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은 주로 경수시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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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의 사이. 봄방학이 시작되고 내년이 되면 친척들도 잘 못 볼 거란 생각에 이번 방학 동안에는 할머니 집에서 보낼까 해서 온 곳이 대전이었다. 하는 일은 없어도 한 달은 금세 지나갔고 어느 때보다 짧게 느껴졌던 방학은 한없이 아쉽기만 했다. 굳이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신다는 할머니를 가까스로 떼어놓고 나온 버스정류장. 인터넷에서 찾아봤을 때에는 여기서 13번 버스를 타야 되는데... 그래도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기도 몇 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서부터 보이는 13번 버스에 경수의 입가에 미소가 슬쩍 지어졌다.
"안녕하세요."
기사 아저씨께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 카드를 찍고 둘러본 버스는 경수가 탄 정류장이 버스가 차고지에서 출발하고 처음으로 서는 정류장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마냥 텅 비어있었다. 터미널까지 꽤 많이 가야 하기 때문에 경수는 고민하던 끝에 버스 맨 뒷자리의 창가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혹시라도 정류장의 이름을 못 들어 못 내리지는 않을까 평소 애용하던 휴대폰의 음악 플레이어도 잠시 꺼둔 채 눈으로는 창밖의 거리 풍경의 눈에 담으며 귀로는 정류장에 가까워질 때마다 들리는 정류장 이름에 집중하는 경수였다 그렇게 네 정거장 정도를 지났을 때쯤 버스에 탄 사람이라곤 기사 아저씨와 경수밖에 없던 버스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올라탔고 낯선 사람의 등장에 경수는 버스 앞문을 힐끔 보았지만 곧 흥미 없다는 듯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잠시 어디에 앉을지 버스 안을 훑어보더니 뚜벅뚜벅 걸어와 자신의 옆에 앉는 남자의 행동에 이내 경수의 고개가 다시 돌아갔다.
"....." "....."
경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의 옆에 정자세로 앉아 버스 앞만 쳐다보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 남자 뭐지? 혼자 앉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왜 이 많고 많은 자리 중에 불편한 뒷자리로 온 거지? 이 남자도 오래 타고 가나? 그러면 반대쪽 창가로 가지 왜 내 옆에 앉는 거지? 혹시 이 자리가 이 남자가 맨날 앉는 자린데 내가 앉아버린 건가? 몰래 내 주머니에서 지갑 빼 가려는 도둑인가? 혹시 조용히 날 죽이고 가려는 묻지 마 살인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드는 생각들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갑자기 혼란스러워진 경수는 괜히 앉아있는 자리가 가시방석이 된 것 마냥 안절부절못했다. 닿아있는 팔부분을 괜히 움츠려보기도 하고 창가에 더 붙어보기도 하고 혼자 부산스럽게 행동하던 경수는 이내 귓가에 들려오는 고속버스터미널이라는 정거장 이름에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표정이 밝아지기도 잠시. 경수는 큰 난관에 부딪혔다. 내려야 되는데... 옆자리 남자의 긴 다리는 앞좌석 의자와 딱 붙어있었고 경수는 제가 나가야 할 통로가 막혀있자 울상을 지어 보였다. 그냥 일어나면 알아서 비켜주려나? 비켜달라고 말을 해야 하나? 아 어떡하지... 소심한 경수에게는 이런 것 하나하나가 인생의 고난과 시련이었고 저 멀리 보이는 정류장의 모습에 마음은 더 초조해져만 갔다. 그래! 일어났다가 안 비켜주면 비켜달라고 말 하는 거야! 나름 큰 결심을 한 경수가 벨을 누르고 벌떡 일어났고 그와 동시에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의 고개가 들려 둘의 눈이 마주쳤다.
"....." "....."
둘 사이엔 알 수 없는 침묵이 흘렀고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경수는 다짐했던 거와는 달리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너무.. 너무 무섭게 생겼잖아!
"....." "저,저기..." "....." "그러니까..어..제,제가 지금 여기서, 어, 내려야 돼서, 어, 그러니까.." "....."
점점 울상을 지어가며 더듬더듬 말을 이어가는 경수를 빤히 보던 남자는 경수가 큰 다짐을 했던 게 무색해질 정도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쓱 다리를 옆으로 비켜줬고 눈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말을 하던 경수는 남자가 다리를 비켜주자마자 잽싸게 자리를 빠져나왔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그 와중에도 공손하게 인사하는 건 까먹지 않는 경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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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진짜 안 나와도 된다니까?" "진짜 잘 찾아갈 수 있어?" "내가 뭐 애도 아니고.. 걱정하지 말고 집에 계세요!"
2년 뒤 다시 온 할머니 집. 재작년엔 고3이다 뭐다 해서 못 오고 작년엔 첫 대학 생활이다 뭐다 해서 못 오고 시간을 내서 온 다는 게 벌써 2년이나 지나있었다. 시간은 지났지만 여전히 경수를 어린아이로만 보시는 할머니 덕분에 2년 전과 똑같이 집 앞에서 실랑이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때와 똑같이 승자는 경수가 되어 혼자서 아파트를 빠져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똑같은 날씨, 똑같은 풍경, 똑같은 장소. 우연인지 뭔지 2년 전과 휴대폰도 똑같고 오고 똑같고 신발도 똑같고 괜히 사소한 거에 신기해진 경수는 또 뭐 똑같은 게 없나 저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제 앞에 멈춰선 13번 버스에 웃으면서 올라탔다. 버스도 똑같네.
