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Jerry
" 싫은데요 "
벌개진 얼굴을 내려다보던 성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우현이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채로 고개를 휘저으며 게슴츠러운 눈으로 뭐라구요? 하면서 꼬인 발음을 내뱉어댔다. 이 사람이 못 알아 들었나? 성규는 우현의 귀 가까이로 입을 옮겼다. 그리고서는 다시 한번 각인시키라는 듯이, 또박또박 답했다.
" 싫다구요 " " …싫다구요? "
네, 싫다고요. 내가 왜 우현씨랑 사귀죠? 미쳤어요? 멀쩡한 여자친구 냅두고. 말을 끝마치고 고개를 든 성규가 여전히 이마에 손을 올리고 있는 우현을 내려다보며 답했다. 우현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는 듯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다. 여태껏 고백해서 한번도 차인적이 없으며, 매일 고백만 받는 입장이었고, 훈훈한 얼굴상에 서울대라는 학력 하나면 다 됐던 이 세상에 사랑은 너무 쉬웠다. 우현은 아직도 싫다는 단어가 귀에 박히지 않았다. 발간 얼굴이 점점 식어들었다. 후- 술내음이 가득 섞인 한숨이 공중에 퍼지고, 위에서 내려다보던 성규가 몇분을 쳐다보다 슬슬 일어나 자러 간다며 등을 돌렸다. 공허하게 없는 공중을 쳐다보던 우현이 등을 보이는 성규의 모습에 벌떡 몸을 일으켜 팔을 붙들었다. 붙들린 팔이 불편했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성규가 고개를 도로 돌렸다. 잠깐만요, 다급하게 잡는 모습이 예전의 모습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 내가 왜 싫은데요?, 아니, 그 여자보다 뭐가 부족해, 얼굴도 낫고 학력도 낫고, 어? 내가 뭐가 부족해! "
공공연하게 잘만한 시간에, 조용한 공기를 깨부스듯 자는 사람들 다 깨울만한 목소리로 소리치던 우현은 여전히 성규의 손을 놓지 않았다. 성규가 그제야 다시 몸을 돌리고 손을 놓으라고 팔을 마구 흔들었다. 꿈쩍도 않는 우현이 절대 안 놓는다며 되도않는 엄포를 놓았다.
" 우현씨가, 별로, 맘에 안 든다구요 "
애초부터 맘에 드는 존재도 아니었지만, 끝내 우현에게서 손을 빼낸 성규가 제 손을 탈탈 털어내며 도도하게 답했다. 우현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빈정이 상할만한 상황이었다. 제 예전 경력을 보자면 클럽을 가서 한번도 원나잇 제안을 안 받은 적도 없고, 출중한 외모라고 주위에서 드높이는 것 하며, 서울대라는 완벽한 학력에 받쳐주는 스펙들까지. 사람들이 한번쯤은 떠들어대던 소위 엄친아 스타일이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도대체 너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애한테 매달리냐, 라고 핀잔을 주었겠지만 앞뒤 상황 생각못하는 우현이 그저 떨어진 팔을 급하게 다시 붙들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맘에 드는 건데, 아직도 큰 목소리로 따지는 우현에 성규가 다시한번 인상을 찌푸렸다.
" 빨리, 말해봐요, 예? 그 여자는 뭐가 맘에 드는데! " " …좀, 조용히 안 해요? 시끄럽게… "
그래! 안 한다! 안 해! 짜증이 가득 섞인 우현이 그렇게 붙들고 싶어하던 성규의 팔을 뿌리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티셔츠가 공중에 떠 올라가면서 배가 슬쩍 드러났다. 성규가 자연스레 살색이 보이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매니저 주제에 연예인 보다 몸이 좋다. 관리를 받는 사람보다 몸이 좋다니, 자기관리는 나름 철저하네. 이런 막장같은 상황에 뜬금없이 성규는 우현의 관리 생활을 떠올렸다. 백수같은 새끼가 몸이 왜이렇게 좋을까, 의문을 품고 있는 도중. 우현이 성규의 시선이 제 배에 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뭘 봐! 하면서 티셔츠를 쭉 내렸다. 성규는 허겁지겁 시선을 거두었다. 약간은 민망함에 오히려 뭘 보긴 봐요! 하면서 큰소리를 쳤다. 다시 자려고 몸을 돌려 들어가려는데, 우현이 또 다시 팔을 붙들며 외쳤다.
