
"이씨..."
"진짜 말 안 해줄꺼야?"
"박찬열 존나 짜증나..."
"나 간다?"
"....."
대답없는 백현이를 뒤로 하고 찬열이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자 백현은 발을 동동 구르면 어쩔줄 몰라했다. 날씨도 추워서 얼어 뒤질 것 같은데.. 씨발 도비새끼.
"아 말해주면 될꺼아니야!"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다시 돌아오는 찬열이를 노려보며 욕을 해도 찬열의 눈에는 그것마저 귀여워 보이는지 백현의 머리를 한번 헝클이고는 뒤를 돌아 몸을 숙였다. 백현이 그런 찬열의 넓은 등판을 주먹으로 한번 세게 내려치고는 재빨리 목을 끌어안고 매달리자 찬열은 윽. 하고 낮게 신음하고는 백현이의 엉덩이를 몇번 때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빨리 말해봐."
"아 좀 기다려!"
"기다려?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거야?"
백현을 길에 다시 내려놓는 시늉을하자 재빨리 찬열의 목을 끌어안고 딱 붙어오는 백현의 행동에 또 작게 웃고는 몇분 걸었을까. 찬열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리는 백현의 말에 둘 사이의 정적이 깨졌다.
"...이어폰..."
"응?"
"이어폰때문에 갔다고 개새끼야!"
찬열의 귀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는 백현의 행동에 찬열이 놀랐는지 자기도 모르게 작게 욕이 튀어나오며 인상을 찌푸리자 백현은 또 자기를 놓고 갈까 찬열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어폰? 학교에 놓고갔어?"
"...어."
"집에 이어폰 또 있지않냐? 어차피 내일 또 학교가는데 뭐 그런거 때문에 귀찮게 다시 가."
"....."
"그나저나 못 걸을 정도로 아프면 병원 가봐야 되는거 아니야?"
"....."
"...변백현?"
"그 이어폰."
"어?"
"....."
"그 이어폰 뭐."
"....."
"....."
"...니가 사준거라고..."
괜히 얼굴이 붉어져 집에 도착할 때 까지 아무말도 못 한 찬열과 백현이었다.
작가의 말 |
글 마무리는 항상 어려워요...ㅠㅠ....... 오타지적과 피드백은 항상 감사히 받고있습니다! 암호닉분들 신알신 해주신 분들 댓글 써주시는 분들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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