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뒁네슈퍼/굿베이/성장통
백도 잠시 소금물에 빠집니다.
짠내가 납니다.
설탕은 쭈-왁 다 뺐습니다.
"어, 너 왜이렇게 일찍왔어. 끝났으면 오빠한테 전화했어야지. 왜 혼자왔어."
벨도 누르지 않고 집으로 들어온 제게 백현은 놀란 눈으로 작게 탓해왔다. 그런 백현의 품에는 타오가 안겨있었다. 경수는 곧 백현에게 다가가 말없이 타오를 안아들었다. 백현은 제게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아이를 데려가는 경수를 멍하게 볼 뿐이었다.
"감독님."
"어..경수씨."
"죄송한데요, 오늘 하루만 타오 좀 맡아주실래요."
"...어?"
"도경수. 지금 뭐하는 거야."
"오늘 하루만요 감독님. 무례한 부탁인거 아는데 오늘만 좀 부탁드릴게요. 내일 아침 일찍 데리러 갈게요. 그래도 안될까요?"
"아니..뭐...어려운 일은 아닌데...."
"도경수. 너 지금 뭐하는거냐고. 내 말 안들려?"
백현이 경수의 팔을 잡았지만 조용히 뿌리친 경수는 곧 품에 안아든 타오에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우리 예쁜 아들. 오늘 하루만 아저씨네 가서 코-하자. 엄마가 미안해."
"...왜여..? 엄마 아빠랑 가치 이쓰면 안대여..?"
"음..오늘은 엄마랑 아빠랑 꼭 해야할 일이 있는데 타오랑 빨리 놀아주려면 얼른 끝내야 하잖아. 그렇지?"
"...녜."
"엄마랑 내일은 꼭 소풍가자. 타오 어린이날인데 선물도 못주고 미안해? 내일 뽀로로도 사러가자."
"...엄마..."
"우리 타오 착하지? 조금 있다가 자기 전에 아저씨한테 엄마한테 전화 걸어 주세요-해. 그럼 엄마한테 전화해 주실거야. 엄마가 자장가 불러주고 내일 아침에 우리 타오 깨기전에 미리 가있을게."
"...녜."
"우리 아가 불안해하지말고 아저씨 말 잘듣고 치카치카도 꼭 잘하고 울지말고. 알겠지?"
"...녜 엄마."
"아빠한테 뽀뽀하고 인사."
그때까지 가만히 제가 하는 양을 보고만 있던 백현에게 돌아서 마주했다. 경수의 품에 안겨 아빠...다녀오게씀니다. 하고 입술을 살짝 내미는 아이에게 다가간 백현은 제 볼을 대주었다. 쪽-하고 떨어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임마. 왜 또 기가 죽었어. 엄마랑 아빠랑 내일 아들 어디 데려갈까 밤새 고민하려고 그러는거니까 걱정하지말고 기대나 잔뜩하고 있어. 알겠어?"
"...녜."
"...그래. 내일 엄마랑 같이 데리러갈게."
백현이 말을 마치자 경수가 감독 앞에 아이를 내려놓았다.
"감독님 죄송해요. 부탁 좀 드릴게요."
"아니...타오 맡는거야 괜찮은데 경수씨.."
"애가 잠을 일찍 자서요, 오늘은 촬영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겠어요."
처음 듣는 경수의 단호한 말에 당황한 감독은 결국 한숨을 한번 쉬고는 스텝들에게 눈짓했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촬영 인원을 최소로 줄이다보니 정리에 필요한 시간 역시 길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며 감독은 백현과 경수를 힐끗 바라봤다. 고요히 그자리에 서있는 경수는 그간 보지 못했던 모양새였다.
"언제까지 가만히 보고 있을까."
둘만 남은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일언반구도 없는 경수에게 백현이 다가가며 물었다.
"너 진짜 나 미치는거 보고싶어서 이래? 무슨 일인데. 너 갑자기 왜이래."
제가 모르는 이유로 평소와 같지 않은 경수를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있는 시간은 딱 여기까지다.
"....경수야. 진짜 왜그래..어? 불안하게 할래?"
이런 경수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백현은 자꾸만 떨리려는 손을 애써 힘주어 다잡았다.
"...도경수."
결국 낯선 경수의 모습 앞에서 변백현은 아이처럼 변하고 만다.
"제발..경수야...왜그래...내가 뭐 잘못했어? 그럼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그러니까..."
"........"
"그렇게 보지만 말고 화라도 내 경수야...어?"
경수는 제 팔을 잡고 작게 묻는 백현을 바라봤다. 전에도 말했듯 나를 사랑하는것 말고는 모든 것이 서툰 남자. 누구보다 크고 자신감 넘치고 거칠 것이 없는 남자. 하지만 제앞에만 서면 모든 것을 잊고 저에게 호흡마저 쏟아내어 텅텅 비어버리는 남자. 저렇게 겁에 질린 백현의 모습을 봐도 경수는 그를 달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단 지금의 일뿐만이 아니라...지금껏 쌓아두었던 모든 것들이 새어나오는듯 했다.
