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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2 | 인스티즈

House of Cards :: 행운기사



22. 직면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2 | 인스티즈

“날짜 잡혔어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으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티 내진 않았다.




“내일 오후 2시에, 중립구역에서. 좀 빠듯하지만, 전쟁이 일주일 남았으니 어쩔 수 없죠.”


“……”


“반나절 정도 남았네요. 그 사이에 우린 협상에 내걸 조건을 생각해내야 해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어차피 자기 혼자 결정할 사안이라면 알아서 멋대로 처리해버려도 관심이 없었다. 신경은 오로지 하나의 사실에 쏠려 있었다. 


우진을 만나게 될 지도 몰랐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일단 군사력은 최대한 내주면 안돼요. 쪽수가 생명인 게임에서, 스페이드가 가진 최고 무기를 뺏기는 셈이니까.”


“……”


“최대한, 스페이드가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꾸며야 해요.”


“알아서 해요.”




두 사람이 동시에 날 쳐다본다. 알아서 하라고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배어 나오는 퉁명스러움이 적나라했다. 




“어차피 당신들 마음대로 결정할 문제 아닌가요?”


“……”


“알아서들 하고, 나중에 설명이나 잘 해주면 그걸로 됐어요.”


“……”


“지쳤으니까.”




지쳤다. 아무 이득도 손해도 없이 겨우 살아가고만 있던 인생인데, 이젠 그 살아가는 것마저도 날 지치게 하니. 마음을 접고 일어서려는데, 최민기가 날 붙잡는다.




“앉아요.”


“갈 거에요.”


“당신이 퀸인데, 모른 척 하려고요?”




그 말에 멈칫했다. 찔려서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당신이 언제 날 그렇게 대접해준 적이 있나요?”


“수준에 맞는 대접을 하는 거죠.”


“그럼 날 여기다 앉히지 말았어야지.”


“……”


“지가 왕 하셨어야지. 안 그래?”




응? 그는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어쨌든 당신이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이상, 모든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어요.”


“……”


“앉아요, 얘기하게.”


“결정권이 나한테 있다고요?”


“……”


“그럼 그 결정권, 지금 당신한테 양도할게요.”


“……”


“퀸의 명령이니까, 거스르면 안 될 텐데.”


“……”


“이제 내가 여기 있을 이유 없죠? 그럼 수고해요.”


“……”


“난 이 일이 어떻게 되든 관심 없으니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 너무 지쳐있었다. 모든 일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2 | 인스티즈

“까칠해졌네.”


“좋은 현상이야. 리더가 좀 싸가지 없는 게 제 맛이지.”


“……”


“싸가지 없는 건 황민현이 최고라 익숙해.”




안 그래? 민기는 키득키득 웃었다. 종현은 웃을 힘도 없었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뭐를?”


“……어찌 됐든 이제 네가 모든 결정권을 가져갔잖아.”


“그래. 말 뿐이지만.”




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민기가 소파 등받이로 쓰러지듯 기대었다. 할 일은 태산인데, 여기서 제대로 돌아가는 머리는 한 개뿐이네.




“어떻게 해야 할까?”


“열심히 일해주세요.”


“나도 아무 생각이 없는데.”


“아닌 거 다 알아.”


“……”


“넌 항상 생각 많이 하고 살잖아.”




그게 좋든, 나쁘든. 이번에도 혼자서 꿍쳐 놓고 있는 거 다 알아. 종현이 무심하게 내뱉은 말에 민기가 속으로 얼마나 아프게 찔렸느니, 종현 본인은 알 턱이 없었다. 혼자 힘없이 웃는 민기를 보며, 종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빨리 말해.”


“뭘?”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


“……”


“있는 거 다 안다니까.”


“또 얻어맞을 까봐 말을 못하겠네.”


“때릴 힘도 없다.”


“……”


“할 말 하려면 지금이 기회야.”


“그래? 그럼 김종현 등신 호구 새끼.”




둘은 함께 낄낄 웃었다. 한동안 말 없이 웃기만 하던 둘의 웃음이 잦아들어가고,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민기가 종현을 바라보았다. 아니, 진짜로.




“넌 진짜 호구새끼야.”


“어떤 부분이?”


“착한 새끼.”


“……”


“너 잘못한 거 없어.”




너도 알잖아. 피식, 종현은 웃었다. 허탈함으로 점철된 그의 얼굴이 허망하다.




“옛날엔 그랬는데……지금은 잘 모르겠다.”


“……”


“이젠 진짜 잘못했지, 죽을 만큼.”


“……일 터지기 전에 아버님 한 번 뵙고 오지 그래?”




그 말에 종현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는다.




“다시 못 뵐 지도 모르잖아.”


“그거냐? 하고 싶은 말이?”


“……”


“어차피 안 본 지 십 년 다 됐어.”


“……”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2 | 인스티즈

“죽은 사람이야, 나한테는.”




그게 다야. 더 남은 미련도, 원망도 없어. 종현의 옆얼굴을 줄곧 쳐다보던 민기도 시선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는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던 얘기나 마저 해.”


