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 선배 왜 김탄소는 회의 안 와도 봐주는데요."
제가 회의에 오지 않은 탄소를 찾자 지민은 이유를 이야기 해줬다, 그럼에도 화를 내거나 혼내지도 않고 그냥 있는 저에 입을 부루퉁 튀어 나왔다. 아마 제가 전에 회의에 오지 않은 자신은 호되게 혼내고 탄소는 그냥 두어 삐진 게 틀림 없으리라. 속으로 생각했다, 지민아. 조금만 기다려라. 너가 더 크면 형의 맘을 이해 할 수 있을거다, 어찌 귀엽고 예쁜 탄소를 혼내겠냐. 속으로 말 하고 그냥 회의를 하자며 안건을 진행 했다. 준비한 4가지의 안건이 다 끝이나도 안 오는 너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음 제 귀에 분명 들릴테니 말이다.
"형, 그럼 제가 김탄소한테 학생부실로 가라 할게요."
회의에 사용한 자료를 정리해 책상 한 쪽으로 둔 지민은 제 짐을 챙겨 일어섰다, 작은 필통과 노트에 파일이 전부였지만 낑낑 거리는 지민에 웃겨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이 단단히 일러 둔 건지 5분도 안 돼 학생부실을 찾은 너에 장난으로 볼을 꼬집자 너는 아프다며 찡찡 거렸다, 제 볼을 꼬집겠다며 손 뻗는 너에 제가 피했지만. 아쉬움이 가득한 니 표정에 실컷 웃었다. 아직은 애다.
전전김김! 結
부제 : 결국엔 용기 있는 자가 얻게 되는 것.
사실 제게 탄소는 친한 친구의 동생이였다, 뭐 친동생은 아니고 사촌동생. 어릴 땐 바로 옆집에 서로 살았다, 가운데 탄소의 집을 끼고 좌우로 저와 제 친구인 윤기가 살았으니까. 저녁 밥을 먹고 삼삼오오 모여 늘 함께 놀았다, 어릴 때 그저 제게 결혼하자는 탄소는 재밌고 귀엽기만 한 동생이였다. 중학교를 다니기 전 초등학생 때 윤기가 시골로 내려가고 저는 옆 동네로 이사를 갔다, 그 덕에 중학교 3년 내내 탄소를 보지 못 했다. 그리고 지금 이 고등학교, 시원고를 다니며 다시 마주했다. 오랜만에 본 너는 꽤 많이 변해 있었다. 마냥 어릴 때와 달리 더 예뻐진 얼굴에 제 나이 또래와 달리 풍기는 분위기, 그래 저는 오랜만에 본 친구의 동생을 좋아 하게 되었다. 어릴 때 부터 저를 잘 따르던 너는 저와 함께 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다. 운이 좋게 둘이 함께 당선이 되었고, 저는 회장 너는 부회장. 함께 활동 해 나갔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늘 제게 오던 니가 어느 순간 뜸 했을까, 너와 함께 학생부에 들어온 지민은 제게 말 해 왔다. 수영부, 전정국을 보러 다닌다고. 저도 정국이라 함은 몇 번 들어 본 적 있었다, 수영부 에이스였다. 뉴스에도 몇 번 나오는 수영 유망주. 꽤나 재밌게 되었다, 너는 오늘처럼 종종 수영부에 간다고 회의를 빠졌었고 그걸 지민은 제게 이야기 해 왔다. 지민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유는 알 수 있었다, 그 잘난 수영 유망주 님 때문이겠지. 그래도 욕심 내거나 조바심 내지 않았다, 니가 행복하면 좋으니까. 그런데 이게 뭔지 길도 잘 못 들어 울고 있는 니 얼굴에 열이 올랐다. 이유는 안 봐도 뻔했다, 소원과 함께 있는 유망주를 보았겠지. 저도 보았으니 말이다. 너를 불러 니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떡볶이를 사줬다. 언제 울었냐는 듯 좋아진 표정이 귀여웠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조심히 가, 여기서 늘 타던 버스 타고."
