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봐도 어이가 없었다, 이리 숨이 차오르면서도 계속 뛰고 또 뛰는 이유가 고작 너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제게 선택지는 몇 없었다. 제게 있는 선택지는 너한테 가던가, 가던가. 그냥 가는 게 우선 순위였다.
니가 부탁한 내용도 어이 없었다, 왜 내가 클럽에 있는 너한테 피임약을 사다 주는지. 태형이 들으면 미쳤다며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맞다.
미친 게 틀림 없지. 허겁지겁 약국에 들러 피임약을 달라 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충 택시를 타고 온 클럽.
니가 있을 룸으로 들어갔다, 비참해 죽겠다.
관계와 흡연의 유사성
"야, 얼른 쳐. 니 차례야."
내일까지라는 김교수님의 과제를 끝내려면 벅찬 시간이였다, 정확하게 9월 1일 오후 6시까지 제출인 김교수의 영화 분석 및 평론이라는
과제를 하기엔 벅차고 벅찬시간이였다. 총 3편의 영화를 보고 분석하려면 저는 이미 집에 있어야 했다, 그런 저를 방해한 건 다름 아닌 정국이였다.
마치고 태형과 당구 내기 할 건데 같이 가자는 그 절대적인 말, 목구멍으로 욕이 차 올랐지만 어느 새 저는 정국과 당구장에 있었다.
저를 데려온 건 본인임에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내기만 하는 정국에 지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대충 볼 영화를 정리하고 시간을 정리했다.
아슬 아슬 하지만 내일 오후 6시까지는 제출 할 수 있겠다. 안심이 되자 눈에 들어 오지 않는 것들이 들어왔다.
당구대 위에 기대 앉아 담배를 물고 있는 태형, 그 옆에 인상을 찌푸린 채 큐대로 공을 조준하는 정국. 그리고 멍청하게 쇼파에 앉아
둘을 바라보는 저, 있을 수 없는 조합이였다.
"야, 전정국."
저를 부르는 태형에 정국은 찌푸린 인상을 더 찌푸렸다, 아마도 태형에게서 폴폴 풍기는 담배 냄새 때문이겠지.
그 사실을 안다는 듯 태형은 익살스럽게 웃고 제게 가득찬 담배 연기를 뱉어냈다, 하얀 구름처럼 담배 연기가 정국의 얼굴을 뒤덮었다.
그에 화가난 듯 정국은 태형을 밀쳤다, 늘 있는 일이였다. 화가난 정국, 신이난 태형. 그리고 바보처럼 구경하는 저.
태형은 재밌다는 듯 제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그리곤 대충 바닥에 담배를 버리고 다시 제 주머니를 뒤졌다. 아마 새 담배를 찾는 것이겠지.
태형의 나쁜 버릇이였다, 반 쯤 피면 담배를 늘 버렸다. 왜인지는 저도 모르겠으나, 맛이 다르다며 웃었다 녀석은.
"이겼으니까 나중에 밥 사라."
끝이 안 날 것 같던 내기도 11시가 되니 끝이 났다, 앉아서 구경만 하던터라 몸이 찌뿌둥 하니 고장난 기계 같았다.
내기에서 이겨 신이난 태형은 대충 제 손을 바지에 닦으며 또 담배를 꺼내 들었다, 정국과 내기 하는 3시간 동안 총 8개의 담배를 태웠다.
병처럼, 들었다 놨다. 불안한 듯 손을 떨기도 했다. 그에 정국은 비웃었지만. 결국 내기에 이긴 것은 태형이였다.
"탄소야, 오늘도 좀 부탁할게."
너는 그렇게 말 하고 제 손에 3만원을 쥐어줬다, 니 여자친구가 쓸 피임약을 사오라는 거겠지.
눈을 뜨면 니 여자친구는 바뀐다, 어제는 소정이. 오늘은 혜원이, 몇 몇이 왔다 갔다 너는 이름도 모를 그런 무수한 여자친구들이였다.
저는 제게 무례한 부탁을 하는 너를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싫다. 이런 날은 저도 태형처럼 담배를 피고 싶었다.
피지도 못 하면서, 저번에 사둔 담배곽을 꼭 쥐었다. 내가 태형이라면, 담배를 피겠지 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며.
자신을 짝사랑 하는 것을 알며 이용하는 전정국 X 8년째 짝사랑 중인 김탄소 X 사랑은 없다 말하는 김태형
안녕하세요, 斐 입니다.
마무리 하겠다던 전전김김의 외전은 안 써오고 새 작품으로 찾아와 죄송합니다.
흡연에 대해 무수히 많은 언급이 되지만 흡연을 권장 한다거나 하는 취지의 글은 아닙니다.
이 글은 총 20편 정도로 제가 써오던 글에 비하면 중편에 속할 듯 합니다.
다들 안온한 밤 되시길 바라고, 조만간 외전으로 찾아 오겠습니다.
오늘 예고편 후로 올라올 편들은 10~15 포인트 정도 소요 될 것으로 예상 됩니다.
소요될 포인트 만큼 좋은 글로 찾아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