" 이 나쁜 새꺄, 너가 그렇게 잘났냐? 어디서 남우현을 거절해! 내가 그 여자 보다 못한게 뭐야! " " 알려줘요? "
다시 붙들린 팔에 짜증이 솟구쳤지만, 확실히 해둬야 겠다는 생각에 우현의 외침에 성규가 반문했다. 예상보다는 냉정한 반문에 우현이 멍청이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 예쁘잖아, "
뭐가요. 퉁명스런 답변에 성규는 비수를 꽂듯 다시 답했다. 정은이는, 우현씨보다 훨씬 예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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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렇게 티격태격, 고백이라고 하기조차 민망한 고백을 받고, 방으로 들어섰다. 문을 닫고 '뭐 저런 매니저가…' 하고 생각하고서는 매트리스로 바로 누웠다. 편안한 느낌에 옛날마냥 자장가 같은 노래를 듣지 않아도 빨리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불을 덮는것이 아니라 몸에 감싸듯이 휘젓고 자서는 일어났을때는 거의 몸에 돌돌 말려 있었다. 아침 햇살이 정면으로 내리쬐고, 간만에 스케줄이 늦게 있는 날이라 여유롭게 일어나도 되는 시간이었다. 배게 옆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었다. 몸을 반쯤 일으켜 팔을 공중으로 쭉 뻗었다. 으으- 하는 소리가 절로 새어나왔다. 스케줄은 8시 쯤에 토크쇼 녹화가 하나 있으니 나머지는 전부 쉬는시간이었다. 여유롭게 기지개를 펴고, 매트리스에서 몸을 일으켰다. 일단 뭐 좀 먹어야겠다. 그리고 마른 발소리를 내며, 거실로 나왔을땐. 경악에 이루말할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 우현씨… 지금 뭐 하세요? "
갈빛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고, 요즘 세대에는 쓰지도 않는다는 하얀 비니모자에, 청조끼에, 체크무늬 치마. 평소 우현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의상이었다. 눈을 아래로 내릴 수록 경악은 더해져만 갔다. 보라색 스타킹은 뭐야. 저 짜증나는…
" 오, 성규씨 안녕?… 호호 " " 미쳤어요? 정신 차려요… "
다소곳이 다섯 손가락을 위로 세워 입에다 가져다 대고 조신하게 웃는것이 굉장히 역한 느낌에 성규가 양 관자놀이에 손을 부여대고 쭈그려 앉았다. 내가 저런 사람을 매니저로 두고 앉아있었다니… 우현이 풀썩 주저앉는 성규가 이상했는지 다가가서는 팔을 슬며시 부여잡았다. 성규씨 어디 아파요? 하는 말도 귀에는 딱히 좋은 말로 들리지 않았다. 이게 뭐 하는 경우야! 황당한 상황에 성규가 관자놀이에 부여댔던 손을 떼고 벌떡 일어나서는 청 조끼를 붙들고 명령하듯 말했다.
" 이, 이, 옷쪼가리 당장 벗어요 " " 왜요, 저 안 예뻐요? "
지금 내가 예쁘다고 하게 생겼습니까? 눈을 번뜩 세우고 답하는 말에는 날이 잔뜩 서있었다.
" 예쁜거 좋다면서요, 예쁜 사람 되주겠다는데 왜 이래요? " " 누가 이런 예쁜거래요? 남우현씨는 안 예뻐요 "
왜요? 제가 오늘 아침 샵에 가서 무조건 여장 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면서 공을 들인건데! 억울하다는 듯 제 갈색 머리를 어루만지며 답하는 우현이 기가차서 성규가 웃음을 뱉어냈다. 진짜 답 없다.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한 사람이긴 했다. 지 말대로 못난거 하나 없는 사람이 뭐 좋다고 이런 사람에게 매달린다니. 갈빛 머리를 어루만지다 전체샷을 보니 다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계속 하릴없이 조금씩만 웃다가, 결국 참았던 웃음을 방출해냈다. 고개를 뒤로 꺾으며 입을 쫙 벌리고 웃는 모습에 우현이 조금은 뿌듯했는지 나 예쁘죠? 그치? 하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저 웃기기만 한지 성규는 계속 웃음소리만을 뱉어냈다.
" 그냥 웃기기만 해요? 예?, 아 빨리 말해봐요 "
존나 웃겨요, 엄지를 쳐들며 답하는 모습에 우현이 금세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 진짜. 내가 아침부터 고생한거 다 도루묵이네. 불평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제 가발을 내리치는 모습에 성규가 놀리듯 답했다.