'응, 알겠어!' 제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대충 답 하는 너에 뒤돌아 학원으로 향했다, 아직도 애였다. 영락 없는 애, 윙윙 제 바지 주머니에 넣어 놓은 핸드폰이 울리고 꺼내 들자 익숙한 이름에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윤기였다, 제 오랜 친구.
학생부는 캠페인 준비로 바빴다, 그 덕에 정국도 태형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뭐 그 날 소원과 우산을 쓰고 가는 정국에 맘을 접기로 결심 했지만 그게 어디 뭐 쉬운가. 그 사이 저는 태형과 많이 친해졌다, 몇 번은 태형의 훈련을 기다렸다 같이 하교 하기도 했다. 전정국은 탐탁치 않다는 눈으로 바라 봤지만 애써 무시했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송소원 썸남 주제. 전교엔 이미 파다한 소문이였다, 정국과 소원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저만 맘 고생 돈 고생 했지 뭔가. 석진이 이것 저것 아이디어를 낸 덕에 캠페인은 박차를 가했다. 석진이 말한대로 문구를 준비 했고 그것을 인쇄해 여기 저기 돌렸다, 선생님들도 좋다며 웃었고 그 덕에 일도 술술 풀렸다. 저 처럼 조금 지친 듯한 석진의 표정에 웃겼다, 어릴 적 우리가 저녁을 먹고 모여 놀 때 계속 집에 안 가겠다는 저에 지친 그 표정 같아서. 어느덧 하나 둘 떠나고 저와 석진만 남은 학생부실은 고요했다, 너무나 조용해 뒤돌자 석진이 쇼파에 앉아 잠에 들었다. 애도 아니고, 툴툴 거리며 제 가방에 들어 있던 담요를 꺼내 석진에게 덮어줬다. 오빠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잘생겼네. 태형이도 잘생겼는데, 뒤이어 든 생각에 제가 미친 거 아닌가 싶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피곤해서 그런 게 틀림 없다. 저도 한숨만 자고 일어나 석진과 이 일을 마무리 해야겠다 싶어 쇼파에 기대 앉았다.
"으…."
얼마나 잔 건지, 쇼파에서 일어나자 온 몸이 찌뿌둥 했다. 제가 석진에게 덮어준 담요는 어느 새 제가 덮고 있었다. 뜨이지 않는 눈을 대충 부비며 확인하자 벌써 밖은 어두웠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석진이 마무리해 끝이 난 뒤였다. 그럼에도 저를 깨우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석진에 고마워 입을 열었다.
"그, 고마…."
제가 하려던 말이 뭔지 알았다는 듯 조심스레 제 손가락을 내 입술 위에 올려 쉿이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석진에 알겠다며 고갤 끄덕였다, 뜬금 없기는. 이런 저런 생각도 잠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가방을 챙겼다. 가방을 챙기는 제 모습에 이제 갈까라며 학생부실 문을 잠그는 석진에 총총 걸음으로 따라 학교를 나섰다, 어젠 춥더니 오늘은 덥다. 덥다는 제 말에 석진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어주며 배탈나, 하나만이야 라고 하는 거 아닌가. 역시 쌩뚱 맞아. 석진이 사준 요거트맛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달다. 맛있어, 시원해. 머릿 속은 아이스크림으로 가득했다, 멍하니 앉아 아이스크림만 먹는 저에 석진이 버스에 타자며 저를 일으켰다. 이젠 집으로 향할 시간이였다.
