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이 엑소 백현이라고?
written by 별명
아주아주 꿀잠을 잤다. 슬쩍 눈을 떠보니 눈꼽 때문에 눈이 미쳐 다 떠지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나는 생각했다. 어떡하면 이 눈꼽들을 한방에....잠시만.. 내가 잊은게 하나 있는거 같...
백현이 문자 답장하다가 잠들었었구나!!!!!!!!!!!
속으로 수천번, 수만번 반성했다. 얘랑 문자할수 있는 시간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나는 종교는 없었지만 빌고 또 빌었다. 하느님 제발 백현이 화 안나게 해주세요. 그리고 다시 백현이랑 문자 주고 받을수 있게 해주세요.
나는 땀으로 촉촉히 젖어오는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새로온 문자 알림을 눌렀다.
수신자 : 내 백현이
니가 우리백현이 하는거 직접듣고싶다.
보고싶기도 하고.
..........?
문자를 보고 든 생각은 이게 고백이 맞나? 하는 거였다. 나는 이제껏 짝사랑만 줄곧 해왔지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아본적은 없었기에 더 그랬다.
내가 한참 고민하다 든 결론은, 고백이 맞다. 분명히 맞는데 뭔가 2% 찜찜했다. 이럴땐..
연애 고수 이지은! 이지은이 필요해!
***
" 백프로다 병신아 "
" 너한테 병신이라는 소리 들으니까 기분 나쁜데? "
" 뭐래.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니가 고백을 받았다는거잖아. 그것도 변백현한테! "
" 그렇긴 하지.. "
" 반응 뭔데 이리 싱겁냐 "
" 알빠 아니고. 암튼 감사요. "
" 야! 야 잠시- "
이지은과 통화는 길수록 쓸데없는 말만 주고 받게 되므로 냉정히 끊어야 한다. 그래서 저렇게 이지은이 말할때 끊은거고.
이지은한테 백프로 라는 말을 들으니 설레임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나는 백현이를 좋아했던 옛날 그 어린애가 아니기에.
좋아하긴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일반인, 걔는 연예인. 나는 못생김. 걔는 잘생김. 나는 팬없음. 걔는 팬있음.
이것 말고도 더 있다. 그 애와 나의 차이는.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고 해서 무작정 사귀기엔 서로의 앞을 가로막고있는 장애물들이 그득했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나는 이렇게 혼란스러워진 감정을 백현이가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아예 그냥 백현이가 ' 너 좋아해. 사귀자. ' 라고 했으면 지금보단 마음이 편했으려나.
한참을 걱정했다가, 얼굴이 빨개졌다가, 또 우울해졌다가, 다시 설레었다.
띠링
몇시간을 고민한걸까. 베개 옆에 뒀던 핸드폰에서 요란한 알림음이 들렸다.
수신자 : 내 백현이
그냥.. 그냥 혹시나 해서 하는말인데
내가 보낸 문자는 그냥 잊어! 잘못 갔다고 생각해!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문자가 잘못 왔다고? 아님 실수로 보낸거라고?
문자를 보고 역시 백현이는 내 걱정을 덜어주기엔, 아직 어린가 보다 생각했다.
그치만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 그러므로 답답한건 딱 질색이였다. 사실 여자가 고백하는건 좀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우리 엄마가 말하기를 여자가 고백하든 남자가 고백하든 둘다 똑같은 거라고 했다. 우리 엄마가 그랬으니까 무조건 맞는 말이다.
발신자 : 내 백현이
백현아. 니가 못 할 거 같아서 내가할게.
문자 보고 웃지마 나 진지하니까.
백현아 좋아했어 8년동안. 그리고 지금도 좋아해!
너도 그래?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순간이였다. 후련하기도 했고,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8년만에 용기를 낸 나에게 토닥토닥 해주고 싶기도 했다.
1초가 10년 처럼 느껴졌다. 등에는 식은땀이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핸드폰은 멀리 치워놓았다. 알람은 끄지 않은 채로.
다행히도 답장은 1분 만에 왔다. 나에겐 100년같은 1분이였지만 말이다.
수신자 : 내 백현이
미안
기분이 이상했다. 속상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 그런기분. 마치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결과를 들은거 같은 기분이였다. 나는 정말 괜찮은데, 왜 나는 지금 베개를 붙잡고 엉엉울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띠링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뭐, 서로 어색해지지 말자. 이런 형식적인 내용이겠지.
수신자 : 내 백현이
니 고백 거절했으니까 내가 한다?
나도 너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했어. 그래 8년 동안.
우리 서로 8년 기다렸으니까 고백은 정말 짧게 할게.
사귀자 OO아. 잘해줄게.
그렇게, 나는 백현이의 첫 여자친구이자 마지막 여자친구가 되었다. 아, 마지막 부인인가?
사담
독자님들 지금 되게 당황스러울거 같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 빨리 끝났죠? 근데 사실 이글은 두번째에 끝나는 단편이였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정말 생각보다 좋아서 쪼오오오끔더 길게 써봤어요. 그래서 문체도 별로였을텐데 재밌다고 해주신 독자님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저는 이글을 끝내고, 바로 다음글로 돌아올게요. 그 글은 엄청 길게 쓸 예정입니다ㅠㅠㅠㅠ글 쓰는 실력을 좀더 키우고 올께요!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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