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의 거리 시즌2
by 너블리
teaser
사방이 어둠으로 가득 찼다. 빛 한 점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오직 검은색만을 품고 있는 공간에서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리만 존재하는 듯했다.
난 아무것도 잘 못한 거 없어, 너무 끔찍했어. 내가 쟤랑 사귀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고
“미안해요, 그 고통을 제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언니가 정말 힘들었다는 건 알 수...”
닥쳐 네가 뭘 알아?! 하루하루 숨통이 막히고, 살이 뜯겨나가는 고통을!! 지옥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시 지옥에 갇히게 된 그 절망을 네가 감히 어떻게!! 난 절대 용서 못해.
분노가 서린 목소리가 한이 맺힌 소리로 바뀌면서 어둠만이 존재하던 공간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붉은 빛에 의해서. 실핏줄이 터져서 붉어진 안구, 쥐어뜯긴 머리를 타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핏줄기, 만지면 딱딱하고 서늘한 느낌을 줄 것 같은 앙상한 팔과 다리. 정육점을 떠오르게 만드는 불연속적인 붉은 빛에 의해 드러난 형체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그 몰골이 지나치게 기이하였다. 그에 반해 기이한 형체와 말을 하고 있는 이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잘..잘못했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사랑해서 그래서 도망가려고 하기에..”
기이한 형체, 즉 귀신의 입에서 하얀 연기가 빠져나와 구석에 누워있던 남자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죽은 듯이 누워있던 남자는 하얀 연기가 몸속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경련을 일으켰다. 전기에 감전된 듯이 온 몸을 펄떡거리던 남자는 눈을 뒤집으며 계속 해서 사과를 내뱉었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몸을 비틀어가며 남자는 머리를 바닥에 조아렸다.
남자의 사과에 귀신은 입에서 계속해서 내뿜던 하얀 연기를 거둬들였다. 핏발선 눈이 일시적으로 원래의 색을 찾았다. 하얀 연기가 더 이상 몸으로 흡수되지 않았음에도 남자의 발작은 계속 되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비틀거리는 남자의 목을 두 손으로 움켜 쥔 귀신은 계속해서 잘못했다는 말을 반복하였다. 잘못했다는 말과는 다르게 움켜 쥔 두 손에 힘은 점점 더 세져갔고, 남자는 숨이 막혀 더 이상 아무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래 내가 매일 잘못했다고 그랬잖아. 근데 왜 그랬어? 왜? 왜 한번도 용서해주지않았어? 아니 내가 뭘 잘못했던 거야? 사랑한다면서 왜 왜 왜 날 죽였어.
숨통이 조여 지면서 귀신의 한을 단숨에 받아들인 남자의 몸은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온 몸에 검정색의 반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몸에 부패한 시체와 같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지독한 분노와 억울함은 남자의 몸을 금세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언니가 너무 안타까워서 그냥 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그만해요 언니.”
비켜, 방해하면 너도 죽일 거야. 얘는 살 가치도 없어. 내가 얘 때문에 죽는 순간까지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알아요, 다 알아요. 그러니까 그만해요. 언니 다음 생은 행복해야죠. 이런 쓰레기 때문에 다음생도 힘들면 안 되잖아요.”
방안을 가득 채우던 서늘한 기운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여자의 말 때문이라기보다는 여자의 주변에 흐르는 밝고 따뜻한 기운의 영향인 듯해 보였다.
“강기형씨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강기형이 집에 있는 것으로 위치파악을 하였으나 계속해서 대답을 하지 않자, 초조한 표정을 짓던 형사가 동료를 향해서 눈짓을 보냈다. 창문을 통해서 동태를 파악해보기 위해서 형사가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철컥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릴 줄은 몰랐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동료가 잡고 있던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이런, 빨리 구급차 부르고, 지원 요청해.”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썩은 냄새에 두 형사의 표정은 구겨져만 갔다. 여자친구를 감금, 폭행, 살해한 용의자를 검거하러 집을 급습하였는데, 용의자는 온 몸이 검은 색의 징그러운 반점으로 뒤덮인 채 악취를 내뿜고 있었다. 더 기이한 것은 모습은 분명 죽고도 며칠이 더 지난 것 같아보였는데 멀쩡히 숨이 붙어있었다는 것이다.
“죽지 않고 죄를 갚겠습니다라...”