태형을 보러 자주 수영장에 오더니 어느 새 또 오지 않는 너였다, 저처럼 호석도 궁금 했는지 태형에게 묻자 녀석은 수모를 벗다 말고 답 했다. 무슨 학생부 캠페인으로 바쁘다며, 제가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것도 잠시. 학생부라는 말에 별안간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학생회장 김석진. 소원이 몇 번 제게 이야기 한 적 있던 사람이였다, 똑똑하고 잘생겼다며 어쩌고 저쩌고. 학생부에서 하는 거면 같이 있으려나, 별별 생각에 고개를 두어번 저었다. 훔쳐 듣던 태형과 호석에 대화에서 신경을 끄고 제 레인에 섰다, 내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열릴 것이였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버금 갈 그런. 태형도 저처럼 그 대회를 준비 했지만 욕심은 없어 보였다, 텐션을 올리지도 컨디션을 조절 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제 라인에 서 수경을 고쳐 쓰고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첨벙. 커다란 소리를 내며 물 속에 들어서 팔 다리를 움직였다. 점점 붙는 속도에 반환점도 어느 새 코 앞이였다, 반환점을 돌아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라는 생각도 잠시 제 옆 라인으로 태형이 또 뛰어 들었다. 텐션을 올리지도 컨디션을 조절 하지도 않은 녀석이 저보다 기록은 좋았다. 물 위로 나와 거칠게 수경을 벗어 던져 확인한 기록은 쓰레기였다. 3분대였다, 저는 왜 속도가 붙었다 생각 했을까. 그에 반해 태형은 또 2분 10초대였다, 정말 수영부원들의 농담처럼 녀석은 약이라도 한 거 같았다.
"야, 정국아. 요즘 힘드냐."
거칠게 수경을 벗는 제게 말을 거는 태형에 고갤 저었다, 힘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컨디션도 텐션도 최고였다. 그런데 제 기록은 최악이였다, 이대로 간다면 내일 경기에서 저는 메달은 욕심도 못 냈다. 오히려 쪽팔릴 것이였다, 이리 저조한 제 기록은. 대충 태형에게 둘러대며 탈의실로 들어왔다, 대충 수모도 벗어 던지고 샤워실로 향했다. 기분이 울적하니 오후 훈련은 째는 것이 좋을 것이였다.
캠페인은 나름 성공적이였다, 효과도 있었고 반응도 좋았으니까. 학생부실에서 열린 조촐한 파티에 모두 석진을 칭찬했다. 제가 봐도 그럴 사람이였으니까, 어릴 때 부터 석진은 그런 사람이였다. 파티라 해봤자 뭐 치킨에 피자가 다였다, 제가 좋아하는 포테이토 피자를 제 앞으로 슬쩍 밀어 주는 석진에 쳐다보자 싱긋 웃으며 입모양으로 제게 말을 걸어 왔다.
'많이, 먹어.'
그리고 그 이상한 윙크도 까먹지 않았다, 제가 다른 여학생들 같았음 좋다고 석진에게 반할 거 같은 그런 윙크였지만 뭐 저는 다른 여학생이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포테이토 피자를 한 입 먹었다. 제 입을 가득 채우는 포만감에 기분이 좋았다, 한 입 먹고나니 슬쩍 제 앞으로 피자를 밀어준 석진이 고마운 거 같기도 해 석진이 좋아하는 치킨을 석진 앞으로 몰래 밀었다. 어떻게 안 건지 저를 보는 석진에 저도 석진처럼 입모양으로 말을 걸었다.
'오빠도, 많이 먹어."
제 입모양을 알아 들은 건지 또 윙크하는 석진에 모른 척 고갤 돌렸다, 그 덕분에 양볼이 터져라 먹고 있던 지민과 눈이 마주쳐 웃겨 죽을 뻔 했다. 다람쥐도 아니고 쟤는 저게 뭐야 맨날. 제 손에 들린 피자를 먹고 제 앞에 놓인 콜라를 한 입 더 마셨다, 시원하니 좋다. 이런 걸 피서라고 해야지 라며 혼자만의 생각에 심취해 피자를 먹고 배가 불러 쇼파에 기대 쉬었다.
