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이 엑소 백현이라고?
written by 별명
발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혹시나 해서 말씀 드리는데,
사생이시면 제 번호 지워주세요.
정말 솔직하게 얘기해서, 서운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물론 내가 먼저 동창이라고 안 밝힌 것도 있지만, 알아주길 바랬다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이였을까.
급격히 우울해진 나는,
아래 입술을 쭉 내밀고 답장을 보냈다.
발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저 사생아니구요,
그 쪽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나를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고 사생취급 하는 게 굉장히 서운했다. 왜 하필 사생인지.. 그냥 지워달라고 해도 되잖아?
그래서 말투가 조금 딱딱, 아니 많이 딱딱해진거 같다.
나를 처음부터 사생취급 한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띠링
" 아 깜짝이야 "
혼자 침대에 앉아 사색에 잠기고 있었는데,
문자 알림음이 요란히 들렸다.
집에 아무도 없다보니 이런 작은 소음도 크게 들리는것 같다.
엄마 아빠는 언제오나..?
수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ㅋㅋㅋ귀여워 "
문자를 확인해 보는데, 문자말투에서부터 느껴지는 당황스러움에
웃음이 났다.
어떻게 얘는 변한게 아무것도 없는지.
사실 조금 걱정을 했다. 연예인과 문자를 하는건 태어나서 처음이라,
어색함이 느껴지진 않을까 했는데 이상하게도 전혀 연예인과 하는 문자같지 않았다.
발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OOO이요.
근데 우리 동갑인데 말 좀 놓자
처음부터 존댓말을 쓴건 나였지만,
동갑인데, 동창인데 자꾸 서로 존댓말을 쓰니까
왠지 거리가 느껴졌다.
근데 얘는 내가 먼저 반말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존댓말을 할 거 같아서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말을 놓았다.
근데.. 또 당황하진 않겠지?
띠링
" 무슨 답장이 5초만에 와.. "
분명히 5초 전에 답장을 보낸 것 같은데,
이렇게나 빨리 답장이 올 줄 몰랐다.
내가 반가웠나? 아니면 당황스러운건가?
아니면...
수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헐 나 좋다고 따라다녔던 OO이?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 허, 참나 "
아까와는 다른 웃음이 터졌다. 헛웃음이라고 해야하나.
좋다고 따라다닌건 맞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할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그걸 기억할줄도 몰랐다.
사실 지금 좀 창피한건 비밀이다.
발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매우 잘 지냈지.
근데 나 너 좋다고 따라다닌 적 없거든?
맞다. 거짓말 맞다.
근데 내가 덜컥 인정 해버리면, 내 쓸데 없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 응 나 맞아. 너 존나 좋아했던 애 ' 이러는 것도
이상하다.
이럴땐 없다고 발뺌하는게 최고다.
띠링
수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에이~ 거짓말 하지마.
나 다 기억나거든?
망했다. 다 기억이 난단다.
그럼 내가 백현이한테 결혼해달라고 조른것도
백현이가 내 짝꿍이 아니라며 운것도
칠판에 커다랗게 백현♡OO이라고 써놓았던 것도
다 기억이 난다는 건가?
아, 될수만 있다면 백현이에게 달려가서
내 기억을 빨리 잊으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발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그래? 뭐뭐 기억나는데?
문자로는 티가 안났겠지만
지금 내 심정은 불안함과 초조함, 그리고 창피함이 동반한다.
설마 다 기억나는건 아니겠지. 속으로 강한 부정을 했다.
그래. 다 기억나진 않을거야.
속으로는 부정을 했다고 해도, 축축히 젖어오는 손은 감출 수 없었다.
띠링
수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다 기억난다니까.
제일 잘 기억나는거 하나만 뽑으면
니가 나한테 뽀뽀했던거?
헐
잠깐만...
뽀뽀는 내 기억속에 없었는데?
분명히 없었던거 같은데 불안함과 창피함은 왜 배가 되는지 모르겠다.
창피하다 창피해. 아무리 좋아했었다고 해도 여자애가 남자애한테 뽀뽀라니.
엄마에게 가끔씩 어렸을때 내가 적극적인 성격이였다는 얘기는 들었었지만, 이정도로 적극적이였을 줄이야.
그래도 난 여잔데. 뽀뽀를 받은것도 아니고 했다니. 대단하다 대단해 OOO.
발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내가 너한테 뽀뽀한적은 없었던거 같은데?
자꾸 거짓말 할래?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닐꺼야. 내가 뽀뽀를 했다니. 당한것도 아니고.
그런데 자꾸 귓가에서 엄마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 너 어렸을때 아주 그냥 남자새끼였어 남자새끼! '
...그래, 내가 뽀뽀했다! 뽀뽀했어! 그것도 존나많이 했다!!
띠링
수신사:엥ㄳ소ㅂ뱁ㄱㅋ현
진짜야, 사진도 있는데?
내가 2%정도 가지고 있던 실날같은 희망은 백현이의 문자에 의해 처참히 부셔졌다.
나는 이제 어떤 답장을 보내야 할까, 그게 가장 큰 걱정이였다.
지금 내가 느끼는 당황스러움이 어떻게 하면 문자 말투에서 티 나지 않을까, 이건 두번째 걱정이였다.
아, 괜히 문자 했나봐. 이제 어떡하지?
배켠이는 밥5야 ! 뽀뽀밖에 모르는 밥5!!
♥ 암호닉 ♥
뭉이님*백도복숭아님*세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