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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정이 무섭다더니, 백현은 제앞에서 울듯한 눈으로 연신 맥주만 들이키는 종대의 모습에 마음이 썩 좋지가 않았다. 경수를 통해 알게 된 종대는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겉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숨기는 모습 역시. 항상 알게모르게 누구보다 경수를 챙겨준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가끔은 과하다 싶은 저의 부탁에도 종대는 걸쭉한 욕한바가지 함께 묵묵히 경수를 보살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속깊고 당찬 김종대를 이렇게 앓게하는 이가 대체 누군지... 백현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종대 스스로가 말해줄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때, 말없이 술만 들이키는 백현과 종대의 사이를 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백현아..."
"왜 깼어."
"몰라..니가 없어서..?"
"이리와."
잠에서 깬 경수가 부시시한 모습으로 눈도 제대로 못뜨고 손을 벌린 백현에게 다가와 안겼다. 경수를 무릎에 앉힌 백현이 옆에 있던 물한잔을 들어 경수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물."
"...안 마실래."
"너 자다 일어나면 목 건조하니까 마셔. 한모금만."
결국 백현이 내민 물잔을 비우고 나서야 제대로 눈을 뜬 경수는 그제서야 맞은편에 있던 종대를 발견했다.
"어, 종대야!"
"이제야 보이냐."
"아니...내가 자다 깨가지고..헤..."
맹하니 웃는 친구의 모습에 종대도 피식-하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변백현이 왜저렇게 애다루듯이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술 많이 마셨어?"
"아무리 많이 마셔도 니새끼가 주는것 보다는 덜 먹는다."
"그른가...어, 백현이 너는 내일 사무실 가야되잖아."
"어. 괜찮아. 오후에 나가면 돼."
"나도 내일은 사무실 가야하는데."
"잘됐네. 너 태워다 주고 가면 되겠네."
"응? 아니야-매니져형이 태우러 온다고 했어."
"그럼 다시 전화해."
"왜?"
"꺼지라고. 도경수는 지서방이 모셔다주는 전용 자가용이 있는데 왜 남의 차를 타."
"매니져 형인데..."
"매니져고 나발이고."
"알게쪙."
여전히 백현의 무릎에 앉아 앞에 놓인 과자를 집어 먹는 경수와 그런 경수의 허리를 꽉 안아 좀 더 편한 자세로 앉히려 자꾸만 움직이는 백현을 보며 종대는 자꾸만 쓴웃음이 나왔다. 부정하지 않는다. 부러워.
아주 부러워 죽겠다.
"야, 나는 이제 가볼게."
"종대야 가게? 그냥 자고가지..늦었는데."
"그래. 김종대. 우리 도경수 오늘 피곤하니까 밤일은 쉰다."
"못하는 소리가 없어!!!"
"뭐가."
"...야 됐다. 니들 그런 꼴을 계속 보느니 내가 꺼지는게 낫지.."
"..그래도..그냥 자고 가 종대야. 너 술도 마셨는데 어떻게 가려고 그래."
"대리 부르던지..택시를 타던지."
"야."
일어서 자켓을 집어드는 저의 팔을 백현이 잡아챘다.
"깝치지 말고 그냥 자고가. 남는 방 있으니까."
"됐다ㄴ.."
"경수가 신경쓰잖아. 너 이대로 가면."
"......"
"박찬열이나 김민석, 김준면도 한번도 못자고 갔다. 권할 때 그냥 엎어져 있어."
종대는 저만치서 벌써 손님용 이불을 꺼내오는 경수를 바라봤다. 그래...혼자 있기 싫은 밤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아직까지도 크리스는 연락이 없었다.
"백현아."
"왜."
침대에 누워 백현의 팔을 베고 누운 경수는 나즈막히 말했다.
"종대..왜그래?"
"뭐가."
"그냥...무슨일 있는거 아니야?"
"연애하나봐."
"진짜? 누구랑? 왜 나한테는 말 안해줬지?"
"진짜고, 누군지는 나도 모르고, 나한테도 말해준거 아니야. 그냥..."