오후 훈련이 시작 되었고 감독님은 늘 그렇듯 안 온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대회가 하루 전인데 있겠나 싶었지만 한 사람 있었다. 정국이였다, 무슨 배짱인지 당당히 짐까지 다 들고 사라진 정국에 감독님은 알아서 훈련 하라며 핸드폰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싸해진 분위기에 수모를 고쳐 쓰고 레인 앞에 섰다, 오늘로 8번째였다. 내일 제게 있을 경기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뭐 국가대표전도 중요하긴 하지만. 내일은 탄소에게 어렵게 구한 티켓을 주고 보러 오라 한 첫 경기였기에 저는 메달을 따야했다, 뻔하고 뻔한 고백이지만 메달을 따 네게 주며 고백 할 것이였다. 그럴려면 오늘 죽어라 연습해고 부족했다. 얼른 이 레인을 제 것으로 갖고 놀아야 하니까, 휘슬이 울리고 저는 레인 속으로 뛰어 들었다.
"너 요즘 장난 없다 김태형~?"
제게 장난치며 물어 오는 호석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봐도 그랬다. 전보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 했다. 제가 해야 할 목표가 더 뚜렷해졌으니까. 팔이나 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전보다 더 자유로워진 기분이였다, 강박에서 벗어난 기분. 계속 제 옆에서 저를 놀려대는 호석에 가볍게 대응하고 물을 꺼내 마셨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포카리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니가 한참 정국을 쫓아 다닐 때 사온 그 음료수다, 하나 둘 주인을 찾아갔고 봉지엔 딱 4개가 남아 있었다. 아마 전부 정국의 것이였겠지만 녀석은 찾아 가지도 않았다. 주인 없이 홀로 버려지 이틀이나 방치 되어 있었다, 처음에 저걸 주웠을 때는 돈이 아깝다는 맘이였지만 지금은 아니였다. 내가 그 때도 아마 널 좋아했었나 싶어 마른 웃음이 나왔다. 얼른 마저 연습하고 집에 가 쉬어야 겠다, 내일 있을 경기는 제 인생을 바꿀 경기니까.
얼마 전 태형이 제게 건네준 티켓에 고민하고 고민했다, 수영 전국 연합회에서 하는 대회였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거라 이번에 운 좋게 출전 할 수 있다며 생글생글 웃던 니 모습이 떠올라 어쩔 수 없이 짐을 챙겼다. 니가 먹을 간식이며 널 응원 할 때 쓸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챙기자 어느 새 가방에 한짐 가득했다. 대충 가방을 챙겨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올해는 서울에서 한다며 신이 났던 니 얼굴이 생각나 눈 앞에 보이는 큰 운동장에 내려 수영장을 찾았다. 뭐 이리 사람이 많은지 붐비는 현장에 조심스레 너를 찾았다. 그러다 이내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고갤 돌려 다시 너를 찾기에 급급했다, 정국도 수영부임을 까먹고 있었다. 뭐 그건 제 실수지, 그리고 이젠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괜찮다라고 세뇌이며 너를 찾았다. '태형아…!' 너를 부르는 것도 잠시, 긴장 가득해 보이는 얼굴에 조심스레 다가가 제가 준비 해 온 음료수로 니 얼굴을 누르자 놀라 저를 쳐다 봤다.
"어, 너 아니…."
제가 오라고 해 놓고 온 저에 놀란 듯 보이는 너에 니 라인 옆에 음료수를 두고 손을 흔들었다, '구경 하고 있을게 열심히 화이팅!' 조심스레 인사하고 계단을 따라 제 자리로 향했다. 이거 뭐 콘서트랑 비슷하네. 자리에 앉아 저를 보는 태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선수들 모두 준비 해주시길 바랍니다.'