막 아파트로 들어서는 반장님을 보며 형사의 얼굴은 어두워져만 갔다.
-여자친구를 살해한 범인이 오늘 오전 자신의 집에서 온 몸이 검은 반점으로 뒤덮여서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범인을 발견한 형사의 말에 따르면 시체와 같은 부패한 냄새가...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이 들리자 무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던 다니엘이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뉴스에 나오는 남자 너지?”
“응? 무슨 남자? 뉴스에 남자 나와? 남자야 늘 나오지, 내가 애정하는 김상훈 아나운서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얼굴로 말을 이어가는 여주의 모습에 다니엘은 익숙하다는 듯 말을 한 귀로 들리며 눈으로 여주를 살폈다. 아침부터 운동 갔다 왔더니 피곤하다. 찔리는 곳이 있기라도 하듯이 어색하게 기지개를 펴며 말을 하는 여주의 모습에 다니엘의 미간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그럼 난 피곤해서 조금 더 자야겠다. 아침은 너 혼자 먹..”
“이건 뭔데.”
“어...이게...왜 생겼을..까...”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리며 상처를 가리키는 다니엘의 모습에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여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푸른빛을 띠는 상처를 다니엘이 모를 리가 없었다. 보통의 상처는 피를 동반해서 붉은 빛을 띠지만, 귀신에 의해서 난 상처는 푸른색을 띤다.
“아니 난 그게 그러니까 이건..운동하러 간 길에!!”
“새벽에 조용히 나가더니 상처나 달고 오고 잘하는 짓이다.”
“그게 그러니까...미안..그렇지만 모른 척할 수 가 없어서.. 그냥 놔두면 그 언니가 또 불쌍해지니까, 그 새끼는 도와주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또 죽게 내버려두는 건 마음에...”
숨도 쉬지 않고 변명을 하는 여주의 모습에 다니엘이 손으로 여주의 입을 막았다. 굳어진 다니엘의 표정에 언제나처럼 겁을 먹은 여주는 손으로 입이 막힌 채로도 열심히 변명을 하기 바빴다.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해도 말 안들을 거 아니까, 그냥 갈 거면 같이 가.”
“? 화 안내?”
“왜 화 내 달라고? 재환이처럼 국자 들고 대문 앞에 서서 벌설래?”
“아니!!!! 절대 아니!! 역시 우리 니엘이는 마음도 넓다니까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김상훈 아나운서는?”
“??? 그게 누군데 신인 아나운서이셔? 잘생겼어?!”
습관적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여주의 말버릇을 고쳐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김상훈 아나운서를 진짜 애정하는 것이 아닌 변명 수단이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조금 좋아진 다니엘이었다. 피곤해서 조금만 잘 거니까 저녁 먹을 때는 꼭 깨우라고 거듭 강조를 하며 방으로 들어가는 여주의 모습을 보며 다니엘은 자신의 방에 있는 약상자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야 윤지성 쟤들 좀 어떻게 좀 해봐”
“그러니까 가만히 있는 애들은 왜 건드려서 나까지 뛰게 하는 건데.”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산속에 있던 돌탑을 발견한 지성과 성운이었다. 본래 산속에 세워져 있는 돌탑은 신성한 것으로 여겨서 건드리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성운이었지만, 하필 그 순간 어젯밤에 우진과 한 대화가 생각났다.
“형, 형은 만약에 돌탑을 건드려서 귀신을 화나게 하면 어떻게 할거에요?”
“애초에 왜 화나게 만드냐, 안 건드리면 되지.”
“역시 형은 쫄보라서 그럴 줄 알았어요. 역시 작으면 겁이 많다는 게 진짜구나”
작으면 겁이 많다니,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네 건방지게 나랑 키도 별로 차이도 얼마 안....나면서. 아오 내가 어제 왜 그 말에 반박을 못해서. 내가 오늘 그 코를 납작하게 해준다. 성운은 우진에게 자신은 겁이 없다는 것을 어필해야겠다는 생각에 돌탑에 손을 대는 순간에 음기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널 거기 두고 잠깐 자리를 비운 내가 미쳤지”
“그러게 누가 자리를 비우라고 했나.”
“말이나 못하면, 그래서 쟤들은 어쩔건데, 이러다가 같이 집까지 가겠다.”