"백현아. 나 지금 되게되게 화 많이 났어.그런데 내가 너한테 화를 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서 그냥 이렇게 말할게."
"...경수야."
제게 왜 화가 났는지 물을 생각조차 못하고 겁에 질린 변백현.
"얼만큼 화가 났냐하면 지금 니가 날 그렇게 부르는 것도 싫을만큼 화가 나."
제말에 입술이 떨릴만큼 꽉 무는 변백현.
"나 바보아니야."
"...누가 너 바보래. 어떤 새끼가."
"너라는 새끼가."
쉴새없이 떨리는 눈빛으로 내게 애원하는 변백현.
"누가 뭘 더 많이 해주고 있다, 누가 더 손해다. 난 이런거 너와 내 사이에서 따지고 싶지 않았어. 넌 누가 봐도 나한테 넘칠만큼 주고 있으니까. 그런데..백현아. 너 이거 좀 알아줄래."
"......"
"난 널 위해서 니 옆에 서서 모든걸 너와 함께 견디기를 포기했어. 나도 널 지키고 널 대신해서 무언가를 막아내고 아파도 보고 싶었는데 니가 그러지 않길 바랬으니까. 난 그래서 그냥 니 뒤에 있었던거야. 널 위해서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 이런거 다 누르고 그냥...그렇게 귀막고 눈감고 너한테 길들여지도록 날 뒀어."
"......"
"그래도 넌 알아줄 줄 알았어. 누가 봐도 병신같이 니 뒤에만 있지만 내 마음은 누구보다 널 사랑하고 위하고 용기있게 널 지켜내고 싶다는걸 넌 알 줄 알았어. 정말.."
"......"
"너만큼은."
제말을 들으면서도 제 옷소매를 놓지못하는 변백현.
"니가..뭔데..."
"......"
"도대체 니가 뭔데 날 이렇게 만들어..?"
"......"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생일도 그 사람이 마음 편히 축하받을 수 없게 만들어?"
"......."
"왜 날 생각하는만큼 널 생각하지 않아..?"
"....."
"왜 니가 받을 내사랑을 존중하지 않아..?"
"....."
"정말...왜그래 백현아."
너 자신보다 날 훨씬 더 사랑하고 있다는건 이미 알고 있다. 도저히 모를 수가 없게 니가 보여준 모든 것들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으니까. 너에게 있어 나라는 의미가 단순한 사랑을 뛰어넘어 절대적인 무언가를 향해 간다는걸 이제는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하는 모든 말에 어쩌면 타오보다도 어린 눈빛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너의 모습에 나는 더 슬퍼진다 백현아.
"경ㅅ..아니...그니까...."
이름을 부르는 것도 화가 난다는 말이 생각나 백현은 경수의 이름도 부를 수가 없었다.
"내가..내가 잘못했어.."
저가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지만...경수가 갑자기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경수야...나 그렇게 보지마.."
매순간 날 떨리게 하는 너의 예쁜 눈이 그렇게 차갑게 날 보는 순간이 견디기 힘들다.
"이름..불러서 미안해 경수야...아니...이게 아니라..."
한순간도 쉬지 않고 마음 한켠에서 항상 불안하다 생각했던 것. 그건...
경수가...어느날 갑자기 내가 싫다고 하면 어쩌지..더이상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지만 경수는 멈추지 않는다.
"내가 모르던 얼마나 많은 순간들동안 넌 이래왔어? 나 혼자 뭣도 모르고 좋아할때 넌 뒤에서 얼마나 많은걸 포기하고 버리고...나 몰래 그래왔어?"
"...아니야..버린 적 없어..포기한 적 없어..."
"백현아 난 무서워."
"경수야...그러지마...무서워 하지마."
"니가 이렇게 나한테 보이지 않고 지나왔던 순간들이 널 지치게 할까봐 두렵고 무서워."
"아니야...그런거 아니야 경수야..나 힘든적 없어...지친적 없어...다 그냥...난 널 사랑하니까..."
"이번 일은 아주 일부겠지. 넌 나모르게 훨씬 많은 걸 이런식으로 해왔을거야. 그렇지?"
"안그럴게..경수야. 이제 안그럴게. 그러니까...."
"백현아."
"...이름...계속 부르지마..? 싫어..? 그래 니가 싫으면 내ㄱ.."
"내가 널 이렇게 만든거야? 그래?"
백현아. 그런걸까.
"니가 당연히 가져야 할 그 어떤 것도 욕심낼 수 없게해 내가?"
그런거면..
그런거라면 백현아...
"잠깐만 쉴래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