단조로운 방송에 잠시나 풀렸던 긴장도 다시 시작 되었다, 저는 7번 레인이였고 정국은 1번 레인이였다. 정국 쪽을 한 번 쳐다보고 수경을 썼다. 좀 있음 휘슬이 울릴 터였다. 연습 하던 거 처럼 최선을 다 하면 된다. 큰 수영장을 울리는 휘슬에 제 라인 속으로 뛰어 들었다. 경기도 제 인생의 2막도 이제 시작이였다. 제 바로 옆 8번 레인에서 치고 올리는 현원고 유망주 김남준에 놀란 것도 잠시 저도 텐션을 끌어 올릴 때 였다. 하나, 둘. 하나, 둘. 제 머릿 속에 규칙으로 팔 다리를 움직였다. 정국과 남준이란 유망주 사이 동메달도 감사 하겠지만 오늘은 모양이 좀 나야하기에 팔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두번째로 반환점을 돌았다. 남준이 반환점에서 처진 사이 첫번째로 반환점을 돈 정국의 뒤를 쫓아 앞으로 향했다. 잘 나아가던 정국이 고통을 호소하며 레인에서 멈췄다, 그에 시선이 옆으로 팔린 것도 잠시 온 힘을 다 해 도착 지점에 터치 했다. 제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 순위는 끝이 났다.
'1등이 나왔습니다, 7번 레인 서원고 김태형. 그리고 선두로 달리던 1번 레인 전정국 선수가 이상한데요, 그 뒤를 이어 8번 레인 김남준, 5번 레인 김태진 선수가 들어 왔습니다. '
물 위로 올라와 전광판을 보며 숨을 고르는 것도 잠시, 제 동기들과 감독님이 1번 레인에 몰려 정국을 걱정 했다. 너 답지 않은 실수였다, 컨디션 난조로 인한 근육 경련이였다. 주치의는 대충 수습을 하고 현장을 나섰다. 세상 모든 것을 잃은 표정, 초점 없는 두 눈. 우울히 앉아 있던 너는 수경과 수모를 벗어 던지고 탈의실을 향해 걸어 나갔다. 서원고 유망주 전정국의 어이 없는 실수였다, 제가 이루고 싶음을 이뤘지만 친구의 고통에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저도 정국을 따라 탈의실로 향했다, 오늘 제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 용기를 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티켓을 구해 달라며 애걸복걸 하던 소원에게 힘들게 구해주었지만 경기를 보러 오지는 않았다, 허무한 사람. 그래도 저는 늘 하던 것처럼 잘 하면 된다라며 자기세뇌를 하던 중 너외 눈이 마주쳤다, 어쩐 일일까. 전 처럼 저를 보러 온 사람으로 대할 뻔 한 것도 잠시. 먼저 뒤를 돌아 제게서 멀어지는 너에 느꼈다, 제가 아닌 태형을 보러 온 거구나.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몸을 풀려던 것도 잠시 그냥 포기하고 레인 앞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구경했다. 구경도 잠깐 이제 경기를 시작 하겠다는 말에 라인 앞에 섰다, 늘 하듯 오늘도 하면 되는 것이다. 1번 레인의 저에게 위험 한 건 8번 레인의 김남준이였다, 현원고 에이스 김남준. 저와 중학교 때 부터 나란히 앞 다투던 그 자식. 오늘 완전히 끝을 내겠다는 각오로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경기가 시작 되자 마자 8번 레인에서 녀석은 빠르게 치고 올랐다, 그에 노브레싱으로 반환점을 터치하고 돌자 어쩐 일인지 제 다음으로 태형이 반환점을 돌았다. 물이 오른 녀석의 실력에 감탄도 잠시 중간에서 저는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제 오른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쓸수 없는 근육에 레인 구분 선을 잡고 버텼다. 그 사이 너는 치고 나가 결국 1등으로 도착 지점을 터치 했다. 제가 바라던 결과였다, 결국 메달 순위 안에 제 이름 없었다. 저를 향해 달려온 감독님과 다른 부원들에 괜찮다며 이야기 하고 탈의실로 향했다. 니가 구경 온 경기에 1등은 제가 아니라 태형이였고, 니가 보러 온 사람도 제가 아닌 태형이였다. 말 할 수 없는 배신감에 치가 떨렸다. 대충 옷을 벗고 샤워기를 틀어 씻기 시작했다, 갑자기 멈춘 제 근육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심상치 않은 경기장 분위기에 당황한 것도 잠시 가만히 멈춰 레인 경계선을 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정국에 당장 내려가고 싶지만 그럴 순 없었다, 경기 중이였고 저는 이제 정국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으니까. 뒤 늦게 경기장에 들어온 소원이 제게 아는 척 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조심스레 살핀 소원의 반응 저보다 더 난리였다. 뭐 그렇겠지, 남자친구가 그랬는데. 한숨을 푹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태형에게 문자 했다, 남쪽 문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그 곳이 탈의실 입구랑 가장 가깝다고 했으니까 거기 서 있으면 될 거다. 남은 제 집을 챙겨들고 남쪽문을 향해 걸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핸드폰을 꺼내 요즘 재밌다며 지민이 추천한 게임을 했다, 재밌긴 재밌는데 생명이 없으면 지금 나처럼 별로다. 에이씨, 이제 죽었네. 뭐 하면서 기다리지 고민하던 제게 익숙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 왔다.