니가 눈치가 드럽게 없을 뿐이야 경수야.
"그럼...애인이랑 싸웠대?"
"그것도 몰라."
"백현이가 모르는 것도 있네?"
"내가 저새끼가 싸웠는지 옷벗고 춤을 추는지 알게 뭐야 니일도 아닌데."
"내일은 아니지만 내친구잖아!"
"니친구니까 이만큼 받아주는거다."
하긴...이런 야밤에 성미에도 맞지않는 술친구를 해줄 변백현은 아니니까.
경수는 어깨를 한번 들썩 하고는 백현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졸리다..."
"자 이제."
"..잘자 백현아..."
"우리 도경수 좋은꿈 꿔."
"...백현이도 좋은 꿈 꿔.."
"어떤게 좋은 꿈인데."
"음...그냥...내가 나오는...?"
정말 졸린지 이제는 비몽사몽한채 제가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경수의 말에 백현은 작게 웃으며 경수의 이마에 살짝 입맞추고 말했다.
"그건 좋은 꿈이 아니고..."
좋다 뿐이냐.
꿈에서까지 널 볼 수 있는건....
"행복한 꿈이지."
손님방에 누워있던 종대는 결국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담배를 챙겨 베란다로 향했다. 분명 변백현이 알면 지랄할텐데. 오늘밤을 술과 담배 없이 보낼 수 있을리 없었다. 아직도 조용하기 만한 휴대폰을 쥐고 있던 종대가 한개피를 다 피우고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 무렵 제 손에 진동이 울렸다.
안받을거야.
나 화났으니까.
절대.
절대로....
절대로 안받을거야..
절대...
"........."
-베이비.
"........"
결국에는 통화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절대....
절대로...그가...
보고 싶었으니까.
-어디야.
"........"
-목소리 안들려 줄거야?
"........"
-또 담배피고 있지.
"........."
-이세상에 담배피는 베이비가 어딨어. 계속 말 안들을거야?
"그럼..."
-.....
"이세상에 지 베이비 두고 그렇게 가는 놈은 어딨냐."
-....종대야.
"말 잘들으면..."
-........
"니 말대로 말도 예쁘게 하고, 담배도 안피고, 밥도 잘먹고 그러면..."
-........
"너한테 내가 첫번째 될 수 있어..?"
-....넌...나한테 이미 중요한 사람이야.
"리스씨한텐 중요한게 많잖아."
-베이비. 오늘 일은 내가 잘못한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런데 니가 신경쓰여서 계약 회의도 제대로 못했어. 내 일상을 이런식으로 흔든다는게 나한테 얼마나 큰일인지 알잖아. 넌 나한테 그런 사람이야. 순서를 따질 필요도 없이.
".....아니야. 끊을게."
그냥...유치하게....
니가 첫번째지 당연히 베이비. 라고...듣고 싶단 말이야.
"....씨발?"
오후에 스케쥴이 잡혀 오전에 촬영을 하기로 해 아침부터 감독과 스텝들이 들이닥친건...그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백현씨. 어쩔 수 없어. 벌칙이 있다고 했었잖아."
그래. 분명 기억하고 있다. 타오에게 선택받지 못한 사람은 벌칙이 있다는...그래....기억은 하는데...
"그래서..지금 저보고...이걸...입으라는..?"
"응."
"하...."
"결과에 승복해 백현씨."
"그..풋...그래..백현아..큭...귀여운데 왜."
백현은 이를 악물고 웃음을 참는 경수를 힘껏 노려봤다. 그래봤자 아까운 내 도경수 닳을까봐 금새 눈을 내리깔았지만. 백현은 소파에 앉아 상쾌한 아침과 어울리지 않게 온몸을 휘감는 절망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벌칙이 이런 건줄 알았다면 과연 욕조에서 타오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아니겠지. 내 도경수 축 쳐지는 꼴은 또 못보니까. 하지만 마음의 준비라도 미리 할 수 있었을텐데...