“그럼 이참에 룸메이트로...”
지성의 부들거리는 주먹을 본 성운의 목소리는 점차 작아졌다. 내가 너무 깐족거렸나하고 생각을 하던 성운은 알아서 몸을 사리기로 했다.
아무리 빨리 산을 달려서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장애물도 없이 우르르 내려오는 귀신과 속도를 벌이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마음을 먹는다면 귀신무리를 상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이미 도망을 친 게 아까워서 지성은 능력을 쓰기가 싫었다. 그래서 지성은 귀신과 알콩달콩 잡기놀이라도 하듯이 웃으면서 달리고 있는 성운을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리 이러다가 저녁시간까지 못 갈 것 같은데.”
“오늘 저녁 메뉴가 아마 갈비였지..”
“성운이 너 갈비 좋아하지 않아? 근데 아마 집에 갈비킬러가 하나 더 있..”
“안돼!! 김여주!!!!”
갈비 얘기를 꺼내자마자 갑자기 심각해져서는 산이 떠나가라 여주의 이름을 부르는 성운에 지성은 역시 미친놈이라고 생각을 했다.
“잡기놀이는 여기서 그만, 형이 좀 바빠서.”
일순간 뒤를 돌아 귀신무리를 향해 긴 검을 겨누고 있는 성운의 모습에 지성은 생각보다 더 미친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먼저 산을 내려왔다.
“너 분신사바해 본 적 있어?”
“그거 옛날에 엄청 유행하던거잖아.”
“너 유희가 진성이 엄청 좋아했던 거 알지?”
“알지,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었나, 오늘 진성이가 고백하는 것 보고 진짜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구나하고 생각했잖아.”
“그거 어제 유희 걔가 학교에서 분신사바하고 나서 잘 된 거래.”
모의고사가 있는 날이라서 야자가 없는 학교는 금세 조용해져갔다. 서둘러 가방을 챙겨들고 집으로, 학원으로, 거리로 향하는 학생들로 분주한 가운데 딱 두 아이만이 눈치를 보며 교실에 남아있었다.
“형 왜 이렇게 늦게 와요”
“아 오늘 모의고사 때문에”
“왜요? 이름 안 썼어요?”
“아니, 답을 안 썼는데.”
“와 역시 복학생의 클라스”
지훈을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던 대휘는 갑자기 교실 안에 남아 있는 두 아이가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오늘 분신사바를 할 모양인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고요해지는 학교에 스멀스멀 그것들이 올라오는데 겁도 없이. 말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던 대휘는 지훈에게 털어놓았다.
“귀신을 보고 싶다는데 말릴게 뭐 있어.”
“그래도..”
“어차피 우리가 말 걸어봤자 듣지도 않을 걸.”
단호한 지훈의 말에 대휘는 더 묻지 않고 두 아이가 남아있는 교실 문을 닫았다.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이제 가는데?”
-왜 이제 오는데 아까 마친거 아니야? 너 또 교무실 불러갔지?! 그러니까 줄이라도 세우라니까 말은 드럽게 안들어요. 너희 집에 와야지 밥 준다고 민현오빠가 밥 못 먹게 한다고!! 당장 택시타고 집으로 뛰어와라. 딱 10분 준다.
스피커폰이 아니었음에도 복도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여주의 목소리에 어색한 웃음을 주고 받던 지훈과 대휘의 걸음이 빨라졌다. 배고픈 여주를 마주할 바에는 공동묘지에서 잠을 자는 게 더 낫다는 것을 학습한 자의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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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저를 기억하시련지요....
제가 연재를 하다가 말도 없이 사라졌더라구요....하하........ 저번에 퇴마물도 시즌2를 한다고 하고는 말만하고.....텍파도........아직 수정이 진행중인채로 제 파일함에 있더라구요...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들어왔다가 저의 파렴치한 행동이 생각나서...급하게 티저라도 올립니다... 아마 본격적인 화는 마지막주?쯤에 연재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저번에 쓰다가 만 것두요....
정말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일단 빠른 시일내에 텍파는 꼭 가져오겠습니다ㅠㅜㅜㅠㅠㅜ
아...근데 아마 시즌 2는 1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갈 것 같아요, 혹시 원내용을 이어서 가기를 원하시는 독자님들이 많으시면 그쪽으로 고려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