" 왜요, 다시 써요 " " 됐어요, 진짜… 나는 여장이랑 안 어울리는 얼굴인가? "
왜요, 성규가 바닥에 떨어진 가발을 주워 팔을 쭉 뻗어 우현의 머리에 올려놓았다. 우현이 하지마요, 하고 손을 밀어내도 해맑은 얼굴로 자꾸 가발을 머리에 올려놓으려는 행동에 우현이 결국 한발 물러나며 가발을 다시 착용했다. 왜요, 이제 좀 웃깁니까? 따지는 듯한 행동에 성규가 다시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끅끅 거리는 소리가 계속 거실에 울렸다.
" 덕분에 웃었어요, 최고 "
정말 웃겼는지, 웃음을 가득 머금고 우현의 얼굴 앞에 가서 성규는 다시 한번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주었다. 우현이 누구 약올리냐며 불만스럽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조금은 뿌듯했다. 그래도 어제일로 어색해 질까봐 0.1초 정도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말도 많이 하고 웃음도 많아진 상황이 된거 같아 괜찮다고 생각하고는 일부러 웃긴 표정을 지어댔다. 또 다시 터지는 웃음에 성규가 삿대질을 하며 입을 벌리고 웃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김성규가 웃는다, 웃어. 혀를 쭉 내밀고 웃긴 표정을 지으며 성규를 계속해서 웃겨댔다. 계속 웃기면서 딱 하나 느낀것은. 예쁘다. 김성규 웃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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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난 오후가 되고, 우현은 아까보다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다. 서포트 겸으로 온 음식들이 상 위에 즐비해 있고, 스태프나 매니저, 성규가 몇번 먹고 남은 도시락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 쇼파에는, 무심한 듯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성규와. 그 옆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성규가 하는 것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우현의 심기가 잔뜩 불편해진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다. 아까전에는 도시락을 들고서는 자기가 팬 관리를 먼저 해야된다며 인증샷을 찍질 않나, 저한테 와서 여장 한번만 더 해주면 안되냐고 장난을 치질 않나. 별 말을 다 걸었으면서 여자가 온다고 가오를 잡는건지 뭔지 되지 않을 시크한 척을 하고 있었다. 여자친구가 온 후, 쇼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그 앞 테이블까지 다리를 쭉 뻗고 편하게 앉아 게임을 한지 몇 분이나 지나있었다. 가끔 여자가 매달려서 오면 귀엽게 베이비 키스도 몇번 해주고 하는것이 자연스러운 연인같아 짜증이 더욱 더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우현은 끝 쪽 멀리 떨어진 동그란 쇼파재질의 의자에 앉아 둘을 의식하는 듯, 안 하는듯 하며 핸드폰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 오빠, 나 여기있는 음식 먹어도 돼? " " 어, 대신 흘리지 말고 "
알았어, 애교있게 웃으며 도시락을 집어드는 손길에 분노는 더해져 갔다. 저게 뭔데 김성규 먹으라고 준 도시락을 지가 먹어…! 여자들의 질투는 무섭다더니, 그 말을 제 심정 하나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거 같았다. 도시락을 집어들어 제 쪽으로 가져가는 모습에 우현이 태클을 걸고 싶었는지 입을 뗐다.
" 저기, " " 예? "
수저를 마저 집어들려던 여자가 내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성규는 한 번 이쪽을 쳐다보더니 다시 시선을 스마트폰으로 옮겼다. 우현이 조그마한 쇼파 의자에서 일어나 여자가 앉은 쪽으로 향했다. 여자가 우현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였다. 여자 옆에 도달한 우현이 여자의 팔을 세게 붙들었다. 황당한 눈길로 여전히 우현을 쳐다보는 여자가 잡힌 손에 힘이 풀려 도시락을 떨어트렸다. 바닥으로 떨어진 도시락이 힘에 의해 음식물을 뱉어냈다.
" 뭐하세요? " " 이거 드시면 안됩니다 "
왜 안돼요? 황당한 얼굴을 한 채 여자가 우현에게 물었다.
" 여기 있는 것들 전부 성규씨만 먹으라고 팬 분들께서 당부하셨습니다. 죄송한데 드시면 안되겠네요 "
우현이 반대편에 들고 있던 숟가락 마저 빼앗으며 답했다. 여자는 황당한 얼굴로 다시 재물었다. 저 편에서 매니저 분꼐서 드시고 계신데? 약간은 날이 서있는 말투와 시선에 우현이 일단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쪽의 눈치를 보며 숟가락 질을 하는 것이 확 드러났다. 우현이 흠, 하고 입을 앙 다물었다가 여자의 눈초리에 다시 입을 열었다.