감독이 백현의 손에 쥐어준 것은 다름 아닌...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는....그 이름도 찬란한...
뽀통령.
뽀로로 옷이었다. 그것도 코스프레에 가까운 아주 커다란. 게다가 머리에 쓰라고 친절하게 가분수형태의머리탈도 함께였다.
하....
"백현씨. 타오깨기 전에 빨리 입어."
백현은 밝에 웃는 뽀로로 얼굴을 쥐고 눈을 감았다.
아빠 노릇 존나 힘드네....
"야..그믄 웃으르그 흐쓸튼드..."
"아니..푸하..!백현아!!너 너무 귀엽다..."
"아 사진 찍지마!"
"왜-이런건 남겨놔야지!!"
"진짜 찍지 말라고 했다."
"타오 나오면 타오 안고 같이 찍어야지."
"......"
결국에는 배가 불뚝하게 나온 뽀로로 옷을 입고 머리탈까지 완벽하게 쓰고 나온 백현의 모습에 경수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온 거실을 굴러다니며 폭소했다. 아니, 희대의 국민 오빠 변백현이 뽀로로 탈을 쓰고 옷까지 갖춰 입은 꼴이라니!!! 이건 소장가지 만땅의 레어템이 분명했다. 아..진짜..이 프로그램 하기 너무 잘한것 같아. 도경수는 정말 이런 벌칙을 생각한 감독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찬가지로 백현의 저런꼴을 보다니...감독 역시 경수를 선택해준 타오에게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랄까.
도경수때문에 고생을 사서 하는..진실을 홀로 간직한 변백현만 뽀로로 인형탈 속에서 송글송글 맺히는 땀을 속절없이 흘려댈 뿐이고.
"와-뽀로로다!!!!뽀로로!!!!!"
드디어 잠에서 깬 타오가 의젓하게 방문을 열고 나오다가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뽀로로의 모습에 단박에 달려가 그 볼록한 배에 안겼다. 어정쩡히 서있던 뽀로로(탈을 쓴 변백현)는 어색하게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타오야-뽀로로 진짜 크다 그치?"
"녜!!!"
"타오 뽀로로 좋아해?"
"조아여!!타오 뽀로로 엄청 조아해여!!뽀로로!!뽀로로!!!"
"타오야, 뽀로로한테 타오 안아주세요-해."
"뽀로로!!타오 안아주셰여!!"
어느새 허리에 손을 얹고 있던 뽀로로는 어깨를 한번 들썩(아마도 한숨울 쉬는듯)하고는 타오를 안아들었다. 타오는 계속해서 뽀로로의 얼굴을 만져대며 웃기에 바빴다. 아이가 밝은 웃음을 찾고 크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경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변백현이 최고야.
"엄마!!타오 뽀로로랑 찰칵 해주셰여!!"
타오의 말에 눈에 띄게 어깨를 움찔한 뽀로로가 한팔을 연신 흔들었지만 제게 인사를 하는 듯한 모습에 타오 역시 크게 반갑다고 뽀로로에게 같이 손을 흔들 뿐이었다.
아니...아들..안녕이 아니고 사진 안된다고...니 아빠 이미지 이런거 아니야...
그런 변백현의 마음을 알리 없는 아들과 알아도 아는 체 할 마음이 없는 마누라의 합동 사진 공격에 변백현은 결국 현시대의 가장들이 겪어야 하는 뼈아픈 고통을 느꼈다. 그래..내 마누라랑 아들이 좋다는데 이깟 뽀로로가 문제겠어...이미지가 대수겠어.
포기를 하고나니 의외로 마음이 가벼워진 백현은 이제 허리에 손을 얹고 타오와 함께 세계로!!포즈를 취하기도 했고 타오와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를 하기도 했으며, 종국에는 그 큰 얼굴에 꽃받침을 하고 좌우로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감독은 생각했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희대의 국민오빠 변백현을 한순간에 동네바보로 만드는건지...감독은 내적웃음 삼키느라 숨을 못 쉴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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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이 이 모습이었어요. 풋.(말을 잇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