“뭘?”


“연합. 어떻게 할 거냐고.”


“……”


“나한테 얻어터질 수도 있다는 말.”




민기는 100퍼센트 확신했다.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종현은 이 사무실 안을 다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그래도 한 번 뒤집히고 처맞아도 일이 진행되기만 한다면 그에게는 더 바랄 게 없었으니.




“진짜 때리지 마라.”
















“종현 오빠는요?”


“일이 있어서 출장 갔어요.”


“……얼굴은 왜 그래요?”


“맞았어요.”




네?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그것이었다. 누구한테요?




“누구긴 누구겠어요?”


“……종현 오빠한테 맞았어요?”


“네.”




싸웠어요? 아니요. 그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대답한다.




“제가 일방적으로 쳐맞았어요.”


“왜 쳐맞았……왜요?”


“의견 불일치.”




자주 싸워요.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요즘엔 자주 맞네요. 웃음기 싹 가신 얼굴로 그런 말을 해서 이쪽이 오히려 할 말이 없어져버렸다. 그래요. 그렇게 어색하게 대답하고 나도 고개를 돌렸다. 창 밖으로 쌩쌩 지나가는 풍경이 흐리다. 벌써 한겨울이었다.




“……그래서 난 오늘 무슨 말을 하면 되나요?”


“아무 말도 안 하셔도 돼요.”


“……”


“제가 다 할 테니까. 알아서.”




그가 핸들을 꺾고 속도를 늦춘다. 날씨 때문인지 길엔 사람 털끝도 보이지 않는다. 이내 차는 더 좁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골목길로 들어선다. 승용차 두 대도 지나가기 힘들어 보이는 길.




“여기네요.”


“여기라고요?”




멈춰선 곳은 외관상 일반 가정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낡은 2층의 주택이었다. 먼저 차에서 내리는 그를 따라 나도 안전벨트를 푸르고 차에서 내렸다. 집 안에서 은은한 노란 불빛이 언뜻 새어 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저쪽이 먼저 도착했나 보네요.”


“……”


“들어가죠. 추운데.”




성큼성큼 앞서는 그를 뒤따라갔다. 미리 열려있던 문을 통해 들어가자 순식간에 훅 끼치는 온기가 차갑게 식은 피부와 만나 저릿하기까지 했다. 




“2층이에요.”




텅 빈 1층을 지나, 측면의 계단을 올랐다. 낡은 층계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온 집 안을 울렸다. 민기는 조용히 속삭였다.




“일부로 소리가 나게 한 거에요. 누가 들어왔다는 걸 알리려고.”


“여긴 스페이드 소유에요?”


“중립 구역의 소유에요. 순전히 수트 회담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죠. 중립 구역엔 이렇게 만들어진 곳이 몇 개 있어요.”




이제 저쪽도 우리 왔다는 걸 알겠군요. 위층에 다다르자, 맨 끝 닫힌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누런 불빛이 보였다. 이끌리듯 그리로 향하는 발걸음을, 민기가 가로막는다. 




“긴장해요. 클럽 수트의 보스랑 대면하게 될 테니까.”




그런 말 안 해도 이미 충분히 긴장하고 있어요.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당연히 그가 있을 테니까. 보스고 협상이고 뭐고 아까부터 이미 내 정신은 완전히 다른 곳에 빠져있었으니까. 긴장으로 온 몸, 뱉는 숨결까지 떨렸다. 




“말했지만, 오늘 당신이 말할 일은 그다지 없을 거에요.”


“……”


“그럴 일이 없게 하는 게 오늘의 목표니까.”




제발. 그런 편이 좋겠어요. 입 밖으로 나오는 목소리가 떨릴까 봐 고개만 끄덕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표정으로 저 안에 들어가야 하지? 난 무슨 말을 건네야 하지, 애초에 말을 해야 하긴 하나? 그가 저기 있긴 한 걸까? 있다면? 그는 내가 이렇게 된 걸 알고 있을까? 알고 있겠지, 전국에 뉴스로 다 나갔을 텐데.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거짓말로 칠해진 날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2 | 인스티즈

“고개 들어요. 당당하게.”




그 말대로 할 수가 없었다. 차마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얼굴을 들키는 게 무서웠다.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22 | 인스티즈

내 앞에 그 눈동자를 보는 게 두려웠다.






*

오늘은 분량이 조금 짧습니다ㅠㅠ!
전개상 끊을 부분이 마땅치 않아 그런거니 오늘은 이해해주기 ^3^
사랑합니다 늘 행복하세용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193.116
별님입니다
드디어 여주랑 우진이랑 다시 만났네요ㅜㅜ
작가님 오늘도 정말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
큐튜큐큐ㅠ 우리 우진이랑 만났다니ㅠㅠㅠㅠㅠ 이제ㅜ어떻개 진행될지 더더더 궁금해지는군요ㅠㅠ 다음화에서 또보ㅓ요 앗뇽👋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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