" 저건 제 팬분들께서 주신건데요 " " 예…? "
아, 모르셨구나? 제 펜페이지도 있거든요.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모습에 여자가 헛웃음을 뱉었다. 일개 매니저가 팬페이지에서 조공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얘기였다. 현재 아이돌이 판치는 세상에 신인 아이돌 하나도 조공이 받기 힘든데, 매니저 한테 이만한 조공이 온다는 것은 원빈급으로 매니저가 잘생기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우현에게 타박을 주었지만 우현이 진짜라며 반박했다. 옆에서 스마트폰에 한창 정신이 팔렸던 성규 조차도 그런 우현이 어이없었는지 여자친구 편을 들며 거들었다.
" 애를 상대로 왜 개구라를 쳐요, 야, 먹어 " " 아, 안돼요! "
성규가 손으로 거드는 덕에 여자가 다시 도시락쪽으로 손을 옮겼다. 우현은 급하게 여자의 손을 붙들었다. 정말 끝도 없는 고집이었다. 성규가 그 모습을 보고 서는 한숨을 쉬고 끝내 스마트폰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남우현씨 말 무시하고 그냥 먹어, 성규의 명령에 여자가 다시 도시락으로 손을 뻗었다. 다시 한번 우현은 여자의 손을 붙들으며 제지했다. 안 된다니까요.
" 왜요? 이유나 들어보죠 " " 사실… 제가 배고프거든요, 이거 제가 다 먹을거에요 "
우현의 끊임없는 제지에 짜증이난 듯 어이없는 변명에도 그럼 그러세요, 하고서는 우현의 손을 뿌리치고서는 여자가 벌떡 일어섰다. 성규가 미안, 하고 사과했지만 여자는 됐어. 하고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좀 이따가 녹화 끝나고 전화해. 짧은 말을 남기고서는 여자는 대기실에서 사라졌다. 우현이 성규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도시락을 하나 주워들었다. 막상 배고프다고 말을 했으니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안 먹자니 너무 뻔뻔하기 때문에 그저 눈치만 슬쩍 보고 있었다.
" 안 먹어도 돼요 " " …알고 있었어요? "
당연하죠, 배고프다고 해서 여기있는 도시락 다 먹겠어요? 하여튼 유치해서. 성규는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어 스마트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답했다.
" 근데 고작 그런 일로 제 여자친구한테 막 안대했으면 좋겠네요 " " 내가 왜요? "
제 여자친구니까요. 그리고서는 대기실은 정적이 감돌았다. 우현은 티는 안냈지만 잔뜩 서운했다. 이럴때도 매니저 생각 안하고 그 여자 생각 먼저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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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가 끝나고, 약간은 늦은 밤이었다. 어둑한 밤에 자신을 불러낸 적은 없었는데, 이상한 느낌에 여자가 서둘러 우현의 집 근처로 향했다. 지금 성규씨 숙소 앞인데, 얼굴 보고 할 얘기 있으니 나와. 하는 말에 여자는 싫다고 답하려고 했지만 진지한 말투에 장난식으로 대응은 하고 싶지 않았다. 여태껏 쭉 장난식으로만 간간히 이어져 오던 사이에 이제는 조금 금이간 것도 같았다. 예전같으면 한달음에 자신이 달려왔을 상황에 자기의 상황이 이렇다며 자신을 불러내는 일은 연애 초반에는 없었으니까. 약간의 서운함을 느끼고 여자는 재발리 택시에 올랐다. 솔로가수 김성규 숙소 앞이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보나마나 피해가 갈 행동이므로 근처에 있는 슈퍼 이름을 하나 말했다. 기사는 태연스럽게 집에 가시나봐요? 하고 물었다. 여자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네, 하고 짧게 답할 뿐이었다.
한편, 우현은 그저 달달 떨리는 추위만이 가득한 밖에서 발 아래 있는 돌로 장난을 치며 여자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무언가 준비하는 느낌의 남자와는 얼핏 다른 상황이었다. 카페로 불러내거나 한낮에 불러내는게 정상인 이 시점에. 한창 발로 돌을 굴리고 있을 즈음, 환하게 라이트가 앞에 드러났다. 택시를 타고 온 모양이었다. 우현이 눈부신 듯 눈을 찡그리며 손으로 약간 빛을 막았다. 곧 우현의 앞에 차가 멈춰서고, 여자가 뒷 좌석에 구두소리를 내며 내렸다.