"김탄소."
누군가 싶어 뒤돌자 정국이 저를 바라봤다, 아까 괜찮았냐고 물으려던 제 말을 자르고 녀석은 제게 말을 건넸다.
"좋겠다, 김태형이 1등 해서."
자기 할 말만 하고 저를 등지고 가는 정국에 어이가 없었다, 슬퍼 보이고 화나 보이는 눈. 제가 아무리 뒤에서 불러도 한 번도 뒤 돌아 보지 않는 정국에 포기했다. 소원이 어차피 저를 기다리고 있던데 같이 밥이나 먹겠지 또. 다시 목구멍을 통해 한숨이 짙게 서렸다. 그렇게 저를 두고간 정국에 별 생각을 다 하며 기다리고 있자 태형이 나왔다, 밥을 먹으러 가자며 신이난 얼굴이였다. 뭘 먹을지 실컷 고민하다 태형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으러 들어왔다, 인테리어도 꽤 고급져 보였고 가격도 그에 걸맞게 비싼 가격이였다. 맛은 있으려나, 태형이 추천하는 B세트를 주문해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궁금한 것도 묻고 한동안 하지 못 한 이야기도 실컷 하는 사이 햄버거가 우리 앞에 놓여진 햄버거에 태형이 입맛을 다셨다.
"근데, 의외더라 김태형?"
의외라며 어깨를 으쓱이는 제가 싫었는지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다 이내 가방에서 뭘 꺼내더니 제게 내 밀었다, 잘 살펴 보니 메달 아닌가. 전국수영협회라며 적힌 이름에 괜히 제가 뿌듯해 웃자 태형이 말을 이어 왔다, 태형의 말에 들고 있는 감자 튀김을 떨어 뜨리자 녀석은 아깝다며 핀잔을 주었지만 핀잔은 들리지 않고 아까 니가 한 말만 생각 날 뿐이였다.
"금메달도 땄는데, 우리 연애 할까?"
2학년 수영부 전정국 X 정국에게 삽질 중인 김탄소 X 2학년 수영부 김태형 X 학생회장 김석진
안녕하세요,斐 입니다.
전전김김이 본편 4편으로 끝이 났습니다, 본편이 끝이 났으니 제목에 대해 이야기 해 드려야 할 거 같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전전김김은, 전정국! 전정국? 김석진? 김태형! 이였는데요.
사실 제목에 대해서 풀면 주인공은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는 그런 작품이였습니다, 이야기 진행 도중 흘리기도 많이 흘렸지만 주인공은 태형인데요. 석진은 탄소를 좋아 했지만 타이밍을 놓친 사람일 뿐이였고 언제나 타이밍이 오면 저돌적이였던 태형이 주인공 입니다.
또 이름은 전전긍긍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정국 때문에 전전긍긍 하는 탄소가 결국 사랑을 찾았다는 뭐 말 장난이기도 합니다.
이 뒷부분은 2편 정도의 간략한 외전으로 찾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비루한 마무리외 제목에 대한 설명이지만 의미가 전달 되길 바라며 끝내도록 하갰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