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에 멈춰 서있는데,
세상은 쉽게 쉽게 변해가네.
임현정 '나는 어디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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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구가 태양을 네번 이라는 곡이었습니다.
아 어느새 마지막 곡을 향해 왔는데요...
사실 이 노래를 저희 사장님이 너무 좋아하세요.
그래서 계속 불러달라 불러달라 많이 하셨는데 저희 끝곡으로 이 노래 불러드리고 가려고 합니다.
활동안하신지 좀 오래되신 분이라 모르실 수도 있지만 아시는 분은 또 아실거 같기에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종종 걸어오다 멈춰 두리번대다가 너와 마주친 시선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발 끝만 보다가 천천히 올려봐
커지는 눈 조금씩 벌어지는 입술
내 심장이 귓가를 울려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발 끝만 보다가 천천히 올려봐
커지는 눈 조금씩 벌어지는 입술
내 심장이 귓가를 울려
.....
사실 노래 후렴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노래가 누구꺼인지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그저 밴드가 좋아하는 오래된 노래를 한곡 부르는 것이겠거니 했었던 것 같다.
뒤통수를 맞은듯 머리가 너무 아팠다.
11년전에 내가 불렀던 나의 노래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콘서트에서 앵콜곡으로 불렀다는 느낌
그리고 굉장히 추억속에 묻힌 가수처럼 소개 되었다는 것
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
나는 멈춰있는데 시간은 흘렀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나만 멈춰있었다. 이 넓은 세상에서 나만 멈춰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을때부터
내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41살에 성장통을 앓고 있다.
물론, 나의 노래를 불러준 그들에게 너무 감사한다.
큰 영광이다. 음반도 많이 팔리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그들에게 내 노래가 간택되어 불러진다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근데...
저들이 나의 노래를 부른다고 해도 아무도 내가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이라는 것은 모를 것이다.
사실 그 노래 원곡자는 저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딱히 증거도 없고 애매했으니까.
4월 6일 밤 11시
이태원 homestead coffee
남우현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색한 가운데 시간을 흘러간다.
고민끝에 그는 입을 연다.
"괜찮아?"
"어...어...좀 많이 당황스럽다. 괜찮아 제법"
"그러게 나도 예측하지 못한"
"아냐 나도 그 노래를 그런 곳에서 들을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는데 뭐"
"아...그치...너 노래 낸지는 얼마나 됐더라..."
"나...한 8년 됐을걸?"
"그럼...너 8년동안 아무것도 안한건가"
"아냐!!!! 나 작업은 했어!!!!! 진짜!
그러니까...아무것도 안하고...지금이 2014년이니까...
내가 2009년까지는 작업을 했으니까...10,11,12,13,14 5년 아... 5년이네 응. 5년이야"
"너...홍대 같은데서 공연이라도 해봐. 너정도면 꽤 높게 쳐주지 않나?"
"글쎄...10년전에 부른 노래 가지고는 약하지 않나..."
"그런가...에고..하여튼 나도 너도 많이 놀랐다... 집에 가자. 데려다 줄게"
"고마워"
우현이의 차를 타고 가면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
차안에 있는 CDP는 나의 네번째 노래를 송출한다.
'60초면 충분한 story...내맘 속으로 넌 돌아왔어...'
이 노래가 오늘따라 유독 내 노래 같지가 않다.
남의 노래 같다...
언젠가 무대에 서는 것이 겁이 났던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
'어디 잘하나 못하나 한번 보자'이런 평가하는 눈빛...
정말 무서웠고 나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다.
늘 라이브에 대한 울렁증이 있었고 음반활동을 평탄하게 하지 못했다.
차라리 라디오가 편했다. 라디오는 이야기를 하다 해서 편한데 tv는 바로 음악으로 훅 들어가야했으니까...
적어도 나는 내 노래를 설명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런거니까...
아...많이 아팠었지. 이때...디스크도 앓고...노래도 히트하고 작업만 2년이 걸려서 앨범 나오자마자 쓰러지고
근데 영화에 들어가고. 하여튼 특이한 노래였어.
집에 들어가자마자 침대밑에 넣어두었던 박스를 깐다.
나의 CD들이 들어있는 박스...
소속사에서 많이 팔릴거라고 생각해 많이 찍었다.
물론 많이 팔렸다. 10만장 가까이 그러나 다팔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재고중 2-3천장을 집에다 창고처럼 쌓아두었다.
그 뒤로 처다본 기억이 없는데...
다 꺼내본다.
처참히 실패했던 첫번째 CD가 3박스
2번째 노래는 5박스
3번째 노래는 2박스
4번째 노래는 8박스
5번째는 6박스
아 더 인피니트도 있구나...이거는 한 상자밖에 없네.
집에 CD만 2000장 가까이 쌓아놓았던가...
내 노래가 담겨있는 CD의 비닐을 깐다.
오랜만에 네임펜도 꺼냈고 뭔가 오늘 내 노래를 불러준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CD위에 싸인과 함께
편지를 쓴다.
일단...대상이 확실해야하기에 인터넷 검색을 한다.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
데뷔 2001년 1집 앨범 [Reflection of]
울림엔터테인먼트...라....기획사를 검색한다.
대표 김명수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다음날 아침 김성규의 싸인CD 5장은 우체국 택배를 타고 성산동으로 떠나갔다.
다음날 아침 김성규의 싸인CD 5장은 우체국 택배를 타고 성산동으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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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위에 쓴 아티스트 김성규 의 멘트]
"Dear.김명수 대표님....고맙습니다."
"Dear. 김종완님 60초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넬 공연 너무 잘 보았습니다"
"Dear. 이재경님 오늘 너무 멋있었습니다."
"Dear.이정훈님 오늘 공연 너무 잘 보았어요. 넬 화이팅"
"Dear.정재원님 드럼 연주 환상환상! 고맙습니다. 60초를 기억해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