" 바쁜 남우현씨께서 어쩐일로 시간을 냈어 "
딱 봐도 서운함이 뚝뚝 묻어나는 말투였다. 아침 저녁으로 문자나 카톡을 해대던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는 것은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사실이었다. 여자가 구두소리를 내며 걸어와 우현의 앞에 섰다. 여기서 얘기할거야? 여자의 말에 우현이 단답으로 긍정의 의미를 드러냈다.
" 그렇게 급한 말이 뭔데 여기까지 날 불렀어? " " …우리 헤어지자, "
우현은 그 전에서 부터 여러 생각을 했겠지만, 여자에게는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운 이별통보였다. 하지만, 무언가 조금은 예상한 듯 여자는 서운한 티가 드러나는 미소를 지으며 왜? 하고 다시 물었다. 우현이 무덤덤하게 답했다.
" …나 좀 도와줄래?, 내가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근데 그 사람은 애인도 있어. 내가 미친거 같아. 근데 난 그냥 그 사람이 좋아, 넌 연애 많이 했잖아, 나 좀 도와줘 " " ………. "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였으며 기본적으로 예의는 있을거라 생각했고 연애 초기 때부터 항상 우현은 자신에게 공들이는 모습만을 보여왔다. 자신이 조금은 까칠하게 굴어도 다 풀어주고, 자신이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앙탈부리듯 짜증을 부려내도 다 받아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틀렸다. 예전에 봤던 강아지 같은 얼굴을 다시 찾아볼 수 없었다. 가로등 아래 빛이 반사되어 보이는 얼굴은 생각보다 초췌했다. 많은 스케줄 때문인지, 그 사람 때문인지는 몰랐다. 여자는 그저 어이없는 표정만을 담은 채 우현에게 화를 내려 말을 꺼냈지만 기가 막혀서 말이 다시 막혔다. 이건, 누가봐도 내가 화를 내야할 상황이잖아. 여자가 속으로 생각하며 말을 꺼냈다.
" 너…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 놈이냐 없는 놈이냐? 지금 너랑 나랑 헤어지잖아, 그것도 너가 일방적으로 차는건데. 지금 나쁘게 말하면 헤어지게 한 원인이랑 잘되게 도와달라고? 지금 그게 차이는 사람한테 할 얘기야? 누가 들어도 기분나쁠…… " " ……미안 " " 후… 그만 하자, 나만 힘들지. "
여자의 울컥하는 모습에 우현의 마음이 갑작스럽게 흔들렸다. 매우, 많이, 미안해졌다. 아무렇지 않게 친구마냥 사겨온것이 잘못이었을까? 이런 얘기를 듣고도 그래, 야, 내가 더 좋은 남자 만날거다! 라고 할거 같았던 반응은 산산조각 마냥 사라졌다. 너무 편한 친구같아서… 하나도 안 아플줄 알았는데. 우현의 착각은 모두를 상처입혔다.
" 너가 그 사람한테 그렇게 정신이 팔렸어도, 최소한 지금 이자리, 내 앞에서는 티를 안냈어야지. 그렇게 정신이 팔려도…! "
지금 이 순간 내 앞에서는, 그러지 말았어야지. 울음섞인 한숨이 섞여 들리고 나서 곧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더 말하기 싫으니까 갈게, 하는 모습이, 그 뒷모습이, 그 뒷모습 조차도. 너무 미안했다. 가서 미안하다고 한번 안아주고 싶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의 이유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생각하는것이 마냥 애 같은 우현은 이 상황에서도 성규가 원망스러워졌다. 내가 이렇게 까지 하면서 너를 좋아하는데. 막상 우현의 속마음을 들으면 여자가 또 화낼것이 분명했다. 우현은 그 정도로 이기적인, 일방적인 사랑을 하고 있었다. 잘못되면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마음이였고, 또 딱히 환영받지만은 않는 마음이었다. 우현은 그런 마음을, 미운 딸 아끼는 엄마 마냥 지키고 싶었다.
사담!
일. 안녕 그대들 내가 너무 늦어서 미안하고 사랑하고 뽀뽀 쪽쪽 진짜 미안합니다 ㅠ3ㅠ 죄송해여 테러가능 갠홈 블로그 여기 댓글도 가능ㅠㅠ 이. 릴픽을 준비한다는게 트루? 조만간 홍보하겠음~^3^ 삼. 보편적인 이야기가 5화 남았군요 하 서운해..............흑흑 그대들 진짜 너무 사랑해여 제가 너무 늦게와서 때리시고 싶은 분들 가능함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계속 미안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 반배정!!!!!!!!거.지.같.다 오. 내 그대들 여전히 사랑함돠~♥^3^♥ 굿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