"안녕하세요."
기사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카드를 찍고 자리를 찾는 모습마저 2년 전과 똑같아 경수는 자기도 모르게 키득거리며 그때와 똑같이 맨 뒷자리 창가로 발걸음을 옮겨 자리에 앉고는 왠지 모르게 들뜨는 기분에 발을 동동 굴러가며 창 밖을 보다가 생각했다. 이쯤에서 어떤 남자가 탔었지...
"....." "....."
그 생각을 하며 열리는 앞문을 웃으며 보기도 잠시. 경수의 커다란 눈이 더 커지는 건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유인즉슨, 조금 전까지 머릿속에만 있던 남자의 등장 때문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게 없었다. 일부로 태운 게 아니었는지 여전히 까만 피부, 똑같은 옷과 신발, 주머니에 찔러 넣은 한쪽 손에 나른해 보이는 표정까지. 버스의 허공에서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그 남자도 놀랐는지 카드를 찍고 주머니에 집어넣던 행동을 멈칫하고는 살짝 인상을 써가며 경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뚜벅뚜벅 걸어와 경수의 옆에 앉는 남자의 행동에 경수는 더욱 혼란스러워진 마음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창문 쪽으로 더 붙어가며 생각했다. 뭐지? 나 지금 꿈꾸는 건가? 하지만 경수의 생각은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남자의 행동에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끊어졌다.
"왜 그동안 버스 안 탔어요." "...네,네? 저요?" "그럼 그쪽 말고 누가 있어요?" "아..."
조금은 신경질적인 남자의 목소리에 경수는 무서움에 대답도 못하고 멍하게 입만 뻐끔거렸고 그 모습을 보던 남자가 살짝 인상을 쓰며 다시 물어보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왜 그동안 버스 안 탔냐고요." "저,저 여기 안 살아요..." "아..." "....." "그럼 여기 왜 왔어요?" "네? 아.. 할머니 집..." "아..."
한참 동안 검지 손톱을 입에 가져다 대고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인상을 쓰는 남자의 눈치를 보던 경수는 슬금슬금 시선을 피하다가 이내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기다렸어요." "네?" "그쪽. 기다렸다고." "...저..를요?... 왜요?"
나를 왜 기다렸지? 내가 뭐 잘못 한 거라도 있나? 남자의 말을 듣고 드는 생각에 점점 울상이 되어가는 경수를 보면서 남자는 답지 않게 얼굴을 살짝 붉혀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첫눈에 반했으니까..." "아..."
바보 같은 소리를 낸 경수가 덩달아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낀 것도 잠시. 그 와중에 귓가에 들리는 정거장 이름에 경수의 정신이 바짝 들었다. 고속터미널역. 그 소리에 뭐에 홀린 듯 벌떡 일어난 경수는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다짜고짜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휴대폰 줘봐요!" "네?" "아 빨리요!" "휴대폰은 왜.." "번호를 알아야 전화를 하든 문자를 하든 할 거 아니에요! 나 지금 내려야 한단 말이에요!"
발까지 동동 굴러가며 울상을 지어 보이는 경수를 빤히 보던 남자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벨을 누르고 뒷문으로 걸어가 섰다.
"안 내려요?" "네?" "여기서 내린다면서요." "아! 맞다!"
남자의 말에 기사 아저씨께 인사하는 것도 잊고 후다닥 내린 경수는 이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멀뚱멀뚱 올려다봤다.
"근데 왜 여기서..." "또 놓칠 수는 없잖아요." "네?" "2년이나 기다렸는데." "....." "고속버스 타고 가요?" "네? 아.. 네.." "빨리 와요." "네? 어딜.." "어디긴 어디야. 표 끊어야죠." "저 표 있는데..." "그쪽 표 말고 내 표."
궁금하단 표정으로 쳐다보는 경수의 머리를 살짝 헝클인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쪽이랑 같은 버스 타고 갈 거예요."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는 3월 초. 그들의 사랑도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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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
이건 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쓰려던건 다른거였는데 개학 개강 새로운 날을 맞이해서 달달한 카디, 순애보적인 종인이를 표현하려 했으나......파일....... 지금 정신도 제정신이 아니라 뭐라고 썼는지도 잘 모르겠네요ㅠㅠ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으니 적응이 안 되기도 하고 좋으면서도 부담도 좀 되고... 글은 빨리 써서 보여드려야 되는데 마음대로 잘 써지지는 않고 ㅠㅠ 생각해논 소재들은 많은데 글이 잘 안 써지네요 ㅠㅠ 이글은 실화+픽션의 내용입니다! 죄송합니다........ 저를 매우 치세요ㅠㅠ
신알신 해주신 분들, 댓글 써주신 분들, 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하트 합니다 ㅠㅠ 오타지적과 피드백은 항상 감사히 받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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